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직 근무 마치고 집에 왔다. 30분도 안 걸려 퇴근. 집에 도착하니 아직 아홉 시 전이다. 스마트 폰 붙잡고 뻘짓하지 않는다면 두 시간이라도 잘 수 있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멍청하게 가지고 오면 안 되는 걸 집에 가지고 와버렸다. 하아~ -ㅁ- 다시 회사로 돌아가 들고온 걸 돌려주고 오니 어영부영 열 시가 되어 간다. 잠 들었다가는 제 때 못 일어날 것 같아 짐을 싸기 시작. 잠시 후 같이 가기로 한 선배가 도착했다. 선배 차는 내 차에 비해 먹는 게 두 배라서 내 차로 출발. 차에 있는 내비게이션에도 목적지를 찍었지만 토요일 낮이라 실시간 교통 정보가 필요할 듯 해서 티맵도 같이 찍었다. 티맵에서 막힌다고 표시한 구간은 어김없이 막힌다. 똑똑한 녀석.
초반에 좀 막혔고 나중에도 정체 구간이 조금 있었지만 그럭저럭 괜찮았다. 강원도로 가는 길은 동계 올림픽 대비해서 여기저기 갈아엎은 덕분에 평일 낮에도 막히는 곳은 막힌다. 다시 포장한다고 차로 하나를 다 막아놓은 곳도 있고, 여기저기 자잘한 돌들이 잔뜩이라 다다닥 툭 틱 깡 하고 돌이 차 때리는 소리로 가슴 아프게 만드는 곳도 있다. 어떻게 도로를 이 따위로 만들어놓고 통행료 다 받아처먹는 거지?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경기장에서 맥주를 마실 거니까 차를 가지고 갈 수 없다. 그래서 알펜시아 스타디움으로 가지 않고 강릉으로 향했다. 경기장 부근에 게스트하우스 있는지 찾아봤더니 당최 못 찾겠다. 그나마 몇 개 있긴 한데 거리가 꽤 멀어 택시 타면 그 돈이 더 들 것 같은 상황. 평창에 저렴한 호텔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호텔스닷컴 검색해보니 저렴하면서도 괜찮은 호텔, 모텔이 제법 있긴 한데 역시나 택시 타면 왕복 5만원 훌쩍 넘어갈 정도로 먼 거리에 있다. 고민하다가 강릉에 차 세워두고 팀에서 제공하는 셔틀 버스 타기로 했다. 늦을까봐 조금 걱정했지만 제 시간에 도착. 게스트하우스에 가서 축구 보고 오겠다고 인사만 하고 주차를 한 뒤 택시를 이용해서 강릉 종합 운동장에 갔다.
강릉 종합 운동장 잔디 상태가 상당히 좋아 보인다. 이 좋은 경기장 두고 왜 평창으로 간 건지...
초여름 날씨였지만 강원도니까 조금 춥지 않을까? 했는데... 그런 걱정 따위 개나 줘버리라고 할 정도로 따뜻했다.
경기가 4월 8일 17시였는데 4월 6일 22시까지 셔틀 버스 탑승 희망자 신청을 받았다. 서울을 비롯 네 지역에서 버스를 탈 수 있었는데 강릉의 경우 왕복 5,000원을 내고 이용할 수 있다. 주차장에 내리니 버스가 보여 근처로 갔더니 젊어 보이는 남자 분이 강원 FC 경기 보러 가는 거냐고 묻는다. 그렇다고 하니 이름을 물어본다. 확인하고 나서 두 대 중 아무 데나 타라고 한다. 화장실에 다녀온 뒤 버스에 탔다. 잠시 후 남자 분이 다시 올라와 장애인 단체에서 버스 한 대를 이용하기로 했는데 버스에 자리 여유가 있으니 같이 타고 가자 한다. 그래서 다른 버스로 옮겨 탔다.
빈 버스 한 대가 앞장 서고 그 뒤를 따라 간다.
뭔가 쿵짝쿵짝 트로트와 함께 흔들어야 할 것 같은 조명.
구불구불한 산 길을 한참 올라갔는데 뜬금없이 밭이 나온다. 여기서 농사라니... ㄷㄷㄷ
급하게 찍느라 포커스 날아갔는데 황태 덕장이다.
드디어 경기장 입구에 도착. 뭔 골프장 입구로 들어가야 하는 모양이다.
