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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뽀오츠 』/『 스틸러스 』

최순호 감독 경질! 그러나 마냥 기뻐할 수 없다.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19. 4.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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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호 감독이 경질됐다. 본인의 감독 생활에 있어 처음이라고 한다. 팬들이 퇴진 운동을 하게 만들었던 21세기 초반 역시 사실 상의 경질이 아닐까 싶은데, 그 때에는 본인이 직접 그만두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뭐, 팀에서 나가라고 하기 전에 그만 뒀으면 자진 사퇴가 맞긴 한데. -_ㅡ;;;   강원에서 역시 스스로 그만둔 것이라고 한다. 한, 두 경기 더 했다면 최초의 경질은 2011년이 되었을 거라 생각한다.




지난 4월 20일, 대구와의 경기에서 3 : 0 으로 탈탈 털린 뒤 네×버 스포츠의 축구 파트를 계속 들락거렸다. 올 시즌 들어 형편없는 경기를 펼쳐놓고도 혼자 정신 승리하는 인터뷰가 계속 됐기에 이번에는 뭐라 할지 몹시 궁금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다렸던 인터뷰 기사는 올라오지 않았다. 결국 직접 찾아봤더니 '인내심을 가지고 함께 했으면 좋겠다.' 고 했더라. 인내심? 인내심이라 하셨나? 팬들이 가지고 있는 인내심의 용량을 지나치게 과대 평가한 듯 하다. 이미 바닥난 지 오래인데 말이다.

대구에게 엉망진창으로 진 뒤에도 경질 당할 거라는 생각은 못 했다. 그렇게 빨리 경질할 것이었다면 지난 해에 2+1 재계약을 하지 않았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니, 애시당초 다시 오라고 하지도 않았겠지. 프런트가 제 정신이었다면.

그렇기 때문에 갑작스런 경질 기사를 보고 꽤 놀랐다. 바라던 일이긴 했지만 실제로 이루어질 거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는 최진철 감독이 부임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굉장히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뭔가 기대가 된다기보다 '망삘인데?'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불길한 예감은 지독하게도 잘 맞아떨어져서 결국 1년도 못 버티고 경질. 그리고 갑작스럽게 들려온 것이 최순호 감독의 부임이다. 응? 누구라고? 누구? 최순호? 내가 제대로 본 거야? 최순호를 다시 감독 자리에 앉힌다고?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21세기 초반의 포항 축구를 기억하고 있는 나에게 있어 최순호 감독의 부임은 최진철로 계속 간다는 발표 못지 않게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최순호 감독 본인은 수비 축구를 한 적이 없다고 극구 부인하지만, 당시 포항 팬들이 아무 이유없이 최순호 감독에게 '수비 축구 한다' 는 굴레를 씌운 뒤 퇴진 운동을 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팬들은 이번에 최순호 감독이 말한 인내심을 발휘하고 발휘하고 발휘하다 못해 결국 퇴진 운동을 했던 거다.




불명예스러운 자진 사퇴 후 시간이 오래 지났으니 그 사이에 감독으로서의 능력이 훨씬 나아졌을 거라 생각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포항 감독을 그만둔 후 강원에서 거둔 성적을 보면 발전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그 때문에 나는 최순호 감독의 부임 초기부터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강원에 감독으로 부임할 때 '2년 간 성적은 묻지 말아 달라. 두 시즌은 강원 축구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라고 했다(https://cafe.naver.com/invest707/17742). 그리고 그 두 시즌 동안 거둔 성적은 8승 7무 18패, 8승 6무 18패. 두 시즌 동안 팀을 만들었으니 세 번째 시즌에서는 성적이 좀 나아졌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1승 1무 4패. 그리고 그만 뒀다. 그 후에는 프로 팀을 맡은 적이 없고.


그런 감독에게 팀을 맡긴 거다. 포항의 프런트는 왜 그런 결정을 했던 걸까? 대체 최순호 감독의 무엇을 보고 감독 자리를 제안한 걸까? 많은 언론이 '갑자기 부임해서 강등 위기로부터 탈출 시켰다.' 고 기사를 써댔지만 2016년에 여섯 경기를 지휘하면서 거둔 성적은 2승 2무 2패로 정확하게 반타작. 물론 남은 경기 줄줄이 다 지면서 강등 당했을 수도 있으니 전혀 틀린 말은 아니다. 거기에다 갑자기 부임해서 팀을 파악하기도 쉽지 않은 상태에서 거둔 성적이니 나쁘지 않다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최대 18점의 승점이 걸린 여섯 번의 경기에서 8점을 딴 것 치고 지나치게 후한 평가를 해준 것이 아닐까? '위기에 처한 팀을 구해냈다' 는 표현은 과하지 않나?


