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에서 나고 자랐기 때문에 팔공산은 많이 들어봤다. 다만 가본 적이 있는지는 기억이 가물가물. 갓바위도 마찬가지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갓바위가 보인다며 만들어놓은 쉼터를 본 기억이 있다(포항-익산 고속도로, 와촌 휴게소란다).
쉬는 날 딱히 할 것도 없고, 만날 방구석에서 게임만 하고 있으니 몸이 걸레짝이 된 것 같아 좀 움직이기로 했다. 그리하여 내비게이션에 팔공산 갓바위를 찍고 출발.
운전할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이 동네 운전 문화는 정말이지. 거지 발싸개 같은 수준이다. 1차로에서 정속 주행하는 ㅄ은 거의 날마다 보는 것 같고, 길 가다가 깜빡이도 없이 그냥 멈춰 서서 문 여는 미친 것들도 자주 본다. 차는 그렇다 쳐도 바이크는 진짜... 말이 안 나오는 수준. 신호 위반에 횡단보도 주행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역주행에, 반대 편 주행 신호에서 그냥 들이미는, 혼자 뒈졌음 싶은 것들 투성이다. '저것들은 저렇게 운전하다 뒈지면 세이브 포인트에서 다시 시작하나?' 싶을 정도다.
아무튼. 쪼다 같이 운전하는 것들 때문에 짜증내면서 목적지에 도착했다. 유명한 산이 있고 그 산에 뭔가 영험한 기운의 돌이나 나무가 있다면 산 아래 득달같이 덤벼드는 것들 세 가지가 있으니... 식당, 잡상인, 점쟁이다. 셋 다 사기꾼의 범주에 들어간다. 더럽게 맛 없고 재활용하면서 삐끼까지 동원해 사기 치는 식당도, 개뿔 쓰잘데기 없는 것들 모아다 말도 안 되는 가격으로 파는 잡상인도, 용하네 어쩌네 개소리로 사람 현혹하는 점쟁이도, 결국은 다 사기꾼이지.
평일 낮이라 한적한 길을 따라 올라가니 1 주차장이 나온다. 차는 거의 없고. 조금 더 올라가니 2 주차장이 나왔다. 거기에 차를 세웠다. 내 차 말고는 수상해보이는 EF 소나타 한 매 뿐이었다.
주차장은 생각보다 규모가 컸다. 그도 그럴 것이, 고만고만한 동네 산이 아니기 때문이다. 갓바위는 간절히 바라면 한 가지 소원은 반드시 들어준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 때문에 입시 시즌이 되면 자식이 명문대에 합격하길 바라는 부모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산에 있는 돌덩이 앞에서 허리를 굽혔다 폈다 반복하는 행위가 자녀의 성적 향상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믿는다는 게 어이 없지만, 고등교육 받은 사람들이 저러고 있다는 게 어처구니 없지만, 그만큼 간절하니까 가능한 일이겠지. 나는 절대 하지 않을 행동이지만 그렇다고 남을 조롱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혹~ 시, 호옥~ 시라도 결혼하게 됐는데 부인이라는 사람이 자식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이라면서 저기 가서 절하겠다고 하면 이런 거랑 살아왔나? 하고 후회할 것 같긴 하다.
말이 무료지, 뭔가를 사야 무료로 탈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이용해보지 않아서, 이용해볼 생각조차 하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
정상까지 7㎞라 안내되어 있어서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평지에서도 10분 동안 1㎞를 가지 못하는 게 일반적이다. 산에서 7㎞와 평지의 7㎞를 똑같이 생각하면 큰 일 난다.
야악사~ 여래브을~ 야악싸아~ 여래브을~ 이 목탁 소리와 함께 수도 없이 반복되는데 중간에 멈추기도 하고 기침 소리도 들리는 걸로 봐서는 라이브인 모양이다. 한참을 그렇게 여자 목소리가 들리더니 얼마 후에는 녹음된 듯한 남자 목소리로 바뀌어 있었다. 다른 말 한 마디도 안 하고 약사여래불만 읊고 있었다.
제법 추운 날씨였음에도 불구하고 앞 쪽 공간은 절하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 와중에 매트 들고 절 할 자리 찾는 사람들도 꽤 있었고. 무엇을 그리 간절히 빌고 있었을까?
헬기가 뜰 수 있는 곳도 아니고, 사람이 다 지고 날라야 하니 저 정도 받는 게 당연하다 생각한다. 몸을 가볍게 하기 위해 음료를 준비하지 않은 사람들은 비싸도 사먹어야 하는 거지.
저 소나타한테 왜 수상하다 하냐면 운전석에 누가 앉아 있었고 조수석과 뒷좌석에는 알 수 없는 짐이 잔뜩 있었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 같지는 않던데.
저 멀리 세워진 SUV는... 좀 짜증스러웠다. 차고 넘치는 빈 자리지만 그럼에도 주차선을 지켜가며 차를 세워야 한다 생각하는 강박이 있는 사람인지라. ㅋ
왕복 한 시간 정도 걸렸나? 갤럭시 핏2로 확인해보니 한 시간 10분 움직인 걸로 나온다. 워낙 오랜만에 움직이는 거라, 체력이 너덜너덜한 상태에서 운동한 거라 조금 힘들게 느껴지긴 했는데 힘든 코스는 아닌 것 같다.
다음 쉬는 날은 토요일이라 가면 안 될 것 같고, 그 다음 쉬는 날에 정상을 노리고 일찌감치 다녀올까 싶다. 등산 스틱도 도착했으니까.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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