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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장일기 』

2012년 02월 19일 일요일 맑음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12. 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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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까지 춥다더니 딱 맞아떨어진다. 어찌나 추운지... 근무장은 냉방이 참 잘 되지만 난방이 엉망진창이다. 벽에 걸린 싸구려 히터로는 따뜻의 ㄸ 근처도 못 간다. 다른 데는 그냥저냥 옷 껴입고 참겠는데 발 시러운 건 대책이 없다.

엄마님한테 전화하려고 밖에 나갔는데 밖이 더 따뜻하다. 바람이 점점 잦아들어서 다행이다.

몰랐는데... 북한 애들이 또 협박질했단다. 민간인한테 도망가라고까지 했다는데 걱정을 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없다.

지난 번에 연평도 포격 때 백령도 있던 동기한테 전화했는데 너무 태연하다. 이 자식이 간을 배 밖에 내놨나? 라고 생각했었는데... 오늘 얘기하다가 알게 됐다. 연평도 포격을 아예 모르고 있었단다. -ㅅ-   그래서 태연할 수 있었던 거였군.

어찌 됐든 종전이 아니라 휴전이니까... 전쟁은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것이고... 나 한 사람 조심한다고 해서 일어날 전쟁이 안 일어날만큼 큰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 아니다보니 돌아가는 거 봐야 되겠지. 아무 일 없이 지나가서 무사히 백령도 땅 떠나는 날이 왔으면 좋겠지만... 혹시 모르니까... 비명횡사할 거 대비해서 유서라도 써놓자.

죽고 나서 어찌 될랑가 모르겠지만 일단 돈 되는 건 다 엄마님 꺼. 군인공제회 해지해서 대출 받은 거 갚고 나면 몇 푼 안 남을텐데... 그걸로 엄마님 맛있는 거, 몸에 좋은 거 드시게 했음 좋겠고... 백령도 피폭 당하면 차가 멀쩡할 수 있을까 싶지만, 만에 하나 멀쩡하다면 or 보험 혜택 받게 되면 팔아서 절반은 '한겨레 21'에, 나머지 절반은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에 기부. 아, 그리고... 몸뚱이에서 떼어낼 수 있는 거 남아 있다면 장기 기증.

착한 일 더 많이 해야 되는데 못된 짓만 하다가 비명횡사하게 되어 안타깝고, '은혜는 못 갚아도 원수는 갚아'야 하는데 나보다 더 못된 놈들 응징하지 못하는 게 슬픔.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주절주절 쓰려고 해봐도... 실감이 안 나니... -_ㅡ;;;   회사 퇴직하는 분들 보면 알게 모르게 상처 줘서 미안하다고, 자기 때문에 언짢았던 사람들에게 미안하다고 하던데. 난 아님. 2007년에 입사한 뒤로 나보다 약한 사람한테 쎈 척 한 적 없고, 얼토당토 않은 걸로 괴롭힌 적도 없음. 회사 일 때문에 나한테 원한 갖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다 걔네들이 나쁜 거임. -ㅅ-

뭐... 아무 일 없이 지나가서 이 글 보고는 '아주 그냥, 제대로 닭짓을 했구나'라며 스스로 비웃는 날이 오는 게 가장 좋은 거고... 안 좋은 일 생기더라도 몸 안 다치고 무사히 도망갈 수 있으면 그 다음 좋은 거고... 평소에는 북조선 애들이 저런 협박질해도 '사람 목숨 하늘에 달린 거지'하며 의연한 척 하고 넘어갈 수 있었는데... 오늘은 이상하게 불안하네.

아무튼... P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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