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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  미 』/『 등  산 』

지리산 2015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15. 6.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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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에 처음 간 이후 5년 동안 1년에 한 번씩 지리산에 다녀왔다. 코스는 거의 대부분 중산리 → 로타리 대피소 → 천왕봉 → 장터목이었고. 처음 2년은 일행이 있었고 이후 3년은 혼자였다. 6년째인 올 해, 2010년의 멤버들끼리 다녀오려 했는데... 불발. 2011년 멤버를 섭외했으나... 역시나 불발. 결국 2010년에 같이 갔던 ○○ 선배와 굉장히 오랜만에 지리산 간다는 ●● 선배, 전역이 코 앞인 □□이와 함께 가게 되었다.


미리 마트에서 먹을 거리를 사서 차에 싣고 약속한 시간에 출발, 막히지 않는 길을 달려 함양 휴게소에 도착했다. 휴가 나가 있던 □□이를 거기서 픽업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 부모님께 인사 드리고 밥 한 끼 얻어먹은 뒤 다시 출발. 오래 걸리지 않아 중산리 주차장에 도착했다.



난 이미 지리산 일출을 봤기에 해 뜨는 거 보고자 하는 욕심이 없었는데... 날씨가 어찌나 좋은지 이런 날씨라면 100% 해 보겠고나 싶더라.




삼각대에 똑딱이 올려놓고 단체 샷 찍고... 가지고 간 테이프로 선배들과 테이핑을 했다. 예전에도 물어본 분이 있었고 장터목에서 만난 아주머니도 효과 있냐고 물어보시던데... 테이핑은 분명 효과가 있다.



차에 있던 먹을 거리를 각자의 배낭에 나눠 담은 뒤 출발! 해발 637m에서 시작하니 1,300m 언저리에 있는 로타리 대피소까지는 600m 정도만 올라가면 된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중산리에서 로타리 대피소까지는 '매우 어려운' 코스에 해당한다. 로타리 대피소에서 천왕봉까지도 마찬가지. 지금은 자주 가서 그닥 힘든 길이라는 생각을 안 하지만 처음 갔을 때에는 정말이지 죽는구나 싶었다. 로타리 대피소에서 8,000원 짜리 아이젠 차고 새벽에 눈길을 올라 일출 본 거 생각하면... 미쳐서 올라갔고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천왕봉까지 5.2㎞ 라고 나오니 금방 가겠고나 싶겠지만... 당일치기로 중산리 → 천왕봉 코스 도전하고 나면 온 몸이 걸레가 된다. 체력이 좋네 안 좋네 할 필요가 없는 게... 체력이 안 좋은 사람은 못 올라간다. 중간에 포기하고 내려올 수밖에 없게 되어 있다. -ㅅ-




날씨 정말 좋았다. 구름이 전혀 없지는 않았지만 100% 일출 보는 게 가능한 날씨였다.




출발한 지 40분 정도 되어 칼바위에 도착했다. 배낭을 내려놓고 오이, 체리, 토마토를 꺼내 먹었다. 체리는 기대하지 않은 아이템이었는데 이게 제법 맛이 있어서 다들 좋아했다. 내일 먹을 거 남기자고 하는데 과일은 그러면 맛 없으니 다 먹어치워야 한댔더니 ○○ 선배가 그럼 나 먹을 거 챙길 거라고, 달라 하지 말라며 몇 알 챙겨 넣더라. ㅋㅋㅋ




잠깐 쉬었다가 다시 출발했는데... ○○ 선배가 초반에 퍼지는 대참사가 벌어졌다. 처음에는 장난인 줄 알았다. 그런데 힘들어하는 게 장난 같지 않았다. 가지고 있는 짐이 많아서 배낭이 무거운 탓일까 싶었는데 아무래도 체력이 많이 떨어진 듯 했다. 마흔 되니까 엉망진창이 되었다고, 다 됐네~ 다 됐어~ 하고 놀리면서 계속 올라갔다. ㅋㅋㅋ


이내 망바위에 도착했고... 다시 배낭 내려놓고 사진 찍기 삼매경에 빠졌다.




