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페리아 Z2는 소니에서 야심차게 내놓은 스마트 폰입니다. 한 때 음향 기기와 가전 제품을 두루 아울러 최강의 브랜드였던 소니지만 지금은 삼성에 밟히고 LG에 치이는 등 급격히 몰락한 끝에 간신히 명맥만 유지하고 있네요. 소니는 오래 전부터 에릭슨과 함께 스마트 폰을 만들어 내놓긴 했습니다만 우리나라에서는 국산 브랜드가 워낙 강세인지라 명함도 못 내밀고 찌그러지고 말았습니다. 그러던 소니가 에릭슨과 잡은 손을 놔버리고 스마트 폰을 내놓기 시작했습니다. 자급제 폰, 즉 기기 값을 한 번에 주고 사서 통신사에 등록해 쓰는 전화로 Z1을 내놓았지만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 존재감이 거의 없었는데요.
얼마 전 그 후속 모델인 Z2를 내놓았습니다. 삼성의 갤럭시 S5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 속에 출시되어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는데요. 소니답게 참~ 한 디자인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주파수 때문에 SKT와 KT를 통해서만 사용할 수 있는데요. 판매의 포문은 KT가 열었습니다. 5월 8일부터 예약 판매를 시작한 것입니다. 이미 얼리 어답터들을 통해 입소문이 적잖이 나있는 상태였지만 클리앙이나 뽐뿌 등을 통해 호평이 이어진 결과, 예약 판매 당일에 매진이 되고 맙니다. KT에서 판 것도, 소니 공식 홈페이지에서 판 것도, 정식 유통을 담당한 회사에서 판매한 것도, 모조리 다 말이지요.
생각보다 굉장한 반응에 물량을 확보하여 2차 예약 판매를 실시하고 이 역시 매진을 이어갑니다. 그러던 중... SKT에서도 Z2를 판매하겠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이 때문에 예약을 취소하는 사람들이 속출, 매진이라 뜨던 쇼핑몰에서 재고가 확보된 걸로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보조금 지급으로 영업이 중단되어 신규 가입자나 기기 변경 고객을 유치할 수 없었던 SKT는 5월 22일이부터 예약 판매를 시작하겠다고 공지를 합니다.
※ 클리앙은 원래 소니에서 만든 PDA인 클리에 사용자 모임이었지요. 지금은 종합 커뮤니티 개념으로 덩치가 어마어마하게 커졌지만 2000년대 초반만 해도 국내 정식 유통이 안 되는 PDA라는 비싼 장난감 가지고 노는 어른들 사이트였습니다. 소니 PDA에 환장했던 사람들의 모임이었기 때문인지 아무래도 소니 제품에 호의적인 분위기였습니다.
KT는 예약 구매자들에게 스마트 밴드를 증정했지요. 방수가 되는 얇은 밴드인데 손목에 차고 있으면 운동량이나 걸음 수 따위를 계산하고 취침 패턴 등을 읽어내는 재미있는 기기입니다. SKT는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과 마그네틱 충전 독, 케이스와 액정 보호지를 증정한다고 나섰고요. 저는 이미 나이키의 퓨얼 밴드를 사용하고 있기에 스마트 밴드는 그닥 욕심이 나지 않았고 2년 노예 계약으로 마지 못해 KT 망 쓰는 타블렛(갤럭시 노트 10.1) 생각만 해도 화딱지 나는 사람이었던지라 망설임 없이 SKT의 예약 판매에 낚이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22일이 되었고... 예약 판매는 정오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몇 분 늦게 접속했는데 기대와 달리 버벅거리거나 오류 나지는 않더라고요. 메인 페이지에 떠억~ 하니 광고도 떠 있었고요. 이 날 SKT에서는 퍼플과 블랙은 각각 400대씩, 화이트는 200대를 준비했다고 하는데요. 결과부터 말씀드리자면 불과 30분도 지나지 않아 퍼플이 매진 되었고 이후 블랙이 매진, 결국 한 시간도 되지 않아 화이트까지 모조리 매진 되어 버립니다.
