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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뽀오츠 』/『 스틸러스 』

2023, 포항 스틸러스 ACL 유니폼 사러 가서 경기 안 보고 온 이야기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23. 9.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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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홈페이지에 가끔 들어가긴 하는데 날마다 접속하지는 않는다. 팬 샵 홈페이지에 어쩌다 한 번 들러 새 상품 올라온 게 있나 보는 수준인데, 그렇게 띄엄띄엄 들어가다 보니 50주년 한정 유니폼을 못 샀다. 그리고, ACL 유니폼도 못 샀다. 9월 1일부터 판매를 시작한다는데 9월 2일에 접속했더니 이미 품절이라고 떠 있었다. 하...

 

 

오프라인 판매는 16일이라고 한다. 에 직접 가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원래는 이 날 계약이 끝나 집으로 돌아가는 계약직 동료들과 낮술 마시며 달릴 생각이었다. 그런데 전 날 너무 마셔서 도저히 못 먹겠더라. 술 마시면 운전해서 갈 수 없으니까 시외 버스를 예매했었는데 술을 안 마시니까 직접 운전해서 가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철물점이라 불리는 스틸야드 팬 샵이 언제 문 여는지 모르겠다. 인터넷에서 한참을 뒤져봐도 두 시간이라는 사람, 두 시간 반이라는 사람, 세 시간이라는 사람, 글마다 내용이 다~ 다르다. 혹시 모르니까 일찌감치 가기로 했다. 16시 30분 경기였는데 정오가 조금 넘어 출발했다. 한 시간 반 정도 걸린다고 하니 14시 전에 도착할 수 있을 터. 그 정도면 여유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데...

 

도착하니 이미 줄이 길~ 게 늘어서 있다. 팬 샵 오픈을 기다리는 줄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스틸야드에 도착한 게 13시 50분도 안 되었을 무렵이었다. 다행히 남문 주차장 옆 일렬 주차가 가능해서 잽싸게 차를 세우고 반대쪽으로 넘어갔다. 팬 샵 앞으로 갔더니 경기 두 시간 전에 연다고 쓰여 있었다. 손전화 번호를 등록하라는데 어떻게 등록해야 하는지는 안내되어 있지 않다. 'QR 코드를 찍는 건가?' '어디로 전화를 걸어야 하나?' 방법을 몰라 손전화를 붙잡고 헤매고 있는데 앞에 있던 분께서 '유니폼 구입하려 하냐?'고 물어보신다. 그렇다고 했더니 이게 다 팬 샵 오픈을 기다리는 줄이란다. 허... 허허... 허허허...

 

 

어이가 없다. 예전에 황선홍 감독님 한정판(50세트 한정이었던 걸로 기억한다.)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줄이 이리저리 굽어가며 푸드 트럭 뒤를 넘어 저~ 쪽까지 이어진다.

 

황선홍 감독 헌정 패키지

 

황선홍 감독 헌정 패키지

귀여운 새들이 노래하고~♬ 집 앞 뜰 나뭇잎 춤추~♪ 던 11월의 어느 날. 컴퓨터 켜놓고 하는 일 없이 빈둥거리다가 복면 쓰고 시위하면 자국 대통령한테 IS랑 똑같은 × 소리 듣는 좋은 나라의 훌

pohangsteelers.tistory.com

 

일단 맨 끝으로 가서 줄을 섰다. 줄 선 지 얼마 안 되어 아저씨가 팬 샵 들어가는 줄이냐고 물어보신다. 맞다고 했더니 놀란다. 그 와중에 가족과 함께 온 아저씨 한 명이 광분하며 이게 말이 되느니 어쩌니 하면서 혼자 팬 샵 앞에 갔다가 그냥 되돌아 와 씩씩거린다. 화가 많은 사람이고만.

 

한~ 참을 기다린 끝에 줄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원래는 경기 두 시간 전인 14시 30분에 오픈해야 했지만 사람들이 기다리는 걸 보고 14시에 시작한 것 같더라. 그런데 이 줄이 팬 샵 입장 줄이 아니었다. 팬 샵 앞에 태블릿이 한 대 거치되어 있었는데 거기에 자기 손전화 번호를 남기는 줄이었다. 흐아...

 

《 145번을 받았다. 》

 

이제 기다리는 것 말고는 할 게 없다. 근처를 어슬렁거리며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 ACL 조별 예선 일정이 나왔다. 으으... 》

고모가 일본 여행을 무척 가고 싶어 하시는데, 꼭 나와 같이 가려 하신다. 그래서 모시고 다녀와야 하는데 아무래도 내 나와바리인 오사카가 편하다. 문제는 10월에 일본 원정 경기가 있다는 거다. 10월에만 일본에 두 번 다녀오는 건 무리다. 아니, 욕심내면 가능할 것도 같은데... 남은 휴가가 얼마 없어서 24일에 도착해서 경기 보고 25일에 돌아오는 일정으로 짜야 한다. 그렇게라도 무리해서 다녀와야 할까?

