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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  미 』/『 등  산 』

네 번째 가는 북한산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12. 5.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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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는 날 방에서 뒹구는 게 싫어 어디든 가려고 한다. 지난 번, 남한산성은 북한산 가려다가 늦어서 다녀온 거였기에 북한산에 가기로 했다. 열 시에는 출발해야 하는데 술 먹고 늦게 자는 바람에 눈 뜨니 정오다. 부랴부랴 챙기는 와중에 엠피삼 플레이어가 PC와 싱크되지 않는 걸 발견했다. 어찌어찌 해보려 했지만 안 된다. ㅠ_ㅠ
더 늦어지면 안 될 거 같아 대충 마무리하고 챙겨 나왔지만 13시가 되어 버렸다. 너무 늦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가까운 곳에 달리 갈만한 장소가 떠오르지 않아 그냥 가기로 했다.

지하철로 서현 가서 9401 버스 타고 광화문까지 간 뒤 109 버스 갈아타서 갈 계획이었는데... 출발 시간이 늦다보니 버스로 이동한다는 게 좀 꺼려졌다. 결국 '에라~ 모르겠다' 하는 맘으로 차 타고 출발.

 

내비게이션에 '북한산' 찍으니까 뭔 아파트에, 식당에, 애먼 것들이 주르륵~ 뜬다. 몇 페이지 뒤로 넘어가서 '북한산 국립공원' 찍고 출발. 차는 막히지 않았다. 중간에 차선 바꾼다고 넘어가다가 다마스 들이 받을 뻔. 하필 사각에 있어서 미처 못 봤다. 다마스가 빵!!! 하는 덕분에 사고 면했다.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ㅠ_ㅠ

평일이라 그런지 주차장은 한산했다. 번호판 자동 인식이라기에 그냥 스윽~ 들어갔다. 차 세워두고 카메라 챙겨 출발~   김밥이랑 음료수 좀 사야 했는데 마땅한 가게가 눈에 띄지 않는다. '가다 보면 있겠지' 했는데... 없다. -_ㅡ;;;

 

어디로 가야 할 지 몰라서 안내도 한참 쳐다 보다가 옆에 있는 젊은 총각(국립공원 관련된 일하는 분인 듯)에게 물어보고 출발했다.

나란 사람, 진보/왼쪽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여러 가지 면에서 상당히 보수적이다. 어딘가를 가는 것도 한 번 간 길만 고집하는 성향이 있다. 다른 길을 선택하기보다는 처음에 갔던 길을 가는 거다. 북한산은 이미 여러 차례 다녀왔기에 새로운 길을 간다는 설레임 같은 건 전혀 없었는데... 우이동 코스가 아니라 국립공원 제 2 주차장 코스를 선택한 덕분에 다른 코스로 갈 수 있었다. 차 가지고 간 게 전화위복이 된 셈. 잡설이 길었다. 출발.

 

 

주차장에서 나와 왼 쪽에 보이는 길로 접어들면 가게 몇 개 보이다가 이 이정표가 나온다. 백운대가 목표였으니까 망설이지 않고 왼 쪽 선택. 이 때 이어폰 고무가 빠지는 바람에 왼 쪽 이어폰이 덜렁거리기 시작했다. 젠장... ㅠ_ㅠ

 

 

저 멀리 보이는 돌산. 기분이 상쾌해진다. 


 

깨끗하게 잘 정비된 길. 인공적인 느낌도 있지만 자연과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느긋한 마음으로 천천히 올라간다.

 

 

길 왼 편으로 계곡이 보인다. 물이 어찌나 맑아 보이는지, 당장 뛰어들고 싶더라. 여름에 이런 곳에 텐트 쳐놓고 야영하면 참 좋은데... (들어가면 안 됨. -ㅅ-) 

 

 

철로 된 길. 산에는 이런 길이 있어야... ㅋㅋㅋ 

 

 

뭐라고 쓰여 있는 건지... '일곱 칠'자 밖에 모르겠다. -_ㅡ;;;

 

 

폭포라 하기 민망하지만 그래도 시원하게 떨어지는 물줄기가 일품. 한 여름 땡볕 더위 속에서도 저 물 맞고 있으면 금방 시원해질 것 같다. 

 

 

문제의 갈림길. 길 따라 걷다 보면 여기가 나온다. 여기서 오른 쪽으로 가면 고양(맞나? 아무튼 경기도 어디) 쪽으로 가는 하산 길이다. 산에 가려면 왼 쪽, 그러니까 사진을 찍기 위해 내가 서 있던 곳 쪽으로 가야 한다. 난 바보 같이 반대 편을 선택해버렸다. -_ㅡ;;;

 

 

만든 지 얼마 안 되어 보이는 장승 부부.

 

 

엉뚱한 길로 가는 줄도 모르고 부지런히 셔터 눌러대며 걷는다. 

 

 

뭔 절도 나오고... 

 

 

반사경에 셀카도 찍고... 

 

 

뭔지 모를 옛 건물 사진도 찍으면서 걷다보니... 