2017년에는 15승 7무 16패로 이긴 경기보다 진 경기가 더 많은 한 해를 보냈다. FA컵에서도 아무 성적을 못 냈고. 2018년에는 리그에서 4위를 거두었지만 이 해에는 전북이 말도 안 되게 치고 나간데다 다른 팀이 전부 하향 평준화되는 바람에 고만고만한 성적으로도 4위가 가능했던 게 아닌가 싶다. 최순호 감독을 깎아내리지 못해 안달났냐고? 2018년의 성적표를 보면 마냥 부인할 수 없을 거다. 1위인 전북은 26승 8무 4패. 2위인 경남은 18승 11무 9패. 3위인 울산은 17승 12무 9패. 여기까지가 상위 팀에 어울리는 성적이다. 무승부 빼고 '승리 - 패배' 를 따져보면 차례로 22, 9, 8이 된다. 4위를 기록한 포항의 성적은 어떤가? 15승 9무 14패(승패 마진 1)다. 심지어 골득실은 -1이다. 5위인 제주가 14승 12무 12패(승패 마진 2). 4위인 포항과 5위인 제주의 승점이 같지만 포항의 승리가 하나 더 많아서 4위를 기록한 것이었다. 상위 스플릿 커트 라인에 걸친 6위 수원이 13승 11무 14패(승패 마진 -1).




성적만 놓고 보면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한데 리그에서 4위를 거두었다는 결과 때문인지 2+1 재계약이 이루어졌다는 발표가 있었고, 나는 관련 기사를 보면서 2018년 최악의 뉴스라고 글을 썼었다.


그리고 시작된 2019 시즌. 최순호 감독은 시즌이 시작되기 전에 우승을 언급했다. 리그와 FA컵에 대한 우승 욕심을 모두 드러냈다. 그런데 막상 시즌이 시작되자 포항의 경기력은 엉망진창이었고 언론으로부터 '도깨비' 팀이라는 호칭을 얻기에 이르른다.

프로 팀을 지휘하는 감독이, 팀의 선수 구성이나 훈련 상태가 맘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출정식에서 '우리는 하위 스플릿 면하는 게 목표입니다.' 라고 한다면 엄청 욕 먹을 거다. 감독이 저런데 선수들이 무슨 의욕이 있겠냐고 까이겠지. 하지만 상위 스플릿 진출이 1차적인 목표라고 한다거나 ACL 티켓을 따는 것이 목표라고 하는 것이 어려웠을까? 굳이 우승을 언급해야 했을까? 포항 팬들 중 누구도 우승을 기대하지 않고 있었을텐데 말이다. 스스로 기대를 잔뜩 키워놓고, 열두 개 팀 중 10위까지 떨어진 상태에서 인내심을 운운한다면, 과연 팬들이 더 기다려줄 수 있을까?




갑자기 팀을 이탈한 채프만 때문이라고?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그건 그 나름대로 문제가 된다. 열한 명이 하는 축구를 원맨 팀으로 만들어버린 셈이 되니까 말이다. 수비형 미드필더 한 명이 없다는 이유로 밸런스가 무너져 형편없는 경기를 하는 팀이 K1 리그에서 살아 남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한국 축구를 너무 우습게 보는 거다. 만약 채프만이 계속 포항에서 뛰었다고 가정해보자. 부상이나 경고 누적 등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경기는 어떻게 할 것인가? 그 경기는 포기하는 건가?

채프만의 부재도 크지만 김광석의 부상 이탈과 강상우의 입대가 가슴 아프다. 그러나 감독이라면 주축 선수의 이탈에 대비한 플랜도 세워 놓아야 하지 않을까? 포항의 스쿼드가 하도 얇디 얇아 주전 선수 한 명 빠지면 와르르~ 무너지는 수준인가? 감독 입장에서는 주력 선수가 예상하지 못한 이탈로 빠지게 되는 상황이 되면 굉장히 머리가 아프겠지만 그걸 핑계로 진다는 건 말이 안 되는 거다. 그런 걸 책임지는 자리이지 않은가?



