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를 온 지 한 달 하고도 열흘이 지났다. 근무지를 옮기게 되고, 부랴부랴 짐을 정리하고, 이사를 하고, 첫 출근을 하고,... 이런 것들이 엄~ 청 옛날 일처럼 느껴지는데 이제 겨우 한 달이 지났을 뿐이라니, 실감이 나지 않는다.
ㄷㄱ에서의 삶은 그럭저럭 나쁘지 않았다. 익숙해졌던 시골을 떠나 도시에서 사는 게 나쁘지만은 않더라. 주차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긴 했지만 온갖 음식들을 배달 시켜 먹을 수 있었던 것도 좋았고, 짐에 가서 트레드 밀 위를 뛸 수 있다는 것도 좋았다. 여기에서는 욕심을 내야 가능했던 일들이, 거기에서는 너무 쉽게 가능했다.
일도 뭐, 그럭저럭 괜찮았다. 20년 가까이 했던 일이기 때문에 손에 익은 것도 있고, 무엇보다 전에 일하던 사람이 자동화를 말도 안 되게 잘해놔서 신경 쓸 일이 거의 없었다. 게다가 업무량이 많은 것도 아니어서 무척 편했다. 다만 저녁, 낮, 저녁, 낮, 휴무 형태의 근무가 맘에 들지 않았다. 가까운 곳에라도 다녀오고 싶으면 휴가를 써야 했다. 그러지 않으면 1박 하고 다음 날 저녁 근무 들어가기 전에 돌아와야 하니까 엄청 쫓기는 기분이 들었다.
큰 기대를 하지 않고 갔지만 이 정도면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고, ㅇㅇ으로 돌아갈 수 없다면 ㄷㄱ에서 버티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더라. 본사에서 자꾸 들어오라고 하는데, 여차해서 본사로 빨려들어가느니 ㄷㄱ에서 버티는 게 낫다는 생각이었지.
하지만, W가 왔다. 20년 가까이 직장에 다니면서 '저렇게 무능할 수 있나?' '저런 것들에게 월급을 줘야 한다고?' 라 생각한 작자들이 네 개 있다. ㅇㅊㅇ, ㅇㅇㄷ, ㅈㄱㅇ, ㅂㅇㅈ, 이렇게. 보자마자 쌔~ 하더라니, 딱 한 달 지내보니 역대 무능력자 탑 4가 탑 5로 바뀌고, 순위를 정할 때에도 맨 꼭대기가 바뀌어야겠다 싶더라.
ㅇㅊㅇ, ㅈㄱㅇ, ㅂㅇㅈ는 무능한데 본인이 무능한 걸 알아서 적당히 눈치를 보는 것들이었다. 어느 정도 무시 당하는 것에 익숙한 것들이었고. 하지만 ㅇㅇㄷ와 ㅇㅈㅂ은 본인이 굉장히 일을 잘한다 착각하는데다 승진과 나이 먹는 건 저만 한다고 생각하는 것들인지라 일도 못하면서 주둥이는 쉴 줄을 몰랐다.
한동안 저런 것들을 만나지 않았기에 많이 약해진 상태였던지라 금방 무너졌다. 도저히 적응할 수가 없었다. 아니, 적응하고 싶지 않았다. 일은 내가 다 하는데, 저 염병할 AH 77I가 싸질러 놓은 덕분에 안 해도 될 일까지도 하고 있는데, 잘난 척은 애먼 놈이 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 생각했다. 두 차례 맞붙어보니 전~ 혀, 병아리 눈꼽 만큼의 개선 가능성이 없었다. 그래서 바로 포기했다. 사람 취급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면 좀 나을 줄 알았는데, 결국 나만 힘들었다. 그래서 도망가는 걸 선택했다. 병원에서 진단서 받아 병가를 써가며 더러운 똥 덩어리를 피해 다녔다.
