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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  뷰 』

삼성 모니터 오디세이 네오(Odyssey Neo) G9 지른 이야기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21. 7.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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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장을 두 개 만들어서 한 달에 10만원씩 저금하고 있다. 하나는 지름용 통장, 다른 하나는 여행용 통장. 남들은 자기 이름으로 아파트 산답시고 얼마를 모으고, 얼마를 주식에 투자하고, 재테크를 하네 마네 난리도 아니던데 난 딱히 앞 날 생각 안 하고 지금 즐거우면 그만이라 생각하고 사는지라...

 

일본 유학 자금 마련한답시고 모아둔 거 다 털어먹고, 유학 끝나고 돌아와 다시 모으기 시작했기에 이번 달까지 모인 돈이 160만원씩 두 개 밖에 안 된다. 염병할 코로나 때문에 여행 가는 건 언감생심 꿈도 못 꾸게 생겼으니 여행용 통장은 한 3년 묵혀둬서 코로나 문제 해결되면 유럽에 다녀올까 싶다. 그건 그렇고, 문제는 지름용 통장. 100만원이 넘어가니까 뭔가 지르고 싶어 근질근질해진다.

최근에 꽂힌 게 드론인데 혼자 알아서 날고 촬영도 제법 괜찮게 되는 건 100만원이 넘더라고. 여차하면 질러버렸을텐데 드론 날리기 전에 사전 허가를 받아야 되네, 말아야 되네, 엄청 귀찮더라고. 그래서 망설이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삼성에서 괴물 모니터를 내놨다는 글을 보게 된 거다. (글 못 쓰는 사람의 특징: 도입부가 길다. -_ㅡ;;;)

 

네일베에 검색했을 때 인플루언서 어쩌고 하는 양반들이 쓰는 글을 그닥 탐탁치 않게 생각하는지라 어지간하면 안 보는데 관심이 있었던 대형 와이드 모니터에 대한 글이 있어서 읽어봤다. 2020년 6월에 나왔던 모니터의 후속 제품이 나왔는데 스펙이 엄청나단다. 말 그대로 괴물 모니터란다. 솔깃했지만 가격 정보가 없어서 일단 갖고 싶다 정도로 정리했다. 그런데...

이 모니터를 카카오메이커스에서 최초로 판매한단다. 그걸 야근하다가 사무실에서 잠깐 인터넷 하던 중에 보게 된 거다. 퇴근해도 충분히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에 밤을 꼴딱 뜬 눈으로 지새우고 아침에 퇴근해서 확인해봤다. 예상대로 여유가 있다. 100대 한정이라는데 84대인가 팔린 상태.

 

미국에서는 2,500 달러에 판단다. 지금 환율로 거의 290만원에 가까운 돈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240만원. 응? 한국 기업이 한국에 더 싸게 파는 일은 극히 드문데? 뭔 일이지? 내수용이랑 수출용에 차이를 뒀나? 국내 판매용이 뭔가 구린 거 아냐? 아무튼, 카카오메이커스에서 최초로 판매하는 기념으로 20% 싸게 판단다. 게다가 20만원 정도 하는 JBL 헤드셋도 준단다. 이것이야말로 개이득?

 

분명히 100대 판매가 준비되어 있었고 그 중에 84명이 주문했다고 되어 있었다.

맘에 들긴 하는데... 내가 아랍의 석유 부호도 아니고, 전기 차 만들어 팔면서 트위터로 코인 가격에 영향 주는 뺀질이도 아니고, 200만원 가까이 주고 모니터를 사는 게 부담스럽다. 그래서 애꿎은 스펙이나 보면서 망설이고 있는데... 그러고 있는데...

 

응? 매진? 대기 희망자가 200명이 넘는다고? 그 짧은 시간에?

이게 말이 되나? 토요일 오전인데? 게다가 희한하다 싶은 게, 다른 사람들이 남긴 글을 보니 최초 판매가 17시에 시작됐는데 알람이 17시 25분에 왔단다. 알람 받고 왔을 때에는 이미 매진이었다는 거지. 그런데 내가 아침에 처음 봤을 때에는 분명 열 대 이상 남아있었거든? 이게 물량을 추가로 확보했기 때문인지, 아니면 주문했다가 취소한 사람이 한, 두 명이 아니기 때문인지, 당최 알 수가 없다.