길가에 아르바이트 하는 학생들로 추정되는 주차 요원들이 있었는데 차가 지나갈 때마다 허리 굽혀 인사를 했다.
저 멀리 보이는 스키 점프대. 그저 와~ 와~ 하고 감탄했다. 여기를 직접 오게 되다니.
갈 때에도 이 버스 타라고 신신당부해서 혹시나 잊어버릴까 싶어 버스 번호판 나오게 사진 한 장 찍었다.
버스에서 내려 티켓 판매하는 곳으로 갔다. 컨테이너로 만든, 누가 봐도 허섭한 티 나는 없어 보이는 티켓 오피스다. 사전에 홈페이지 통해 F2가 강원 FC 서포터 자리라는 걸 알았지만 혹시나 해서 강원 FC 서포터 쪽으로 달라고 부탁을 했더니... 표 파는 처자가 멍~ 한 표정을 되돌려준다. 그래서 다시 한 번 말했더니 뒤에 있는 남자 직원한테 F2가 강원 서포터 자리냐고 물어본다. 인상 좋은 처자, 그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강원 FC 서포터들이 앉는 골대 뒤 쪽 자리는 9,000원이다. 전북 팬들도 상당히 많이 왔던데 전북 원정 팬들은 30,000원씩 내고 들어가야 한다. 포항 경기라면 포항 원정 팬들은 20,000원 내야 하는데... 와... 그럴만한 시설이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나 컨테이너로 급하게 만든 굿즈 판매처에 유니폼 사러 갔는데 리그 패치와 리스펙트 패치가 다 품절이라 마킹이 안 된단다. 거기에다 마킹 기계가 안 와서 선수 이름 마킹도 당장은 불가능하다고 한다. 거기에다 유니폼은 90,000원이나 한다. 거기에다 100, 105 사이즈는 품절. -_ㅡ;;; 당최 제대로 돌아가는 게 없다. 그래도 사지 않을 수 없어서 사이즈는 110을 선택하고 황진성 마킹해달라고 한 뒤 10만원 냈다. 마킹 기계가 한 시간쯤 뒤에 온다고 해서 하프 타임에 찾으러 가기로 하고 먹을 거 사러 갔다. 닭강정이랑 이것저것 팔고 있던데 먹어본 결과 만두는 대박, 닭강정은 쪽박이다. 맥주는 클라우드만 팔고 있었는데 캔 따서 컵에 따라 준다. 그런데 판매하는 직원들의 술 따르는 스킬이 형편 없어서 엄청난 거품을 만들어낸다.
아직도 눈이 다 녹지 않았다. 치우고 치웠는데 남은 게 저 정도라니 그 전에는 대체...
경기 시작 한 시간 전부터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겠다고 했었는데 뭔 무용단이랑 태권도 시범단 와서 공연하고 있었다.
좀 특이했던 건 정장 입고 있던 구단 관계자로 추정되는 처자들도 이런저런 거 보면서 좋아하고 하다가 급 정색하고 그러더라.
└ 어린 처자들 같던데 귀여웠다. 경기 끝나고 나갈 때에도 선수가 버스 안에서 손 흔들어줬다고 꺅꺅거리면서 좋아했다.
강원 FC는 치어 리더를 동원해 응원을 하더라. 난 축구장에 치어 리더 있는 거, 딱히 반대하지 않는 편이다.
말 많았던 잔디 상태는... 여전히 별로였다. 천연 잔디 맞나? 하는 의심이 들 정도. 녹색 카페트 깔아놓은 건가 할 정도였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도 꽤 눈이 띄더라니, 전북 서포터들이 상당히 많이 왔다. 입장료가 30,000원. ㄷㄷㄷ
트랙이 없기 때문에 전용구장 급의 뷰를 자랑하긴 하는데... 그래도 다른 경기장에 비해 열악한 편이다.
골키퍼 코치와 몸 푸느라 바쁘던 이범영 선수. 골키퍼 코치가 어딘가에서 농사 짓다 온 아저씨 같은 인상이었다. ㅋ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무렵 경기가 시작되었다.
강원 서포터 나르샤에서 응원을 주도한다. 나름 특색 있고 흥겹더라.
