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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뽀오츠 』/『 축  구 』

J2 리그 제13절, 교토 상가 FC vs 파지아노 오카야마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19. 5.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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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먼저 홈 팀인 교토 상가에 대한 이야기부터. 우리나라에는 교토 퍼플 상가로 알려져 있다(2007년에 팀 이름에서 퍼플을 떼어 냈다. 유니폼은 여전히 보라색이지만. -ㅅ-). 박지성 덕분에 우리나라에도 꽤 알려진 팀이지만 지금은, 뭐... J 리그 열심히 챙겨보는 사람들 아니면 잘 모른다.
    1996년부터 J 리그에 참가했는데 꼴찌. 다행히(?) 이 때에는 승강제가 없었다. 계속 하위권을 맴돌다가 2001년에 J2 리그로 떨어졌고, 그 뒤로 올라왔다 내려갔다를 반복하다가 2010년에 17등(18 팀 중) 하면서  2011 시즌부터 J2로 내려간 후 한 번을 못 올라오고 있다.

  • 홈 경기장인 니시 쿄 고쿠 육상 경기장은 한큐線 니시 쿄 고쿠駅에서 바로 갈 수 있는 곳에 위치하고 있다. 관광객들이 많이 가는 니시키 시장 근처의 가라스마駅에서 한큐線을 타면 5분만에 갈 수 있는 위치이긴 하지만, 유명한 한국 선수가 있는 것도 아니고, 다른 관광지가 근처에 있는 것도 아니라서 한국인이 경기 보러 가는 일은 거의 없는 듯. 실제로 네×버에서 '니시 쿄 고쿠' 로 검색해도 내가 블로그와 까페에 쓴 글 정도만 나오는 게 고작이다. -_ㅡ;;;
    교토 상가의 유니폼을 입었던 선수 중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선수는 누가 뭐래도 박지성일 것이고, 그 외에 김남일(김남일 선수가 고베에서 뛰어난 활약을 했었는데 당시 고베의 감독인가 코치가 교토의 감독이 되면서 전북에서 잘 뛰던 김남일이 뜬금없이 교토로 이적했었다.)황진성 등이 있다. 지금은 김철호 선수가 소속되어 있는데 백업 골키퍼라 경기에 뛰는 모습을 보는 것은 어렵다고 본다.

  • 나는 황진성 선수를 보기 위해 2015 시즌의 홈 개막전으로 보러 간 기억이 있다. 주빌로 이와타를 상대했었는데 형편없는 경기 끝에 졌었더랬다. 김남일 선수는 풀 타임을 뛰었지만 황진성 선수는 경기 종료 1분 전에 교체 투입되어 아무 활약도 할 수 없었다. https://pohangsteelers.tistory.com/1079
  • 다음은 파지아노 오카야마. 이 팀은 좀 특이하다. 처음부터 프로를 목표로 창단된 팀이 아니다. 구구절절 설명하면 복잡해지니까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자면, 동네 축구 팀으로 시작하여 동네에서 짱 먹고, 다른 동네 짱들이랑 붙는 리그에서 또 짱 먹더니, 노는 물의 규모를 점점 키워간다. 그렇게 해서 2009년에 J2 리그에 참가! 하지만 꼴찌. -ㅅ-   그 이후로도 TOP 5 안에 한 번도 들어간 적이 없는 수준이었고 최고 성적이 2016년에 기록한 6위(승격 플레이 오프에 진출하지만 세레소 오사카에 지면서 승격에 실패한다. -_ㅡ;;;).
  • 사람 인연이 참~ 희한한 게, 위에서 황진성 선수 보기 위해 교토 상가의 경기를 봤다고 했잖아? 황진성 선수는 그 시즌, 그러니까 2015 시즌 전반기만 교토에서 뛰고 후반기부터 파지아노 오카야마로 이적해서 뛰었다. 그런 이유로 오카야마 여행을 준비했지만, ㄷㄷㄱㄹ ×××이 내수 경기 활성화하라 했다는 이유로 해외 여행 승인이 안 나는 바람에 못 갔다(30만원 정도 날렸던 걸로… ㅽ). 실컷 여행 준비한 게 억울해서 2016년에 꾸역꾸역 오카야마에 가긴 했지만 그 때 황진성 선수는 성남으로 돌아간 뒤였다. -ㅅ-
    하지만 그렇게 오카야마에 간 덕분에 마사미 님을 알게 되어 지금까지 인연이 이어지고 있으니 전화위복이 된 셈.