 

그러던 와중에 매진이 풀리고 이번에는 20대가 남아있다고 뜬다. 이거 뭐냐?

아무래도, 판매자나 카카오메이커스 측에서 장난 치는 게 아닐까 싶더라. 그렇지 않고서야 매진 됐다가 추가 물량이 들어온 것도 아닌데 갑자기 20명이 취소를 하는 일이 생긴다고? 그 뒤로 잠깐 추이를 지켜봤는데 계속 80명 언저리에서 주문 중 숫자가 바뀌었다. 일단 질러놓고 부인에게 얘기했다가 한 소리 듣고 눈물을 머금은 채 취소하는 유부남들이 이렇게나 많은 걸까?

 

누군가 그랬지, 고민은 배송만 늦출 뿐이라고. 컴퓨터만 썼다면 굳이 모니터를 지르지 않았을 거다. 컴퓨터에서 돌아가는 게임이라고 해봐야 스타 크래프트, 문명 Ⅵ 정도가 고작이니까. 하지만 저에게는 플스 파이브가 있습니드아~ 저 최신형 게임기를 위해서라도 게이밍 모니터를 질러야 했습니다... 라고 자기 합리화 시전. ㅋㅋㅋ

 

결국 질렀다. 지름용 통장에 모아둔 돈만으로는 부족할 정도의 비싼 가격.

 

잠깐 자고 일어나서 확인해보니 재주문 알림을 신청한 사람이 800명이 넘는단다.

지금은 1,000명을 훌~ 쩍 넘어갔다. 스펙에 비해 혜자스러운 가격이라더니 정말 그렇긴 그런 모양이다. 게다가 판매 예정 가격보다 싸고 헤드셋까지 준다고 하니. 아침에 지르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모니터가 워낙 크고 무거워서 전문 설치 기사가 와서 설치해준단다. 하지만 나는 낮 시간에 집에 있을 수 없으니 물건을 받기가 어렵다. 게다가 기사님을 숙소로 들이기도 좀 곤란하고. 직접 조립하겠다고 하면 두고 간다니까 그렇게 할 예정이다. 방이 좁으니 거실에서 조립한 후 옮기... 려고 했는데 힘들 것 같다. 그냥 침대에서 조립해서 책상에 올리면 되지 않을까 싶다.

8월 4일에 배송한다는데 그럼 다음 주에는 받아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지금 쓰는 모니터도 충분히 만족스럽다. 일본에 가자마자 아마존에서 지른 녀석인데 수출 전용 제품이라 그런지 국내에서는 살 수가 없는 제품이다. 21 : 9 비율의 34인치 모니터인데 30,800円 주고 샀더랬다. 희한한 건 이후 가격이 오르더니 9,180円이나 비싸졌다. 내가 일본에 있을 때 환율이 평균 1,100원이었으니까 10만원 이상 오른 셈이다. 비슷한 스펙을 가진 국내 판매용 제품의 가격을 보니 40만원 언저리다. 새 모니터가 오면 당근 마켓에 올릴까 싶다.

마음 같아서는 그냥 두고 싶다. 컴퓨터 전용 모니터로 쓰고, 새 모니터는 플스에 연결해서 게임용으로 쓰면 되니까. 쓰던 모니터는 상자까지 고스란히 다 있어서, 일본에서 낑낑거리고 가지고 온 기억이 너무도 생생해서, 팔자니 아깝다. 하지만 가지고 있으면 계륵이 될 터이니 적당한 가격에 파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 아까우니까 헐 값에 넘기지 않을 거다. 30만원 정도에 올려놓고 안 팔리면 그냥 나 쓰던가 해야지.

 

 

지름용 통장에 있는 돈을 메인 통장에 옮겨야 하는데 귀찮아서 일단 그대로 뒀다. 추석 보너스 당겨 썼다 생각해도 될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모니터 오면 조립 과정 찍어서 올리고 간단한 사용기라도 올려야겠다. 일단 비교용으로 지금 쓰는 모니터 사진 좀 찍어둘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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