네×버 게시판을 보니 죄다 투자 운운하는데, 포항의 예산이 성적 부진 때마다 투자 운운할 정도로 형편없는 수준인가? 물론 국가대표 급 선수들을 쓸어 담던 故 박태준 회장 시절에 비하면 엄청나게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모든 것을 예산 탓으로 돌릴 정도로 부족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만날 랍스터 먹고, 캐비어 한 번 먹어본 뒤 맛 없다고 버리다가 지금은 일주일에 한 번 한우 먹고 있다고 해서 불쌍하다고 동정 받아야 하는가? 그저 하루 세 끼 먹는 걸로 만족하는 사람도 있는데 말이다.




파리아스 감독님 시절에 포항은 엄청난 선수들을 사주었던가? 뭐, 그나마 지금보다는 좋았던 시절인 것 같기는 하다. 데닐손이나 스테보, 모따 같은 외국인 선수와 함께 했었으니까. 하지만 팀 운영 예산은 점점 줄어들던 시기였다. 황선홍 감독님 때에는 어떠했는가? 황선홍 감독님은 굉장한 지원을 받았는가? 2013 시즌에는 외국인 선수 한 명 없이 리그 역사 상 전무후무한 더블을 이뤄냈다. 엄청난 지원 속에 이룩한 결과인가? 이명주 덕분이라고? 이명주는 포항에 입단할 때부터 굉장한 스타 플레이어였던가? 이명주(2012), 고무열(2013), 김승대(2014)가 내리 3년을 영 플레이어 상을 수상했는데 저 세 명의 선수들은 팀에 들어올 때부터 특급 선수로 인정받지 못했다. 황선홍 감독님이 출전을 보장하면서 키워 나간 거다. 유소년 육성에 대한 자부심이 남다른 최순호 감독이 팀을 맡고 있던 시기, 포항에서 영 플레이어 후보로라도 언급된 선수가 강현무 외에 또 있었던가?



팬들의 불만은 엉망진창인 경기력 때문만은 아니었다. 경기 내내 벤치에서 느긋하게 관전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맘에 안 들었던 거다. 포항 관련 기사에는 '경기 내내 기도만 한다' 는 댓글이 꼭 붙곤 했다. 거기에다 한숨 밖에 안 나오는 경기를 하고도 '준비한대로 됐다' 던가 '만족스러운 경기였다' 는 식으로 인터뷰 하면서 불난 집에 기름을 들이 부었다. 물론 죄다 선수 탓만 했던 모 감독보다는 훨씬 낫긴 하지만, 팬들이 1도 공감할 수 없다는 게 문제였다.




누가 새로운 감독이 될지 궁금해하고 있는 가운데 파리아스, 황선홍이 언급되고 있다. 일단 파리아스의 경우를 보면, 포항과 헤어질 때 좋게 헤어지지 못했다. 때문에 다시 오는 걸 싫어하는 팬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거기에다 포항을 떠난 이후 여러 클럽을 전전하면서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둔 적이 없기 때문에 그 능력에 의문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황선홍 감독님은 어떠한가? 서울로 간 뒤 좋지 못한 성적을 기록해서 등 떠밀리듯 그만두고 중국으로 갔지만 팀이 공중 분해되는 바람에 요즘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 알 길이 없는 상태다. 나는 황선홍 감독님도 가능성이 없다고 본다. 포항을 떠났을 때 결코 좋은 감정을 남기고 떠나지 않았을 거다. 구단의 지원이 없는 가운데 성적을 냈는데 그걸 당연하게 여기고 현장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것에 지쳐 그만뒀다고 생각한다. 사적으로 친분이 있는 최용수 감독이 중국으로 옮겨 가면서 서울에 황선홍 감독님을 추천했고 그걸 받아들인 것도 포항보다 지원이 낫다는 걸 직, 간접적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일 거다.


