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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  미 』/『 BOOK 』

살인의 숲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12. 3.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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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최다 독서 기록을 갱신했다. 기존 최고 기록은 지난 해 10월의 열 아홉 권이었는데... 이번 달은 아직 4일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스물 두 권 읽었다. 내일 도서관 가서 고우영 화백 만화책 몇 권 읽은 다음 다른 책 빌려 오면 서른 권 돌파할 기세. ㅋㅋㅋ   하루 한 권 책 읽는 어마어마한 사태가... -ㅁ-

 

우리나라 역사와 관련된 책이랑 일본 소설 위주로 빌려 봤었는데 좋아하는 일본 작가 책을 거의 다 봐서 요즘은 서양 소설에 집중(?)하고 있다. 어쩌다 보니 장르가 미스테리나 추리물 쪽에 치우치게 됐는데 재미있으면 되니까, 뭐. ㅋ

 

아일랜드 출신의 타나 프렌치라는 작가가 쓴 『 살인의 숲 』이 최근에 본 책이다. 추리물인데... 누가 범인일까? 추리하고 트릭 파헤치는 재미는 별로다. 다만... 거짓말쟁이에 대한 글이기에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범인(?)을 일찌감치 찍었다. 딱히 이러저러하기 때문에 너! 하고 찍은 건 아니다. 그냥 느낌이 딱 걔 같은 거다. 작가도 일부러 숨기려 들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누가 봐도 의심스러웠으니까. 그 지독한 거짓말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작가는 그 거짓말쟁이를 싸이코패스라고 했지만 내 주위에 그 정도 레벨의 거짓말을 일삼는 사람이 몇 있다. 경험해봐서 아는데... 환장한다. 남들이 다 거짓말에 속아 나를 나무랄 때, 진실을 보는 내가 오히려 죄인이 되고 만다. 그런 경험이 있기에 책 보면서 많이 공감했다.

 

거짓말 안 하는 사람이 누가 있을라고... 살면서 크든, 작든, 누구나 거짓말은 한다. 다만 그 거짓말이 악의를 가지고 있느냐, 들키느냐 등에서 차이가 있을 뿐. 나도 거짓말을 한다. 난 거짓말을 하기 전에 둘 중 하나를 택한다. 누가 봐도 거짓말이다 하고 알아채게끔 하던가, 절대로 모르게끔 하거나. 둘 중 하나가 되어야 욕 안 먹는다. 문제는... 절대 안 걸릴 거라 생각하면서 한 거짓말이 누군가에게 들키는 경우가 있다는 거다. 이 경우에는 아무리 어쩔 수 없었다라고 변명해도 일만 키우는 꼴이 되고 만다. 거짓말 안 하고 사는 게 가장 좋겠지만...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해야 한다면 들키게끔 하거나 들키지 않게끔 해야 한다.

책 보면서 생각이 참 많아져서 좋은 글 쓸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머릿 속에서 맴돌 뿐 정리가 안 된다. 나름 와닿은 구절 옮겨 적는 걸로 마무리하련다.

 

종교는 사람들이 고분고분 말이나 잘 듣게 하고, 헌금이나 내게 하려고 존재하는 거라고요. 난 열여덟 살이 되던 바로 그날, 교구 기록부에서 내 이름을 지워버렸다고요. 그리고 나는 어떤 정부도 믿지 않아요. 그들은 교회와 똑같죠. 그렇지 않은 정부는 없어요. 그들은 다른 얘기를 하고 있지만 결국 목표는 다 똑같아요. 가난한 자들을 지배하고, 부자들을 섬기는 거죠. 141쪽

"(전략) 현대에는 돈을 적게 버는 직업을 가지는 게 그저 불행하게 보이는 거에 그치지 않아. 알고 있었어? 사실 그건 무책임한 것처럼 보인다고. 이 사회에서 좋은 일원이 되지 못하는 거지. 큰 집과 멋진 차를 갖고 있지 않은 건 아주 많이 불량한 거야." 186쪽

"나도 그렇긴 해. 하지만 그 모든 보도기사와 광고들이 담배와 음주가 그냥 건강에 좋지 않다고 말하는 게 아니야. 그들은 마치 담배와 음주가 도덕적으로 잘못된 것처럼 말하고 있어. 하루에 한 시간씩 운동을 하고 적당한 체지방률을 가진 사람은 영적으로 더 나은 사람으로 여겨진다고. 그리고 담배를 피우는 건 단순히 멍청한 게 아니라 사악하다고 주장하면서 끔찍할 정도로 도덕적인 체하는 광고들이 있지. 사람들은 결정을 내리기 위해 도덕률을 필요로 해. 건강에 좋은 요구르트를 먹는 게 바람직한 것이고, 부유함이 옳은 것이라는 생각들이 시장체제의 부족함을 보충하고 있어. 하지만 문제는 그것들이 모두 순서가 거꾸로 되어 있다는 거야. 옳은 일을 하고 보상이 있기를 바라는 게 아니라 최상의 보상을 주는 것이 도덕적으로 옳은 일이라고 여겨진다는 거지." 187쪽

내가 느낀 바, 인간이라는 것은 어떤 것에도 금방 익숙해지기 마련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상상할 수도 없었던 경험도 점차 마음속에서 편안해지면서 단순히 과거에 있었던 사건들 중 하나로 여겨지게 된다. 459쪽

"전 영화에 나오는 사이코들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 임상적으로 내린 사이코에 대한 정의에 부합돼요. 야심없고, 동정심도 없으며 거짓말을 병적으로 하죠. 사람을 조종하는 능력이 있고 매력적이며 직관적이고 사람들로부터의 관심을 갈구합니다. 쉽게 지루함을 느끼고 자아도취적이며 좌절하게 되면 역겨울 정도로 사람이 변해요…. 물론 몇 가지 기준이 더 있기는 한데 잊었네요. 그런데 제 생각이 맞지 않나요?" 5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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