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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뽀오츠 』/『 스틸러스 』

2015년 07월 25일 vs 광주 @ 스틸야드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15. 7.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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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무 때문에 경기를 제대로 보지 못했습니다. 후반전부터 간신히 볼 수가 있었는데요. 결과부터 얘기하자면 2015 시즌의 포항다운 경기를 했습니다. ① 슛 아끼고 어버버 하다 골 못 넣고 ② 공격수들 마무리는 엉망진창인데다 ③ 상대에게 역습 허용하면서 여차하면 실점할 뻔한 위기 여러 차례 겪고 ④ 결국 홈에서 못 이기는 경기 말입니다.


지난 글에서 언급했지만 올 시즌 포항의 홈 승률은 50% 도 되지 않습니다. 그 때문인지 오늘은 주말 경기였음에도 불구하고 6,000명 간신히 넘는 팬들이 스틸야드를 찾았네요. 정확히 6,328명으로 집계되었습니다.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인원이겠습니다만 해병대 포함한 주말 관중이라면 초라하기 짝이 없습니다. 무엇이 원인일까요? 여름 휴가 시즌이라서 축구 팬 상당수가 놀러 갔을까요?


오늘의 경기력이 10,000명을 채 채우지 못하는 이유를 여실히 보여주었습니다. 전반은 어떠했는지 알 수 없지만 후반은 올 시즌 포항이 팬들의 기대에 못 미치는 상황을 제대로 보여주는 경기였습니다. 그나마 잘게 썰어들어가는 패스가 나오긴 했지만 골 넣기 위한 마무리가 형편 없었고요. 후반 막판, 시간에 쫓기다 보니 뒤에서 뻥뻥 내지르는 패스를 또 남발하더라고요. 박성호가 있고 없고가 문제가 아니라... 일단 지르고 보자로 가는 것 같습니다.



저는 일요일 아침에 가끔 공을 차는데요. 가르쳐주시는 분께서 늘 하시는 말씀이 있습니다. "어떠한 경우에라도 공보다 사람이 빠를 수 없다" 입니다. 패스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하시는 말씀인데요. 실제로 생활 축구 현장에 가면 드리블을 예사로 즐기는 사람들을 자주 봅니다. 다들 중학교나 고등학교, 또는 직장에서 나름 공 좀 찬다는 사람이다보니 자신감 있게 드리블하는 모양인데... 문제는 그렇게 혼자 툭툭 칠 때 상대 수비는 자리를 다 잡아버린다는 데 있습니다.


프로 선수들이 이를 모를까요? 아닐 겁니다. 그래서 속공 찬스 아니면 드리블로 상대 뚫는 장면은 잘 안 나옵니다. 그런데 오늘 심동운은 공만 잡았다 하면 드리블 치더라고요. 팬들은 플립플랩 외치고. 심동운이 나쁜 놈이고나? 절대 아닙니다. 우리 편이 공 잡으면 받으러 가는 게 당연한 겁니다. 개인 능력이 워낙 출중해서 혼자 열한 명 뚫을 수 있다면 패스 주고 가만 놔둬도 됩니다. 그런데 그런 선수는 적어도 지구에 없습니다. 던져넣기 얻었는데 우리 선수들이 죄다 30m 밖에서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는 경우와 다를 바 없는 겁니다. 심동운 선수, 공 잡을 때마다 철저하게 고립되더라고요. 이는 포항 선수들의 문제만이 아니라, 광주 선수들의 수비 위치가 워낙 좋았다는 이유도 있습니다. 그러나... 상대 위치가 좋다면 더 많이 움직여 최대한 공간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우리 공격수들은 그러한 움직임이 부족했지요.


그나마 다행이다 싶은 건 평소 그렇게도 아끼던 중거리 슛이 오늘은 좀 나왔다는 점입니다. 좌우 영점 조절은 정확했지만 상하 영점 조절이 안 되어 큰 위협이 되지 못한 건 아쉽지만요. 하지만... 포항이라는 팀에 대한 인식은 일단 창입니다. 누구도 포항을 방패로 보지 않습니다. 공격이 특화된 우리인데, 중거리 슛을 아끼면 상대 수비는 일단 내려앉기 시작합니다. 잘게 썰어들어오는 패스만 조심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수비에 나서겠지요. 선택지가 다양해야 망설이다 실수도 하고 판단 실수도 나오기 마련인데 우리 스스로 선택지 하나를 버리는 겁니다. "쟤들은 이거 아니면 없어" 라고 상대가 판단하게끔 플레이하니 골 나오는 게 어렵죠.


김승대 선수는 공격이 무너진 상황에서 득점이나 도움 등 결과만으로 알 수 없는 여러 활약을 해주고 있지만... 크로스는 너무 형편 없더고만요. 왼쪽에서 공 잡고 왼발 대신 잘 쓰는 오른발로 바꿔 놓고도 아무도 없는 곳에 뻥 내지르는 크로스. 동료와 팬들 모두 주저앉게 만드는 장면이었습니다. 명주가 이근호처럼 임대로라도 돌아와주면 모를까, 이제 명주는 없습니다. 기똥찬 킬 패스 찔러넣어주는 선수가 없어요. 그 상황에서 공격 전개의 일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선수라면 그 따위 크로스는 안 됩니다. 엉망진창이었어요.


