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http://blog.naver.com/ysj0245/156024623)
내 생애 첫 차는 아반테 투어링이었다. 현대 자동차가 엘란트라 후속으로 내놓으면서 대박 터진 아반떼, 그 아반떼를 베이스로 만든 1,800cc 왜건. 그렇다. 우리나라에서는 나오는 족족 쪽박 찬다는 왜건이었다(그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를 바 없다. 국산 왜건은 i40 왜건이랑 i30 CW 정도인데 판매량 보면... 후아~ -ㅁ-). 당시에도 아반떼는 엄청나게 팔려나갔지만 아반떼 투어링의 판매량은 병아리 코딱지에 불과했다. 진짜 안 팔렸다. 아무튼...
백령도에서 군생활을 하던 때였는데, 대부분의 섬이 그렇듯 그 곳 역시 차가 없으면 몹시 불편한 동네. 한 시간에 한 대씩 다닌다는 공용 버스는 한 달 내내 한 번도 못 본 적이 수두룩 했고 차 가진 선배한테 신세라도 한 번 질라치면 눈치도 보이고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무엇보다도 출근이 너무 불편해서 차가 꼭 필요했다.
당시 살던 집에서 부대까지는 1㎞? 1.5㎞? 뭐, 그 정도 떨어져 있었는데 걸어서 부대 들어가다가 다른 군인이라도 보게 되면 몹시 쫄았다(짬찌여서. -ㅅ-). 육군이나 공군, 해군이었다면 크게 신경 쓰지 않았을텐데 하필이면 해병대 밭인 백령도라... 인사 안 한다고 까일까봐 몹시 신경이 쓰였다. 결국 생각해낸 게 차로 다니면 잘 안 보일테니까 걱정이 없지 않을까? 였다. -_ㅡ;;;
그러한 이유로... 300만원 정도로 액센트 중고 사면 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으로 중고 차 매매장을 찾았다. 대충 둘러보다가 호객하는 냥반한테 못 이긴 듯 끌려가 300만원 정도로 액센트 사려 한다 했더니 차를 보여준다. 그런데... 차가 맘에 안 드는 거다.
차 자체는 깔끔하게 예쁜데 에어컨/히터 온도 조절하는 게 좌우로 움직이는 형태였다. 동그랗게 생긴, 다다닥~ 돌리는 게 좋은데 좌우로 끼리릭~ 끼리릭~ 움직이는 거 보니까 싼 티가 확 나서 이건 아니다 싶더라. 그래서 별로 맘에 안 든다고 하니까 다른 차를 보여준다고 이리저리 끌고 다니는데... 그 때 아반테 투어링이 눈에 확! 들어왔다.
저거, 저거 맘에 드네요! 하고 안을 봤더니... 에어컨/히터 조절하는 것도 돌리는 거다! ㅋㅋㅋ 냉큼 시운전 한다고 올라타서... 운전 중에 시트 포지션 조정한다고 아래 보다가 앞에 길 건너는 사람 코 앞에서 급정거하는 바람에 동승한 중고차 팔이 아저씨가 움찔! 하고... -ㅅ- 여차저차해서 그 차를 사기로 했는데... 차 값이 500만원이었다. 예산을 200만원이나 초과. 그 뿐만이 아니었다. 세금에, 보험에, 이것저것 들어가는 돈이 꽤나 많았다. 그런 거 전혀 생각 못 한 바보였다. -_ㅡ;;;
결국 부족한 돈은 카드 현금 서비스 받아서 해결하고... 차를 받아 친구 녀석들이 있는 대구로 내려갔다. 친구 녀석들은 당시 다 대학생이었기에 차 가진 녀석이 없었다. 중고차로도 거들먹거리는 게 가능했던 나이. ㅋ
