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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뽀오츠 』/『 스틸러스 』

2015년 05월 30일 vs 대전 @ 스틸야드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15. 5.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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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인 대전 이야기부터 해보자. 대전은 지난 시즌 K 리그 챌린지에서 어마어마한 성적을 거두며 클래식으로 승격했다. 대전은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한 시민 구단이지만 김은중, 이관우, 배기종,... 숫한 스타 플레이어를 배출했고 재미있는 경기를 곧잘 보여주는 좋은 팀이었다. 대구나 부산 만큼이나 축구보다 야구가 사랑받는 도시라서 제법 괜찮은 성적을 거둘 때에도 분위기가 썰렁하긴 했지만 말이다.


나름 괜찮은 팀이었지만 시민 구단이라는 특성 때문에 정치인들의 ㅄ 짓에 휘둘리기 일수였고 그 결과 스타 플레이어 다 팔아먹으며 근근히 연명하는 셀링 팀으로 버티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번 시즌도 마찬가지. 정치인 전득배가 대전 시티즌의 사장 자리에 앉으며 팀 운영이 엉망진창이 되었고 급기야 조진호 감독이 시즌 도중 그만두는 일이 벌어졌다. 이후 최문식 감독이 선임되었다는 기사가 떴으나 이 과정에서 전득배 혼자 북치고 장구쳤다는 의혹이 일면서 대전 지역 언론인 중도 일보와 대전 시티저널 등에서 열심히 까고 있는 중이다.


축구는 감독과 선수가 하는 것인데 구단주나 사장이 뭐가 그리 중요하냐 하겠지만, 시도민 구단은 돈 줄을 쥐고 있는 구단주와 사장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기에 그들이 맘 먹고 팀을 망치기 시작하면 어찌 할 도리가 없다. 대전이 지금 딱 그 꼴이고 대전과 반대 효과를 내며 승승장구하는 팀이 성남이다.


아무튼... 대전은 불과 20년 밖에 안 되는 팀 역사에 아홉 명의 감독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감독 평균 수명이 2년 간신히 넘는 거다. 아무리 프로 팀 감독 목숨이 파리 목숨이라지만 해도 너무 한 거지. 챌린지에서의 엄청난 성적은 잊혀진 지 오래이고 현재까지 클래식에서의 성적은 승점 5점으로 꼴찌다. 바로 위에 있는 부산이 승점 11점이니 클래식 유일한 한 자리 승점이고, 대전이 두 경기 내리 이기는 동안 부산이 다 져야 승점이 같아질 정도로 형편없는 성적이다.


그런 대전을 스틸 야드로 불렀다.



우리 포항은 어떠한가? 성남에 두 골 넣고 쉽게 이길 것 같은 경기였는데 고무고무 멍청이가 퇴장 당하면서 90, 92분에 두 골 주고 비기더니 광주와는 득점 없이 비기고 울산과의 동해안 더비에서도 복수는 커녕 질질 끌려다니다 간신히 비겼다. FA컵을 제외한다면 지난 4월 19일의 대전 원정 이후 단 한 번도 이긴 적이 없다. 마치 지난 시즌 스플릿 이후를 보는 것 같다. 그 때에도 한 번도 못 이기고 내리 지다가 결국 북패에 ACL 출전권 내줘버렸지.


좋은 경기를 하고도 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실제로 그런 일이 있기도 하고. 그런데 요즘의 포항은 이길 경기를 비기고 비길 경기를 지고 있다. 경기력은 엉망진창이고 축구를 모르는 이도 재미있다며 관심을 보이게 했던 스틸타카는 사라진 지 오래. 잘게 썰어나가는 기똥찬 패스 대신 뻥뻥 질러대는 축구를 하고 있는 게 2015 시즌의 포항이다.


