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에 우도 갔다가 만난 스물여덟 처자 둘과 총각 하나. 죽이 잘 맞아서 재미있게 수다 떨며 술 마셨고 육지에서도 계속 만나자 약속을 했었는데... 말 뿐이 아닌, 진짜로 만나는 일이 생겼다.
스물여덟 처자 중 한 명이 취미로 연극을 하는데 그 공연이 있다는 것. 휴가 써서 보러 갔다.
지방의 작은 도시에서 나고 자랐기에 내가 경험할 수 있는 문화 생활은 영화가 전부였다. 초등학교(국민학교 세대다, 나는) 때에는 주로 아버지와 함께 『 우뢰매 』 시리즈 보러 다녔고... 중학교 때부터 성룡 나오는 영화 위주로 극장 다니곤 했다. 크지 않은 도시여서 지정 좌석제도 아니었다. 그냥 들어가는대로 좋은 자리 앉으면 그만이었고 영화 끝나도 안 나가고 있으면 같은 영화 다시 볼 수 있고 그랬다. 아무튼...
그러다 서울 왔는데... 안 하던 짓은 꺼려하는 성격인지라 연극이나 뮤지컬을 비롯한 각종 공연을 볼 기회가 있어도 그냥 지나치게 되더라. 그래서 40년 가까이 살면서 연극은 한 번도 안 봤다. 심지어 대학로에 몇 년을 살았는데도.
처음 보는 연극이라 좀 두근두근한 건 사실. 공연 시작 전에 근처 꽃집에서 꽃 바구니 하나 사들고 들어갔다. 소극장은 몇 번 봤기에 규모나 시설 같은 걸 보고 놀라지는 않았는데... 바로 코 앞에서 연기하는 걸 보니 대단하게 느껴졌다.
끝나고 사람들한테 인사하는데 반응을 보니 열에 열이 아는 사람인 듯. 하긴... 전문 극단도 아니고 동호인들의 공연인데 일반인이 보러 가기도 쉽지 않은 일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더 대단하게 생각됐다. 나 같으면 뻘쭘해서 아무 것도 못할 것 같은데 말이다.
다들... 열정이 대단하다고 감탄하고 또 감탄했다. 자기 일이 따로 있는 사람들이 부지런히 모여 연습한 뒤 공연하는 거니까. 그 열정도 대단하고, 다른 사람들 앞에서 공연까지 한다는 것도 대단하고.
나 같은 경우는 말 많고 시끄럽게 나대다가도 멍석 깔아주면 꼬리 내리는 스타일인지라... -ㅁ- 같은 공연을 다른 사람 앞에서 여러 차례 한다고 생각하니 그 또한 대단하다 싶더라. 아무튼... 하고 싶은 일과 안정적인 삶 사이에서 갈등하는 것에 대해 여러 가지로 생각이 많아지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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