휴가가 끝난 뒤 차는 배에 실려 백령도로 들어갔고... 백령도에서의 험난한 삶이 시작되었다. 일주일도 되지 않아 후진하다가 포터 모서리에 찍히는 바람에 테일 램프 깨먹었고... 배터리 방전이 원격 시동기 때문이라 해서 그거 뜯어내고... 사이드 미러 깨먹고... 급기야 1년쯤 지나자 걸레가 됐다. -ㅅ-
걸레를 넘어 누더기가 되는 사건은 차 빌려간 선배가 저질렀다. 딴에는 첫 차라고 애지중지하다가 걸레가 되어버려 이 사람, 저 사람 마구 빌려줄 때였다. 모 선배가 차를 빌려 술 마시러 갔는데... 새벽에 앞에 있던 승합차 운전자가 후진하다 내 차를 들이받고 도망갔다. 술 쳐먹고 운전한 게 아닌가 싶은데... 처음에는 사고난 줄도 몰랐다. 그 선배가 술 마실 동안 나는 야근하고 있었거든. 퇴근해서 다른 선배 차에 실려 내 차 가지러 가서 밥 먹고 숙소로 돌아가는데... 언덕 올라가다 뭔가 이상하다 싶어 자세히 보니 냉각수 게이지가 정점을 찍고 있는 거다. 으잉? 이게 뭐지? ⊙ㅁ⊙
다방면에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선배한테 물어봤더니 정상이 아니라고 한다. 아니나 다를까, 고개 넘어서자 마자 보닛에서 하얀 연기가 올라오기 시작하더니 숙소 근처에 도착하자마자 멈춰 버렸다. 보닛 만지다 손 델 뻔 하고... 걸레로 감싸고 가까스로 여니 연기가 푸와아아악~~~ -ㅁ-
냉각수 부족하면 이렇게 된다는 걸 알고 있었는데 냉각수 넣는 곳 뚜껑(?) 잘못 열면 엄청 뜨거운 물 튀어서 실명을 하네 마네 하는 걸 본 적이 있어서... 걸레로 몇 번을 감싸 조심스레 열었는데... 아무 일 없었다. -ㅅ- 페트병 한가득 물 떠서 냉각수 붓는 곳에 때려 붓는데... 아래로 질질 흐른다. 그제서야 보닛이 밀려들어간 게 보였다. -_ㅡ;;; 일단 견인 차 불러 끌고 가라 하고... 사고 현장에 다시 가보니 앞에 있던 차가 들이 받을 때 깨진 테일 램프 파편들이 있었다. 경찰에 뺑소니 신고하고... 보험 회사에 뺑소니 당했다 신고하고... 차 수리 받았더니 160만원 나왔다. 차 빌려간 선배는 16,000원도 안 줬고... 결국 자차 처리했다. 라디에이터도 깨지고 난리였다. 처음에는 뺑소니라서 자차로 처리가 된다 했다가 나중에 또 안 되는 거네 어쩌네 해서 한동안 속앓이했던 기억이 난다.
그 뒤로 차에 대한 애정이 확 식어서 막 굴리다가... 전역할 때 거기 있는 선배한테 공짜로 넘기고 나왔다. 애지중지하다가 금방 애정이 식은 녀석이긴 하지만... 이 녀석 덕분에 여러 추억 많이 만들었다. 선배, 동기, 후배들 친구들이 면회 오면 기사 노릇하면서 밥도 많이 얻어먹었고... 병사들 단체로 외출이나 외박 나오면 차 트렁크에 쪼그려 앉히기까지 하면서 떼로 관광지 구경 다니고... 뭐, 그랬었다.
전역하고 나와서는 차 산다는 걸 상상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퇴직금 500만원이 가진 전부였으니까. 일주일도 안 놀고 학원에 취직하긴 했지만 저녁에 시간 강사 뛰는 거라 급여는 편의점 알바 수준이었다. 차는 커녕, 자전거 사는 것도 망설여졌었다. 그래도 차 필요하면 렌트 해서 잘 돌아다녔다. 그렇게 금호 렌터카 골드 회원이 되면서 차 살 생각은 별로 없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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