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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장일기 』

2024년 02월 22일 목요일 눈옴 (폭설!/집 나간 리모컨의 행방을 찾아서!)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24. 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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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블릿으로 두, 세 시간 짜리 영상을 켜놓은 채 잠이 드는데 한 편이 끝나면 다른 영상이 자동으로 이어진다. 볼륨을 줄여 작은 크기로 밤새 떠드는 건데, 지난 밤에는 뭐가 문제였는지 영상이 멈춰 있었다. 평소 같으면 비몽사몽 간에 다시 영상을 켜고 잤을텐데, 나직하게 들려오는 빗소리가 반가워 태블릿이고 나발이고 신경도 쓰지 않았다.

 

빗소리를 들으며 잘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굉장한 행복이다. 좋다. 좋아.

 


 

그리고 출근. 딱히 할 일이 없는 것 같은데 스스로 일을 만들어서 하는 타입인지라, 더구나 여기에서는 내가 저지르고 마무리 지으며 나름 성취감을 느끼는 것이 가능한지라, 누가 안 시켜도 받는 것 이상으로 일 했다. 점심 무렵부터 지붕에 떨어지는 빗소리가 탁해지더라니, 이내 우박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퇴근 무렵에는 자그마한 눈송이로 변해 있었다.

 

일기 예보를 봐도 1㎝ 안팎이라 그래서 얼마 안 올 줄 알았는데, 자다 깨서 뉴스를 보니 엄청나게 쏟아졌단다. 출근하기 전에 미리 시동을 걸어둬야겠다 싶어 씻고 나와 대충 주워입은 뒤 슬리퍼를 신고 밖으로 나갔다.

새~ 하얀 눈 밭에 고양이 발자국만 덩그러니 찍혀 있다. 설마~ 하면서 한 발 내딛었더니 푹! 하고 땅이 꺼진다. 양말이 바로 눈에 젖어버렸다. 제기랄...

 

차에 시동 걸어두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 양말을 갈아 신었다. 그리고 지리산 올라갈 때나 신었던 등산화로 바꿔 신었다.

와이퍼를 작동 시켰더니 꼼~ 짝도 안 한다. 뒷 유리는 열선이라 그나마 괜찮은데, 앞 유리는 아예 안 보인다. 미리 시동을 켜두고 히터를 켜도 마찬가지다. 결국 간신히 보이는 상태에서 낑낑거리며 출근했다. 차를 빼는데 구름 위를 굴러가는 기분이더라. 뭉글뭉글.

 


 

회사 앞에 도착하니 눈 때문에 주차 구역 구분 자체가 안 되는 상황이었다. 대충 세워두고 당직실에 들어가 시간 외 근무를 시작하려 했더니 같이 일하는 동료가 나중에 피곤해진다며 사무실에 가서 하라고 난리다. 감사 들어오면 지적 사항이란다. 말 같잖은 짓으로 시간 외 근무 부정 수급한 개자식들 때문에 애먼 내가 피를 본다. 젠장...

 

사무실에 가서 시간 외 근무를 시작하고, 눈 치우고 오겠다 했더니 가지 말라고 한다. 어차피 제설 차가 여기저기 밀고 다니는데다 지금도 내리고 있어 앞으로 어찌 될 줄 모른다는 거다.

음... 차 타고 왔으니 도보로 들어오는 길이 얼마나 엉망진창인지 몰라서 하는 얘기겠지. 알겠다고 한 뒤, 걷는 길이 얼어서 그러니 거기만 대충 치우고 오겠다 했다.

 

그리고 다시 나가서 주차장에 쌓인 눈을 치우고, 보도블럭 위를 치우고, 그런 뒤 당직실로 가서 어제 첫 근무였던 동료가 실수한 게 없는지 확인을 해주었다.

 

그리고 사무실에 돌아가 커피 한 잔 마시고 어쩌고 하다보니 순식간에 점심 시간. 서너 장 읽었더니 졸음이 쏟아진다. 바로 잤다. 점심 시간에 쪽 잠을 자고 나서 오후부터 다시 근무. 딱히 할 일이 없는데 혼자 벌려놓은 일이 잔뜩이다. 괜히 바쁘다. 아는 사람만 알고 모르는 사람은 뭘 하는지도 모르는 일인데, 그저 나 혼자만의 책임감과 마친 후의 성취감을 기대하며 일 하고 있다.