 

 

《 오범석 선수가 유튜브 촬영 중이었다. 》

 

채널 새로 팠다고 홍보 중이었다. 오범석 선수 정도의 커리어라면 코칭 스태프로 충분히 활약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게다가 해설도 나쁘지 않았다. 물론 포항 팬이 들어도 포항에 편파적이긴 했지만. 그래도 최악 삼대장(고○○, 김○○, 정○○)보다 훨씬 낫고 못지 않게 싫어하는 이○○보다 나은 것 같은데. 아무튼, 팬들과 사진 찍어주다가 아는 형님의 딸을 만났다며, 그 딸을 통해 통화를 하더라. 그래서 사진 찍어달라고 들이댈 타이밍을 놓쳤다. 먼 발치에서 이 정도 찍은 게 고작.

 

《 내 차례는 올 생각을 안 한다. 》

 

남문 쪽으로 가니 은행과 편의점이 있는 건물이 보이기에 볼 일 보러 들어갔다. 화장실에 다녀온 뒤 은행에서 돈을 뽑았다. 현금 쓸 일이 거의 없긴 한데 아예 없으면 조금 불안하더라고. 돈을 찾고 나서 차에 가 신분증을 챙긴 뒤 표를 사러 갔다. 국가유공자는 입장료가 아예 면제되는 줄 알았는데 할인 밖에 안 되더라. 신분증 내고 표 한 장을 받았다. 표가 굉장히 예뻐서 모셔두기로 했다.

 

 

 

 

한~ 참을 기다린 끝에, 선수들이 몸 풀러 나오기 시작하고 서포터들은 응원을 시작한 지 꽤 지난 후가 되서야, 팬 샵에 들어갈 수 있었다. 어이 없었던 게, 팬 샵에 들어간 이후에도 바로 옷을 집어들 수 있는 게 아니라 안내를 받아 사야 했다는 거다. 다행히 홈 유니폼은 L 사이즈가 있었지만 원정 유니폼은 S, XXXL, XXXXL 밖에 남지 않았다. S 사이즈를 입고 튀어나온 배를 내세우고 다닐 자신은 없고, 그렇다고 안 사자니 너무 아쉬워서, 그냥 XXXL 사이즈를 구입했다.

문제는 마킹인데... 원래는 8번, 황진성으로 마킹하려 했다. 이미 은퇴한 선수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선수니까. 포항의 레전드니까. 그런데 현역 선수가 아니면 안 된단다. 어쩔 수 없다. 11번 고영준으로 마킹하려 하니 홈은 마킹 시트가 있는데 원정은 다 떨어졌단다. 그래서 원정은 마킹을 안 하려 했는데... 마킹 시트지에 태극기가 포함되어 있어서 마킹을 안 할 수가 없는 거다. 다행히 박승욱 선수 마킹 시트가 남았기에 그걸 선택했다. 스티커와 반다나 두 장을 같이 계산하니 거의 30만 원 돈이 나왔다.

구입한 걸 들고 옆에 있는 마킹 샵에 들어가니 접수가 끝났다며, 다음 경기 때 받거나 택배로 받을 수밖에 없단다. 택배로 받겠다 한 뒤 주소를 적었다. 우체국 택배로 보내는데 착불로 보낸단다. 어... 어어... 미리 돈을 지불하면 안 되냐니까 안 된단다. 집에 없을 때 오면 골치 아픈데...

 

경기 시작하기 두 시간 반 전에 갔는데도 두 시간을 기다린 끝에 들어갔고, 사이즈도, 등번호도, 원하는대로 할 수 없었다. 구입한 걸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해야 하는 걸까? 그나저나, XXXL 사이즈면 커도 너무 큰데... 애들한테 훨씬 큰 옷 입혀 놓으면 귀엽기라도 하지, 다 늙은 아저씨가 훌렁훌렁 걸치고 다니면... 으으~

 


 

그렇게 구입을 마치고 나니 경기 시작할 때가 되었다. 직관하면 좋겠지만 비가 내리니 일찌감치 돌아가야 한다. 경기가 끝나면 쏟아져 나오는 사람들 때문에 한~ 참 막힐 거고, 비 오는 밤에 운전하는 최악의 사태가 벌어질 게 분명하다. 결국 스틸야드까지 가서 유니폼만 간신히 사고 경기는 보지도 못한 채 돌아와야 했다.

중계를 켜서 소리만 들으며 운전했다. 캐스터의 목소리가 커질 때마다 우리 찬스인지 위험인지 몰라서 긴장해야 했다. 집에 도착하니 후반전이 거의 끝날 무렵이라 찔끔 볼 수 있었다. 치킨은 경기가 끝난 뒤에 도착했고.

 

대전이 일찌감치 선제 골을 넣어서 신났는데 동점 골 줘서 가슴을 쳤고, 패널티 킥 막아서 환호했다. 자판기와 승점 차이가 엄청났는데, 어쩌면, 정말 어쩌면, 뒤집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더 열심히 응원해야겠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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