지난 4월의 원정 때와 마찬가지로 대전은 텐 백을 구사했다. 모든 선수가 하프 라인 아래로 내려가 수비를 했다. 상대적으로 열세인 팀에서 취할 수 있는 당연한 작전이다. 꽁꽁 틀어막고 수비만 주구장창 하다가 상대 수비 뒤 쪽으로 길게 때리고 들어가 운 좋으면 골키퍼와 1 : 1 찬스, 아니면 중거리 슛. 뭐, 대략 그런 작전. 포항은 그런 대전을 예상이라도 한 듯 시종일관 밀어붙였다. 기똥찬 찬스가 몇 번 나왔지만 골은 터지지 않았고... 골 없이 때리기만 하다가 역습에 당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아니나다를까 역습 한 방에 주저 앉았다. 완전히 모서리로 빨려들어가는 중거리 슛 자체가 워낙 잘 맞긴 했지만 안 먹어도 될 골을 먹으며 리드를 내주었고 이 때문에 힘겨운 경기 운영을 할 수밖에 없었다.


대전은 당연히 잠그기에 들어갔고 박성호의 헤딩 골로 동점이 된 상황에서도 잠그기를 계속했다. 하긴, 대전 입장에서는 원정에서 비기는 것만으로도 만족할만한 결과였을테지. 후반 추가 시간을 앞두고 선수 교체까지 하며 비겨도 좋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대전이었지만... 경기 종료 직전 이광혁에게 극장 골을 얻어맞으며 지고 말았다.



가까스로 승점 3점을 따내긴 했지만... 포항은 정말 형편없는 경기를 보여주며 우승은 커녕, ACL 출전권이나 따내면 다행이겠구나 싶은 맘이 들게 했다. 전반 내내 이어진 공격진에서부터의 지독한 압박은 정말 일품이었지만 상대가 대전이었으니 가능했지, 다음 라운드 상대인 전북한테도 그런 게 가능할까? 포항이 정말 잘 나가던 시절에는 허리가 엄청 단단했다. 이명주가 앞에서 끊어주고 손준호, 황지수가 뒤에서 단단히 받쳐주면서 허리를 잡아 놓으니 공격도, 수비도 원활했다. 그런데... 올 시즌은 허리가 무너졌다. 김태수와 황지수가 나란히 부진해서 아무런 활약을 못 보여주고 있다. 김태수의 플레이는 원래 별로 보잘 것 없었지만 황지수는 '이게 수비형 미드필더의 정석이다!' 라는 생각이 들만큼 훌륭한 플레이를 보여주었었는데... 올 시즌은 대체 뭐가 문제인지 엉망진창이다.


거기에다 고무고무가 선발이었다. 얘는 뭐... 당최 답이 없다. 열심히 뛰려는 의지도 안 보이고... 메시 빙의라도 한 건지 패스 주고 뛰어들어가야 할 마당에 툭툭 치며 드리블이나 하고 있고... 그렇다고 자리 선정이 좋길 하나, 공중 볼 경합으로 세컨 볼을 떨궈 주길 하나... 당최 존재감이 없다. 황선홍 감독이 현역 시절 가루가 되도록 까인 덕분에 공격수에 대한 지속적인 믿음을 강조하고 있는데... 고무고무에 대한 믿음은 해도 너무 한다. 계속 믿는다면 결과는 둘이 손 잡고 쫓겨나는 것 뿐 아닐까? 지금의 황선홍과 고무열은 과거 레모스와 알렉산드로 생각이 날 정도다. 파리아스가 나간 후 브라질 출신의 레모스가 감독으로 왔는데 지독하게 못하는 알렉산드로를 주구장창 기용하다가 같이 나갔지. 고무고무는 영 플레이어 상을 수상했으니 알렉산드로보다 낫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그만큼의 기회에 비한다면 성과는 극히 미미한 게 아닌가 싶다. 박성호도 마찬가지. 차라리 노병준이나 황진성을 잡고 있었더라면 포항과 전북의 승점 차이는 훨씬 적었을 거다.