한국 축구가 국제 대회에서 죽을 쑬 때마다 히딩크 감독이 언급되었지만 히딩크 감독이 다시 한국을 맡는 일은 없었다. 나는 이것이 정말 똑똑한 결정이라 생각한다. 하늘이 반으로 쪼개진들 우리나라가 월드컵에서 4강 이상의 성적을 거둘 수 없을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2002년에는 정말 우주의 모든 기운이 우리를 도왔다. 십수 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이탈리아와 스페인이 심판 까면서 공정하지 못한 경기였다고 억울해하는 거 봐라. 아무튼, 2002년의 향수에 취해 다시 부임했다가 이전의 훌륭한 업적마저 까먹게 될 가능성이 다분히 높은데 위험 부담을 안고 감독 자리에 앉을 이유가 없는 거다. 황선홍 감독님도 같은 경우라 생각한다. 팀의 레전드로, 전성기를 이끌어 온 위대한 감독으로 남는 편이 낫지 않을까? (이렇게 말하면서도 황선홍 감독님이 다시 왔으면 하고 바란다.)




김기동 코치가 감독 대행을 하고 그동안 정식 감독을 찾아 선임하는 게 제대로 가는 건데, 김기동 코치에게 감독 자리를 맡긴다는 기사가 나와버렸다. 김기동 코치는 포항의 레전드로 사랑받는 분이지만, 최순호의 축구에 일말의 책임도 없다고 할 수 있는가? 지금의 수면 축구가 최순호 감독 혼자만의 탓인가?


최진철을 데려 오고, 최순호를 데려 오고, 홈페이지에서 게시판을 없앤 프런트는 왜 아무 책임도 지지 않는가? 왜 김기동과 황지수 코치를 앞세워 비열하게 도망치는가? 사실 상 가장 큰 문제는 포항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전혀 없이 낙하산 타고 내려온 사장에게 있는 것 아닌가?




글이 중구난방인데, 네×버 게시판을 보니 떠나는 사람에게 그동안 수고했다며 좋은 말 많이 해주더라. 하지만 나는 언론사와의 통화에서 했다는 말을 기사화한 것을 보고 수고했다는 말조차도 하지 않고 싶어졌다. 2016년에 다시 부르는 일이 없었더라면 21세기 초반의 수면 축구를 잊고 화려했던 선수 시절만 기억할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경질 관련 기사가 나온 이후 다른 블로거들이 이런저런 글을 많이 써서 지금은 안 보이는데, 오늘 오전까지만 해도 '최순호' 로 검색을 하면 내가 쓴 글이 첫 화면에 노출됐었다. 이 블로그에 최순호 감독과 관련해서 좋은 내용의 글을 쓴 적이 없다 보니 미안한 마음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개뿔 축구도 모르는 게 왜 그리 설쳐대냐? 고 한다면 딱히 할 말이 없기도 하고. 그래서 경질과 관련한 글을 쓰는 게 조심스럽기도 하고, 그냥 가만히 있는 게 상책 아닌가 싶기도 하다.





베트남 대표팀을 이끌고 엄청난 성적을 내고 있는 박항서 감독님은 K 리그에서의 성적이 썩 좋지 않았다. 2013 시즌과 2015 시즌에 24승 8무 5패, 20승 7무 13패를 각각 기록하긴 했지만 2012, 2014 시즌과 경남, 전남을 맡았던 시기의 성적은 좋지 않았다. 올 시즌이 세 번째 시즌 밖에 안 되긴 하지만 전술의 천재라는 김병수 감독 역시 승리보다 패배가 훨씬 많다. 대학 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냈던 조민국 감독 역시 2014 시즌에 13승 11무 14패를 기록한 뒤 감독 자리를 내놔야 했다. 일본에서 여러 성과를 거둔 후 두 시즌 동안 울산을 맡았던 윤정환 감독의 성적 역시 그저 그랬다.

그런 걸 보면, 감독과 궁합이 맞는 팀이 있긴 있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최순호 감독과 포항은 궁합이 지지리 맞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축구 보는 눈이 형편없는 내게도 그게 보이는데, 프런트는 대체 무슨 생각을 했던 것인지.


