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간한 눈치가 있다면 영화 초반부가 지나고 중반부 접어들면서 대략의 스토리를 눈치 챌 수 있겠습니다만, 혹시 모를 수도 있는 거고... 아무튼... 영화 관람에 심각한 태클이 될만한 스포일러를 포함(이라 했지만 스토리 언급하며 다 까발림)하고 있으니 아직 영화를 관람하지 않았거나 제대로 즐기고자 하는 분이라면 읽지 않으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여자들이 잇달아 실종된다. 경찰은 범인의 윤곽조차 그려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 적당히 짬 찬 형사 태수는 빈둥거리다 우연히 뺑소니 현장에 가게 되고 피해자라 해도 무방한 쪽이 도망을 갔다는 것에 의심을 품고 뒤를 쫓는다. 이내 용의 차량을 발견한 뒤 차를 뒤지다 의심 가는 점을 발견. 알고보니 그 놈이 여성 연쇄 실종 사건의 범인이었다.
큰 사건 해결했다며 득의양양한 태수. 그러나 범인 강천이 가장 마지막에, 그러니까 태수한테 잡히기 바로 전에 죽인 여자가 태수의 동생인 수경이었다. 분노한 태수는 범인에게 수경의 사체 행방을 묻지만 범인은 입을 다물고... 큰 충격을 받은 수경의 남편 승현과 왕래를 끊은 채 태수는 태수대로 살아간다.
폭력배 두목이 피살 당하는 사건이 벌어지고 이를 조사하던 태수는 죽은 놈이 전 두목인 명수를 밀고한 뒤 그 자리를 차지했다는 걸 알게 되어 사형 선고를 받고 복역 중인 명수를 찾아간다. 모친의 사망으로 외출을 나갔던 명수는 그 때 승현을 만나고. 승현은 명수에게 자신의 부하들의 밀고로 사형 선고 받은 사실을 알려주며 자신이 부하들을 죽여줄테니 사형 선고를 받고 복역 중인 강천에게 테러를 가해달라 부탁한다.
목욕 중 명수로부터 공격 받은 강천은 병원으로 실려 가고. 화재를 꾸민 승현은 119 구급 대원으로 변장해서 강천을 빼돌려 죽은 수경의 행방을 다시 묻는다. 강천은 마지못해 가르쳐주는 듯 하다가 반격을 가해 승현을 죽이고, 뒤늦게 이를 알고 쫓아온 태수에 의해 죽는다.
주절주절 써놓으면 그저 그런 영화 같은데 여기저기 반전이 꽤 숨어 있다. 죽은 여자가 주인공 태수(형사)의 여동생이라는 점. 비리비리해보이는 승현이 아내의 죽음을 복수하고자 집요하게 달려드는 살인자가 되었다는 점. 조직 폭력배 두목인 명수가 강천을 죽이지 못하는 게 이해되지 않는 상황이었는데 실은 승현이 아내의 행방을 직접 묻고자 병원에 실려올 정도만 만들어달라 부탁했다는 점. 뭐, 기타 등등.
저 아저씨는 다른 영화에서도 어리버리한 형사로 종종 나왔던 것 같은데... ㅋ
김상경의 능글능글한 연기는 정말이지... 물이 제대로 올랐다.
기주봉처럼 착한 역도, 나쁜 역도, 어색하지 않게 소화해내는 배우가 좋다.
태수(김상경)의 의리 있는 후배 기석 역을 맡은 조재윤. 지금도 꽤나 인지도가 있지만 더 유명해질 거다.
안경 하나 얹었을 뿐인데 사람이 참 선해 보인다. 검은 모자 쓴 눈은 몹시나 어두워보이는데 말이지.
낯익은 얼굴이라 어라? 했는데 진짜 윤승아였다. 『 스크림 』의 드류 베리모어 같은 역할이었다. -ㅁ-
『 살인의 추억 』에서도 그랬지만 반듯하건 건들건들하건, 형사 역할은 김상경에게 정말 잘 어울린다.
뺑소니 사고 현장에서 주운 저 휴대 전화가 동생 것이었을 거라 생각이나 했을까.
고른 치열. 부럽고나. -ㅁ-
『 쇼생크 탈출 』 오마주인가... -_ㅡ;;;
우연히 가게 된 뺑소니 현장에서 연쇄 실종 사건의 냄새를 맡는 귀신 같은 촉.
요즘은 루미놀 말고 특수한 빛을 내는 기기로 혈흔을 보는 모양이다. CSI에서도 나왔었지.
사건 해결 후 밥 산다는 계장 말에 한 턱으로 되겠냐며 잔뜩 여유를 부리지만
후배가 피해자 소지품의 주인을 알아내고 그것이 동생이라는 알게 되자 여유는 순식간에 사라진다.
범인에게 주먹을 날리지만 동료들이 이내 막아서고. 범인은 동생의 행방에 대해 입을 다문다.
