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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뽀오츠 』/『 스틸러스 』

2017 시즌 포항의 초반 성적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17. 4.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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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시즌 초반, 포항의 성적이 이상하다. 시즌 개막 전의 예상과 딴 판이다. 대부분이 하위 스플릿은 당연하게 생각했고 심지어는 강등될 거라는 예상까지 했었다. 그런데... 6 라운드가 끝난 지금, 포항은 전북에 승점 1점 차이로 2위를 차지하고 있다. 기자와 축구 전문가들의 예상은 물론이고 포항 팬들조차 예상하지 못한 성적이다. 울산의 홈에서 치러진 개막전에서 패배하면서 '역시...'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지만 이 후 경기에서 단 한 번도 지지 않았다.


이에 포항 팬들이 최순호 감독 부임을 반대하지 않았느냐며, 그런데 성적이 이렇게 잘 나온다며, 비아냥대는 사람이 제법 많다. 길고 긴 리그 일정 중 고작 여섯 경기 치렀을 뿐인데 설레발 치는 기자들 탓이 가장 크긴 하지만 포항과 관련된 기사마다 부임 반대하지 않았냐며 팬들을 훌리건이나 성적 제일 주의자로 몰아가는 사람들이 꽤 있다.


나는 2016 시즌에 최진철 감독이 포항을 맡는 것에 굉장한 반감을 가지고 있었다. 선임 소식이 들리자마자 반대했고, ACL 플레이오프 보면서 큰 일 났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내 예상대로 전년도 리그 3위를 차지했던 팀을 엉망진창으로 만들며 강등 위기까지 몰고 갔다. 나를 비롯한 포항 팬들이 최진철 감독을 반대한 이유는 여럿이지만 일단 포항 출신이 아님에 거부감이 있었다. 포항의 역대 감독들은 대부분 포항에서 잠시나마라도 선수 생활을 했던 사람이다. 그런데 최진철 감독은 전북에서만 뛴, 타 팀의 원 클럽 레전드다. 포항에서 선수 생활을 했던 사람들도 많은데 굳이 타 팀의 레전드라 불리는 이를 감독으로 데려와야 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에다 지도자 데뷔 후 딱히 눈에 띌만한 성적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팀은 최진철 감독 선임 기사가 나오자 아니라며 거짓말을 하다가 나중에서야 맞다고 인정했다. 여러 사정이 있었을테지만 팀의 거짓말도 못마땅했다.


최순호 감독 선임 역시 마찬가지였다. 최순호 감독이 포항을 맡았을 때 가장 좋은 성적을 낸 건 전반기 우승 뿐이었다. 그 시즌조차도 후반기 우승 팀과 승부차기 끝에 져서 준우승으로 끝났다. 거기에다 지독한 수비 축구로 지루하기 짝이 없는 경기를 펼쳐 많은 팬들이 경기장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들었다. 오죽하면 서포터들이 퇴진 운동을 했을 정도다. 그런 사람이 다시 온다고 하니 반대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포항 감독을 그만둔 뒤 강원에서 감독을 맡았지만 매 시즌 승리보다 두 배 이상의 패배를 기록하며 형편없는 성적을 기록했다. 그런 사람을 굉장히 급히 감독 선임했으니 반대하지 않는 것이 이상한 거다.


물론 사람은 변한다. 최순호 감독 역시 여러가지로 발전하여 과거 수비 추가구로 욕 먹던 시절과 강원 감독 시절에 비해 훨씬 나은 지도자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팬들은 그런 걸 알 도리가 없다. 과거의 성적을 보면 불안하기 짝이 없으니 다른 감독이 오기를 바라는 거다. 거기에다 포항에서 태어나 대학 시절을 제외하고는 줄곧 포항에서만 뛴 신화용을 팔아먹는 과정이 전혀 깔끔하지 못했다. 그동안 황재원, 노병준, 황진성을 내치면서도 과정이 썩 깔끔하지 못했고 오범석이나 황희찬의 타 팀 이적과 관련해서는 법적인 분쟁까지 있었다. 황재원 팔아먹을 때 응원 보이콧 했었고 황진성 내칠 때에도 응원 보이콧 선언했지만 신화용은 아니었다. 황지수나 신화용 만큼은 포항에서 은퇴하게 해줬어야 하는 거다. 신화용 이적에 너무 실망한 나머지 팬고이전을 선언하며 포항 팬질을 그만두기로 했다.


말이 질질 길어지는데, 정리하자면 이렇다. 최순호 감독 선임에 반대한 것은 사실이다. 차라리 김기동이 감독으로 오기를 바랐다. 포항 시절의 지독한 수비 축구와 강원 시절의 형편없는 성적이 근거였다. 최순호 감독 선임보다 더 실망한 것은 포항이라는 팀 그 자체였다. 신화용 이적이 팀으로부터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 그냥 등 돌린 수준이 아니라 형편없이 망가지다가 강등 당하길 바라며 저주했다.