그나마 신진호 들어오고 나서 세트 피스에서 골도 넣고 하지만, 코너킥 9회, 프리킥 21회에서 상대 위협할 만한 장면이 거의 없었다는 건 우리 훈련 자체에 대한 의구심도 들게 합니다.


광주의 오도현이 후반 24분에 들어왔다가 6분만에 팔 부상으로 나가게 되었는데요. 이 불행한 사고가 없었더라면 홈에서 쳐발렸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실, 조직적인 팀은 아무리 준비를 잘 해도 싸우기 어렵습니다. 아시아 국가들의 중세 전투는 장수 한 명이 나는 어디어디의 누구다! 라고 외치며 나서면 상대 진영에서 나는 어디어디의 누구다! 라고 맞받아치며 1 : 1 로 싸우는 구도였지요. 삼국지의 일기토 생각하시면 되겠네요. 일본에서도 마찬가지였고요. 그런데, 섬이라서 외적의 침입이 그나마 덜 했던 일본도 원의 1차 침입에 형편없이 깨졌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나는 어디어디의 누구다! 라고 나섰는데 원나라 애들은 10명, 100명이 우르르 몰려가 찌르고 쑤시고... -ㅅ-   전투 방식 자체가 달랐던 겁니다. 이 때 경험을 함부로 하지 않았기에 원의 2차 침공에서는 수성전으로 대응해서 잘 막아낸 일본입니다. 느닷없이 뭔 소리냐면... 개인 능력이 아무리 출중하더라도 조직적으로 맞서는 상대에게는 잘 안 먹힌다는 겁니다. A가 뚫리면 B가 막고 B가 뚫리면 C가 막는다, 그런데 A한테 가다가 ㄱ한테 패스해서 공격 루트를 바꾸면 A와 B는 자리를 지키고 C가 일단 막은 후 뒤를 D가 지킨다, 뭐 이런 식으로 조직화 된 수비를 하게 되면 뚫는 게 상당히 어렵습니다.


파리아스 감독님 시절 포항은 공격과 수비에서 이런 조직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지난 경기 참고해서 상대가 이렇게 나오면 바로 반응해서 다른 움직임을 보였고 상대 벤치에서 하프 타임에 반응해서 대응을 하면 또 다른 루트로 공격을 했었지요.

광주는 2015 시즌 K 리그 클래식에서 가장 조직적인 축구를 하는 팀입니다. 우리는 과거 조직력을 내세운 축구를 했고 상대가 거기에 맞서 조직력으로 승부하면 '까불고 있네, 이렇게 하는 거야~' 라 하듯 한 수 보여주는 축구를 자주 했었는데... 최근에는 그러한 상대에게 매 번 고전합니다. 광주나 인천처럼 제한된 선수로 성적을 내야 하는 팀에게 기운을 통 못 쓰고 있잖아요.


상대의 허를 찌르는 선발도 없고, 상대가 예상한대로의 교체 카드를 내고 있습니다. 포메이션에 걸맞는 축구를 하고 있고요. 신광훈이 미친 듯 오버래핑해서 상대 패널티 박스에 있는 동안 순식간에 진행된 역습을 신형민이 막아내는 모습은 이제 볼 수 없습니다. 막대기에 매달린 플라스틱 인형처럼 다들 자기 자리 고수하면서 딱딱한 축구를 하고 있네요.




광주는 결코 쉬운 팀이 아닙니다. 광혁이는 광주와의 경기가 가장 힘들다고 했었지요. 포항이 만화 속 주인공 팀이 아니기에 매 경기 이길 수 없고, 매 경기 잘할 수 없을 겁니다. 그러나... 팬들의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과 경기 내용을 반복하기에 황선홍 감독님에 대한 신뢰가 점점 옅어지는 건 사실입니다.


저는 올 시즌 포항이 리그 3위만 해도 감지덕지라고 생각합니다. 경기력만 놓고 보면 상위 스플릿도 다행이다 싶고요. 그런 마음으로 경기 봤기에 그리 실망하거나 분노하지 않습니다. 다만... 선수들에게 한 마디 하고 싶습니다. 전반 15분만에 저지가 땀에 절어 축축한 걸 보면 안스럽기도 하고 대견하면서 고맙기도 하지만... 이기지 못하면 그런 고마운 감정들은 순식간에 사라진다는 겁니다. 내가 포항의 저지를 입고 1부 리그에서 공을 차고, 골을 넣고, 어시스트를 하고, 서포터들이 내 이름을 외치는 순간을 꿈 꿨던 그 시간을 떠올려줬음 하는 바람입니다. 올 시즌의 포항은... 상위 스플릿 턱걸이조차 감사해야 할 정도의 축구입니다. 딱 그 정도예요. 전북처럼 지원이 꽤나 대단했다 하더라도 더 나은 자리에 앉을 수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말로 설명하기가 어려운데 그런 기분이예요.



서포터들이 거는 걸개 중 『 우리는 포항이다 』가 있잖아요? 선수들이 그걸 보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적어도 저 일곱 음절만으로도 눈물 흘릴 수 있는 사람이거든요. 다른 어떤 팀도 우리는 ××이다라고 하지 못합니다. 오로지 우리만 가능한 저 일곱 음절이 부끄럽지 않은 경기를 보여주었으면 합니다.


우리는... 포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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