지난 제주도 여행 때처럼 삼각대를 셀카봉 삼아 단체 사진도 찍고...





파노라마 사진도 찍어 보고...





머리와 주먹으로 바위 내려치는 쇼도 재현했다. ㅋㅋㅋ



망바위에서 사진 찍고 경치에 감탄하며 잠시 쉬다가 다시 출발, 이내 헬기장에 도착했다. 거기서도 사진 좀 찍고... 여유롭게 로타리 대피소에 도착. 한 떼의 학생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었고 아저씨, 아줌마들도 더러 보였다.


배낭을 내려놓고 먹을 것들을 쫘~악~ 꺼내어 풀어 놓은 뒤 부지런히 왔다갔다 하며 물을 떠왔다. 컵 라면과 즉석 밥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즉석 족발도 끓는 물에 익혀 안주를 마련했다. ○○ 선배는 소주만 마셨고 나와 ●● 선배는 말아 마셨다. 그렇게 수다 떨면서 술 마시고 있는데 우리보다 먼저 와서 밥 먹고 있던 아저씨들이 우리 쪽을 힐끗거리며 뭐라 뭐라 하더니 한 명이 와서 맥주 좀 달라 한다. 거절했으면 좋겠는데 사람 좋은 ●● 선배가 많이는 못 드린다며 한 잔을 따라주더라. 확 빈정 상했다.


진짜 개념 없는 냥반들이다. 지리산은 맨 몸으로 오르기도 쉽지 않은 산인지라 다른 사람이 짊어지고 온 무언가를 빌리는 것 자체가 민폐다. 다른 사람이 먼저 이것 좀 드시겠어요? 라고 묻거나 뭐뭐 필요하세요? 라고 한다면 호의를 거절할 필요는 없지만, 내가 먼저 가서 이것 좀 빌려달라고 하는 건 상당히 개념없는 짓이다. 그런데 아무렇잖게 맥주 한 잔 달라고 하는 거다. 능청 맞은 수준을 넘어 뻔뻔하다고 싶더라. 더구나 나중에 우리가 술 자리를 정리하고 들어가자 벌써 들어오냐며, 술 많아서 더 늦게 올 줄 알았다고 빈정거리기까지 하더라. 나이 꽤나 쳐먹었던데 뭐하는 ㅄ들인지.

그것도 모자라 우리가 빌린 모포까지 가져가서 덮고 있었다. 관리소에 가서 모포가 부족하댔더니 수량대로 가져다놨다는 거다. 알고 보니 ㅄ들이 우리 모포 몇 장을 가져가 쳐 덮고 있었던 거다.



아무튼... 술 마시고 자리 정리한 뒤 대피소 안에 들어와 잠이 들었다. 예전과 달라진 건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는 칸막이 같은 게 생겼다는 거다. 얼굴 부분만 가려지는데 옆 사람의 개념없는 핸드폰질 때문에 깨지 않아도 된다는 측면에서 잘 설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추울 줄 알았는데 그럭저럭 괜찮은 온도였기에 모포를 걷어 차고 잤다. 자다 깨다를 반복하는데 옆 자리의 ○○ 선배와 ●● 선배는 통 못 자는 것 같더라.


원래는 일출 볼 계획이 없었지만 날씨가 워낙 좋아서 일출에 욕심을 낼만 했기에 새벽에 일어나 준비를 했다. 평소 같으면 부시럭거리는 소리 안 나게 하려고 엄청 조심했을테지만 ㅄ들 엿 먹으라고 소음 전혀 신경 안 쓰고 준비했다. 일어나서 지들끼리 잠이 오네 안 오네 하면서 떠들더라. 배려 없는 것들을 배려할 필요가 없어서 랜턴도 켜고 부스럭부스럭거리면서 준비를 마쳤다.


새벽인지라 밥 먹고 가기 애매해서 그냥 출발.



전 날 힘들어하던 ○○ 선배가 출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헉헉거린다. 맨 뒤에서 랜턴 두 개로 길 밝히며 올라가는데 페이스가 확실히 늦다. 그래도 느긋하게 출발한 덕분에 해 뜨기 전에 정상에 도착했다.