그러다가 ㅇㅇ으로 옮겨 오니, 여긴 천국이다. 물론 여기에도 월급 도둑놈은 있지만, 근무로 얽히지 않으면 된다. 여긴 내 일만 하면 되거든. 게다가 ㄷㄱ에서는 안 해도 될 일을 만들어 해도 티가 안 났지만 여기서는 잘했다고, 훌륭하다고 둥가둥가해주니 일할 맛이 난다. 이제 겨우 한 달이 지났을 무렵이지만 여기에서 떠나게 될까봐 걱정을 할 정도다.
옮긴 집은 그럭저럭 맘에 들지만 불편한 점도 꽤 있다. 일단 엄청 춥다. 외풍이 어마무시하다. 보일러를 켜면 된다지만, 기름 보일러라서 가득 채우면 60만 원을 써야 한다. 그러니 전기 난방에 의존하게 된다. 전기 요금이 못해도 10만 원은 나올 것 같은데, 첫 달은 주인 집에서 내겠다고 해서 얼마나 나왔는지 알 수가 없다. 많이 나왔을 것 같은데...
에어컨도 없어서 여름에 고생할 것 같다. 게다가 벌레도 많을 것 같고. 일단 지금은 추운 것 빼면 그냥저냥 만족하고 사는 중이다.ㄷㄱ에 있을 때에는 시간 외 근무는 엄두도 못 냈다. 월급만 가지고는 살기 힘드니까 시간 외 근무라도 해서 한 푼이라도 더 벌어야 하는데, 염병할 AH 77I를 피해야 하는지라 시간 외 근무를 한다는 생각조차 못 했다. 하지만 여기에 와서는 주말마다 꼬박꼬박 시간 외 근무를 한다. 할 일이 많기도 하지만 일 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지 않다. 주말에 출근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 그래서 월세가 ㄷㄱ보다 7만 원이 비싸졌음에도 실질적인 데미지는 크지 않다. 더 쓰긴 하지만 더 벌고 있으니까.
이달 중순에 일본에서 쉐리 짱, 대만에서 메이 짱이 한국에 온단다. 둘이 날짜 맞춰서 같이 놀러 오라고 했는데 정말 온다. 쉐리 짱은 겨울에 한 번 다녀가긴 했는데 제대로 대접을 못한 것 같아 아쉬웠더랬다. 이번에는 잘 놀 수 있도록 제대로 지원해야겠다. ㅋㅋㅋ첫 날 공항에서 픽업하면 바로 영월로 간다. 가다가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간단히 간식을 먹고, 영월에서 주천묵집에 가서 밥부터 먹여야지. 그리고 와이파크 구경하고, 단양으로 넘어가 게스트하우스에서 삼겹살 파티~다음 날은 단양이랑 제천 쪽 구경하고, 충주호 유람선 타고 오면 될 것 같다. 숙소에서 쉬고 나서 그 다음 날부터는 서울에 묵어야 하는데 차 때문에 걱정이다. 서울에서 운전하고 싶지도 않고, 주차할 장소도 애매하고. 그래서 일단 고양 스타필드 가서 놀다가, 분당에 차 세워두고 버스나 지하철로 서울 넘어갈까 싶다. 숙소에 짐 던져두고 롯데월드 갈까 싶고, 다음 날은 홍대 쪽에서 놀게 해주고 나는 돌아와야 할 듯.아직 시간이 있으니까 여유있게 계획을 짜도 괜찮을 것 같다.