 


 

눈이 잔뜩 쌓인 풍경을 드론에 담아보면 좋겠다 싶었지만 저녁 밥을 먹고 나서 퇴근하려니까 이미 어둑어둑하다. 뭐, 앞으로 또 기회가 있겠지.

 


 

이사하면서 가습기 리모컨을 잃어버렸다. 본체에 동작 버튼이 없는, 리모컨으로만 동작하는 기기인데 리모컨만 따로 판매하지는 않는다. 나처럼 잃어버린 사람들이 분명히 있을 건데...

아예 없어졌으면 포기하고 말겠지만, 어딘가에 굴러다닐 게 분명하니 속이 터진다. 7만 원 가까이 주고 샀는데, 리모컨 없다고 버려야 한단 말인가?

 

어떻게든 리모컨 대용품을 구해보려고 머리를 굴렸다. 다이소에서 파는 만능 리모컨 같은 것으로 어찌 할 수 있지 않을까?

예전에는 손전화에 IR(적외선) 포트가 다 달려 있어서 리모컨 대용으로 쓸 수 있었는데, 지금은 공기계를 포함해도 IR 센서가 있는 녀석이 없다.

 

다이소 만능 리모컨으로 TV나 에어컨 외의 다른 기기도 제어가 가능한지 알아보다가, 삼성의 인공 지능 스피커를 이용해 IR 기기 제어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아니, 원래 알고 있는 기능이었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 활용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 자체를 못했다.

 

퇴근하고 나서 스마트 스피커를 손전화와 연결하려는데, 당최 진행이 안 된다. 2.4㎓ 와이파이만 사용할 수 있다는데 난 5㎓였기에 와이파이를 바꿔봤지만 여전히 먹통이다. 인공 지능 스피커를 불러 이것저것 물어보고 대화하는 게 가능한 걸 보면 기기에 문제가 있는 것 같지는 않은데...

그러다가 전에 쓰던 갤럭시 S20+가 생각나서, 거기에 등록된 걸 지웠더니 갤럭시 S23U에서 등록이 진행되더라. 인공 지능 스피커를 무사히 인식시키고 난 뒤 IR 기기를 등록하려고 했는데... 자그마한 무선 선풍기도, 가습기도, 제조사가 등록이 안 되어 있다. 다른 회사를 선택한 뒤 제어가 되나 확인해봤는데... 안 된다.

 

혹시 손전화나 스마트 스피커에 문제가 있는 건가 싶어 텔레비전과 셋톱 박스를 등록했더니 이건 멀쩡하게 잘 된다. 하아...

 

겨울 끝 물이긴 하지만 내년이 되면 어차피 가습기는 필요할텐데... 그렇다고 지금 지르면 몇 번 안 쓰고 제습기의 세상이 도래할텐데... 고민하다가 일단 지르지 않기로 했다.

 

그러면서도 네일베 쇼핑에 들어가서 건전지, 홍차 티백, 술 깨는 약, 와이퍼,... 또 잔뜩 썼다. ㄷㄱ에 있을 때야, 뭐... 스트레스를 쇼핑으로 풀었다는 변명이라도 할 수 있는데, 지금은 딱히 스트레스가 없거든? 하지만 돈 쓰는 버릇이 몸에 베어버린 게 아닌가 싶다. 써서 없어지는 게 아니라면 지르지 말아야 하는데 말이지.

 


 

아무튼, 내일만 가면 주말인데 이번 주는 당직이 있어서 기대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길고 긴 스물네 시간을 어찌 버틸까 걱정이다.

일요일 아침에 근무 마치고 시간 외 근무하다가 퇴근할까 했는데, 생각해보니 오래만에 공 차러 가기로 했다. 그냥 집에 가서 옷만 갈아입고 운동하는 곳으로 가야겠다. 드론 띄워서 운동하는 모습 촬영이나 하고, 선수 부족하거나 해서 간만에 뛰어야 하는 상황이 오면 골키퍼를 자처해야겠다.

 

한 게 없는데 벌써 23시다.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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