  • 일본에 유학한답시고 온 후 지난 해 10월에 오카야마의 홈 구장에서 마치다 젤비아를 상대하는 걸 본 적이 있는데(https://pohangsteelers.tistory.com/1754), 하는 거 보니 J1은 절대 무리다 싶더라. 못 한다. 보고 있노라면 그 어떤 음료 없이 고구마 내리 10개를 먹은 듯한 답답함이 온 몸에 차오른다. 그래서 윤정환 감독이 세레소 오사카에서 쫓겨났을 때 파지아노 오카야마 감독 자리로 가면 정말 좋겠다 싶었는데... 뜬금없이 태국. -ㅅ-
  • 아무튼, 나는 오사카에 살고 있지만 일본에서의 고향이라 하면 단연 오카야마를 선택하는 입장인지라, 파지아노 오카야마가 교토까지 원정 온다는데 모른 척 할 수 없었다. 그래서 경기를 보러 갔다.
  • 미도스지線 타고 우메다까지 간 뒤 한큐線을 탔다. 특급이라서 빠르긴 하지만 특급은 니시 쿄 고쿠에 멈추지 않기 때문에 바로 앞 역인 가츠라에서 내려야 한다. 거기에서 준급 열차로 갈아탄 뒤 역 하나 가서 내렸다.

 

평소에는 한적하기 짝이 없는 자그마한 시골 역

 

 

교토 가와라마치까지 가는 고구마 껍데기 색 한큐線을 타면 경기장까지 갈 수 있다.

 

 

교토 → 오사카 가는 쪽은 내려서 돌아가야 했는데 오사카 → 교토 가는 쪽은 바로 경기장까지 갈 수 있었다.

 

 

역 앞의 노점들을 지나 경기장을 한 바퀴 빙~ 돌아 원정석 쪽으로 갔다.

 

 

너무 허름해보여서 QR 코드로는 입장 안 되는 거 아냐? 표 사는 곳에서 종이 표로 바꿔 와야 되는 거 아냐? 하는 걱정이 들었다. 입구에서 직원한테 물어봤더니 된다고 해서 바코드 인식기에 손전화 들이댄 뒤 들어갔다. 보통은 재입장할 때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영수증 뽑아 주는데 그런 것도 없더라.

안으로 들어갔더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오카야마 팬들이 와 있었다. 예상보다 열 배 정도 많았던 것 같다. '이렇게나 많이?' 하고 놀라지 않을 수 없을 정도.

 

 

 

지붕도 없고 당최 땡볕을 피할 수 있는 자리가 없다. 그나마 전광판 그늘에 숨는 게 가능한 곳은 빈 자리가 없었다. 그냥 땡볕에 앉기로 하고 맥주 사려 나갔는데… 없다. 매점이 없다. 화장실 뿐이다. 아… 진짜 열악하다. 중간 중간에 맥주(600円) 파는 처자, 츄하이(400円) 파는 처자, 음료수(200円) 파는 처자들이 오긴 했지만 일일이 불러서 사먹는 것도 일이다. 밖에 나가서 사들고 오면 되는데 언제 노점까지 가서 먹을 거 사들고 오냐고. 귀차니즘이 배고픔을 이겨버렸다.

 

 

트랙이 있는 경기장 치고 뷰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하프 라인 넘어가면 뭔 상황인지 잘 안 보인다.

 

 

교토 상가의 선수단 버스. '한국보다 먼 거리를 다녀야 하는 일본인데 버스로?' 라는 생각을 했다.

 

 

날씨는 정말 좋았다. 완전히 여름. 뒷자리에 앉은 일본인들도 연신 덥다, 덥네, 더워라고 투덜거렸다.