마음이 편하니까,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니까 정말 좋다. 다만, 최근에 잠을 못 자는 건 좀 심각한 문제다. 두세 시간 자다 깨는 거야 하루, 이틀이 아니지만 자다 깨서 다시 잠 드는 게 어렵다. 업무가 부담스러웠다면 어떻게든 다시 잘 생각을 했을텐데, 어떻게든 된다고 생각하니 잠이 안 오면 새벽에라도 그냥 일어나버리는 거다. 이러면 안 되는데...잠이 정말 안 오면 약을 다시 먹을까 싶지만 꾹 참고 있다. 최근에 갑자기 핑~ 도는 느낌이 나면서 1~2초 어지러운 현상이 잦아지고 있다. 어디 아픈 건가 싶어 스스로 걱정을 할 정도. 혈압이 높아서 그런가 싶기도 하고. 그러고보니 체력 검정이 다가온다. 이번 주부터는 운동 시간에 뜀박질이랑 줄넘기를 할 생각이다. 몸을 만들거나 살을 빼기 위한 운동이 아니라 살기 위한 운동이다.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사 오기 전에는 몰랐다, 운동화가 이렇게 많은 줄. 할인한다는 봤다 하면 눈이 뒤집혀 미친 듯 지르긴 했지만 '그래봐야 너댓 켤레 아닐까?' 라 생각했더랬지. 아니었다. 상자 안에 보관된 녀석만 열 켤레가 넘는다. 슬리퍼와 축구화 같은 걸 빼고, 스니커즈와 농구화만 따져서 저렇다.
그대로 둬도 품질에 문제가 없다면 계속 모셔두겠는데, 운동화는 몇 년 동안 고이 모셔두면 접착부가 약해져 너덜너덜해진다는 것을 에어 조던 21을 통해 이미 알게 되었지. 고로, 어떻게든 꺼내서 신어야 한다.
문제는, 이미 신고 있는 운동화가 열 켤레를 넘어간다는 것. 가로 세 칸, 세로 다섯 칸, 총 열다섯 칸 짜리 책장을 신발장으로 쓰고 있는데 이미 만석이다. 더 이상 들어갈 자리가 없다.
궁리를 한 끝에 한 칸을 두 개로 나누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농구화는 신발이 높아서 조금 어렵겠지만, 스니커즈 같은 경우는 두 켤레를 위 아래로 놓을 수 있겠더라고. 사이즈를 지정하면 거기에 맞춰 아크릴 판을 제작해주는 곳이 몇 군데 있기에 견적을 내봤더니 한 개에 23,000원 정도 한다. 열 개만 산다 해도 23만 원이다. 돈이 차고 넘친다면 비주얼을 고려해서 냅다 질렀겠지만, 지금의 나는 너무나도 가난한 도시 빈민. 결국 포기하고 다이소에서 대체할 만한 녀석이 없는지 기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마땅한 녀석을 찾지 못했고.
미련을 거두지 못하고 계속 찾아보다가 눈에 들어온 게 이 녀석. 두 개의 다리는 접이식인데 6㎏까지 버틴다고 하니 운동화를 올려두기에 충분할 것이고, 사이즈도 얼추 맞으니 괜찮지 않나 싶더라. 제품 페이지에 있는 크기를 보고 신발장에 들어갈지, 넣으면 어떤 모양이 될지 맞춰봐야 하겠지만 귀찮아서 그냥 질렀다. ㅋ
저 녀석이 도착해서 신발장에 넣어보고 괜찮다 싶으면 아직 상자에 모셔놓은 운동화들을 꺼내야지. 지금도 회사 동료들이 운동화 진짜 많다면서, 날마다 바꿔 신고 오냐면서 놀라는데... 신발장이라도 보면 놀라 자빠지겠고만. ㅋㅋㅋ 대체 왜 운동화와 가방에 환장하게 된 건지... 오늘 이후로 더 이상 가방과 운동화를 사는 데 돈을 쓰지 않겠다!!! … … … 같은 건 지킬 수 없는 다짐이니 안 하는 게 낫겠지. (⊙_⊙;)
오늘과 내일은 집에서 교육을 받는다. 대충 받아도 된다는 인식이 팽배해서인지 출석 체크가 꽤 빡쌔진 것 같더라. 그래도 내가 받고 싶어 받는 교육이라 부담이 덜하다. 슬슬 아침 먹고, 교육 받을 준비를 해야겠다.