(저기 익산 교도소 세트장인가? 우리 숙모님이 저 세트장 건설에 큰 역할을 하셨는데 아직 못 가봤다.)
범인 강천이 사는 집. 『 나 혼자 산다 』에 나오는 강남의 집과 엄청 비슷해서 거기 아닌가 싶더라.
잡힌 이후에도 해맑게 쳐웃는 범인. 살인 동기나 목적 같은 건 안 나온다. 그냥 나쁜 놈인 거다.
능청 떠는 범인에게 분노하는 태수의 후배 기석. 연기 진짜 잘 한다.
줘패도 말을 안 듣자 급기야 무릎 꿇고 빌며 내가 잘못했으니 동생 행방을 알려달라고 하는 태수. 저런 일을 겪지는 않았지만 이 장면이 이해 되더라. 저렇게까지 해서라도 동생의 행방을 알고 싶지 않을까.
오래 전 돌아가신 아버지 묘를 찾아가 동생을 지키지 못한 자괴감에 울고 마는 태수.
저 아저씨 또 판사로 나옴. 꼭 판사 아니면 비리남 or 불륜남으로 나오시더만. -_ㅡ;;;
판사가 판결 내리는데 귀 후비고 있는 강천. 사형 때려라~ 하는 식이다.
일개 딱가리에서 조직의 두목이 된 칼치(오대환). 이 아저씨도 여기저기 많이 나온 듯 하다.
부하들이 몰래 밀고해 구속 당한 뒤 사형 선고 받는 명수(김의성). 이 아저씨는 항상 착한 역 내지는 주인공 조력자 역으로만 나와서 그런가보다 했는데... 악역도 꽤나 어울리는 것 같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난 착한 역할과 나쁜 역할을 다 소화해내는 배우가 좋다. 강남길, 기주봉, 천호진,...
취침 시간 이후에도 자지 않고 운동하는 강천에게 너 이제 뒤졌다며 문 열고 들어가려다가 강천에게 쪼는 간수. 개인의 능력보다 몸 담고 있는 조직의 힘이나 권위 때문에 대접 받기도 하고 다른 사람에게 함부로 하는 게 가능한 사람들이 꽤나 있는데... 정작 그들은 그게 자기 능력이라 믿고 있는 경우를 종종 본다. 평생 그 조직에 몸 담을 수 있다면 괜찮겠지만 죽기 전에 그 조직에서 나와야 하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게 문제.
예를 들어 대기업 간부 아저씨가 자신의 회사가 갖는 힘과 직함이 갖는 권위를 이용해 많은 사람들에게 말과 행동으로 상처를 주었다 치자. 그 사람이 평생 그렇게 살 수 없다. 벌어놓은 돈이 많아 은퇴 후에도 돈의 힘으로 계속 떵떵거릴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먹고 살기 위해 퇴직 후 주유소 알바라도 뛰게 되면 대기업 간부 출신이라는 간판 따위는 싹 사라지는 거다.
나이 먹으면서 육체적인 능력이 자꾸 떨어지다보니... 나도 모르게 경험과 계급을 내세우려 하게 된다. 그러지 말자 하면서도 말이다. 자꾸 반성하고 스스로 자극해서 '이런저런 일 하는 누구입니다' 하며 남들에게 상처주었다가 시간이 흐른 후 술자리 안주 거리가 되는 삶을 살지 말자 다짐해본다.
아내의 죽음 이후 사람이 확 달라져 버린 승현. 눈빛이 매섭다.
저도망치다가 달리는 차에 이리 심하게 부딪히고
태수와 몸싸움 하다가
건물 2~3층 높이에서 등으로 떨어지는데도... 멀쩡히 도망간다. 이해할 수 없었던 장면 중 하나.
명수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칼치를 죽이려 하는 승현. 똘마니들이 승현이 탄 차를 둘러싸고 줘 패고 있다.
사람 때리는 전문가인 조직 폭력배 놈들인데 차에서 사람 하나 못 끌어내서 밟고 올라가 애먼 지붕 때리고 있는 것 역시 이해할 수 없는 장면 중 하나였다. 운전석 창문 부수고 끌어내어 가루가 되도록 패면 되지 않나? 한국 영화 액션 장면에서 늘 나오는 둘러싸놓고 한 명만 패고 나머지는 구경하는 장면이 여기서도 나왔다.
이렇게 만신창이가 되었는데
잠깐 사이에 사라져버렸다. 가장 말이 안 된다 싶은 장면이었다. 어지간해야지. -ㅅ-
이렇게 피떡이 된 채 돌아다니는데 누구 하나 신고하는 사람 없었나보다. -ㅅ-
명수와 강천의 격투 장면 역시 마찬가지. 강천은 몸에서 통점이 사라져 고통을 못 느끼는 녀석인 건가?