 

 

경기 전에 선수들이 몸 풀기 위해 나왔다. 서포터들에게 인사하러 오는데...

 

 

태극기 등장! 응? (그 옆의 전범기… 얘들은 확실히 전범기에 대한 인식이 전혀 없다. -ㅅ-)

 

 

파지아노 오카야마에는 한국인 선수가 네 명 소속되어 있다. 40번 달고 있는 골키퍼 이경태 선수. 20번 달고 있는 수비수 최정원 선수. 29번 달고 있는 미드필더 유영현 선수. 그리고 9번 달고 있는 공격수 이용재 선수다. 이 중 가장 유명한 선수는 이용재 선수. 지난 달에 다섯 경기에서 네 골을 넣으면서 이 달의 선수에 뽑히기도 했다. 검색해봤더니 포철공고 출신이었다. 더 반갑네. ㅋㅋㅋ

대한축구협회의 우수 선수 해외 연수 프로그램에 선발되어 잉글랜드의 왓퍼드 유소년 팀에 들어간 뒤 프랑스의 여러 팀에서 뛰다가 J 리그로 왔다. J 리그에서의 첫 팀은 V-바렌 나가사키였고 교토 상가를 거쳐 오카야마로 옮긴 것이 2018년. 오카야마에서 활약이 좋아 인기가 많다. 별도의 선수 응원까지 있더라. 자리에 앉았다가 벌떡 일어나면서 이~ 용재! 하고 외치는 걸 여러 번 반복하는 건데 신기하기도 하고 재밌기도 하고.

 

 

 

선수들이 몸 풀러 입장한 후 오카야마 서포터 쪽에서 먼저 응원을 시작했는데 잠시 후 교토 쪽에서도 응원을 시작하더라. 그런데 노래 가사에 자꾸 오카야마가 등장하더라고. 오카야마 뭐라~ 뭐라~ 하는데 주변에서 피식~ 거리면서 웅성거리기도 하고 오카야마가 들어갈 부분에 교토를 넣어 따라 부르는 걸로 봐서는 비아냥대거나 까는 내용이 아닐까 싶다. 가뜩이나 짧은 일본어인데 저렇게 단체로 노래 부르면 당최 못 알아듣겠다. 아무튼... 일본에서 저렇게 상대 팀 까는 응원은 처음 봤다. 아마 오카야마 따위가~ 라던가 오카야마, 지러 왔냐~ 뭐 이런 식이겠지.

 

 

무더운 날씨인데 교토의 팬들이 많이도 들어왔다. 이 날 관중은 9,107명. 2부 리그라는 걸 감안하면 대단한 거다.

└ 남패 vs 수원 - 3,668명 경남 vs 강원 - 3,421명 자판기 vs 전북 - 11,021명 (인구는 일본이 한국의 2배 이상)

 

 

트랙 바로 뒤에 의자 갖다 놓고 그 자리를 비싸게 판다. 우리나라의 가변석 같은 건 볼 수가 없다.

 

 

몸을 푸는 선수들. 우리나라보다는 훨씬 자유로운 분위기다. 말 그대로 몸 푸는 수준.

 

 

전광판을 보고 뭔가 위화감을 느꼈는데...

 

 

컬러였다!!! 2015년에는 주황색 달랑 하나 나오는 수준이었는데!!!

 

 

날씨 끝내 주시고

 

 

낡은 경기장이라 스프링 쿨러 같은 게 필드에 숨겨져 있지 않다. 이런 식으로 물을 뿌린다.

 

 

그냥 앉아만 있어도 더운데 필드에서 뛰는 선수들은 오죽할까.

└ 시작한 지 5분 지났는데 공 나가니까 물 마시기 바쁘다.

 

 

저건 대체 뭐하는 용도인고? 이 날씨에 저기 앉으면 타 죽을 거 같은데. -ㅅ-

 

 

특별석 같은 곳. 유니폼 입은 처자가 먹을 것도 가져다 주고 한다. 성남에서도 본 적이 있다.