아오~ 하필이면 온라인 교육 받는 날 속을 뒤집어놓네.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는데, 인터넷이 엄~ 청 버벅거리는 날이 있다. 일주일에 두, 세 번 정도? 말도 안 되게 버벅거려서 속도 측정하는 것조차 힘겨운 상황이 되고 마는데 간신히 속도 측정을 해봤더니 다운로드 속도는 얼추 100Mbps 근처까지 간다. 문제는 업로드 속도. Mbps는 고사하고 Kbps 단위로 논다. 서버에 데이터 보내라는 요청이 제대로 안 가니 동영상 스트리밍은 고사하고 웹 화면 띄우는 것도 버벅거리는 거지.
오늘 오전부터 온라인 교육인데 이 타이밍에 또 속을 썩인다. 환장하겠네. 집 주인 아주머니께 한 번 말씀드려야겠다. 이렇게 버벅거려서야...
강의가 유튜브로 진행이 되는데 유튜브에 접속 자체가 안 되는 상황이다 보니 들을 수가 없다. 궁여지책으로 손전화에서 테더링을 켠 뒤 태블릿으로 접속. 컴퓨터도 유선 접속 끄고 손전화 테더링을 와이파이로 잡았다.
분명 5G인데, 30Mbps가 안 된다. 에효...
오전에 두 시간, 오후에 세 시간, 하루 다섯 시간 수업을 받게 되는데 확실히 난이도 조절이 문제고만. 데이터베이스 활용이라면서 피벗 테이블도 나오고 그래서 업무에 도움이 되겠다 싶어 신청한 건데, 엑셀 버전 얘기하고, 기본 단축키 설명하고... 이 정도는 다 알텐데 굳이 수업을 할 필요가 있나 싶지만, 프로그램 실행조차 버거운 사람도 교육을 신청해서 버벅거리고 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교육 신청 대상자에 컴활 2급 이상 소유자라던가, ITQ 엑셀 A 등급 취득자라던가, 제한을 좀 제대로 뒀음 좋겠고만은.
뻔~ 히 아는 내용을 수업하고 있어서 딴 짓 하고 있긴 한데, 이게 얼마나 위험한 짓인지 잘 알고 있다. 학교 다닐 때 마우스 클릭조차 모르는 애들이 있기에 어이가 없어서 딴 짓 하면서 놀고 있었는데 1학년 마칠 무렵이 되니 내가 걔네들에게 어떻게 하는 거냐 물어보고 있더라. (#°Д°) 아는 거 한다고 마냥 딴 짓 하지 말고 진행되는 건 잘 보고 있어야 한다. ㅋ
…… 여전히 아는 내용 수업 중이라 딴 짓 ing... ㅋㅋㅋ
흐음... 수업 커리큘럼을 보니 피벗 테이블이 있기에 모르는 걸 배울 수 있겠다 싶었는데, 계속 아는 것만 나온다. 컴활 2급이나 ITQ 정도의 난이도 설정인 모양이다. 에효...
아는 것 밖에 안 나오니 자꾸 딴 짓을 하게 된다. 재미도 없고.
수업 듣는 와중에 냉동실에서 꺼내놓은 가리비 관자가 얼추 해동이 된 것 같아 어떻게 요리하면 되는지 찾아봤다. 청주에 담궈서 비린내를 제거해야 한단다. 점심 시간을 이용해서 근처 편의점으로 가 청하 한 병이랑 맥주 네 캔을 사들고 왔다. 청하에 담궈 뒀다가 한 시간 정도 지나서 물에 헹군 뒤 키친 타올에 올려 물을 뺐다. 그리고 나서 약불에 버터랑 같이 볶았다. 냄새가 썩 좋지 않아서 실패인가 싶었는데 한 입 먹었더니, 와~ 제대로 안주다. ㅋㅋㅋ 맥주보다는 하이볼이 어울릴 것 같은데, 아무리 재택 교육이라도 수업 중에 마시기는 눈치가 보이니까 수업 끝나면 마셔야겠다.
그 와중에, 전 소속 지사의 관리자로 새로 부임한 전 중간 관리자로부터 문자가 왔는데, 성과 평가가 S 란다. 에? S?