그런데... 신화용 뿐만 아니라 김원일, 문창진, 박선주, 신광훈 등 주축 선수 다 팔아먹고 라자르도 팀을 떠난 상황에서 딱히 눈에 띄는 보강이 없는 포항이 초반에 승승장구하고 있다. 계속 포항을 응원하기로 마음 먹은 팬들도 은근히 불안했을 거다. 하지만 초반의 성적을 보고 무척 신나하고 있을 거다. 내 기준에 포항은 몹시 못된 팀이고 그래서 엉망진창으로 망가져 벌을 받기를 바랐는데... 실제로는 지난 시즌보다 잘 나가고 있는 거다.


                    

6 라운드까지의 성적이다. 올 시즌은 4승 1무 1패. 대부분 슬로우 스타터 하면 북패를 떠올리지만 포항도 못지 않게 발동이 늦게 걸리는 팀이다. 그런데 올 시즌은 초반부터 엄청난 성적을 거두고 있다. 문제는... 상대가 지금까지보다 약하다는 거다. 그나마 시즌 개막전에서 상대한 울산이 지난 시즌에 4위를 차지한 팀이고, 그 외의 팀은 전남 정도를 제외한다면 하위권 팀과 승격 팀이다.

2016 시즌의 경우 그 전 시즌에서 10위를 한 광주, 8위를 한 인천과 붙었지만 4 라운드에서 전북, 5 라운드에서 수원을 만나 내리 비겼다.


                    

2015 시즌은 어떠한가? 개막 후 여섯 경기 내에 지난 시즌 1, 2, 3위 팀과 다 붙었다. 2014 시즌 역시 마찬가지다. 1, 2, 3위와 6 라운드 내에 다 상대했다. 올 시즌 초반의 좋은 성적은 훌륭하지만 지난 시즌들에 비하면 상대 팀의 무게가 아무래도 가볍다는 거다. 최근 3년 간 이런 대진이 없었다. 협회와 무관하지 않은 최순호 감독을 위한 배려라고 생각한다면 지나친 오바일까?

다가오는 7 라운드에서 전북을 만난다. 전북은 김호남, 신진호, 홍철 등이 버티고 있는 상주에 네 골을 몰아넣으며 막강한 화력을 선보였다. 만약 포항이 그런 전북과도 멋진 경기를 펼치거나 졸전을 하더라도 이기게 된다면... 그 때에는 더 이상 최순호 감독을 깔 이유가 없게 된다.


날 때부터 포항 팬이었다. 30년 넘게 응원해왔다. 팀의 레전드가 되기에 충분한 선수를 등 떠밀어 내보내는 게 못마땅해서 결국 다른 팀을 응원하기로 했지만... 대구를 응원할 때에도, 강원을 응원할 때에도, 내 팀을 응원한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아니라 연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이 포항 경기 보러 다니던 선배는 못 이기는 척 하고 다시 포항을 응원하면 안 되겠냐 하지만... 차마 그렇게는 못하겠다.



10 라운드 정도가 지났을 무렵에도 여전히 성적을 내고 있거나 경기력이 우수하다면 최순호 감독 선임을 부정적으로 보고 형편없는 성적을 낼 거라 예상하며 까댔던 거, 정식으로 사과하겠다. 팀 홈페이지와 블로그에 사과문 올리고 최순호 감독 응원하겠다. 그러나 다시 포항을 응원하는 건 너무 어려운 일이다. 고액 연봉자라는 이유로 팀에 대한 애정을 수시로 표현하고 다른 팀 유니폼 입는 걸 상상조차 한 적 없다는 선수를 또 팔아먹을 것이 분명한데, 다시 그 팀을 응원한다는 게... 너무 가슴 아프다. 적어도 올 시즌 만큼은... K 리그 안 보면 안 봤지, 다시 포항을 응원하고 싶...어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포항에서 등 떠밀리듯 나간 선수들이 다른 팀 유니폼을 입고 막 날아다녀야 쌤통이다 싶을텐데...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선수들이 포항 시절을 전성기로 하고 내리막을 탔다. 그래서인지 이번 라운드에서 도움 2개를 기록한 황진성의 활약이 기쁘다. 전북과의 경기를 보고 난 뒤 강원은 황진성을 너무 내려서 쓴다며 까댄 이후의 활약이라 더 기쁘다. 노병준은 은퇴했지만... 문창진이나 황진성은 강원에서 크게 활약해주기를 바란다. 영원한 해병 김원일도 남패에서 잘 뛰어주기를 바라고.


글 재주가 형편 없어서 꽉 막힌 가슴 속을 글로 풀어내지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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