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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장일기 』594

2023년 11월 18일 토요일 맑음 (추움/요양 종료) 비 온다더니 비는 안 오고, 눈이 조금 내린 모양이다. 좀처럼 눈 보기 어려운 동네인데다 올 겨울은 추울 거네, 안 추울 거네, 워낙 말이 다르니 갈피를 못 잡겠다. 아침에 유난히 일어나기 싫은 걸 보니 춥긴 추운 모양이다. 보일러의 힘을 빌리지 않아도 전혀 추움을 느낄 수 없는, 안에 뭐가 들어있나 궁금한 최강의 이불이 있긴 한데 좀 더 추워질 때 쓰려고 봉인 중이다. 인터넷에서 1+1으로 파는 이불을 사서 그걸 덥고 자는데, 털이 엄~ 청나게 빠진다. 마치 개 키우는 집구석처럼 되어가고 있다. 집은 좁은데 자~ 꾸 뭘 사질러대서, 써서 없어지는 게 아니면 사지 말자고 수도 없이 다짐했건만, 그 다짐은 개나 줘버리고 커피 머신을 사버렸다. 회사에서는 드립백으로 두 잔씩 내려 마시고, 집에서 쉬는 날에도.. 2023. 11. 18.
2023년 11월 13일 월요일 맑음 (없는 동력을 끌어올려 살림하는 날) 알 수 없는 흐름으로 요즘 미스터리 어쩌고 하는 영상을 주로 보고 있다. 예전에 『 신비한 TV 서프라이즈 』를 통해 알게 되었던 빌리 밀리건에 대한 영상을 다시 볼 수 있었다. 검색해보니 인격이 스물네 개였다고 한다. 처음 발견된 게 열 개, 추가로 발견된 게 열네 개. 다행히 나는 온전히 나란 사람으로 살고 있지만, 빌리 밀리건에게 여러 개의 인격이 돌아가며 나타난 것처럼 우울증의 증상이 돌아가면서 나타나고 있다. 이번 턴(?)에 가장 심하게 드러나는 건 무기력. 네일베에서 검색해보니 기력(氣力)이라는 건 '일을 감당(堪當)해 나갈 수 있는 정신(精神)과 육체(肉體)의 힘'이라고 나온다. 그렇다면 내가 앓고(?) 있는 증상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 나는 무동력이라고 하는 편이 맞지 않을까 싶다. 움직일.. 2023. 11. 13.
2023년 11월 05일 일요일 비옴 (………) 세 번째 병가. 나의 우울함을 극한으로 끌어올리는 원인이 되는 AH 77I 는 유유자적, 내가 어떻게 되거나 말거나 여전히 똥 싸지르고 자빠졌는데, 정작 뒤치다꺼리하는 내가 돈과 시간을 까먹으며 도망치는 중이다. 정말 부당하다 생각하는데, 위에서 제대로 조치를 해줬으면 좋겠는데, 이 썩은 조직에 기대할 수가 없다. 다들 얼마 안 남았으니 그러려니 하고 참자는 분위기고, 할 말 하는 나한테 예민하다, 까탈스럽다, 참고 넘어갈 만 하건만... 따위의 소리를 한다. 기본 업무조차도 제대로 못하면서, 그걸 나무랬더니 그게 뭐가 중요하냐는 궤변이나 늘어놓는 작자를 옹호한다. 이 조직은, 분명 잘못됐다. 개가 짖어대기에 개소리하지 말라 했더니 문다. 그걸 보면서 그냥 참으라고 한다. 맘 같아서는 발로 냅다 갈겨버렸.. 2023. 11. 11.
2023년 11월 04일 수요일 맑음 (포항 FA Cup 우승!!!) 세 번째 병가를 썼다. 본인 질병을 사유로 휴가를 쓸 수 있는 게 1년에 30일이다. 보통의 ○○○들은 60일인데 우리는 ○○ 규정에 맞춰 30일이란다. 실제로 휴가를 신청하는 인트라넷에서 확인했더니 총 30일 중 10일 남았다고 뜨더라. 60일이냐 vs 30일이냐, 주말을 포함하느냐 vs 포함하지 않느냐가 애매했는데 30일이고 포함하지 않는다(내리 30일을 쓰지 않는 경우)는 답변을 들었다. 그걸로 충분하다 생각했는데, 또 물고 늘어진다. 예를 들어 팔이 부러진 경우, 수술하는 데 3일이 걸렸다면 3일만 쉬고 출근해야지, 팔 부러진 게 나아지기를 바라며 집에서 쉬는 일주일이 더해지면 안 된다는 거다. 실제로 외과 수술을 받은 사람이 30일을 내리 휴가 신청했다가 욕 얻어먹은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나.. 2023. 11. 4.
2023년 11월 01일 수요일 맑음 (까닭 없이 힘든 날) 뻔하디 뻔한, 너무 상투적인 말이지만, 벌써 11월이다. 매년 11월 1일이 되면 똑같은 생각을 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건 '곧 생일이고나.' 정도? 무력감이 커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요즘이다. 억지로 힘을 내보려고 하는데, 쥐어짜는 건 한계가 있다. 스스로 즐겁지 않으니까 뭘 해도 시간 낭비라는 생각이 드는 거다. 그래서 억지로 힘내지 말자고, 그냥 널부러져 있자고 타협하지만, 정작 그렇게 시간을 보내면 스스로가 한없이 한심하게 느껴진다. 지난 주에 이것저것 잔~ 뜩 질러버린 덕분에, 화요일에 택배 폭탄을 맞았다. 세 번에 나누어 집으로 옮겼고, 거실은 택배 상자로 가득 찼다. 내 앞으로 온 게 맞는 지 확인을 하고, 내용물을 확인한 뒤 상자를 뜯고, 상자를 펼쳐 재활용 쓰레기로 버릴 준비를 하고.. 2023. 11. 1.
2023년 10월 29일 일요일 맑음 (하루종일 방에서) 하루종일 집에만 있었다. 밖에 나가지 않았다. 일요일이니까. 예전 일요일은 뭔가, 일요일스러운 분위기가 있었다. 아침 일찍 문 열던 가게도 셔터가 내려져 있고, 길에 보이는 사람도 없고, 마치 지금의 유럽처럼. 요즘은 24시간 영업하는 곳도 많고 일요일에도 아침 일찍 문 여는 가게가 많지만 예전에는 남들 쉴 때 쉰다는 분위기였다. 이 동네는, 실로 오랜만에 일요일 같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서 좋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월세가 비싸다. 그나마 사람답게 살 수 있었던 집을 얻었던 게 ㄱㅈ 살 때와 ㅍㅌ 살 때였다. 두 곳 모두 전세 1억 짜리였다. 당연히 내 돈은 아니었고 은행에서 빌려서 집을 얻었더랬다. 요즘은 전세 사기가 워낙 심하니 엄두를 못 내겠다. 실제로 저 두 곳에서도 이사 나올 때 쉽지 .. 2023. 10.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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