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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절주절 』

썼던 글을 고치지 않는 이유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18. 5.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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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에 체력 측정을 했는데... 예상한대로 형편없는 결과가 나왔다. 3㎞ 뛰는데 19분 가까이 걸렸다. 1초에 2.6m 정도 가는 거리니까 다리 긴 사람은 빠른 보폭으로 쩌억~ 쩌억~ 걸어가도 될 기록. -_ㅡ;;;   그렇게 될 거라 생각했다. 운동이라고는 아무 것도 안 하고 1년을 보냈으니까. 거기에다 스트레스만 엄청 받고.   4년인가 전에는 한창 배드민턴 칠 때라 13분 정도 걸렸던 것 같은데... 역시 몸뚱이는 거짓말을 안 한다.


아무튼... 저 참담한 기록을 보면서 축구 보고 나서 선수들 까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고작 3㎞ 뛰고 나서 죽을 것처럼 헐떡거리면서, 한 시간을 반 동안 10㎞ 이상 뛰는 선수들한테 의욕이 있네 없네, 건성으로 뛰네 마네, 되도 않는 소리 할 입장이 아니라는 걸 깨달은 거지.


그런데... 그렇게 다짐해놓고 정작 포항이랑 수원 경기 보면서 혼자 또 흥분해서 되도 않는 소리 SNS에 싸지르고 그랬... (구제불능) -ㅅ-



한 살, 한 살 나이 먹어가면서 스스로의 미숙함을 느끼는 일이 많아지고 그에 따라 부끄러워 하는 시간이 늘어난다. 우산 쓰고 도서관에 책 갖다주러 다녀오면서 올 해 10월에는 일본 집에서 내리는 비 보면서 맥주 한 잔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 문득 일본 처음 갔을 때가 떠올랐다.


처음 일본에 갔던 2014년. 고등학교 때 제 2 외국어가 일본어였음에도 불구하고 히라가나, 가타가나도 모른 채 일본에 상륙. 하루종일 굶다가 덴덴타운에 가서 처음 먹은 게 타코야끼. 안에 들어가서 먹어도 되겠냐고 번역기 돌려 보여주니 어서 들어오라며 두 팔 벌려 환영해준 사장님. 자리 잡고 앉은 뒤 어려 보이는 아르바이트 처자를 불러 당당히 외쳤다. 나미비루 구다사이!


아직도 기억난다. 에? 하고 놀라며 눈이 동그래진 알바 처자의 얼굴이. 아마 비이~ 루 라고도 안 했을 거다. 짧게 비. 루. 라고 했을 거다. 손 들어서 주문 받으러 갔더니 파도 빌딩 주세요! 라고 외치는 일본인(처럼 생긴 외국인)이라니. 다행히 사장님이 잽싸게 나마비이~ 루? 하고 고쳐주며 맥주 따라줬었더랬지.


히로시마 갔을 때에는 개뿔도 모르고 고코쿠 신사에 가서 한글과 일본어로 엄마님 오래 사시라고 써서 에마 걸어놓고 오기도 했다. 진짜... 무식이 죄다. 지금도 블로그 보면 오타에, 탈자에, 띄어 쓰기 틀린 거, 되도 않는 개소리 지껄인 거,... 수두룩 하다. 단순 오타는 보이는대로 고치는 편이지만 어지간하면 내용 수정은 안 하려고 한다.


시간이 좀 더 흘러 이 나이 먹고 이렇게 멍청했었고나~ 하고 반성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다. 그런 부족하고 모자란 모습도 결국 나니까.



시간이 빨리 갔으면 좋겠다는 마음 때문인지 참 더디 가는 것 같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은 하나 같이 마음에 안 들어서 꼴도 보기 싫고... 그런 것들을 참아가며 일하는 내가 안스럽고... 그러다가 스스로에게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고... 반성이 분노로 바뀌고... 사춘기 소녀처럼 감정 기복이 심한 요즘이다.


비가 오니까... 마음이 착 가라앉고 그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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