경기는 1 : 1 무승부로 끝났다. 대부분 서포터에서 리딩하는 사람은 나이가 젊은 축에 속하는데 나르샤는 주가 봐도 아저씨. 승격과 강등을 반복하는 동안에도 꾸준히 응원한 아저씨 팬들이 많아 보였다. 전반적인 연령대는 높은 편. 그리고 처자 비율이 압도적으로 낮다. 거의 대부분이 아저씨 팬이라 보면 되겠다. ㅋ 전반은 전북이 내내 끌고 가는 경기였다. 강원은 공격다운 공격 한 번 못했다. 김신욱이 심판에게 판정에 대한 항의를 상당히 많이 해서 강원 팬들이 김신욱 까느라 바빴다. ㅋㅋㅋ
후반에도 전북의 페이스였고 결국 김신욱이 선제 골을 넣었다. 강원은 실점 이후에도 질질 끌려다녔다. 그나마 장윤호 봉쇄는 잘 했다. 그러다가 문창진 투입되면서 흐름이 넘어왔다. 결국 문창진이 패널티 킥을 얻어냈고 디에고가 골을 성공시키며 동점. 디에고는 골 넣고 나서 서포터와 기자석 쪽 향해 큰 절 하듯 넙죽넙죽 업드려서 큰 박수를 받았다.
경기장에서는 몰랐는데 나중에 보니 후반 추가 시간 주어질 무렵 발렌티노스가 패널티 박스 안에서 손으로 공을 쳐냈다. 김신욱이 심판한테 강력하게 항의를 했고 코 앞에서 본 전북 서포터들도 난리가 났는데 심판은 패널티 킥을 불지 않았다. 가까이에 있었으니 볼 수 있었을텐데... 전북은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판정 불이익을 상당히 받고 있는 듯하다. 압도적 1강이라 미움 받는 건가? 그렇다면 공정하지 못한 일이다. 투자를 많이 해서 그렇지 않은 팀보다 강해진 건데 그걸 가지고 불이익을 준다면 누가 투자를 하겠냐는 말이지. 투자 안 한 것들이 손해 보는 게 당연한 거다.
강원 경기는 엄청 답답했다. 선수들 이름 값에 비하면 형편없는 경기를 하고 있다. 그라운드 사정이 엉망인 이유도 있겠지만 선수들을 제 자리에 두지 못하는 느낌이 강하다. 특히나 황진성은 아예 활용을 못하고 있다. 원 톱 바로 아래에서 가짜 9번 역할도 하고 여기저기 패스 뿌려주는 역할도 해야 할 선수인데 아래 쪽으로 끌어내려놓고 있으니 수비 치중하느라 공격을 제대로 전개하지 못한다. 전반에는 황진성이 오른쪽 윙백 자리까지 내려와 공을 걷어내는 장면도 있었다. 물론 전북의 압박이 워낙 좋았기에 황진성 선수 혼자 뚫는 건 무리일 것이다. 그러나 이 경기 뿐만이 아니라 지금까지 치른 모든 경기에서 황진성은 공격보다 수비에 치중하는 모습이다. 황진성이 수비 가담을 줄이는 대신 활동량이 많은 수비형 미드필더가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는 게 딱인데... 그게 안 되는 모양이다.
나이도 있고 부상도 있어서 전성기 때의 모습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지 모르지만 아직은 간결한 움직임과 패스로 공격을 주도하는 데 전혀 무리가 없다고 생각되는 선수인데... 안타깝다. 교토에서도 제 자리에 못 서고 윙으로 나서거나 해서 큰 활약을 못했는데 강원에서도 어째 영 제 자리를 못 찾는 느낌이다. 마음 같아서는 올 시즌 끝나고 포항으로 돌아가 큰 활약하고 몇 년 뒤 은퇴했음 하는 바람이지만... 가능성은 ZERO일테지. ㅠ_ㅠ
경기 끝나고 밖으로 나와 선수단 버스 앞에 서 있었다. 한 대가 먼저 가기에 선수들에게 손 흔들어주고... 경기 뛴 선수들 나오기를 기다리는데 아무래도 타고 가야 할 버스를 놓칠수도 있겠다 싶어 걱정이 되는 거다. 그래서 잠깐 기다리다가 그냥 버스에 올랐다.