 

 

리사이즈 해서 잘 안 보이는데, 뭔가 김성수(COOL) 닮은 듯한 카메라 아저씨. ㅋㅋㅋ

 

 

에? 예전에도 이런 거 있었던가?

 

 

 

 

꼬맹이들에게 엄청난 인기가 있었던 교토의 마스코트. 공교롭게 파지아노 오카야마의 마스코트도 새다.

└ 예전에 내가 저런 알바할 때에는 얼음 조끼가 고작이었는데 요즘은 냉풍기 달린 옷 입고 들어간다더라.

└ 하지만 그런 거 아무리 입는다 한들 저 내부는 불지옥이다. 인형은 웃고 있지만 사람은 죽어가고 있다.

 

 

하늘은 파랗고,

 

 

바람 한 점 없다.

 

 

경기는... 오카야마가 졌다. 전반 시작하자마자 교토가 박스 가운데에서 프리킥을 얻었고, 교토의 킥은 오카야마의 벽에 막혔다. 튀어나온 공을 다시 찼는데 이게 하필이면 오카야마의 수비 선수 맞고 굴절되어 골키퍼가 손 쓸 수 없게 되어 버렸다. 시작하자마자 자책 골.

그 후에도 계속 교토의 분위기였다. 교토가 미드필더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했고, 중앙에서 볼 배급하는 선수가 좌우로 크게 크게 잘 벌려 주더라. 측면으로 크게 띄워주는 패스가 정확하게 연결되어 몇 번이나 오카야마를 위협했다. 보통은 경기 중에 흐름이 몇 번 넘어가고, 넘어오고 그러는데 그냥 주야장천 교토의 분위기였다.

 

후반 들어 뭔가 달라진 분위기가 느껴지더라니 오카야마가 반격하기 시작했고, 기똥차게 올라온 크로스를 이용재 선수가 헤더, 동점 골이 터졌다. 서포터들 앞으로 달려와 셀러브레이션 하는데 어찌나 뿌듯하던지. 오카야마 서포터들은 신나서 이용재 개인 응원하고. ㅋㅋㅋ

 

하지만 어영부영하다가 추가 실점해서 결국 졌다. 오카야마는 예전보다 움직임이 나아지긴 했는데, 그래도 못한다. 지금까지 봤던 모든 오카야마의 경기 중 가장 낫지 않았나 싶긴 하지만 못하는 건 못하는 거지. 특히나 전반은 엉망진창이었다.

 

 

지고 나서 서포터들에게 인사하러 온 선수들. 서포터들은 끝까지 노래하고 박수치며 격려해주더라.

 

 

이 날 수비에서 활약이 컸던 최정원 선수. 옆에 있던 쇼헤이 선수는... 구멍 of 구멍. 미숙한 게 한, 둘이 아니다.

 

 

 

  • 더워서 너무 힘들었다. 두 시간을 땡볕 아래에서 봤으니까. 거기에다 하루종일 밥 굶고, 뭔가 마시지도 못했으니.

 

  • 오카야마의 응원은 기존에 내가 알던 것과 비슷한 곡들이 많아서 재미있었다. 대~ 한민국 박자에 맞춰 오~ 카야마를 외치는 것도 있고, 포항과 같은 노래도 많았다. 나도 모르게 박자에 맞춰 작은 목소리로 응원을 따라 했다. 다음에는 술 좀 집어넣고 맛탱이 가서 같이 응원하고 그랬음 좋겠다.

 

  • 우리는 선수 콜 할 때 황진성! 짝짝짝! 황진성! 짝짝짝! 황진성! 짝짝짝! 이 박자로 가는데 일본은 선수 이름이 네 글자 이상인 경우가 대부분이니까... 이용재를 외칠 때 성을 길~ 게 늘려 외치더라. 이이이이~ 용재! 이렇게. 적응이 안 됐다. ㅋ

 

  • 파지아노 오카야마가 성적 좀 내서 1부 리그 올라오면 참 좋을텐데... 하는 거 보면 올라오는 건 무리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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