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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장일기 』

2024년 03월 31일 일요일 맑음 (벌써 두 달/간만에 세차)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24. 3.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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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동네로 옮겨온 지 두 달 하고도 일주일이 지났다. ㄷㄱ에서의 일들은 제대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인간의 뇌는 생존을 위해 엄청나게 힘들거나 지독하게 싫은 기억은 삭제해버린다는데, 아마도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싶다.

 

ㅇㅇ에서의 생활은 무척이나 만족스럽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다. 일단 집부터 보면, 보일러가 불편하다. ㄱㅅ 집은 보일러를 켜놓기만 하면 뜨거운 물이 금방 나왔더랬다. 하지만 지금 집은 목욕 모드를 누르지 않으면 뜨거운 물이 나오지 않는다. 게다가, 뜨거운 쪽으로 잔~ 뜩 돌려놔야 그나마 따뜻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의 물이 나오는지라 조금 불안하기도 하다.
여기저기 틈이 있는지라 여름이면 벌레가 엄청나게 나올 것 같아 걱정스러운 것도 있다. 에어컨이 없다는 것도 단점이었는데 사장님이 에어컨을 설치해주신다고 한다. 달만한 공간이 딱 한 곳 밖에 없는데 가능할지 의문. 콘센트도 없는데. 뭐, 설치해주는 분들이 알아서 해주시겠지.

나머지는 다 괜찮다. 냉장고, 세탁기도 새 제품이라 전에 쓰던 것보다 낫고 위, 아래에 아무도 없는 구조의 집인지라 뒤꿈치로 발도장 찍고 다녀도 된다. 새벽에 세탁기 돌려도 뭐라 할 사람이 없다. 아! 쓰레기. 이게 제일 불편하다. 2주에 한 번 버린다는데 쓰레기 버리는 곳은 자물쇠로 굳게 닫혀 있다. 쓰레기를 2주에 한 번 버리는 것도 불편하고, 일요일 아침 일찍 가야 버릴 수 있다는 것도 불편하다. 지금은 적당히 쌓이면 회사 숙소에 가지고 가서 버리는데 은근히 불편하다.근무는, 뭐, 비할 바가 못 된다. 지금의 환경이 압도적으로 낫다. 근무 형태도 그렇거니와 내용도 마찬가지다. 할 일이 엄청 많은 건 아닌데 가만히 앉아서 노는 건 적성에 맞지 않는지라 만들어서 일하고 있다. 그게 또 마음에 들고.엑셀이랑 비주얼 베이직을 좀 더 활용해서 업무 자동화를 했으면 하는 욕심이 있는데 두 달 동안 하는 일 없이 시간이 흘러서 딱히 공부를 못했다. 일본어 공부도 해야 하는데.

 


 

1년에 한 번 정도는 해외에 다녀오려고 하는데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다. 캄보디아에 또 가자니 한 번 다녀온 곳이라 조금 망설여지고, 라오스나 태국으로 갈 생각을 해보지만 딱히 가고 싶은 이유가 있는 게 아니라서 역시나 망설여진다. 가장 보고 싶은 것은 마추픽추인데 페루까지는 비행기 표 값만 얼추 300만 원 가까이 드는데다 비행 시간도 30시간은 잡아야 한다. 왕복이면 60시간이다.대만에 다녀올까 싶지만 점점 더워지는데 더 더운 나라로 갈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하고. 이렇게 된 거, 홋카이도에 다녀올까 싶은 마음도 있는데 일본 쪽에서 자꾸 일이 터지니 불안하다.

 


 

아침에 공 차고 왔는데 센터백 보라고 해서 섰다가 엄청 욕 먹었다. 당최 동선을 모르겠다.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어렵사리 공 잡으면 뺏길까 겁나서 급하게 처리하느라 똥볼 차기 일수. 고개를 들고 차야 하는데 공을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하니 땅만 보게 되고, 당연히 동료의 위치를 몰라서 그냥 냅다 지르기만 한다. 이렇게 못하지는 않았는데 싶어 답답하기도 하고, 무거워진 몸으로 뛰자니 당최 속도가 안 붙어 화가 나기도 했다. 하루에 달랑 한 끼 먹고 술도 줄이고 있는데, 어찌 이리 살이 안 빠지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간만에 땀 흘리면서 공 차니까 재미있더라.

 

두 시간 정도 운동하고, 바로 사무실로 갔다. 샤워실에서 샤워하고, 사무실에 가서 확인할 거 확인하고 나니 밀린 일을 해야 하는데 당최 손에 안 잡힌다. 세 시간은 앉아 있을 생각이었는데 두 시간도 못 채우고 집으로 돌아왔다. 밥 먹고 빈둥거리다가 북패랑 강원의 경기를 보는데 너무 재미가 없다. 김기동 감독님이 북패에 가서 죽 쑤기를 바랐으니 나쁘지 않긴 한데, 너무 못한다. 희한하지, 참.

 


 

지난 주에 내린 흙비 때문에 차가 너무 더러워져서 세차를 하고 왔다. 평소에는 물만 뿌리고 호다닥 닦은 뒤 돌아왔는데 오늘은 거품 뿌리고 박박 문지른 뒤 세차 용품 써가며 닦았다. 깨~ 끗해진 차를 보니 나름 뿌듯하긴 한데 생각해보니 내일 아침에 날씨가 추워서 이슬이 맺히면 도로 꼬질꼬질해질 터. 이 동네는 당최 세차하는 의미가 없단 말이지.

 

내일부터 4월. 4월에는 당직이 두 번이다. 그리고 5월 초에 또 당직이 돌아오는데 운 좋게도 연휴 앞에 걸려서 내리 4일을 쉴 수 있다. 진득하게 고민해서 해외로 나가던가, 국내 여행이라도 해야겠다.

 

피곤하니 오늘은 일찍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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