성과 평가는 A, B, C 내에서 결정되는 게 대부분이다. 누구에게 S를 주면 다른 누군가는 D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당장 C만 받아도 성과 상여금이 100% 미만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손해 보는 기분이 확~ 들기 마련인데, D를 받으면 당연히 발끈! 할 수밖에 없다. 왜냐고? 대부분의 월급 도둑놈들은 자기가 있으나 마나... 아니, 있으면 마이너스인 존재라는 걸 자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 같은 경우 지난 해에 C 등급을 받았는데 업무 능력이나 성과와 전혀 무관하게, 관리자에게 개겼다는 이유가 컸다. 증거없이 의심하는 게 아니라, 관리자와 면담(이라 하기에는 내가 일방적으로 쏘아 붙였던 대화)에서 관리자가 인정했다. 나는 한 마디도 안 했는데 자기가 먼저 개겨서 미웠기에 C 등급 줬다고 하더라. 여러 차례 지각하고, 근무 중에 코 골면서 잔 사람도 B 받았는데 내가 C라고 한다. 그 얘기를 하며 불합리하다고 따졌더니 지각한 사실을 몰랐단다. 하! 보고 받고는 짜증 내면서 팀 전체 평가에 영향이 있을 거라고 한 게 누구더라? 불리하면 거짓말이나 하고. 쯧.
아무튼, 올해의 성과 평가는 전혀 기대를 안 했다. 12월까지 있다가 나갔지만 어찌 되었든 전임 관리자가 평가를 할 거라 생각했으니까 좋게는 안 줄 거라고 봤거든. 그런데 지난 해에 중간 관리자로 나와 같이 일하던 사람이 승진해서 관리자로 다시 ㄷㄱ에 가게 됐는데, 나한테 덜컥! S를 줘버렸네?
나야 얼씨구나~ 하고 좋아할 일이긴 한데, 반대 급부로 D 받을 사람이 누구인지... 같이 일하던 사람과 살짝살짝 연락해서 알아봐야겠고만.
미친 듯 일하고 퇴근하라 해도 자리 지키는 워킹 홀릭은 아니지만, 적어도 받는 만큼은 일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생각만 그런 게 아니라 행동으로 옮기려 하고. 일하면서 엑셀로 이것저것 만들어서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면 그게 또 나름의 기쁨인지라 누가 안 시켜도 그렇게 일하는데, 그런 걸 인정 받은 건가 싶기도 하고, 그냥 친분이 있으니까, 꼴통 AH 77I 때문에 1년 내내 마음 고생한 걸 아니까, 그걸 감안해서 좋게 준 건가 싶기도 하고. 아무튼,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불과 1년 전에 C 받았던 사람이 갑자기 S 받으면 이상하다 생각해야 할 건데, 우리 조직에서 이상하다고 의심 품을 사람이 있을까 싶다. 게다가 C 받았을 때에는 나름 열심히 일했고, S 받았을 때에는 병가 나눠 쓰면서 1년 중 두 달 가까이를 집에서 요양했는데.
아무튼, 본봉보다 부족한 성과 상여금이 떨어질 걸로 예상하고 있었는데, 어지간한 보너스 못지 않은 돈을 받게 됐네. 신나는고만. 하지만 생각보다 형편없는 등급을 받았다고 실망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을테니 가만히 입 다물고 있어야지. 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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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관리자가 된 전 중간 관리자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전임 관리자가 다 해놨고 자기는 특별히 문제되겠다 싶은 부분이 없으면 손을 안 댔다고 한다. 그 얘기가 사실이라면, 나와 트러블이 있었던 전임 관리자가 일종의 보상 판정으로 S를 준 게 아닐까 싶다.
고마워 해야 할까? 잠시 마음이 누그러진 것도 사실이지만, 저 때의 일로 여전히 다루기 쉽지 않은 ×, 눈깔 뒤집고 덤벼드는 개념없는 ×× 소리 듣는 게 현실인데, 딱히 고마워 하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는다. 게다가, 원수는 못 해도 열 배로 갚아줘야 하는데 나는 전~ 혀 갚지 못했다. 그러니, 고마워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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