원래 이 날의 계획은 세 개 팀의 유니폼을 나란히 들고 설치는 거였다. 포항, 성남의 유니폼을 옷걸이와 함께 챙겨 갔고 강원 유니폼을 사면 되는 거였는데... 강원 유니폼을 제 때 구입하지 못했다. 머플러에 세 개 팀 유니폼 걸고 전반부터 설쳐대어 카메라에 잡히는 게 계획이었는데 물거품. ㅋㅋㅋ 하지만 선배가 잃어버린 가방 찾으러 굿즈 샵에 갔다가 유니폼을 예상보다 일찍 찾아들고 왔다. 경기 중에 뒷 사람 시야 가리면서 서 있을 수가 없어서 그냥 앉아 있다가... 경기 끝나고 강원 선수들이 서포터들 쪽으로 인사하러 올 때 잽싸게 머플러에 걸어들고 일어섰다. 황진성 선수가 먼 쪽에서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었는데 고개 들다가 나를 봤다. 눈이 딱 마주치니까 가볍게 인사를 하고 박수 치면서 퇴장. 아오~ 이 맛에 팬질 한다.
예전에 교토에서 톡 주고 받으면서 황진성 선수 아내가 친구로 등록이 되어 있었는데 혹시나 해서 톡을 보내봤다. 답장 올까? 올까? 하고 있는데 답장 와서 선배한테 자랑하고. ㅋㅋㅋ
셔틀 버스 타고 흔들흔들 멍 때리고 있는데 이내 멈춘다. 내리는 사람도 있고 안 내리는 사람도 있어서 응? 뭐지? 하다가 기사님께 다 온 건가요? 하니까 여기가 마지막 정차 지점이란다. 밖을 보니 아무리 봐도 강릉 종합 운동장 같지는 않지만 기사님이 거짓말 하겠어? 하고 내렸더니... 강릉 종합 운동장 맞네. ㅋㅋㅋ 숙소인 ing 게스트하우스까지는 2㎞ 남짓이라 선배를 꼬셔 걸어가기로 했다. 3보 이상은 무조건 택시 타는 선배인지라 중간에 택시 타자고 투덜거리는 거 간신히 다독거려 결국 숙소까지 걸어갔다.
숙소 도착해서 사장님께 인사 드리고 방 배정 받아 가방 던져놓고 밖으로 나왔다. 밥 먹으면서 소주 일 잔 하려 한다니까 근처 식당을 소개해주시네. 아예 안 먹는 음식이 아니라면 이렇게 소개 받아 실패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래서 돼지 주물럭 잘 한다는 그 가게로 갔다.
쌈 채소가 푸~ 짐~ 하게 나왔다.
고기도 엄청 먹음직스럽다.
안주 나오기 전에 소주 한 병 나눠 마시고... 이런저런 대화 나누며 본격적으로 마시려는데 뒤에서 아저씨 한 분이 말을 건다. 이미 술이 얼큰하게 취한 것 같다. 강원 유니폼 입고 있어서 반가워서 그런다며 한 잔 줘도 되겠느냐 한다. 술 취한 아저씨한테 이런 식으로 잡히면 까딱 잘못했다가는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벗어나기 힘들다는 걸 알고 있지만 호의를 무시할 수 없어서 감사하다 했더니 번갈아가며 술 따라 주신다. 그러더니... 자기 아들이 강원 FC에서 공 찬단다. 응? 강원 FC의 프랜차이즈 선수인 박요한 선수 아버님이다!
하필 며칠 전에 우연히 박요한 선수 기사를 읽은 적이 있어서 제법 놀랐다. 거짓말하는 건가 싶기도 했고. 아무튼 그렇게 한참 떠들면서 주거니 받거니 제법 마셨다. 나중에 계산하려고 하니 본인이 사겠다며 계산까지 해버리신다. 이렇게 신세를 지다니... 조만간 날 잡아서 강원 FC 구단으로 먹을 거라도 좀 보내던가 해야겠다.
