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간사이 - 03 : 니시 쿄 고쿠 종합 운동장(교토 상가 vs 주빌로 이와타)

미리 계획한 일정

실제 움직인 경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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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pohangsteelers.tistory.com/1078　- 02 : 인천 공항 → 간사이 공항

http://pohangsteelers.tistory.com/1079　- 03 : 니시 쿄 고쿠 종합 운동장(교토 상가 vs 주빌로 이와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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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pohangsteelers.tistory.com/1081　- 05 : 우타노 유스 호스텔

http://pohangsteelers.tistory.com/1082　- 06 : 토롯코 열차

http://pohangsteelers.tistory.com/1083　- 07 : 호즈강 급류 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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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pohangsteelers.tistory.com/1085　- 09 : 마쓰오 신사

http://pohangsteelers.tistory.com/1086　- 10 : 료안지(용안사 - 석정)

http://pohangsteelers.tistory.com/1087　- 11 : 킨카쿠지(금각사)

http://pohangsteelers.tistory.com/1088　- 12 : K's House

http://pohangsteelers.tistory.com/1089　- 13 : 후시미이나리(여우 신사)

http://pohangsteelers.tistory.com/1090　- 14 : 교토 역

http://pohangsteelers.tistory.com/1091　- 15 : 니조조(이조성)

http://pohangsteelers.tistory.com/1092　- 16 : 교토 국제 만화 박물관

http://pohangsteelers.tistory.com/1093　- 17 : 교토 고쇼

http://pohangsteelers.tistory.com/1094　- 18 : 키요미즈데라(청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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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pohangsteelers.tistory.com/1107　- 29 : 난바 워싱턴 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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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자주색이라 해야 하나?　그 뭣이냐, 고구마 껍데기 색깔.　그 색깔의 한큐 전철은 뭔가 고풍(?)스러운 맛이 있다.　우메다가 출발역이어서 어렵잖게 앉아서 출발.　이내 사람들이 들어차기 시작하고, 옆 자리에 모녀가 앉았는데 딸내미가 아주 난리법석이다.　주변 사람들에게 폐 끼치는 걸 굉장히 싫어하는 일본 사람들이라 알고 있었는데 애가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난리도 아니다.　눈살을 찌푸릴 정도로 싫은 건 아니었지만 생각했던 일본 사람과는 다른 분위기여서 속으로 좀 놀라긴 했다.

니시 쿄 고쿠 역에 내려 밖으로 나갔다.　왼쪽으로 가냐 오른쪽으로 가냐 고민하는데 트레이닝 복을 입은 한 무리가 오른쪽에서 걸어 나오기에 저 쪽이다! 싶어 그 쪽으로 갔더니...

길을 제대로 찾았다.　ㅋ

정말 짧은 건널목인데도 자원 봉사자로 보이는 노인 두 분이 오가는 차를 막으며 보행자 안전을 확보해주었다.　교토는 저런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는데 자원 봉사자였다면 그건 그것대로, 만약 유급으로 일하는 거였다면 그건 또 그것대로 무척이나 부러운 모습이었다.

그렇게 천~ 천~ 히 걸어가니 경기장 정문이 나왔다.　한글로 '스타디움 안내'라고 쓰여 있어서 더욱 반가웠다.

가족 단위의 팬들도 많았고 연인끼리, 친구끼리, 참 많은 사람들이 경기장을 찾아가고 있었다.　2부 리그 팀의 경기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였다.　무척이나 부러웠다.

경기장 가는 길에 가장 먼저 등장한 주빌로 이와타의 굿즈 판매점.　원정 팀의 굿즈를 판매하다니, 우리나라 경기장에서는 단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따바레즈에 밀려 거의 출장하지 못하던 시절부터 팬이었던 황진성 선수.　교토에서도 8번을 달고 있다.

2002 한일 월드컵의 영웅 김남일은 일본에서도 인지도가 상당하다.　교토의 주력 선수로 홍보하고 있었다.

한편에서는 흐린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뭔가 뒤집어 쓴 이들이 바글바글한, 유쾌해 보이는 행사가 진행 중.