스마트 밴드를 주는 KT보다 이어폰과 독을 주는 SKT가 낫다고 판단한 사람들도 많았고 SKT 고객 자체가 이동 통신 사용자의 50%를 차지할 정도니 어쩌면 순식간의 매진은 예상된 일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아무튼, 접속해서 퍼플 선택한 뒤 요금제 고르고 결제를 진행하는데... 결제 화면에서 사용자가 많아 서비스가 원활하지 못하다며 바로 전 화면으로 돌아가버리는 일이 벌어집니다. 두 차례 반복했는데도 같은 결과. 결국 고객 센터로 전화를 해보지만 통화량 많다며 통화 자체가 안 됩니다. 짜증을 내며 한 번만 더! 하고 다시 결제를 시도했는데... 다행히도 성공. 구매 확정되었다는 화면이 뜨고 나서 클리앙에 들어가보니 다들 저처럼 결제 오류 때문에 당황하고 있더군요.
언제 오나~ 목이 빠져라 기다리는 스타일은 아닌지라 때 되면 오겠지~ 라 생각하고 있던 도중 밖에 나갔다 오니 우체부 아저씨가 왔다 갔다는 스티커가 붙어 있습니다. 다음 날 다시 오겠다는데 다음 날에도 집을 비워야 했었기에 통화를 하고 직접 찾으러 갔네요.
SKT 공식 판매처라서 그런지 로고 찍힌 상자에 담아 보내왔습니다.
그 안에는 이런 상자가 들어 있었고요.
이 상자를 여니까 그 안에 제품과 증정품이 담겨 있네요.
증정품 중 하나, 제누스라는 곳에서 판매하는 Z2 전용 케이스입니다.
처음에는 소니 정품을 준다고 공지를 했던 SKT인데 어느 순간 말을 슬쩍 바꿔놨더군요. 전면의 보호부가 왼쪽으로 펼쳐지는 형태의 케이스인데 그런 형태의 케이스를 혐오! 하는 사람이라 쓸 일이 없습니다. 중고로 팔아야겠다 싶은데 저처럼 안 쓰는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미개봉 제품인데도 중고가 자체가 낮게 잡혀 있더라고요. 2만원 안팎에 거래되는 것 같습니다.
소니 정품 마그네틱 독입니다.
마그네틱 독이 대체 뭐야? 라고 생각했는데... 말 그대로 자석이 내장된 독(받침대)입니다. Z2는 널리 알려진 것처럼 방수가 되는데요. 충전을 이유로 덮개를 자주 열고 닫으면 아무래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겠지요. 그래서 충전기를 독에 연결한 뒤 스마트 폰 본체를 독 위에 올려두면 충전이 되게끔 만들어놨습니다.
딱 맞춰 올려놓지 않아도 자석이 제품을 끌어당기는 힘이 느껴지는데 그 상태에서 좌우로 슥슥 움직이면 정 중앙에 왔을 때 딸깍 하고 고정되는 느낌이 나면서 충전이 시작됩니다. 써보니 편한 녀석이더라고요. ㅋ
참고로 마그네틱 독 위에 스마트 폰 올려놓으면 자동 회전 기능 꺼놓은 상태에서도 가로로 화면이 전환되더군요.
앞, 뒤 액정 보호지 세트입니다. 저는 이미 호후에서 파는 2,300원짜리 몇 개 질러놔서 안 쓰고 모셔놨네요. ㅋ
가장 기대했던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 화이트 구매자는 모르겠는데 퍼플과 블랙 구매자는 다 까만 색으로 왔다네요.
워낙 막귀라서 좋은 이어폰 써봐야 뭐가 좋은지도 모르고 그저 둥둥둥~ 하는 베이스 음 묵직하게 들리면 좋아라 하는 사람입니다만... 희한하게 그런 저질 귀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이어폰 욕심은 있네요. 그렇다고 해서 비싼 거 막 지르는 건 아니고 5만원 안팎의 저렴한 이어폰 위주로 이것저것 질러대서 쓰곤 했습니다. 지금까지 썼던 녀석들 중에 가장 맘에 드는 건 소니 E888이었고 그 다음이 PL30이었네요(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많은 분들이 극찬하는 PX200을 별로라 생각하는 막귀입니다. ㅋㅋㅋ). 아무튼 이어폰만 준다고 해도 KT가 아니라 SKT 선택했을 겁니다.
개통 안내문도 한 장 들어 있네요.
