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주 대장과 그 부인이라는 사람의 갑질이 연일 뉴스를 타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별 네 개를 양쪽 어깨에 단 사람이라면 정말 극소수 of 극소수인데... 그런 사람이 참 불명예스러운 뉴스의 주인공이 된 것이다. 대장이라는 냥반도 웃기지만 부인이라는 사람이 더 어이 없다. 아들 같아서 그랬단다. 허... 그냥 잘못했다고만 할 것이지. 아들 같아서라니... 말이 되는 소리라고 생각하는 건가?
명문 고등학교, 명문 대학교 나와 나름 똑똑했을 머리인데 어찌 저런 말을 변명이랍시고 하는 건지. 아무튼... 나는 이 문제가 바뀐 세상에 적응하지 못한 사람들의 몰락이라 생각한다.
세상이 바뀌었는데 거기 적응하지 못한 것들이 쇠퇴(衰退) 끝에 아예 사라져 기억조차 가물가물해지는 일. 여러 번 보아왔다. 전 세계 최고의 휴대 전화 제조 기업이었던 노키아는 스마트 폰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삽질하다 사라져 버렸고 블랙 베리 역시 이슈가 되어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후속 제품들이 줄줄이 죽을 쑨 끝에 결국 망해버렸다. MSN 메신저를 잡고 국내 최고의 메신저로 자리 잡았던 네이트 온 역시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던 싸이월드 역시 모바일 환경으로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기억에서 지워지고 있다.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채 과거의 영화만 생각하고 거들먹거리고 있는다면 망하는 건 당연한 결과다. 온갖 사적인 일들을 시키며 노예처럼 부려먹고 부모 언급하며 모욕하고 물건 던지고... 과거에는 이러한 일들을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과거에도 옳았던 일, 해도 괜찮은 일이 아니었다. 다만 과거에는 당하는 사람이 외부에 언급해서 부당함을 호소할 방법이 없었던 거다. 그러나 세상이 달라졌다. 당하기만 해야 했던, 을의 목소리들이 세상에 퍼지기 시작했다.
과거에 못된 짓을 했던 사람이라도 더 이상 을들을 짓밟는 것이 불가능한 세상이 되었음을 알게 되었다면 늦게나마 반성하는 척, 착한 척, 미안한 척, 쑈라도 해야 했다. 그러나 세상이 바뀌는 걸 인지하지 못한 채 과거에 하던 짓을 고스란히 하는 거다. 결과는? 위에서 언급한 사례처럼 망하는 것 뿐이다.
며칠 전 한~ 참 선배한테 전화를 받았다. 3일 쉰 뒤 정오 무렵 출근하는 날의 오전 아홉 시도 안 됐을 때였다. 악을 쓰듯 소리 지르며 너는 대체 뭐하는 놈이냐고 하더라. 뜬금없이 그런 소리 들으니 응? 하게 되잖아. 무슨 말씀이시냐고 물었더니 이랬는데! 저랬는데! 하고 계속 악을 쓰는데... 조리 있게 상황을 설명하는 게 아니라 그냥 악 쓰는 거다. 옛날 같으면 하늘 같은 선배 말씀에 꺼뻑 죽어 그저 '네, 네, 잘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하고 있었겠지. 하지만 세상이 바뀌었다. 욕을 먹어도 왜 먹는지 알아야 할 거 아니냐고. 같이 악 쓰며 덤벼 들었더니 이 새끼, 저 새끼, 임마, 점마, 욕하고 악 쓰고 가관이다.