저~ 쪽 옆에서 술 마시던 커플은 잘 먹고 나가는가 싶더라니... 밖에서 여자가 비명을 꽥꽥 지른다. 뭔 일인가 싶어 보니 남자가 때렸다며 살려달라고 소리를 지른다. 헐! 미친 ㅅㄲ가 여자한테 손찌검하고 자빠졌냐 싶어 그 쪽으로 가려는데 가게 사장님이 말린다. 아까 술 마실 때부터 저러고 있었다고. 그 와중에 다른 사람들 시선이 느껴지니 남자는 자기가 되려 맞았다며 억울해하고... 나이 먹고 나서는 남 일에 안 끼어들려고 노력하는데 한 잔 마셨겠다 객기 부린답시고 뭔 일 있으면 당장 달려들 기세로 노려보고 있다가 요한 선수 아버님이랑 가게 사장님이 말려서 자리로 돌아왔다. 혹시나 해서 문은 닫지 말라고 했다. 밖에서 여자 애가 쭈그려 앉아 울더니 어찌 어찌 마무리 됐는가 이내 조용해졌다. -_ㅡ;;;
요한 선수 아버님과 기념 사진 찍고 헤어졌다. 숙소로 와서 1층 로비에서 사장님 부부와 이런저런 대화하면서 맥주를 홀짝~ 홀짝~ 그러다 23시가 되어 싹 치우고 방으로 올라갔다. 방이 2인실이라서 부담이 없다. 게스트하우스 내부 사진이 없어서 좀 아쉽긴 한데... 다음에 또 강릉 간다면 그 때에도 ing 게스트하우스 이용할 거다. 시설도 맘에 들고 위치도 괜찮은데다 사장님 부부가 말도 못하게 사람이 좋으시다.
자고 있는데 밖에서 사장님이 문을 두드리며 깨우고 다니신다. 10시부터 청소한다며 슬슬 일어나야 한단다. 스마트 폰 보니 날씨가 비라고 되어 있어 창 밖을 보니 비가 아주 약하게 내리고 있다. 선배 깨우고 씻은 후 짐 챙겨서 1층으로 내려가서 어제 먹다 남은 맥주를 받고. 사장님이 해장해야죠? 해서 근처에 냉면 집 있냐니까 냉면으로 해장하냐며 놀라신다. ㅋㅋㅋ 냉면 가게 소개 받은 뒤 인사하고 밖으로 나가 차는 그대로 두고 냉면 가게로 향했다. 아침 일찍이라 장사 안 하면 어쩌나 했지만 다행히 문 연 상태였다. 『 복면가왕 』 보면서 만두랑 냉면 먹고... 후식으로 요구르트 받아 마신 뒤 차에 올라 어디 갈까 하다가 안목 해변 가보기로 했다. 숙소에서 4㎞ 남짓이다.
대충 이런 분위기다. 커피 거리라서 이런저런 커피 가게들이 즐비하다.
지금은 교도소에서 콩밥 먹고 있는 못된 아줌마 이름이 박혀 있다. 얼른 파내던가 가리던가 해라. ㅋㅋㅋ
뭔가 특이한 바위 두 개가 멀리 보이는 해변. 딱히 특징은 없다. 등산복으로 무장한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요란하게 떠들며 지나갔다. 뒤처진 할아버지 한 분이 코를 풀어 길에 박혀 있는 난간 같은 데다 슥~ 닦고 오는데 입술에 코가 덜렁덜렁. -_ㅡ;;; 경포대나 정동진은 이미 가보기도 했고 너무 뻔해서 다른 데 갈 데 없나 하고 고민했다. 초등학교 때 가보고 안 가본 것 같아서 오죽헌 가볼까 하다가 안반데기를 보고 거기 가기로 했다. 분명 어디서 듣긴 들었는데 어디서 들었는지 기억이 안 난다. 어떤 곳인지도 모르겠다. 그냥 들어본 것 같은데? 싶어서 그리 향한 거다. 30㎞ 넘게 가야 했다.
꼬불꼬불 산 길 아냐? 했는데... 꼬불꼬불 산 길 맞았다. 궁시렁거리며 갔는데... 도착하는 순간 선배와 나, 동시에 우와!!!
한국에서 윈도 배경 화면 찍는다면 여기가 딱이다 싶더라. 맑은 날도 좋았겠지만 구름 잔뜩 낀 날씨도 나름 멋있었다.
안 가면 안 되냐는 선배 꼬셔서 꾸역꾸역 시멘트 포장 길을 올라갔다.
비가 고인 웅덩이가 길을 막고 있었다. 옆에 흙 길 밟아보니 단단해서 그 위로 비켜 갔다.
가다보니 또 물 웅덩이. 비 온 뒤라 길이 영 지랄이다. -_ㅡ;;;
새 풍력 발전기를 올리는 모양이다.
험한 길을 지나 멍에 전망대에 도착했다.
석축에 올라가지 말라는 건 이해가 되는데,
못 들어가게 막아놓은 건 뭘까?
나무와 석축 사이로 작은 틈이 있는데 거기까지는 테이프로 막아놓지 못했다. 그래서 여기로 들어가라는 뜻인가 봅니다~ ㅋㅋㅋ 하면서 그 쪽으로 들어갔다.
