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사기꾼 조심!!! 02-1644-5906

저녁에 술 약속이 있어서 한숨 자고 나가려고 누워 있었는데 전화가 왔다.　02-1644-5906이 찍혀 있었다.　'또 무슨 광고질을 해대려하나' 살포시 짜증을 내며 전화를 받았는데 ××× 고객님 맞으시죠? 라며 내 이름을 말한다.　아, 그냥 광고 전화는 아니구나…

 

"○○동에서 인터넷 사용하고 있으신 거 맞으시죠?" 라고 묻기에 맞다고 했더니 주절주절 떠드는데 그 내용이 무엇인고 하니,

개새끼) 너님은 지금 SKB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예전에 LGU 인터넷 사용하지 않았었냐?
나　님) ㅇㅇ
개새끼) 너님 인터넷 회선이 LGU를 거쳐 SKB로 들어가고 있다.　그래서 속도도 느려지고 요금도 더 많이 내고 있다.
나　님) 에?
개새끼) 너님 사는 아파트 단지에서 SKB 단자 걷어내고 싹 LGU로 바꾼다.　그러면서 셋톱 박스도 프리미엄으로 바꿔준다.

　 　 　그리고 공유기도 3G 대신 4G로 바꿔준다.　추가 요금 없고 오히려 인터넷 사용료가 월 5,000원 정도 줄어든다.

나　님 ) 그게 무슨 소리?　내 의사와 무관하게 인터넷을 SKB에서 LGU로 바꿔야 한다는 말임?
개새끼 ) ㅇㅇ　대신 속도 빨라지고 돈도 덜 낸다.

나　님 ) 이 봐, 이 봐.　나 SKB랑 손전화 엮어서 요금 할인 받고 있는데 그럼 그건 어찌 되는 거임?

개새끼 ) 가입한 지 얼마나 됐음?
나　님 ) 한 30년 됨.

개새끼 ) 무어라?　30년?
나　님 ) 엄마님이랑 나랑 합치면 30년 가까이 됨.

개새끼 ) 합치지 말고 너님만 말하면 됨.

나　님 ) 나만 따지면 10년 넘었음.

개새끼 ) 10년 동안 전화 한 번도 안 바꿈?
나　님 ) ㅇㅇ　나 2G 씀.

개새끼 ) 스마트 폰 안 씀?
나　님 ) 스마트 폰 따로 쓰고 있음.
개새끼 ) 아, 그러면 갤럭시 S4 LTE-A 무료로 바꿔 줌. 

나　님 ) 잠깐만.　지금 네 놈이 하는 말, SKB 고객 센터 전화해도 똑같이 안내 받을 수 있는 거임?
개새끼 ) 당연함요.

나　님 ) 그럼 내가 고객 센터 전화해서 확인해보겠음.　요즘 하도 보이스 피싱 이런 게 많은데 상식적으로 지금 네 놈이 한

　 　 　 말이 이해가 안 감.
개새끼 ) ㅇㅇ　알아보고 전화주셈. 

 

대충 간추린 통화 내용은 저렇다.　전화 받을 때 내 이름을 말하면서 우리 집 주소(○○동)를 말하기에 낚시라고는 차마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데 저 개새끼가 주절거리는 뒤로 다른 놈들 목소리가 들리는 거다.　전화기 잔뜩 설치해서 부지런히 낚시질하는 작업장 생각이 났다.　그래서 좀 미심쩍었다.　그리고 의심스러운 멘트는 계속 이어졌다.

 

인터넷 서비스 제공 업자가 SKB에서 LGU로 바뀐단다.　그래서 더 이상 SKB는 쓸 수 없단다.　여기서 통신 뭐시깽이 법 운운하면서 약정 기간은 그대로 유지가 되기 때문에 연장되지 않는다고 했다.　즉 3년까지 약정 걸고 지금까지 2년 썼다면 1년만 더 쓰면 된다는 거다.
이게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게, SKB가 인터넷 사업을 포기해서 가입자를 LGU로 넘긴다는 게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거다.　친구가 사 준 아이스크림 한 입 베어물었다가 맛 없다고 너 먹어! 하는 것도 아니고…

 

TV는 브라운관 있는 녀석인지 LCD(LED)인지도 물어봤다.　이건 전화 끊고 나서 생각해보니 브라운관 있는 녀석이라고 하면 아날로그 TV 운운하면서 무료로 TV 바꿔주네 어쩌네 하려는 수작인 것 같다.

 

내 이름과 주소를 말해놓고 내가 인터넷만 쓰는지, TV도 같이 쓰는지 물어본다.　그 뿐만 아니라 내 가입 정보를 가지고 있는 경우라면 충분히 알 수 있는 것들을 몇 차례 물어봤다.　나도 참 ㅄ 같은 게, 그걸 따박따박 다 대답해줬네.　-ㅅ-

 

셋톱박스를 바꿔준단다.　지금은 보급형인데 프리미엄으로 바꿔준다네.　바꾸면 채널도 많아지고 지금 유료 채널로 뜨는 것도 무료로 볼 수 있다 한다.　통화하면서 미심쩍어서 몇 차례 되물었는데 이 얘기를 반복하더라.　그리고 공유기를 설치해준다기에 지금 공유기 쓰고 있다 했더니 "아, 그건 3G고요, 새로 설치하는 건 4G입니다" 이 지랄.　야 이 Ｃ８, 이게 말이냐 방구냐.　Wi-Fi에 3G가 어디 있고 4G가 어디 있냐.　-_ㅡ;;;

 

당최 말이 안 되는 소리를 너무 태연하게 늘어놓는데 내가 몇 차례 질문하자 예상 질문에 없었는지 움찔움찔하는 게 느껴진다.　SKT 휴대 전화 묶어서 할인 받고 있는데 그건 어찌 되냐 했더니 난데없이 갤럭시 S4 LTE-A 공짜로 준다는 소리나 하고.　이 새끼, 사기임이 분명하다 싶어 고객 센터에 확인하겠다고 했더니 알겠다며 전화 달란다.