 

 

반대 쪽으로 왔더라. -_ㅡ;;;
바로 돌아가야 하는데 내가 추월해 온 사람들이 내 뒤로 오고 있었기에 쪽 팔려서 바로 못 돌아가겠는 거다. 그래서 누군가 기다리는 척 하며 쭈뼛거리고 있었다. 사람들 좀 지나갔다 싶어서 걸어온 길 되짚어가려는데... 중학생 축구부로 보이는 한 떼가 우르르 몰려 올라간다. 마침 포항 저지 입고 있었던 덕분에 모두의 이목이 나에게 집중! -ㅁ-   결국 걔네들 보내고 좀 있다가 출발해야 했다. 바보 짓... 

 

 

아까 뒤통수 찍은 문의 정면을 다시 찍었다. ㅋㅋㅋ 

 

 

다 돌아왔다. 저 앞에 보이는 다리 건너 가면 된다. 여기 자판기가 두 대 있기에 비타민 음료 하나랑 탄산 음료 하나를 사서 가방에 넣었다. 안 사들고 갔으면 큰 일 날 뻔 했다. -ㅅ-

 

 

다리 이름 참 계몽스럽다. 

 

 

에? 2.3㎞ 밖에 안 된다고? 산에서의 이정표를 곧이 곧대로 받아 들이면 안 된다고 몸으로 깨우쳤지만 너무 짧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다. 

 

 

호젓한 산길. 이 산길을 양복 바지에 구두 신고 오르는 취객이 있었다. 무모한 건지, 대단한 건지. 하지만 오르다가 포기했는지 정상에서도, 하산 길에서도 보지 못했다. 

 

 

이정표가 자주 나와 길 잃을 염려는 없겠다 싶었는데... 오르면서 두 차례 헤맸다. -ㅅ- 

 

 

저 멀리 보이는 돌 산 정상. 최고봉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고만고만한 봉우리가 워낙 많아서. ㅋ 

 

 

그리 힘들지는 않은데 은근히 난이도 있는 길이다. 이 때까지는 그래도 널널했다. (앞으로 안 널널하다는 소리임. -ㅅ-) 

 

 

내가 찍은 사진인데 이 구도 안 나오면 섭섭하지. ㅋㅋㅋ  

 

 

여기서부터다. 여기 지나면서부터 말도 못하게 힘들어진다. 많은 산을 다닌 건 아니지만 그동안 올랐던 산의 난이도를 따져보자면 지리산이 A, 북한산은 B, 속리산은 C 정도 됐다. 그런데... 이 약수암 이후의 코스는 충분히 A를 받고도 남는다. 친한 선배의 아들은 태어나서 처음 간 산이 지리산이었기에 등산을 혐오하는 사람이 되어 버렸는데... ㅋㅋㅋ   아무튼, 이 약수암 이후의 코스는 혀 빼물고 헉헉거릴 수 밖에 없는 코스다.

 

 

한참을 힘겹게 오르면 이 계단이 나온다. 아직 다리에 힘이 남아 있다 생각했지만 후들거렸다. 

 

 

계단을 다 오르니 성벽에 나온다. 늘 반대 쪽으로 올라왔기에 여긴 어디인가 궁금했는데. 

 

 

백운대 정상에서 펄럭이고 있는 태극기. 

 

 

땀 흘리며 올라와 아래를 내려다 보며 느끼는 쾌감이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 잘 왔다. 잘 왔다. 

 

 

예전에는 여기 뭔가 있었던 것 같은데... 

 

 

암벽 등반하는 분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이제는 누가 하라고 하면 무서워서 손사례 칠 것 같다. ㄷㄷㄷ

 

 

스모그인지 황사인지, 아니면 그냥 안개인지 알 수 없지만... 뿌옇다. 

 

 

이 사진 찍고 나서 그늘로 내려가 쉬었다. 목이 무척이나 말라 사들고 간 비타민 음료를 다 먹고 말았다. 한 모금 정도 남겨 놓으려 했지만 실패. -ㅅ- 

 

 

그늘에서 쉬고 있는데 거미 두 마리가 엎치락 뒤치락 레슬링을 하고 있었다. 매크로 렌즈를 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응? 

 

 

보통은 지하철로 수유(3번 출구)까지 간 뒤 120번 버스 타고 종점까지 가서 올라간다. 버스 종점에서 출발하면 주변에 가게가 많아서 김밥이나 막걸리, 음료 따위를 넉넉하게 사들고 갈 수 있다. 이 코스는 크게 어렵지 않다. 다만 도선사까지 올라가는 길의 경사가 꽤 있어서 초반에 힘을 좀 써야 한다. 등산로 자체 난이도는 B.

제 2 주차장에서 출발하는 코스는... 초반에 고만고만하다가 약수암 지나면서부터 급 피곤해진다. 꽤 험하다. 지리산 생각나게 만들더라. 난이도 A.

백운대까지 오르는 길은 워낙 가파르고 험해서 등산 안 해본 사람이나 몸 약한 사람은 충분히 힘들 수 있다. 조심해서 올라가는 게 가장 중요하다. 멀쩡하게 내려오는 것도 중요하고.
6월에 한 번 더 다녀오자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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