여기서 보는 경치도 일품이었다. 다만 여기서 보니 맑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생겼다.
바람이 어찌나 강한지 기와 지붕 일부가 깨져 버렸다.
삐닥하게 기운 표지석. 멍에는 소가 뒤집어 쓰는 그 멍에를 말한다.
바람 때문인지 나무가 한 쪽 방향으로 드러 누웠다.
차량 통제라고 되어 있었는데 우리를 제외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차 끌고 올라가서 보더라. 하지 말라는 짓은 안 하는 게...
뭔가 특이하게 생긴 건물인데 아직 공사가 안 끝났는지 너저분하게 어지러진 상태였다.
건물 뒤로 보이는 길을 따라 가면 또 다른 풍경을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선배한테 가자고 했더니 고개를 절래절래 젓는다. 그래서 선배는 차에서 기다리고 나만 혼자 올라갔다. 생각했던 것보다 거리가 꽤 되더라. 한참 걸어가고 있는데 아줌마 두 명이 차 끌고 올라갔다. -_ㅡ;;;
차로 가지 말라는 표지만픈 뿌리째 뽑혀 나뒹굴고 있었다.
헉헉거리며 걸어 올라가다 뒤돌아보니 경사가 제법이다.
그렇게 구경을 마치고 아래로 내려갔다. 올라온 길 반대 쪽으로 가면 평창인데 서울 쪽으로 가려면 그 길로 가는 게 낫다. 그래서 그리로 내려갔다. 맞은 편에서 차가 오면 곤란할 정도로 좁은 길도 있었지만 그래도 포장 잘 되어 있어 괜찮았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차가 알아서 엔진 브레이크 걸기에 그닥 힘들이지 않고 내려갈 수 있었다.
그리고... 선배의 민감한 장이 예상하지 못한 큰 일을 하고 만다. 급똥 시그널을 보내 중간에 차를 멈추게 만든 거다. 마침 길 옆으로 분위기 좋은 커피 가게가 보여 거기 차를 세웠다.
긴급 탈출을 타진하는 ×을 위해 급히 화장실을 향해 가는, 그런 거 블로그에 올리지 말라던 선배
까페 들어가니 은은한 나무 향이 끝내주더라니, 이 녀석 덕분이었다. 난방도 되는 모양이더라.
천장도 멋지게 꾸며져 있고,
한 쪽에는 장작들이 잔뜩 쌓여 있다.
캣 타워가 있어 고양이도 있나 하고 봤지만 없었는데,
카운터 옆 카트에서 숙면을 취하고 있었다. ㅋ
커피 주머니로 화장실 표시해놓은 인테리어가 멋지다.
깔끔하고 보기 좋은 카운터.
넓은 자리도 갖추고 있다.
지금 계절과 맞지 않지만 귀여운 인형도 있었고.
난 얼 그레이, 선배는 커피를 시켰다. 선배는 주문을 남기고 화장실로 홀연히 사라졌다. 혼자 앉아 있는 내게 사장님이 커피와 차를 직접 가져다주시면서 감자 구워드릴까요? 하고 물어본다. 딱히 거절할 이유가 없어서 네~ 했더니... 3, 40분 정도 걸려요~ 라고 하신다. 응? 3, 40분?
생각보다 너무 오래 걸린다 싶었지만 뒤늦게 그럼 됐다고 거절하기도 뭐 해서 그냥 앉아 있었다. 잠시 후 선배가 나와 화장실의 비데와 은은한 향을 찬양했고... 나도 들어가서 엉덩이를 변기에 살포시 접촉시켜 선배의 찬양이 걸맞는 곳인지 확인했다. 비데는 쓰지 않았지만 화장실 자체가 훌륭하더군. ㅋ
그렇게 앉아서 시간 보내다보니 14시가 넘어버렸다. 그러던 중 감자 등장! 우와! 구운 감자다! 감자로 만든 과자는 종종 먹었지만 이렇게 감자를 먹는 건 엄청나게 오랜만이다. 자그마한 티스푼을 같이 주셔서 퍼먹었는데 진짜 고소하고 맛있었다. 소금이나 설탕 없이도 맛있게 먹었다.