 

바로 106 전화했다.　해지 담당자와 통화를 해서 내가 방금 이러이러한 전화를 받았는데 맞느냐고 물었더니 당황해한다.　하긴…　멀쩡한 SKB 인터넷 가입자가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LGU로 넘어간다는 게 말이나 될까.　-ㅅ-
내가 LGU로 바꾸려는 의사를 전달한다고 잘못 알아들은 상담원이 딴 소리 하기에 다시 한 번 설명을 해줬다.　결론은…　그런 일 없다는 거다.

 

태블릿으로 검색해보니 1644-5906 언급된 글이 딱 하나 떴는데 아니나 다를까 나와 비슷한 얘기다.　이건 문제다, 빨리 블로그에 올려야겠다 싶어 잽싸게 컴퓨터를 켰다.　더 치트(http://thecheat.co.kr/rb/?mod=main) 들어가서 검색해보려니까 회원 가입하란다.　에?　가입 안 했었던가?　잽싸게 가입을 했는데…　1,000원 내야 한단다.　이것도 사기 아닌가 싶어 한동안 또 검색해봤다.　-_ㅡ;;;　　　일단 사기는 아닌 것 같아 1,000원 결제하고 나서 전화번호 검색해보니 안 뜬다.　아직 신고된 게 없다는 거다.

 

이런 낚시 전화에 절대 넘어가지 않는다고 자부하던 나였는데 이름과 주소 얘기하고 들어오니 나도 모르게 방어막을 해제해버린 것 같다.　물어보는 거 넙죽넙죽 대답해줬다.
나이든 분들은 홀랑 넘어갈 것 같다.　어르신들 사기 당했다고 나무랄 일이 아니다.

전화한 새끼, 목소리도 젊어 보이던데…　아무리 먹고 살기 팍팍해도 그렇지, 저 따위 짓을 해서 먹고 살아야 할까.　-ㅅ-

 

예전에야 특이한 말투의 조선족 놈들이 어눌하게 전화를 했지만 요즘은 돈에 혹해 짱깨 새끼들에게 휘둘리는 사람들이 많아 능숙한(?) 한국어로 전화가 온다.
당한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면 '참 바보 같네' 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기꾼 놈들은 다년에 걸친 노하우(?) 에 화려한 말빨이 더해져 잠깐 방심하면 한 방에 훅~ 간다.　더구나 발신자 번호까지 조작해서 오기 때문에 번호만 믿었다가는 큰 일 난다(실제로 몇 년 전에 서울 중앙 지방 검찰청을 사칭하는 짱깨 새끼가 있었는데 실제 전화 번호가 찍혀서 왔다.　법이 바뀌어서 이거 안 되게 막았다는데 이미 보이스 피싱 자체가 범법임을 잊지 말자.　법으로 막았다고 불가능하다는 건 착각이다.).

일단 뒤에서 부지런히 떠드는 소리가 난다면 조심하는 게 좋다.　전문 전화 상담사들은 대부분 헤드셋을 착용하는 반면, 낚시질하는 개새끼들은 그냥 전화기 들고 하는 경우가 많아 백그라운드로 다른 놈들이 낚시질하는 소리가 고스란히 들린다.

그리고 공짜 남발하는 것들도 조심해야 한다.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나.　자꾸 공짜로 뭘 주네, 할인이 되네, 사은품을 주네 하는 것들은 무조건 의심하고 보자.

그리고 내 정보를 충분히 가지고 있는 게 당연한데도 자꾸 되묻는 놈들 역시 조심하자.　예를 들어 SKT 고객 센터인데 행사 대상 고객이어서 무료로 전화를 바꿔준다며 낚시질을 시도한다고 치자.　정상적인 고객 센터라면 내 가입일이나 사용 중인 기종을 당연히 알고 있어야 한다.　고객 센터에 제 전화가 뭘로 등록되어 있냐고 물어보자.　대부분 당황하면서 얼버무리거나 엉뚱한 대답을 할 거다.

마지막으로…　어떤 일이 있더라도 절대로 통장 비밀번호나 카드 기한 따위는 알려주지 말자.　세상이 하도 흉흉하니 의심스럽다면 통화하는 사람 이름을 반드시 알아놓도록 하고 통화도 녹음해놓자(녹음하려면 상대에게 녹음하겠다고 알려야 나중에 법적 증거 자료로 활용이 가능해진다.).　낚시인지 진짜인지 도무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면 내가 직접 고객 센터에 전화해서 상담사 분과 통화를 요청하겠다고 한 뒤 직접 전화하면 된다.



서울 광장에 단두대 하나 설치해두고 보이스 피싱하는 것들이나 먹는 걸로 장난질 한 새끼들 싹 다 목 쳐버렸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