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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  행 』/『 해외여행 』 2023, 캄보디아

2023 캄보디아 여행 ⓚ 캄보디아에서 축구 본 이야기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23. 3.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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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슬란드에 갔을 때에는 겨울이었으니까, 눈이 엄청나게 쏟아지고 그랬으니까 축구 볼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J리그 경기를 꽤 봤다. 유학할 때 뿐만 아니라 여행할 때에도 교토오카야마 경기를 보러 가고는 했다. 가능하다면 여행하는 나라의 리그를 한 번 정도는 보자고 마음 먹었고, 마침 관람이 가능할 것 같아 일정에 포함했다.

 

경기장은 AIA Stadium이었다. 홈 팀은 ISI 당코르 센체이 FC(ISI Dangkor Sengchey FC)였고 원정 팀은 솔틸로 앙코르 FC(Soltilo Angkor FC)였다. 경기장 쪽으로 걸어가다보니 먹거리를 파는 노점이 보였다. 티켓 오피스는 문을 닫은 듯 해서 경기가 시작되면 표를 살 수 없는 건가 싶었다.

유니폼을 팔고 있었기에 가격을 보니 8달러. J리그 유니폼이 마킹을 포함하면 20만 원을 훌쩍 넘어가고, K리그도 10만 원 아래로는 구입하기 힘든 세상인데 8달러라니... 만 원이면 마킹되지 않은 유니폼을 살 수 있는 거다. 홈 유니폼이 파란 색, 어웨이 유니폼이 흰 색이었는데 흰 색이 더 예뻐 보여서 어웨이만 구입을 했다. 두 벌 다 사도 지갑에 타격이 없었지만, 어떤 팀인지도 모르고 유니폼을 사고 싶지 않았다. 여행 왔다가 유니폼을 샀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연고 이전을 했다던가 하는, 양아치 팀의 유니폼을 산 거라면 땅을 칠 수밖에 없으니까. 그나저나... XL 사이즈를 샀는데 캄보디아 티셔츠가 좀 작게 나오는 것 같다. XXL 살 걸 그랬나 살짝 후회하는 중.

아무튼, 티켓은 어디에서 살 수 있냐고 물어보니 뒤 쪽을 가리킨다. 티켓 오피스가 따로 있지만 거기에서 팔지 않고 천막을 쳐놓고 판매 중이었다. 티켓 가격은 2달러이고 아무데나 앉는 방식이다.

 

티켓이 조금 특이했는데, QR 코드가 찍혀있는 녹색 종이를 정사각형으로 잘라 주더라. 그걸 들고 빙~ 돌아 구석으로 갔더니 학생으로 보이는 남자 애들 여럿이 표를 체크하고 있었다. 외국인이 신기했는지 서로 자기가 QR 코드 찍겠다며 밀치고. ㅋㅋㅋ

QR 코드를 찍고 나니 팔에 도장을 찍어준다. 경기 중에 외부 출입이 자유로운데 팔에 찍힌 도장으로 표 값을 냈는지 확인하는 것 같았다. 경기장 내부에 화장실이 없어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쏘리~ 쏘리~ 하면서 사람들을 지나 빈 자리에 앉았다. 주위에서 다 쳐다보더라. 신기한 모양이다. ㅋ
└ 2023 시즌 포항 저지 입고 있었음. ㅋㅋㅋ

 

 

《 스틸야드나 숭의 아레나가 울고 갈 정도로 코 앞에서 진행되는, 전용 구장이었다. 》

 

후반전이 진행 중이었는데 1:1이었다. 경기는 엄청난 속도감으로 전개되었다. 빌드 업이고 나발이고 공 잡으면 무조건 뛴다. 일단 수비 라인에서 하프 라인까지는 패스로 간다. 하지만 하프 라인부터는 공만 잡았다 하면 몰고 뛰더라. 이 날씨에, 90분을 내내 저렇게 뛰는 건가 싶어 경이롭기까지 했다.

 

 

《 홈 팀의 주축 수비 선수였는데 이름을 보니 일본인 선수인가 싶었다. 》

 

 

《 원정 팀이 한 골을 추가해 리드를 잡았다. 》

 

홈 팀이 뚜까 패는 분위기였고 원정 팀은 움츠렸다가 역습으로 나가는 패턴이었는데 그 역습이 매 번 굉장히 위협적이었다. 그리고, 이내 골로 연결되었다. 내 앞에 있는 아저씨는 원정 팀 팬인 건지 소리 지르며 좋아하더라. 우리나라는 일반 관중석에 원정 팀 팬이 앉는 게 조금은 위험한 일이 되어가고 있는데, 여기는 홈과 원정 팀의 구분이 아예 없어 보였다.

 

 

《 잘 뛰던 원정 팀 선수들이 리드를 잡자마자 갑자기 드러눕기 시작했다. 과학 축구의 시작. 》

 

쉼없이 뛰고 파울 당해 넘어져도 바로 일어나던 선수들이, 귀신같이 리드를 잡자마자 쥐가 나더라. 한 번 누우면 안 일어나고. 심판이 어림도 없다는 듯 경기를 진행 시켰지만 볼 데드 상황이 되면 멈출 수밖에 없었다. 캄보디아는 피파 랭킹 177위에 불과한데, 드리블 일변도의 전술도 문제지만 침대 축구를 지양하는 분위기를 만들 필요가 있겠다 싶더라.

 

 

《 바로 옆에 K몰이라는 대형 쇼핑몰이 있는데 거기에서 공짜로 경기를 볼 수 있었다. ㅋ 》

 

 

《 홈 팀이 동점 골로 따라 붙었는데 원정 팀이 버저 비터를 성공시켜 승리를 가져갔다. 》

 

원정 팀 선수들이 하도 누우니까, 급기야 홈 팀 선수가 드러누운 선수를 들어서 경기장 밖으로 내보내려다 시비가 붙기도 했다. 그러다가 경기가 거의 끝나갈 때 쯤 홈 팀의 동점골이 터졌다. 2:2로 끝나는가 싶었지만 원정 팀 선수들은 동점이 되자 기를 쓰고 공격하더라. 그리고, 원정 팀 선수가 박스 안에서 몸싸움을 펼쳤는데 심판이 불지 않았다. 홈 팀 수비 선수는 손을 들며 반칙이라고, 자기 혼자 판단해서 상대 선수를 막지 않고 심판을 쳐다 봤는데 심판이 안 부니까 뒤늦게 상대 선수를 쫓아갔다. 하지만 이미 늦었지. 버저 비터가 터져버렸다. 한국 같았음 감독한테 쌍 욕 먹을 장면이었다.

 

 

《 승점 1점이라도 챙길 수 있는 경기였는데 홀라당 날려버리고 서포터들에게 인사하러 가더라. 》

 

홈 팀 서포터들이 있더라. 노래하거나 소리 지르며 응원하는 문화는 없는지 깃발만 흔들고 박수 치는 정도가 고작이었다. 어이없이 져서 화가 났을 것 같다.

 

후반전 40분 정도를 본 게 전부였지만, 외국에서 축구를 보는 새로운 경험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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