조찬호 역시 상당히 까이고 있던데 오늘 경기에서는 괜찮지 않았나 싶다. 공을 뺏기자 열심히 쫓아가서 다시 찾아오고. 다만... 공격수라면 공격 포인트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는 게 안타깝다. 모리츠는 왼 발에 공을 정확히 맞추면서 여러 차례 위협적인 공격을 펼쳤다. 때리는 족족 상대 골키퍼에게 향했지만 플레이 자체는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


결승골 전에 김승대가 뒤돌아보지도 않고 이광혁에게 공을 밀어주고, 그걸 이광혁이 때려내는 장면이 나왔다. 수없이 발을 맞춰봐야 가능한 플레이다. 김승대가 잡았을 때 자기에게 줄 거라 믿고 한참을 달려 빈 공간으로 쫓아들어가는 이광혁도 대단하고, 그걸 보지도 않고 밀어주는 김승대도 대단하고. 눈에 띄지는 않았지만 손준호는 엄청 많이 뛰면서 승리에 힘을 보탰고... 김광석이나 배슬기, 박선주 등의 수비 라인도 괜찮았던 것 같다.



지난 시즌 전반기까지는 지고 있더라도 하프 타임이 되면 황선홍 감독님이 뭔가 해줄 거라는 믿음이 있었고 그 믿음에 부응해 경기를 뒤집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명주 이적하고 스플릿 들어가면서부터 삽질을 하더니 올 시즌에는 그런 포스가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이제는 전반에 답답한 경기를 하면 하프 타임에 '후반전은 다를 거야'라는 생각보다 '큰 일 났네'라는 생각이 들어버린다. 더구나 황선홍 감독님은 많은 팬들이 지적하는 한 박자 느린 선수 교체를 여전히 시전하고 있다. 오늘도 티아고, 이광혁 투입 시점이 너무 늦었다.



이기긴 했지만... 오늘 같은 경기력으로는 전북은 커녕 수원 따라잡기도 힘들다. 스틸타카는 당최 어디로 간 건지 뻥뻥 질러대는 축구는 재미도 없다. 감독을 비롯한 코칭 스태프는 그대로이고 선수단도 나름 골격을 유지하고 있는데 불과 1년에 왜 이렇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지금의 포항은... '우리는 포항이다' 를 자랑스럽게 외칠 수 있는 팀이 아니다. 그저 뻥뻥 질러대는, 안타까운 축구를 하는 팀일 뿐.



PS. 고무열과 박성호가 같이 뛰는 경기는 다시 안 봤으면 좋겠다. 경기 포기하지 않고서야 어찌 저 조합을 내놓는단 말인가? 박성호가 교체로 들어오면서 고무열과 같이 뛰게 되는 순간 경기 포기하고 순위 내려가면서 다른 팀 팬들에게 조롱 당할 각오했었다. 박성호가 골을 넣었으니 더 이상 안 까겠지만... 아무튼 지금 포항이 엉망진창인 건 미드필드 라인 붕괴와 사라진 스틸타카의 영향도 있지만 형편없는 공격 라인이 가장 큰 이유 아닐까 싶다. 열두 개 구단 주전 공격수 이름 쭈욱 나열해보자. 우리만큼 파괴력 없는 팀이 있던가?


마무리하려다 생각나서 덧붙이는 글. 보통 우리 진영에서 크로스가 올라오면 어~ 어어~ 하는 반응이 나와야 한다. 그리고 상대한테 저렇게 쉽게 크로스 주면 안 되지! 하고 악 쓰게 된다. 그런데 오늘 대전 팬들은 포항의 크로스를 보면서 참 여유로웠을 것 같다. 돌파 후 크로스도, 코너 킥도, 프리 킥도, 전혀 위협적이지 못했다. 그냥 날아가나보다~ 하고 마는 거다. 김승대의 킥은 죄다 길고 높고. 패널티 킥도 개판인데 프리 킥이나 코너 킥에서도 아무 위협이 못 된다니...


내 팀이라 포기하지 않고 응원은 한다만... 올 시즌은 K 리그 안 보는 사람들에게 일단 보라며 자랑스럽게 포항 경기 못 보여주겠다. 엉망진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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