우리나라의 경기장은 매표소가 따로 있는 반면에, 일본의 경기장은 매표소가 따로 있지 않다.　지난해에 갔었던 나가이 육상 경기장(세레소 오사카)도 그랬고 이 날 찾은 니시 쿄 고쿠 종합 운동장(교토 상가)도 그랬다.　천막을 쳐서 표를 판매하고 있었는데 어찌나 사람이 많은지 정신이 없어서 표 파는 곳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마침 인포메이션이라고 써 붙여 놓은 곳이 보였고 거기 있는 처자가 꽤나 예뻤기에...　-ㅅ-　　　쫄랑쫄랑 가서 일본어를 하지 못한다고 일본어로 얘기하고 표 어디서 사냐고 영어로 물었다.　참한 처자는 당황하지 않고 씨익~ 웃더니 직접 표 파는 곳까지 안내해줬다.　착하기도 하여라.　ㅋㅋㅋ

표를 구입하고...　시간이 남아 교토 상가 굿즈를 구입하려고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실은 배가 고파서 뭔가 먹고 싶었는데 음식 파는 포장마차마다 줄이 어마어마해서 엄두를 못 냈다.　출발 전에는 좀 무리가 되더라도 교토 상가 홈 저지를 사려고 했는데 막상 가서 보니 사진으로 보던 것과는 다르게 좀 촌스러운 느낌이랄까?　결국 저지는 사지 않고 Pride of Kyoto라고 쓰여 있는 머플러만 하나 샀다.

이 날 나는 8번과 황진성 이름이 마킹된 포항의 홈 저지를 입고 갔었는데 내 예상과 다르게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꽤나 알아볼 거라 생각하고 갔는데 말이다.　하긴...　교토가 ACL 근처에도 못 간 지 꽤 되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할지도.　-ㅅ-　　　그래도 전혀 없지는 않아서 '스티라스(Steelers)' 어쩌고 하는 소리가 몇 번 들리긴 했다.

애초에 내가 예상한 그림은 텅 빈 관중석에 홀로 서서 황진성을 외치는 모습이었는데...　경기장에 어찌나 사람이 많은지, 앉을 자리를 찾아 헤매야 할 지경이었다.　나중에 집계 결과가 나왔는데 16,920명이 왔다고 한다.　홈 개막전이긴 하지만 정말 엄청난 인파.　우리나라 2부 리그 팀 홈 개막 경기에 만 명 이상이 올 수 있을까?

한 쪽 구석에는 주빌로 이와타의 원정 팬들이 와 있었다.　홈 팬들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한 블록은 비워두고 그 다음 블록부터 홈 팬들을 앉혔다.　교토 상가 서포터들의 ⅓에도 미치지 못할 소수였는데도 어찌나 열심히 응원하던지, 나도 모르게 따라서 흥얼거리게 되더라.　대부분의 응원이 우리와 유사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ㅋㅋㅋ

화려한 동영상이 쉬지 않고 나오는 전광판 보다가 이렇게 단색으로만 나오는 전광판 보니 뭔가 이상한 기분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전북이 이미 잘 입증하고 있는데, 투자 없이는 성적을 낼 수 없다.

2부 리그 경기인데도 엄청난 사람들이 찾아왔다.　 K 리그 클래식도 만 명 넘기지 못하는 경기가 수두룩하다는 걸 감안한다면 실로 대단한 인기다.

날씨가 꾸리꾸리해서 일부 조명이 들어온 상태

원래 있는 건지, 개막 경기에 맞춰 연습 시킨 1회성 이벤트인지 모르겠지만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여학생 무리가 떼로 나와 엄청난 군무를 선보였다.　애들이라고 무시하기 어려울 정도로 딱딱 맞아떨어지는 게, 연습 어지간히 했구나 싶더라.　퇴장할 때에도 교토 상가 서포터들 앞 쪽을 지나면서 열심히 손 흔들고 나가는데...　참 보기 좋더라(아니, 그 므흣한 이미지 말고!　건전한 사람이라고, 나!)

