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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장일기 』

2024년 01월 29일 월요일 흐림 (이사 후 정신이 없는 요즘)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24. 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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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꿈꾸는 집은, 밖에서 보면 당장이라도 허물어질 것 같은 낡은 한옥인데 안에 들어가는 순간 최첨단이 활개치는 집. 끼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나무 문을 열고 들어가면 지문이나 홍채로 열리는 문이 있고 그 안에 들어가면 모든 가전과 조명, 냉난방이 음성이나 제스처로 제어되는 집.

 

지금 집이 조금 그런 분위기다. 서까래가 보이는 지붕인데 내부는 리모델링을 거쳐 나름 최첨단. 보자마자 여기다 싶어 냅다 결정했는데, 나중에 방 크기를 보니 일곱 평이란다. 응? 좀 작지 않을까?

 


 

아니나 다를까, 짐을 던져 놨더니 넓게 느껴졌던 방이 쥐알만 하게 보인다. 마구 부려놓은 짐 때문이라 생각했는데, ㄱㅅ에서 살던 집과 비교해보면 조금 작아진 것 같다.

집이 작은데 짐이 많으면 해결 방법은 하나. 위로 쌓아올리는 것 뿐이다. 문제는, 이 집에는 아~ 무런 가구가 없어서 전부 사야 한다는 것.

 


 

23일 열 시에 이사였는데 꾸물거리느라 짐을 전혀 싸지 못... 아니, 않았다. 날이 밝으면서 부랴부랴 짐을 싸기 시작했는데 세 시간을 꾸렸는데도 전혀 진도가 나가는 것 같지 않더라. 열 시에 이삿짐 센터에서 사람이 왔는데 전문가 두 명이 도와주는데도 당최 끝이 안 보인다.

결국 오후 한 시가 넘어서야 끝났다. 게다가 1톤 트럭 한 대로는 어림도 없어서 한 대를 더 불러야 했다.

 

휴게소 한 번 들리지 않고 열심히 달렸는데 두 대 모두 나보다 먼저 도착해 있었다. 짐을 방 안에 마구 부려놓고 비용을 지불했다. 차 두 대 불렀다고 딱 두 배 받더라.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2.5톤 부르는 건데. 괜히 1톤에 실릴지도 모르겠다는 망상을 해서 오히려 돈이 더 깨졌다.

 

방에 널린 짐을 보니 심란하다. 이게 뭔가 싶고. 다음 날에도 정리를 했지만 기존에 살던 집에 갖춰져 있던 옷장, 책상, 책장 등이 없으니 수납 공간이 부족하다. 결국 가구를 살 수밖에 없었는데 주문한다고 바로 오는 게 아니니 당분간은 엉망진창인 채 살아야 할 듯.

 


 

목요일에 출근해서 인사하고, 금요일은 어영부영 하다 하루가 지나갔다. 주말 내내 정리를 했지만 여전히 전쟁터 같은 분위기. 컴퓨터 쪽은 그나마 정리를 하긴 했지만 전원 케이블이 보이지 않아 켜지도 못했다. 다이소에 사러 갔는데 없었고, PC방에 가서 남는 거 팔라고 했는데 없단다. 철물점에 갔더니 나이가 꽤 있어 보이는 아주머니께서 "삼구짜리?"라고 하시기에, "네! 구멍 세 개짜리요!"하고 잔뜩 들떴는데... 없단다. (°ー°〃)

 

맥주 사러 편의점에 들렀다가 혹시 편의점에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역시나 없었고, 결국 주말 동안 컴퓨터를 켜지 못했다.

 

오늘 출근해서 남는 케이블 하나 주워와서 간신히 켰다. 프린터는 아직 테스트 못했고. 아, 그러고보니 인터넷... 꽤 느린 것 같다. 손전화에서 5G가 뜨기에 이 깡촌에서 별 일이다 싶었는데, 속도 측정을 해보니 ㄱㅅ의 ¼도 안 된다. 어디가 5G인가 싶을 정도의 속도. 하지만 유튜브 보는 데 지장이 없으니까 문제 될 것은 없지 않을까 싶다. 오늘 컴퓨터 켜서 블레이드 앤 소울 접속해봤는데 그냥저냥 할만 하다.

 


 

이사를 해서 좋아진 부분도 있고 나빠진 부분도 있다. 좋아진 부분은 냉장고가 커졌다는 것 정도? 나빠진 건... 기존에는 보일러를 켜놓기만 해도 온수 쓰는 데 아무 불편이 없었는데 지금은 목욕 눌러놓고 10분 정도 지나야 온수를 쓸만하다는 것. 그리고 기름 보일러라도 난방비가 엄청나다는 것. 주차장도 환경이 안 좋아졌고... 여러 가지로 좀 불편해지긴 했는데, 좋은 점을 느끼기에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일 게다. 당장 날이 풀려 비라도 오면 빗소리 들으며 멍 때리기 좋은 환경이다.

 

홈플러스나 이마트가 아니라 농협 하나로 마트를 이용해야 하는 삶이 되었지만, 근무 형태도 마음에 들고, 시골이라는 점도 마음에 든다. 무엇보다도 내 일만 잘 하면 되니까 그게 좋다.

 

 

책장을 살 때 3~5일이면 받아볼 수 있다기에 그런 줄 알았는데, 나중에 후기를 보니 2주 정도 걸렸단다. 젠장... 후기부터 보는 건데.

아무튼, 책장이 오기 전까지는 더 이상 정리할 수 없다. 책장이 오면 책, 피규어 등을 정리해서 올리고, 신발 정리하고, 그러면 어느 정도 각이 나올 것 같다. 러그 빨아서 펼쳐두면 될 것 같다. 빨래는... 겨울에는 실내에 널고, 날 풀리면 밖에 빨래줄 하나 칠까 싶다.

전자 레인지랑 수납장, 옷걸이 등은 오기로 한 날보다 하루, 이틀 정도 빨리 오는데 정작 필요한 책장이 안 오니...

 


 

이사하면서 버리고 올 것들도 다 따라 왔기에 진작 버릴 것을... 미리 짐을 싸둘 것을... 하고 후회하다가, 어라? 싶어 생각해보니 ㅍㅌ에서 ㅍㅎ으로 이사할 때에도 같은 후회를 했더랬다. (╯‵□′)╯︵┻━┻

 

 

하루 빨리 깔끔하게 정리해서 사람 사는 집처럼 만들어두고 주말에 드론 날리러 다녔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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