포항이 이기는 다음 날 남들이 보거나 말거나 포항 유니폼 입고 싸돌아다니는데, 올 해에는 딱 한 번 뿐이었다. 혹시나... 하는 기대를 앉고 원정 유니폼을 입고 돌아다닌 날은 FA컵 32강에서 광속으로 탈락했고. 아무튼... 최순호 감독의 경질을 계기로 반등할 수 있기를 바란다.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 모든 축구 팬들이 포항 축구는 정말 재밌다고 감탄했던 그 시기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수도권 팀을 선호하는 축구 유망주들이지만 '포항이라면' 이 통했던 그 시기도 돌아갈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4월 23일에 추가.

이건 아니지. 결국 김기동 코치를 감독 자리에 앉혀 버렸네.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파리아스나 황선홍을 다시 감독 자리에 앉히기를 바라지 않... 아니, 솔직히 황선홍 감독님이 다시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가능한 일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올 시즌은 김기동 코치에게 감독 대행을 맡기고, 결과를 본 후 결정해도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식 감독으로 선임해버렸다.



팬들에게 잠들기를 강요하고, 내용도 형편 없는데다, 결과는 패배인, 지금의 포항을 만든 것은 최순호 전 감독만의 책임인가? 포항에서 최순호 감독이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김기동 코치와 황지수 코치와의 역할 분담은 어떠했는지 알지 못한다. 모든 걸 최순호 감독이 지시하고 코치는 그 지시에 따르기만 했을지도 모르지. 그렇다면 김기동 코치가 감독 자리에 앉아 자신이 하고 싶은 축구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알기로는 대부분의 팀에서 그런 식으로 역할 분담을 하지 않는다. 팀의 전술을 수립하고, 거기에 맞게 훈련하고, 상대 팀을 분석해서 대응하는 것에 코치가 관여한다. 만약 그렇다면 지금의 형편없는 포항을 만든 것에 대해 김기동 코치도 분명 책임이 있다. 그러나 프런트는 2016년에 그랬던 것처럼 성급하게 새 감독을 만들어버렸다. 포항의 레전드를 방패 삼아 또 뒤로 숨었다.

최순호는 포항 소속으로 멋진 플레이를 보인, 훌륭한 선수였지만 감독으로는 그렇지 못했다. 이미 21세기 초에 실패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감독 자리에 앉혀 결국 불명예스러운 퇴진을 하게 만들었다. 최순호 한 명으로는 부족하다는 건가? 또 레전드의 이름에 먹칠을 하고 싶은 건가?



김기동 코치가 감독으로 부적합하다는 게 아니다. 이렇게 성급할 필요가 있느냐는 거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먼저 했던 실수를 분석하는 게 먼저다. 그런데 코치를 덜컥 감독으로 승격시켜버리고 그 사람에게 맡기겠다고? 『 은하영웅전설 』에서도 나오지만, 이건 내가 볼 때 '너 아니면 지금 이 난국을 헤쳐나갈 사람이 없다!' 고 부추겨 책임지는 자리에 앉힌 뒤 나 몰라라 하는 꼴이다. 성공하면 '봐라, 내가 선임한 감독이다!' 라고 생색낼 수 있고, 실패한다고 해도 '이렇게 될 줄 몰랐다.' 며 빠져나갈 수 있는 거다. 포항의 레전드로, 김기동 감독이 제2의 황선홍 감독님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리고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시종일관 재미있는 경기를 하고 성과도 가져오던 팀이 왜 이렇게 됐는지 냉철히 따져볼 생각은 안 하고 성적 부진으로 잘려나간 전 감독과 함께 일한 코치를 감독 자리에 앉히는 건 결코 좋은 해결 방안이 아니다.

팀 내부 사정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니까 감독 대행을 맡겨 팀을 수습하도록 하고 그 사이에 좋은 감독을 찾아봤어야 했다. 새롭게 시작하는 감독을 부정적으로 보면서 힘 빼는 게 결코 잘하는 짓이 아님을 안다. 하지만,



이건 아니다.











1대 한홍기 ?

 2대 최은택 ?

  3대 이회택 그럭저럭

   4대 허정무 난 별로

    5대 박성화 역시 별로

     6대 최순호 하아~ -ㅅ-

      7대 세르지오 파리아스 만세!!!

       8대 발데마르 라모스 최악의 감독

        9대 황선홍 만세!!! 만세!!!

         10대 최진철 라모스 덕에 최악을 면한다

          11대 최순호 라모스, 최진철 덕에 최악을 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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