한 쪽 구석에서 열심히 기를 흔들던 아저씨 팬

남학생 한 무리와 여학생 한 무리가 각각 대각선으로 ×자를 만든 가운데 선수 소개가 시작되었다

교토 상가의 2015 시즌 핵심 선수로 소개되고 있는 김남일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선수 황진성

통천까지 끌어올리며 선수들을 격하게 환영하는 교토 상가 서포터들

일반석 맨 앞에도 응원을 유도하는 사람이 있어서 서포터들에 맞춰 호응을 이끌어냈다.　이런 건 참 부럽고 우리도 따라해야 할 부분이 아닌가 싶다.　축구장을 찾는 팬들 중 경기 내용과 결과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일상의 스트레스를 풀고자 함이 크지 않을까 싶다.　주위 사람들과 같은 팀, 같은 선수를 응원하며 소리 지르고 박수 치면서 스트레스를 날려 보내는 기분, 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포항의 경우 치어 리더가 응원을 유도하는데 대부분 단발성 응원 내지는 서포터들과 손발이 맞지 않는 응원이라 아쉽다.　함께 소리 치고 움직이는 응원이 가능하다면 참 좋을 텐데 말이다.

김남일 선수는 선발로 나왔고...　황진성 선수는 트위터로 미리 알려준 것과 같이 서브로 시작했다.　교토 축구는...　좀 한심스러웠다.　주구장창 전방을 향해 띄워대는 플레이 뿐이었다.　잘게 썰어 나가는 패스는 전혀 없었고 오로지 앞을 향해 뻥~　　　김남일 선수가 중앙에서 경기를 조율하는 듯 했는데 컨디션이 좋아보이지는 않았다.　잔 실수도 많았고 그닥 좋은 패스도 나오지 않았다.

더구나 상대 주빌로 15번 선수에게 왼쪽(교토 입장에서는 오른쪽)이 번번이 뚫렸다.　그것도 속수무책으로.　집에 와서 검색해보니 아다일톤(일본에서는 발음 때문인지 아다이우톤으로 부르는 것 같다)이라는 브라질 선수인데...　정말 빠르더라.　이 선수가 교토 수비진을 허물 때마다 이와타 서포터들이 '마사히토'를 외쳐대서 '흑인으로 보이는데 일본 이름이라니, 귀화 선수인가?'라고 생각했는데...　주빌로 이와타 홈페이지를 찾아보니 마사히토라는 이름을 가진 선수도 없고 아다일톤은 본인 별명이 아다(-ㅁ-)라고 했네.　대체 마사히토는 왜 외친 거지?

설마...　아다이우톤! 이 내 귀에 마사히토로 들린 것인가!!!　그...　그럴수도...　필름을 휘루무, 빌딩을 비루딩, 핫 커피가 호또 코히가 되는 일본이라면...

경기장에는 처자들이 유니폼을 입은 채 맥주와 주스를 팔고 있었는데 화장실 가는 것 때문에 최대한 참다가...　전반에 두 방 얻어맞고 0 : 2 로 끌려가는 거 보고 속 터져서 500엔 주고 맥주 하나 달라고 해서 마셨다.　결국은 일본 땅 밟고 처음 먹는 게 또 맥주고나.　-ㅅ-

낡은 경기장인 걸 감안하면 제법 괜찮은 화장실이다

이와타는 원정 경기에서 두 골을 먼저 넣은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내려앉지 않고 더욱 공격적으로 나섰다.　교토가 시종일관 밀렸고 안타깝게도 김남일의 플레이 역시 썩 좋지 못했다.　후반전에도 교토는 별 힘을 쓰지 못했고...　경기 상황을 트위터로 중계(?)하던 중 황진성 선수의 아내로부터 멘션이 왔다.　교토 경기 내용을 알고 있는 것 같은데 중계 볼 수 있는 데가 있냐고.　축구 보러 교토 왔댔더니 무척이나 반기시네.　트위터로 틈나는 대로 수다 떠는 와중에 경기 종료 시간이 다가왔고...　감독은 경기 종료 1분을 남기고 황진성을 투입했다.　황진성 선수 아내 말로는 훈련 중 입은 부상이 재발할까봐 감독이 조심한다는데, 지고 있는 팀이 경기 종료 1분 남기고 교체하는 건 바보짓이지.　-ㅅ-　　　아무튼...　황진성 선수는 뛸 수 있는 시간이 워낙 짧았기 때문에 큰 활약을 하지 못하고 경기를 마쳐야 했다.　교토 상가의 완패.　포항 경기는 어찌 되었나 확인했더니 자판기한테 2 : 4로 개작살났네.　'하필이면 울산 따위에!'라며 부들부들 떨고 있는데 신화용 대표팀 물 건너갔다는 덧글 보고 짜증 대폭발!!!　카아악!!!