이 까페는 바로 옆의 펜션과 같이 장사하는 곳이다. 이 날 15시에 포항과 인천, 대구와 전남의 경기가 있었는데... 선배가 뜬금없이 자고 갈까? 하고 물어본다. 일요일 오후인지라 차는 틀림없이 막힐 것이고, 축구는 못 볼 것인데... 선배는 다음 날 늦게 출근, 나는 쉬는 날이다. 그닥 고민하지도 않고 그러자고 했다. 사장님께 펜션 얼마냐니까 원 룸은 10만원이란다. 방 있냐니까 있다 하신다. 그래서 볼 수 있냐고 했더니 안내해주신다. 평일(숙박 업소는 금, 토요일이 주말이고 일요일은 평일)은 8만원이라며 현찰로 줘야 한단다. 방을 보니 깨끗하고 맘에 들어 숙박하고 가기로 했다. 방에서 직접 보일러를 켜는 시스템이 아니어서 사장님이 보일러 켜주신다 했고 이불도 한 채 더 주신다고 했다.
밖으로 나오니 안반데기의 풍력 발전기가 멋진 풍경을 선사한다.
먹을 거 사오겠다 하고 나와 근처 하나로 마트 찍어보니 6㎞ 떨어져있다. 선배와 둘이 장을 보는데... 아무래도 한 잔 마시면 다시 나올 수 없고 근처에 뭔가 살 수 있는 가게가 없다 보니 무리해서 사게 됐다. 둘이 먹을 거 사는데 12만원 넘음. ㅋㅋㅋ
대략 펜션 내부 구경에 나섰다. 화장실 깔끔하고, 무엇보다 좋은 향기가 났다.
이렇게 테이블이 있어서 간단하게 뭐 먹을 수도 있고. 여기서 고기 구워 먹었다.
장 보고 와서 축구 보려는데 대구 경기는 중계가 있지만 포항 경기는 중계가 없다. 대구 경기는 음소거로 틀어만 놓고 스마트 폰으로 포항 경기 보면서 맥주 마셨다. 축구 끝나고 누워서 뒹굴거리다 살포시 잠들었고... 그렇게 잠깐 자다 깨서 고기 먹으려고 보니,
방에서 고기 구워 먹으면 안 된단다. 선배가 사장님한테 바베큐장 이용하겠다고 말하러 갔는데 올 때가 되어도 안 오기에 뭔 일 있나 했더니... 시간도 늦고 했으니 테라스에서 구워먹으라 했다며 휴대용 버너를 들고 온다. 휴대용 버너를 들고 밖으로 나가 스마트 폰 조명으로 고기 구워 소주 마셨다. 내가 먹고 싶다 해서 한우 차돌박이를 샀는데, 인생 차돌박이였다. 태어나서 먹어 본 그 어떤 차돌박이보다 맛있었다.
차돌박이 먹고, 항정살 먹고, 가브리살은... 굽긴 했는데 배가 불러서 못 먹었다. 무엇보다도 너무 추워서 방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사장님이 보일러 켜준 뒤에도 방은 냉골이었는데 밖에서 고기 먹다 들어오니 제법 훈훈하다. 배 불러서 고기는 못 먹겠다면서 라면 생각이 간절해서 컵라면이랑 햇반 먹고... 막걸리 마시고... 그러다 잤다.
자고 일어나니 구름이 걷혀 파란 하늘이 자태를 드러냈다.
텔레비전 켜고 설거지랑 청소 대충 마친 뒤 라면 먹었다. 요즘 세상에 보기 힘든 브라운관 텔레비전. -_ㅡ;;;
따로 쓰레기 분리수거해서 들고 나갔는데 딱히 버릴 장소가 안 보인다. 사장님한테 얘기했더니 두고 가면 알아서 버리겠다 하신다. 인사하고 나왔다. 금방 고속도로 올라탔고 중간에 약간씩 막히긴 했지만 그냥저냥 괜찮았다. 반대 쪽 차선은 월요일 낮인데도 엄청나게 막히더라. 평창 올림픽 기간에는 한참 더할텐데... 큰 일이다. -ㅅ-
집에 와서 선배는 다시 선배 차 운전해서 집으로 돌아가고, 나는 방에 들어가 짐 정리하고 빨래한 뒤 뒹굴거리다 잤다.
강릉 ing 게스트하우스도, 풀향기 펜션도, 다 좋았다. 5월이랑 6월은 나름 바쁘니까 7월이나 8월쯤? 여름에 더울 때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여행 가면 참 좋겠다 싶더라. 끄읕~
요 밑↓에 하♥트 클릭, 콜?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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