정상에 올라가니 무척이나 추웠다. 가지고 간 옷들을 다 껴입었는데도 ㄷㄷㄷ 떨었다. ○○ 선배 옷을 덮은 채 계속 떨면서 해를 기다렸다. 가지고 간 똑딱이로 동영상을 찍고 손전화로는 사진을 찍었다. 일출 사진 찍은 뒤에는 천왕봉 표지석 사진 찍기 삼매경.












그렇게 사진 찍고... 장터목 코스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 선배가 통증을 호소하며 계속 뒤쳐지기 시작한다. ●● 선배와 한 발 앞서 걸어가 장터목 대피소에 도착. 미리 식사 준비를 하려 했는데 매점 문이 닫혀 있다. 늦게 도착한 ○○ 선배는 전 날 잠을 거의 못 잤다기에 장터목 대피소에서 좀 주무시라 하고, 매점 문 열었기에 라면이랑 커피 사서 뽀글이 했다. 즉석 밥이랑 김치 까서 밥 먹고 있는 중에 ○○ 선배가 왔고 네 명 모두 대충 식사를 마친 뒤 장터목 대피소에서 배낭을 다시 꾸려 출발 준비를 했다. ○○ 선배가 너무 아파하기에 멘소레담으로 마사지 좀 하고 가지고 간 근육 압박 스타킹 빌려 드렸다.


중간 중간에 쉬면서 지루한 하산 길을 무사히 내려왔다.



너덜너덜 만신창이가 된 ○○ 선배




싸들고 간 쓰레기로 그린 포인트 적립한 뒤 슈퍼마켓에서 아이스크림 하나씩 사먹고... 주차장에 외로이 서 있는 차로 가서 배낭 정리하고... □□이가 장수에 내려주면 된다 해서 장수를 향해 출발. 금방 장수에 도착했고 밥 먹으러 갔는데... 세상에나!!! 엄청난 맛집을 알아냈다. □□이가 전에 와봤는데 괜찮았다고 해서 간 정육 식당 같은 곳이었는데 육회랑 갈비탕도 팔기에 거기서 밥을 먹었다. 난 날 것을 싫어하는지라 갈비탕을 먹었는데... 정말이지... 장수 사람들은 다른 지역 가서 어떻게 갈비탕 먹지?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본드로 붙인 가짜 갈비 몇 개 넣은 갈비탕이랑은 차원이 다른 엄청난 갈비탕이었다. 혹시나 장수 사는 분들 중에 이 글 보시는 분 계시면 얘기 좀 해주세요. 장수에서 갈비탕 먹다 다른 동네 갈비탕 먹었을 때의 충격을. ㅋㅋㅋ

엄마님 모시고 꼭 와야겠다 싶어 명함 한 장 챙기고... □□이와 작별한 뒤 다시 출발. 고속도로 올라가서 한 시간도 안 됐는데 미칠 듯 잠이 쏟아진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휴게소 들어가 커피 한 잔 마시며 잠 좀 깨고... 그렇게 꽤나 가다가 또 졸음이 쏟아져서... 다시 휴게소 들어가 음료수 사들고 와 마시면서 잠 깨고... ○○ 선배가 평택에 내려달라 해서 내려드리고... ●● 선배 집 앞에 내려드리고... 집에 와서 바로 빨래하고... 뭐, 그렇게 마무리했다.



처음 지리산 갔을 때에는 정말이지 죽을 것 같았는데... 6년 동안 다니다보니 그냥저냥 익숙하다. 다만... 장터목 코스로 내려오는 길은 당최 적응이 되지 않는다. 힘든 게 아니라 지루하다. -ㅅ-


아무튼... 두 번째 지리산 일출을 봤고... 올 해 지리산 잘 다녀왔다. 이제 지리산은 내년에나 가겠네.





가물긴 가문 모양이다. 로타리 대피소의 식수 뜨는 곳도 그렇고 유암 폭포도 그렇고 물이 영 시원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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