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5월에 입대해서 2004년 8월에 전역했다. 전역 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았고 제법 즐거웠다. 그러나 벌어들이는 돈은 형편 없었고 하고 있는 일 역시 나이 먹고도 꾸준히 할 수 없을 거라는 걱정이 있었다. 그렇게 미래를 걱정하던 중에 새 직장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되었고 한 차례 물 먹은 끝에 입사하게 됐다. 그게 2007년 7월이다.
누구나 시작은 힘들었을텐데 나는 유난히 힘들었다. 내 성격이나 바라는 이상향 따위와 극단적으로 맞은 편에 있는 조직의 문화 때문에 더 그랬을 것이다. 스스로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사과를 해야 하는 일이 수도 없이 많았고 직장 상사의 아들 결혼식 청첩장을 부치기 위해 야근을 마치고 우체국을 찾아가야 하는, 자존심을 구기는 일도 있었다. 쌍욕을 하고 얼굴에 침을 뱉은 뒤 발로 책상을 걷어차고 그만둬버리겠다는 상상을 매일, 정말 매일 매일 했다.
실행으로 옮기지 못한 채 버틴 시간이 쌓이고 쌓여, 10년이 되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 중견이라 불리는 자리에 올랐다. 그 간의 경험이 쌓인 덕분에 불합리하다 생각하는 규정과 관습에 얽매이지 않아도 무리 없이 살 수 있는 위치에 올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년 때 못지 않게 힘들다. 나보다 어리거나 경험이 일천한 사람들에게 꼰대로 취급받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게 스스로 너무 불쌍하다. 그래서인지 어이없는 이유로 밟아대는 7HAH77I들에게 덤벼대던 시절보다, 후배들 눈치보는 지금이 더 힘들다. 남들은 직장 생활 어느 정도 했으니 편하겠구나라고 생각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그나마 남아있던 에너지를 모두 소모해버리고 껍데기만 남은 기분이다.
그럴 때 우연히 듣게 된 안식년.
안식년을 네×버에서 검색해봤다.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937388&cid=43667&categoryId=43667 라고 나온다. 귀찮거나 악성 코드 따위가 걱정되어 링크 누르는 게 꺼려지는 이들을 위해 여기 같은 내용을 써보자면, '안식일(7일)의 연장으로, 7년을 주기로 그 마지막 해인 7년째 되는 해를 말한다. 안식년은 땅을 위해 1년 동안 땅을 쉬게 해 주기 위해 시작된 것으로 이 해는 종에게 자유를 주고 빚을 탕감해 주는 전통이 있었으며 토지의 소유주나 토지가 없는 자가 모두 같은 입장이 되어 생활했다.' 라고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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