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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뽀오츠 』/『 스틸러스 』

2021 시즌 11 라운드 vs 수원FC @ 스틸야드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21. 4.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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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 때문에 움직이는 게 쉽지 않아서 직관을 가지 못하고 있는 상태지만, 그래도 꼬박꼬박 텔레비전 중계로 경기를 챙겨 보고 있다. 트위터에 지저귀긴 했는데 블로그에 글 남기는 건 오랜만... 이라 생각했는데 올 시즌 들어 처음이네.

 

  • 예전에는 경기 내용에 눈깔을 뒤집고 질알 염병을 했더랬다. 칭찬보다 까기 바빴고. 그런데 나이 먹으니 포기할 건 포기하게 되고 뭔가 좀 더 여유로워져서, 이제는 져도 그런가보다 한다. 물론 이기면 좋지. 이기고 나면 포항 앰블럼이 박힌 옷 입는 것도 좀 더 즐겁고.

 

  • 지난 9 라운드 북패戰부터 10 라운드 광주戰을 거쳐 이번 라운드 수원 FC와의 경기까지, 모두 한 점 차로 이겼다. 경기 내용을 보면 우리가 더 잘 했다고 평가하기 어려운 수준. 게다가 강현무의 선방이 아니었다면 지는 게 당연한 경기였다.

 

  • 개인적으로 경기 전체를 지배하면서 여유롭게 끌고 가다가 두 골 정도 넣고 무실점으로 이기는 경기가 완벽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매 번 그런 경기를 할 수는 없는 게 당연하다. 경기를 지배했지만 골이 안 터지는 날도 있고, 질질 끌려가다가 어영부영 한 골 넣고 이기는 경기도 있다. 나는 결과보다 과정을 따지는지라 지더라도 포항다운 경기를 하는 게 중요하다 생각하지만 어쩌면 말 뿐인지도 모른다. 사실은 아득바득 버티고 버텨서 승점 3점을 버는 게 더 좋을지도 모르겠다.

 

  • 이번 라운드의 경기가, 아니, 따지고 보면 최근의 경기가 다 그랬다. 과정은 보잘 것 없지만 결과는 어떻게든 가져오는.

 

  • 간신히 이겼네 어쩌네 해도 결국 승점 3점이다. 공 찰 때 감독님이 항상 하던 말이, 흔히 오버 헤드 킥이라 부르는, 바이시클 킥으로 넣어도 1점이고, 등이나 엉덩이 맞고 들어가도 1점이라고 했다. 물론 두고두고 리플레이 되는 그림 같은 슛이 더 좋겠지만 어떻게 넣든 골이 중요한 거다. 만약 시즌 막바지에 우승 경쟁을 하게 된다면, 흐름을 우리가 주도했지만 진 경기보다 거지 발싸개 같은 경기를 하고도 승점 3점을 가져온 경기가 더 고맙게 느껴질 거다. 아무튼, 우리는 3연승을 했고 내리 9점을 쌓았다. 그게 중요한 거다.

 

  • 수원 FC의 전방 압박이 상당히 훌륭했고, 원 터치 패스 역시 나무랄 데가 없었다. 우리가 못 했다기 보다는 수원 FC가 정말 잘한 경기가 아닐까 싶다. 우리 선수들은 예상을 능가하는 상대의 플레이에 당황하지 않고 나름 잘 풀어갔다 생각하고.

 

  • 외국인 선수의 공격력에 의문을 품는 사람들이 많지만 퍼스트 터치나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는 걸 보면 타쉬도, 크베시치도, 결코 나쁜 선수가 아니다. 아니, 한 번 터지기 시작하면 대책없을 정도로 좋은 선수라 생각한다. 아직 열 경기도 치르지 않았다. 믿고 응원하면 지금보다 훨~ 씬 나은 모습을 보여줄 거라 생각한다.

 

  • 많은 사람들이 포항의 축구라고 하면 공격 일변도를 떠올리지만, 포항이 잘 나가던 시절에는 수비가 정말 탄탄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양 쪽 윙백이 입대했고, 믿음직스러운 센터백마저 한 명은 이적, 한 명은 입대해서 공백이 생겼다. 당연히 수비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는데 강현무의 믿을 수 없는 선방으로 겨우 버티는 듯 하다. 그래도 권완규나 전민광 같은 선수들이 투지를 보이며 싸워주고 있기에 3연승도 가능했다 생각한다. 정말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생하는 선수들이다. 개인적으로는 2, 3점 정도 리드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권완규를 원 톱으로 올려봤음 좋겠다. 권완규의 개인기라면 마르세유 턴에 이은 그림 같은 골을 기대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거다.

 

  • 아무튼, 방구석에서 맥주 홀짝거리며 편하게 축구 보면서 이 AH 77I, 저 AH 77I, 하는 건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네일베 중계 화면에도 쓰레기 타령하는 토토충들 바글바글하더라. 그런 ㅄ들 신경쓰지 말고, 천천히 우리다운 플레이 찾아가서, 팬들 모두를 즐겁게 하는 우리만의 축구를 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하루 빨리 육성 응원이 가능해져서 목이 쉬도록 소리 지를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 고생한 스태프와 선수들, 응원 간 팬들 모두에게 수고했다는 말 전하고 싶다. 잘했다, 우리,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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