드디어 제품 본체입니다. 같이 구입한 마이크로 유심을 테이프로 붙여놨네요.
마이크로 유심이 들어간다는데 쓰고 있는 갤럭시 S3에 있는 자그마한 유심 카드가 마이크로 유심이 맞는지 알 수가 없더라고요. '에이~ 얼마나 한다고'라 생각하고 질렀는데... 갤럭시 S3에 들어 있는 녀석도 마이크로 유심이더고만요. ㅋ
제품 특징을 깨알 같이 적어 놓은 상자 뒷면.
모델명은 D6503. 좀 뜬금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_ㅡ;;;
드디어 개봉!!! 왼쪽에 스마트 폰 본체가 있고요.
본체를 들어내면 번들 이어폰과 충전기, 케이블과 매뉴얼이 들어 있습니다.
성능이고 뭐고 아무 것도 안 보고 디자인만 보고 질렀는데... 실제로 보니 에게? 라는 생각. -ㅅ-
열이면 열, 실제가 사진보다 이쁘다고들 하시던데... 저는 생각보다 커서 조금 실망했네요. 갤럭시 S3 사이즈가 딱인데. 그리고 자연광 상태에서 사진 찍으니 보라색보다는 파란색에 가깝게 나오더라고요.
사용하고 있던 갤럭시 S3와 크기 비교를 하려고 나란히 놓고 찍어 봤습니다.
2,300원 짜리 보호 필름. 앞, 뒤 다 들어 있는데 저 가격이네요. 착하기도 하여라. ㅋㅋㅋ
전원 켜니까 언어 설정 화면이 먼저 나오네요. 한국어가 선택된 상태였습니다.
화면이 질이 다르네 어쩌네 하던데 막귀와 동시에 막눈까지 장착하고 있는 저는 별로 차이를... -ㅅ-
포장 뜯으면서 사진 찍고 보호 필름 붙이고 하다보니 한 시간이 훌쩍 지났더라고요. 돈 벌러 갈 시간이 되어 부랴부랴 출근. 퇴근하고 집에 와서 와이파이로 앱 이것저것 설치하고 쪼물딱거리며 만져 봤습니다. 그리고 5월 30일 오전에 기기 변경을 신청했는데요. 구입한 티다이렉트, 진짜 징글징글하더고만요. 전화하면 ARS 응답이 진행됩니다. 아홉 시부터 상담 시작인데 열 시가 안 되어 전화해도 통화량 많다며 연결이 안 되더라고요. 더구나 계속 기다리거나 상담원에게 연락처를 남길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라 한참 기다리다 그냥 툭~ 끊어져요. 다시 연결해달라면서. 화를 내게끔 일부러 만든 건가 싶더라고요. 다행히 채팅 상담이라는 게 있다는 걸 알고 신청했더니 15분 정도 기다리라네요. 그런데 15분 지나도 감감 무소식. 그러던 중 플래시 오류 나면서 브라우저 종료되고... 다시 티다이렉트 들어가서 채팅 상담 누르니 그 몇 분 사이에 대기 시작이 한 시간 넘어가네요. -ㅅ- 온갖 짜증을 다 내던 중 전화가 연결되었습니다. 애꿎은 상담원한테 짜증내는 거 정말 싫어하지만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 없어서 '통화하기 진짜 힘드네요'라고 생색 냈습니다.
한참 기다린 게 어이없을 정도로 순식간에 기기 변경, 개통 신청이 끝났습니다. 한 시간 뒤에 개통 된다고 하더니 한 시간 하고도 10분 정도 더 지나니 개통이 되더군요.
만 하루 동안 이리저리 가지고 놀아봤는데... 아무래도 갤럭시에 익숙해져 있어서 그런지 좋은 점보다는 불편한 점이 더 많네요.
스팸 문자 지정이 안 됩니다. 갤럭시는 문자 받은 상태에서 메뉴 눌러 바로 스팸 지정이 가능했는데 Z2는 안 되요. 티 스토어 가서 티 스팸 어쩌고 하는 거 받으면 좋다기에 써봤는데... 직접 번호 등록해야 해서 불편합니다.