왜 그 지랄 염병을 했는지 들어보니... 그 선배가 예전에 일했던 사무실이 있는데 지금 일하는 곳으로 옮기면서 그 사무실은 다른 사람들 쓰게끔 반납하게 되었다. 그런데 반납을 안 했다. 사무실에 도어락 붙어 있는데 술 먹고 헤롱헤롱한 상태에서 짱박혀 잠자기 좋은 공간이었거든. 다른 파트로 업무를 전환하면서도 그 사무실 꼭 지키고 있으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나 역시 작년 이 맘 때에 그 선배로부터 들은 건 다른 사람들이 그 사무실 쓰고 싶어 하니까 뺏기는 일 없도록 하라는 게 전부였다. 그게 전부다. 거기 뭐가 있으니 어떻게 하라거나 하는 얘기 따위는 전혀 들은 바 없다. 업무 인수인계 받는 과정에서 그 사무실이 있다, 번호를 이렇게 누르고 들어간다, 딱 그 정도만 배웠다. 그 때 그 사무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봤고 1년 동안 단 한 번도 간 적이 없다. 그런데 얼마 전에 다른 사람이 거기 들어가서 엉망진창인 걸 보고 좀 화가 나서 뭐라 한 모양이다. 그걸 듣고는 나한테 관리를 똑바로 하네 마네 하면서 아침부터 전화해서 욕하고 소리 질러댄 거다.
나는 그 사무실 안 쓴다. 술 처먹고 맛탱이 가서 거기 짱박혀 잠자는 일 따위는 단 한 번도 없었고. 거기 뭔가 숨겨둔다거나 하지도 않는다. 근처도 안 갔다. 그런데 내가 지금 파트에서 가장 나이 많고 경험 많은 사람이니, 즉 책임자이니 책임을 지라는 거다. ㅆㅂ 내가 그 사무실 쓴다고 했어? 사무실 뺏기지 말라고 신신당부만 해놓고는 이제 와서 나한테 책임을 지라고? 대체 어디에 쓸 건지 소모품 잔뜩 처박아둔 거 걸리니까 창피하긴 한 모양이지?
그걸 가지고 소리 빽빽 지르고 욕하고. 지지 않고 같이 소리 지르면서 대들었더니 사방팔방에 저한테 대들었다고 소문 내고 다닌 모양이다. 난 누가 물어봐도 좋은 일도 아니니 그냥 아무 말 안 하고 가만히 있었는데... 어이가 없다. ㅆㅂ
내일 출근해서 나는 그 사무실 아예 안 쓰니까 빼도 된다고 얘기해야겠다. 정 그 사무실 지키고 앉아 있을테면 직접 와서 처앉아 있던가 말던가 하라고. 선배가 선배 같아야 대접을 하지. 대우할 가치를 못 느낀다.
스마트 폰 쓰고, 카카오 톡으로 메시지 보내고, 카메라로 셀카 찍고, 최첨단 자율 주행 기능을 가진 자동차 몰고 다니면서, 기껏 내뱉는다는 말이 '옛날에 나 때에는 말이야~' 또는 '세상 좋아진 줄 알아라, 예전에 내가 니 나이 때에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같은 수준이다. 아니, 그렇게 옛날이 그리우면 스마트 폰이고 첨단 자동차고 다 내던지고 봉화 올리고 짚신 신고 다니시지 그러나?
한심하기 짝이 없다. 저 따위 것들을 보고도 그나마 배우는 게 있다. 나는 절대로 저렇게 살지 말아야지 하는 것이다. 너는 나이 안 먹을 줄 아냐고, 너도 나이 먹고 늙을 때가 온다고, 선배한테 함부로 하지 말란다. 내가 아무 이유없이 선배한테 소리 지르고 덤벼들었던가? 먼저 뭐하는 놈이냐로 시작해서 이 새끼 저 새끼 한 게 누구더라? 나는 지금도 열 살 넘게 차이나는 후배들한테도 함부로 말 안 놓는다. 그런데 뭐라고? 예의 바르게 행동하라고? 나이 더 처먹었다는 이유로 욕해도 되고 덜 처먹었다는 이유로 그저 듣고 있는 게 예의냐?
바뀐 세상의 편리함을 이것저것 누리고 있다면, 제발 바뀐 세상에 적응해서 예전에 했던 못된 짓들은 좀 삼가해라. 사람이 좋아서 참고 있는 게 아니다. 똥이랑 싸우려면 결국 내 몸에 똥 묻을 걸 아니까 참는 거다. 한심한 똥덩어리. 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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