구급차와 복장은 어디서 구했을까? 하긴 돈이면 안 되는 게 없는 대한민국이긴 하다만... -_ㅡ;;;
역시나 말도 안 되는 장면 중 하나. 넓적다리를 찔렀는데 잘도 걸어다니고 나중에는 쪼그려 앉아 웃기까지 한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약점 중 한 군데가 넓적다리, 전문 용어로 대퇴부다. 동맥, 정맥 다 지나다녀서 저기 찔렸다 하면 과다 출혈로 죽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조직 폭력배들이 상대를 반드시 죽여야 한다면 넓적다리 찌른다고 들었다. 저기 찌르면 우발적인 폭력이 아니라 살해 의도를 가졌다고 본다는 얘기도 들었고. 예전에 당구장에서 조직 폭력배가 다른 폭력배 허벅지를 찌른 뒤 우발적이었다고 항변했지만 안 받아들여진 판례도 본 것 같다. 아무튼... 찔렀다 하면 과다 출혈로 죽는 부위인데... 영화에서는 그저 고통을 주기 위해 푹! 찌르는 걸로 나온다. 저기 찔렸는데 쪼그려 앉기까지 하다니... 말도 안 돼. -ㅅ-
숨겨 놓은 공구로 반격을 가하는 강천. 대형 몽키 스패너 성애자. -ㅅ-
강천을 돌로 내리치려는데 동료들이 말리며 총 맞을 수가 있다 하자 왜 형사를 쏘냐며 놀라는 태수.
돌로 강천을 내리치려다 결국 오른 팔에 총을 맞는다.
그 상황에서 기석의 총을 빼내어 강천을 죽이고 마는 태수. 모른 척 협조하는 기석.
[ 잔인한 장면이 나옵니다. 비위가 약하거나 임산부, 미성년자는 보지 마세요. 보지 마시라고! ]
뒤에서 태수가 쏜 총에 이마를 관통 당하는 강천.
총 맞고 죽는데 쳐 웃고 있다. 범인의 잔인함을 증폭시켜 진짜 나쁜 놈이라는 인상을 심어주기 위함이었겠지만... 억지스러워 보여서 차라리 그냥 죽게 하는 쪽이 낫지 않았을까 싶더라.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차에 받히고 높은 곳에서 떨어졌는데도 도망 간다거나... 쇠파이프로 만신창이가 될 정도로 맞았는데 잠깐 사이에 사라져버린다거나... 여기저기 창상을 입었는데도 터미네이터의 T1000처럼 반격한다거나... 넓적다리 찔리고도 쪼그려 앉는다거나... 총 맞고 죽어가는 상황에서 씨익 웃는다거나... 억지스러운 장면이 많아서 점수 깎아먹은 영화가 아닌가 싶다. 적당히 해야지. -ㅅ-
사형 제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끔 하려는 의도도 있지 않았나 싶은데... 얼마 전까지는 사형 제도에 반대했었다. 인권은 소중하니까. 그런데 최근에는 범인이 확실하다면 굳이 살려둘 필요가 있을까 싶다. 사형 제도에 반대했던 건 억울한 범인이 나라에 의해 죽임을 당해버리면 나중에 진범이 잡혀도 되돌릴 수가 없다는 것 때문이었다. 수많은 정치범을 사형시켜 권력 유지와 사리사욕 채우기에 바빴던 놈들이 여전히 활개치고 다니는 대한민국 아닌가?
그런데 자백만으로 밝혀진 게 아니라 증거와 증인 등이 충분하고 범인도 범죄를 시인했다면... 굳이 살려둘 필요 없을 것 같다. 맘 같아서는 피해자들에게 복수를 허용하는 법이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하지만 살인자에 대해 피해자 가족이 복수를 한다면... 사람을 죽였다는 죄책감 같은 것 때문에 망가질 수도 있고... 주위에서도 보복 살인한 사람이라고 두려워하게 된다면... 그건 또 그것대로 문제가 되겠지.
사회로 나오지 못하도록 가둬두되 익숙할 수 없는 환경을 만드는 게 가장 현실적이지 않을까 싶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아무리 가혹한 환경도 반복되면 적응하게 되니까... 적응할만 하면 다른 곳으로 옮겨 버리고, 또 적응할만 하면 다른 곳으로 옮겨 버리고, 그냥저냥 할만한 노동이 아니라 죽을만큼 힘든 노동을 시키고, 하기 싫은 공부 시키고, 뭐... 그렇게 평생을 괴롭히는 게 가장 큰 형벌 아닐까?
영화 본 소감 쓰다 산으로 가는데... 지나친 억지 설정 때문에 점수 깎아먹어 다섯 개 만점에 두 개 정도 주겠다.
PS. 사용된 이미지는 영화 보면서 직접 갈무리 했습니다. 병아리 눈꼽만큼도 상업적인 의도가 없느니만큼 저작권을 가지고 있는 제작사 측에서 충분히 이해할 거라 생각하지만... 혹시라도 문제가 된다면 이미지는 바로 삭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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