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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  행 』

2016 간사이 - 둘째 날 : 히메지 성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16. 5.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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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 틀어놓고 이불 덮고 잤다. ㅋㅋㅋ   심심해서 『 1박 2일 』 시즌 1 틀어놓고 잤는데 깊이 못 자고 자주 깼다. 일어났더니 몸이 천근만근. 어찌 되었든 놀러 나가야 하니까 대충 씻고 밥 먹으러 갔다.


역시나... 베이컨 말고는 딱히 눈에 띄는 게 없다. 맨 밥에 미소 국이라도 먹을까 하다가 나가서 맛있는 거 사먹지, 뭐~ 하는 생각으로 적당히 허기만 채우고 호텔을 나섰다. 오늘의 첫 번째 목적지는 히메지 성!


히메지 성은 지난 해 가봐야겠다고 마음 먹었던 곳이다. 오사카에서 히메지까지는 거리가 꽤 되는데, 스루 패스를 이용하면 별도의 교통비가 들지 않기 때문에 히메지 성 왕복만으로도 본전이 빠진다. 문제는 왕복하는 데 시간이 제법 걸리기 때문에 하루 일정을 히메지에 다 쏟아부어야 한다는 것.

여행 준비하면서 알아보니 오카야마에서 신칸센을 타면 히메지까지는 20분이 채 안 걸린다. 오사카에서는 왔다갔다 하면 반나절 잡아먹는데 말이다. 마침 JR 와이드 패스로 신칸센을 탈 수 있기에 다녀오기로 했다. 천수각 공사도 끝나서 제대로 성을 볼 수 있다니까 기대가 됐다.




개찰구를 통과했는데 다른 개찰구가 또 나와서 움찔! 했다. 먼저 나온 건 신칸센 개찰구고 나중에 나온 건 JR 개찰구인 모양이다. 대부분 JR線 개찰구와 신칸센 개찰구가 따로 있는데 히메지는 JR 개찰구 안에 신칸센 개찰구가 있는 모양. 아무튼 패스로 별 일 없이 통과했다. 히메지 역에 내리니 바로 히메지 성으로 나가는 화살표가 보인다.




밖으로 나가니 저 멀리 히메지 성이 바로 보인다. 역에서 직진!




공중 전화 부스도 기와 지붕(모형)을 덮어 쓰고 있었다.




가는 길 내내 다양한 동상들이 서 있어서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




오른쪽으로 큰 공원이 보였다. 자전거나 인라인 타기 좋겠더라.





히메지 성도 어김없이 해자로 둘러쌓여 있다.




길 건너 뒤를 돌아보니 역까지 일직선. 참 멋진 동선이다. ㅋㅋㅋ   가이드 북에는 산요 히메지 역에서 히메지 성까지 도보로 18분 걸린다고 되어 있는데 산요 히메지 역보다 뒤에 있는 JR 히메지 역에서 출발했음에도 18분이나 걸리지는 않은 듯 하다. 횡단보도 신호 지키면서 천천히 걸었는데.







히메지 성이 매력적인 이유는 원래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히메지 성은 기노 성과 마찬가지로 일본 100대 성 중 하나인데 뼈대는 고사하고 돌무더기만 남아 있는 기노 성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축성 당시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원래는 아카마츠 가문이 소유한 성이었는데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전국 통일 뒤 접수.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죽은 후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권력을 장악하게 되는데, 그 결정적 계기가 되었던 세키가하라 전투에서 공을 세운 이케다 테루마사가 히메지 성의 새 주인이 된다. 미군의 폭격에도 살아남아 500년 전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마크 어빙이라는 냥반은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세계 건출 1001에 히메지 성을 올려놓기도 했다(우리나라의 건축물 중에서는 안동 조탑동 오층석탑 등이 올라가 있음. 특이한 점은 북한의 류경 호텔도 있다는 것).


아무튼... 오사카 성을 비롯해서 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하는 일본의 성 대부분이 최근에 새로 지어지거나 보수된 점을 떠올린다면 히메지 성은 그 가치가 남다르다.






해자에는 어김없이 거대 생선들이 활개치고 다니는 중이었다.







요즘은 우리나라에서도 보기 힘든 사진 찍어주는 사람이 있었다. 히메지 성을 배경으로 찍어주는 듯 했다. 카메라를 들고 다니지만 풍경 사진만 찍지, 좀처럼 내 사진을 찍을 일이 없어서 부탁해볼까 했는데... 일찌감치 방문한터라 영업 준비 중인 듯 해서 포기했다.