우리나라의 경우 상대 팀에 대한 인사는 하프 라인에서 조금 더 걸어간 지점쯤에서 꾸벅 정도로 하고 마는데 교토는 주빌로 이와타 서포터들 있는 쪽까지 가서 거기서부터 트랙을 돌며 팬들에게 인사를 하더라.　홈 개막이라 그랬는지, 져서 미안해서 그랬는지.　아무튼...　경기에 졌지만 선수들 가까이에서 보려는 팬들이 꽤 있었다.

경기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빗방울이 떨어지기에 가방에 방수 커버 씌우면서 패딩을 꺼내 입었었는데 냅다 벗어던지고 포항 저지 입은 채로 앞으로 뛰어갔다.

혼자서 황진성!　황진성!!　황진성!!! 하고 선수 콜 하니까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다 쳐다보고...　황진성 선수도 보고 손을 올려 박수 쳐주고...　김남일 선수는 피식~ 웃고.　그래서 김남일 선수한테도 김남일 잘했다! 하고 소리쳐주니 역시나 박수와 목례로 응답해주었다.　아침 비행기로 가서 축구 보고 저녁 비행기로 돌아오는 엄청난 열성의 팬은 아니지만, 여행 일정에 꾸역꾸역 축구를 넣을 정도의 팬이 응원하러 왔다는 사실이 두 선수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

아, 그리고...　황진성 선수 아내에게 카톡 아이디를 알려드렸더니 황진성 선수에게 전달한 모양이다.　황진성 선수가 식사 대접하고 싶다며 카톡을 보내왔는데 어쩐지 뻘쭘한 자리가 될 것 같아 고사했다.　좋아하는 선수와 즐기는 저녁 식사라니, 꿈만 같은 자리겠지만 어색하다면 한참 어색한 자리가 될 것 같아서...　고민을 많이 하다가 어렵사리 사양했다.　ㅠ_ㅠ

여행 정보

• 일본 프로 축구는 우리보다 입장료가 비쌉니다.　2부 리그 자유석이었는데 현장 구입이 25,000원 정도였습니다.　인터넷으로 예매하거나 편의점의 자동화 기기로 구입하면 좀 더 싸긴 한데 일본어가 능숙하거나 현지 머물고 있는 상태가 아니라면 아무래도 어렵습니다.

• 경기장 앞에 표 파는 곳, 굿즈 파는 곳, 음식점 등이 전부 천막 형태의 임시 부스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조금 정신없고 시장통 같은 분위기입니다만...　가보면 또 나름 즐겁기도 합니다.

• 일본 팬들은 우리나라 팬들보다 리액션이 확실히 얌전합니다.　크로스바를 넘어가는 슈팅에 안타까워서 아악! 했더니 옆에서 웃고 난리더고만요.　ㅋㅋㅋ

• 최근의 김현회 칼럼에서도 언급되었습니다만, 일본 선수들은 확실히 공을 예쁘게 찹니다.　좀 안 좋게 얘기하면 엄청 몸 사립니다.　그러니 터프한 우리나 중국 선수들 만나면 픽픽 쓰러지기 일쑤.　경기가 아기자기하긴 한데 뭔가 힘있게 진행되는 느낌은 없습니다.

• 경기장 안에서도 야끼소바나 타코야끼 등 다양한 음식을 팔고 간단한 음료와 맥주는 처자들이 돌아다니면서 팔고 있습니다.　맥주는 500엔, 음료는 200엔입니다.　츄하이(알콜 3% 내외의 음료 맛 나는 술 같잖은 술)도 팔고 있더군요.

• 경기장이 있는 니시 쿄 고쿠 역은 한큐線만 갑니다.　버스나 다른 교통 수단으로 이용하는 건 조금 어려운 위치입니다.　니시 쿄 고쿠는 준급만 정차하고 준급 이상(특급 / 통근 특급 / 쾌속 급행)은 다 그냥 지나가버리는 작은 역입니다.　특급 등의 열차를 타고 있는 상황이라면 한 정거장 전인 카츠라 역(桂)에서 내려 준급으로 갈아타야 합니다.　한큐線의 종류에 대해서는 다음 링크를 참조하세요.

• http://ko.wikipedia.org/wiki/%ED%95%9C%ED%81%90%EC%A0%84%EC%B2%A0#.EA.B5.90.ED.86.A0_.EC.84.A0_.EA.B3.84.ED.86.B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