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온 게 23일. 벌써 2주 넘게 지났다. 예전에는 밤을 새더라도 이사한 날 짐을 다 정리해야 마음을 놓을 수 있었는데 지금은 어림도 없다. 일단 짐이 엄청 늘었고, 체력은 떨어졌다. 옛날 타령할 때가 아니다.
ㅇㅇ에서 내려갈 때 1톤 트럭 한 대에 간신히 실었는데, 올라올 때에는 두 대로 올라와야 했다. 한 대는 반도 못 채웠지만. 이제는 이사갈 때 2.5톤 불러야 한다. 2주 동안 서랍장 하나에 책장 두 개 질렀으니 짐이 또 늘었다.
문제는, 25일에 주문한 책장을 아직도 못 받았다는 것. 신발장이 없어서 신발장 대용으로 하나 쓰고, 하나는 방에 둘 생각이었는데 당최 올 생각을 안 한다. 그게 와야 짐 정리를 완벽하게 끝낼 수 있는데, 안 오니 만사 귀찮다. 그래서 마구 널부러진 채 살았는데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어제 큰 맘 먹고 대충 정리를 했다. 부엌 쪽은 그럭저럭 정리가 됐다. 빨래 건조대를 펴놓을 수 있을 정도로. 하지만 방은 여전히 난장판이다.
회사의 바뀐 분위기는 금방 익숙해졌다. 다들 '해봐서 알잖아?'라며 알아서 하라고 방치하는 분위기인지라 예전에 했던 일을 다시 떠올려보고 있는데, '예전의 나는 왜 이렇게 열심히 일한 것인가?'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진짜,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엄~ 청 열심히 했다. 그게 2년이 지난 지금까지 남아 동료들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게 뿌듯하다.
가장 좋은 건 더 이상 쓰레기 같은 ㅺ 때문에 속 썩을 일이 없다는 거다.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이니 모자란 사람도 있고, 이상한 사람도 있을 테지만, 내가 할 일만 하면 없는 셈 치고 살 수 있는 업무 환경인지라 섞이고 싶지 않은 것들과 억지로 섞이지 않아도 된다.
그러고보니 연휴 전에 같이 일했던 동료에게 전화가 왔었다. 장난삼아 내가 없으니 분위기 좋겠다고 놀렸더니 한숨을 쉬더라. ㅋㅋㅋ
여기에서 얼마나 더 있게 될지 모르겠지만, 마음 같아서는 그만둘 때까지 있었음 좋겠다. 물론 사람 앞 일은 알 수 없는 거니까 떠나고 싶다며 투덜거릴지도 모르겠지만.
적당히 정리가 되면 일요일에 공 차러 다녀야겠다. 그동안 몸을 너무 놀렸다. 좀 움직여야 한다.
연휴 내내 쉴 수 있지만 집에 있어봐야 유튜브 새로 고침이나 누르고 있을 게 뻔해서 하루 네 시간 정도는 사무실에 앉아 있다 온다. 뭐, 온전히 일하는 건 아니지만서도.
두 달 전의 나는 쓰레기만도 못한 ㅺ 때문에 스트레스 받으며 엄청 힘들어 했고, 한 달 전의 나는 병원 진단서를 내고 병가를 쓴 덕분에 집에서 시체처럼 누워 있을 수 있었다. 지금은? 일하는 것에도, 생활하는 것에도, 고루 만족하면서 즐겁게 살고 있다. 아프지도 않고, 힘들지도 않다. 약도 안 먹고 있다. 행복하다.
사무실에 다녀와서 토퍼 두 개랑 이불 하나 차에 넣은 뒤 빨래방에 다녀왔다. 근처에 새로 생긴 동전 빨래방이 있다기에 거기로 가려 했는데 네일베 지도에 찍어보니 원래 다니던 곳이 4.7㎞인가 밖에 안 떨어져 있다 나오더라고. 가까운 곳으로 가자 싶어 출발하니 갑자기 7.×㎞로 훅 늘어난다. (╯‵□′)╯︵┻━┻
촌이라 2년 동안 바뀐 것도 없고, 예전 모습 그대로. 천천히 달려 목적지에 도착해서 보니 다행히 세탁기는 다 놀고 있다. 세 대의 세탁기를 내 토퍼와 이불로 채우고 빨래 시작. 50,000원 짜리는 동전 교환기에 안 들어가는 것 같고, 10,000원 짜리는 가진 게 없고. 마침 근처 학교에 국민은행 ATM이 있다고 나오기에 그 쪽으로 향했는데 ATM은 커녕 A도 안 보인다. 결국 동전 빨래방 근처로 돌아가 편의점에 있는 ATM을 이용해서 돈을 뽑았다. 피 같은 생 돈 1,300원이 수수료도 뜯겨 나갔다.
빨래방 안에서 태블릿으로 게임도 하고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건조기에 토퍼 하나 넣고, 대형 건조기에 이불과 토퍼 하나를 같이 넣었다. 한 시간 가까이 말렸지만 아마도 좀 덜 말랐을 터. 하지만 더 이상 빨래방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아 집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하루가 다 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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