운동장 저 편의 잔디밭에는 스프링클러가 물을 뿌리고 있었고, 이른 시각임에도 사람이 적지 않았다. 길 따라 걷다보니 정문에 이르렀는데 아홉 시부터 입장이라서 들어가지는 못하고 줄을 서고 있었다. 안내에 따라 너댓 명이 나란히 서서 기다리고 있다가 아홉 시가 되어 입장. 자판기로 표를 구입해서 직원에게 제시하면 된다. 입장료는 성인 기준 1,000엔.






입장권 내고 들어가면 바로 히시노몬이다. 문 위로 보이는 곳은 병사들이 숨어 있다가 기습을 하는 공간이라고 한다. 네모난 세 개의 창 양 옆으로 종 모양의 창문이 있다. 카토마도라고 하는데 사찰과 궁전 외에는 사용할 수 없게 되어 있지만 예외적으로 히메지 성에 사용되었다(우리나라의 경우 돈이 아무리 많더라도 99간 이상의 방을 가질 수 없었는데 그런 거랑 비슷하다고 보면 되겠음).




세계 각국의 언어로 브로슈어가 제공되고 있었다. 북한 사람들도 제법 오는지 한국어라 되어 있지 않고 조선어라 되어 있더라. 네덜란드어 브로슈어도 있는 걸 보니 세계 각국에서 오는 모양. 아니나다를까 다른 그 어떤 관광지보다 서양인들이 많이 보였다.





왼쪽으로 가면 니시노마루. 성향이 삐뚫어진건지 남들 다 천수각 쪽으로 가기에 니시노마루부터 봤음 싶었는데... 몇 걸음 가다가 다시 천수각 쪽으로 발을 돌렸다. 어쩐지 한국어 해설을 만날 것 같은 기분에 그리 한 거였는데 한국어 해설은 개뿔... -ㅅ-








총안구, 그러니까 총 쏘는 구멍이다. 구멍 모양이 일정하지 않고 제각각인데 맡은 구역을 쉽게 찾아가기 위함이라고 한다. 야, 너는 동쪽 두번째 세모, 너는 서쪽 네모, 뭐 이런 식이었던 모양이지.




숨어 있다가 길 따라 올라오는 적군에게 돌을 쏟아부어 공격하는 곳이란다.







길이 계속 이리저리 휘면서 꼬불꼬불한데다 여기저기 방어를 위한 숨겨진 시설이 많아서 공격하는 입장에서는 정말 골치 아플 것 같다.




여러 가문이 통치했기 때문에 기와 문장이 제각각이다. 왼쪽은 히메지 성에 천수각을 세운 하시바 가문의 문장이다. 1580년이라고 하니까 제일 오래 됐다. 그 옆은 마츠다이라 가문의 문장 같은데 긴가민가 싶다.













오사카 성도 그렇고, 오카야마 성도 그렇고, 대부분의 성 천수각이 맨 꼭대기로 올라가서 내려오면서 구경하는 방식인데, 히메지 성은 그렇지 않다. 정해진 길을 따라 빙빙 돌면서 올라가게 되어 있다. 계단 경사가 꽤나 가파른 편이어서 전 날 기노 성에서 내려오다 무릎을 다친 나는 꽤나 고통스러웠다.






평상시에는 닫아두었다가 비상 시 개방하는 문이다. 목조 건물이라서 불이라도 나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해가 들지 않는 곳에는 조명을 만들어놨다. 어둑어둑하고 시원하다.





계단을 몇 차례 올라야 하는데 가파르기도 하고 좁기도 하다.




맨 꼭대기에 작은 신사(?)가 있다. 경비원 복장을 한 사람이 지키고 있어서 사진 찍으면 안 되는 줄 알았는데 카메라 들이대도 막지 않아서 찍었다. 실제로 돈 내고 기도하는 사람도 있더라.




올라가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내려가는 건 더 아슬아슬하다.





머리 하얀 어르신들도 계셨는데, 나이 드신 분 모시고 간다면 잘 잡아드려야 할 듯.







여기가 화장실! (이용할 수는 없음)






밖에 나오지 천수각 찍기 좋은 공터가 나와 너나 할 것 없이 죄다 찰칵 찰칵. ㅋ




벤치에도 히메지 성을 형상화 한 그림이 일일이 붙어 있었다.











오키쿠 우물. 접시 세는 유령의 전설이 전해오는 곳이 바로 여기다. 1505년, 성주인 코테라 노리모토는 심복인 아오야마 텟산의 배신으로 성을 빼앗기고 만다. 이 때 하녀 키쿠가 성주를 몰래 빼돌려 목숨을 건진다. 뒤에 이를 안 아오야마 텟산은 가보로 내려오는 접시 열 장 중 한 장을 몰래 감춘 뒤 접시를 어쨌냐고 갈군 끝에 키쿠를 우물에 밀어넣어 죽인다. 그 후 밤마다 우물에서는 접시 세는 소리가 들려왔다고. 나중에 키쿠의 약혼자인 키누가사 모토노부가 원수를 갚은 뒤 키쿠의 넋을 위로하자 접시 세는 소리가 끊겼다고 한다.