폰테마샵에서 알림음 다운 받아 써왔는데... 다운 단추 누르자마자 완료되었다고 떠서 이상하다 싶더라니... 다운도 안 되어 있고 알림음도 무음으로 바뀌어 있더라고요. 결국 갤럭시 S3에 있는 파일 옮겨 오니 그제서야 리스트에 뜨고 변경도 됩니다. 갤럭시 S3에서 엠피삼으로 만든 벨소리도 같이 옮겨 왔는데 잘 되네요.
티 스토어는 개통하기 전에는 안 깔리더니 개통하고 나니 설치가 됩니다. 티맵도 깔리고, 실행에도 문제가 없고요. 다만... 2,500원 주고 산 서유리 님 목소리는 적용이 안 되네요. 거기다 유용하게 썼던 티맵 바이크나 티맵 대중교통 역시 사용할 수 없습니다. 티 프리미엄도 쓸 수 없고요. 자급제 폰이라고 너무 신경 안 쓴다 싶네요. 다 유용하게 잘 써먹던 앱들인데... ㅠ_ㅠ
방수는 잘 됩니다. 물에 담궈보기 두렵다는 분들도 계시던데 저는 방수 되는 소니 똑딱이 카메라(TX20)를 이미 쓰고 있었기에 망설이지 않고 샤워할 때 들고 들어갔습니다. 물 맞아도 아무 문제 없고요. 물 맞은 직후 스피커를 통해 나오는 소리가 이상하다는 분들 계시던데 저는 잘 모르겠더라고요. -_ㅡ;;;
배터리 효율 좋다 하시던데 저는 역시 잘 모르겠네요. 쭉쭉 닳아버리는 것 같던데. 12,000mAh 보조 배터리 미리 샀는데 잘 샀다 싶습니다. 일체형 배터리라 보조 배터리는 필수가 아닐까 싶네요. 한 1년 쓰다가 배터리 교체 서비스 받아야 할 것도 같고.
그 외... 이어폰 테스트 해봤는데... 역시나 막귀라 노이즈 캔슬링이 되는건지 어떤건지 전혀 모르겠어요. -ㅁ- 이따 밖에 나갈 때 버스 안에서 다시 테스트 해볼까 싶습니다. 멜론 어플로 들어도 노이즈 캔슬링 되는건가...
기본 UI 이쁘다는데 저는 맘에 안 들어서 예전부터 써왔던 고런처 깔았습니다. 카메라 성능이 압도적인 녀석이니 카메라 테스트로 해봐야 하는데 귀찮아서 안 건드리고 있네요. 쓰면서 차차 만져보렵니다.
써놓은 거 보니 단점 투성이의 엉망진창 폰 같은데... 아니라고는 못 하겠어요. 제품 초기 불량이 많아서 수없이 많은 분들이 교품증 끊어 새 제품으로 바꾸는 짓을 해야만 했고요(다행히 저는 양품이 왔... 다기보다 둔해서 모르고 그냥 씁니다.). 기존에 쓰던 갤럭시 S3에 비해 불편한 것들이 많아서 디자인, 방수만으로 위로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네요. 그래도 질러 놓은 녀석이니 애정을 가지고 써보렵니다. 아직은 갤럭시가 익숙해서 불편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없잖아 있고요.
아! 그리고 한 가지 더. 통화 품질. 통화 품질 엉망이라는 글이 많았는데요. 진짜 엉망입니다. 상대가 하는 얘기가 잘 안 들릴 때도 있고요. 무엇보다 내가 하는 말이 상대에게 제대로 전달이 안 될 때가 많아요. 송화기에서 입이 조금만 멀어지면 상대가 못 알아듣습니다. -_ㅡ;;; 업그레이드 하기 전이었는데 업그레이드 하고 난 지금은 좀 나아졌나 모르겠네요.
소니에서 야심차게 내놓은 플래그 십 제품인데... 생각보다 편의성이 부족하기도 하거니와 제품 마무리가 꼼꼼하지 못해 원성을 많이 사고 있네요. 그래도 많이 팔렸으니 소니 코리아에서 A/S 정신 차리고 제대로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계속 쓰면서 글 내용 추가하거나 수정해보도록 할께요(라고 해놓고 그렇게 했던 글이 거의 음슴. ㅋㅋㅋ).
가시기 전에 댓글 좀... 굽신굽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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