전설은 전설인지라 온갖 버전으로 각색이 되어 심지어는 여기서 접시 세는 소리가 들리는데 하나, 둘, 셋,... 듣고 있다가 열까지 들으면 죽는다는 버전도 있고... 뭐, 그렇다.





사진으로는 알 수 없는데, 우물이 제법 깊다. 사람들이 던진 동전들이 가득했는데 꺼내기도 쉽지 않아 보이더라.




해체해서 보수 중인 모양인데 기와나 건축 재료들을 전시하고 있었다. 익산의 미륵사지 석탑 두 개 중 서쪽에 있는 탑도 발굴된 석재를 재활용해서 복원 중에 있다. 복원 방식으로 왈가왈부 말이 많은데, 부디 제대로 잘 복원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천수각 사진만 수십 장을 찍어댄다. -ㅅ-







꼬불꼬불한 길도 길이지만 여기저기 숨겨진 함정에, 높은 석벽에, 방어전에 최적화된 성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기도 우물이다.




천수각 쪽 구경을 마치고 니시노마루로 향한다.














옛날 배드민턴 라켓. 진짜로.





센히메가 하녀랑 노는 장면을 마네킹으로 재현해놨다. 카드 뒤집어서 같은 모양 찾아내는, 흔한 방식의 게임이다.


센히메는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손녀다. 꽤나 미녀였다고. 정치적인 이유로 이종 사촌 오빠인 도요토미 히데요리(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아들)와 결혼하지만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일으킨 전쟁에서 도요토미 히데요리는 자결한다. 전쟁 중 손녀가 다칠 것을 걱정한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구해오는 자에게 센히메를 주겠다고 선언. 이에 혹해 사카자키 나오모리가 불길을 뚫고 센히메를 구한다. 그러나 화상을 입어 얼굴을 다치고 센히메는 결혼을 거부.

전쟁으로 난리가 난 오사카를 피해 가던 중 센히메는 잘 생긴 혼다 타다토키를 만나게 되고 재혼 선언(목숨 걸고 구해냈더니 잘생긴 ×한테 반해서 뒤통수 치고. 하여튼 망할 외모 지상 주의. -ㅅ-)! 격분한 사카자키 나오모리가 결혼식 날 신부 보쌈을 계획했으나 실패하고 오히려 죽고 만다.

재혼한 뒤 히메지 성에서 잘 살던 센히메. 그러나 이내 남편과 친척들이 줄초상을 당하고, 첫 남편이었던 도요토미 히데요리의 저주라는 소문이 돌자 센히메는 히메지 성을 떠난다.








가이드 북에 히메지 성에 대한 안내가 제법 상세하게 되어 있어 미리 복사해 간다는 걸 깜빡하고... 결국 그냥 갔는데... 개뿔 아는 게 없으니 보이는 것도 없다. 니시노마루를 보면서도 니시노마루인지 모르고... 케쇼야구라도 봤는지 안 봤는지 모르겠고... 하노몬 밑의 전용석도 못 봤다. 아부라카베도 못 본 것 같고 우바가이시도 못 봤다. 그래서인지 두, 세 시간 걸린다는 관람이 너무 빨리 끝나버렸다. ㅠ_ㅠ




그냥 돌아가기가 아쉬운데 정원이 있다고 해서 그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유치원 다니는 아이들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어려 보이는, 유아원? 뭐, 아무튼... 어린 아이들이 잔뜩 소풍을 왔더라. 어찌나 귀여운지 절로 웃음이 났다. 혼자 애들 보면서 실실 쪼개고 있는데 이번에는 중학생 무리들이 우르르~ 중학생 애들은 남녀가 같이 서너 명씩 돌아다니며 이런저런 얘기도 하고 웃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여자 애들이 중학교 때에는 얌전하게 치마 입는데 왜 고등학교 들어갔다 하면 죄다 똥꼬 치마일까 궁금해하는 와중에 무릎 위까지 줄인 치마 입은 여중생이 보여 어! 하고 놀랐는데... 화장 떡칠을... -ㅁ-   노는 애들은 어디를 가도... ㅋㅋㅋ


코코엔 정문에 갔더니 입장료 내야 하더라. 어차피 오카야마 고라쿠엔 갈 거니까 굳이 여기서 정원을 볼 필요가 있을까 싶어 안 보고 그냥 길을 건넜다. 히메지 성 앞에 가게들이 많았는데 뭣 좀 사먹을까 싶어 기웃거리다가 딱히 먹고 싶은 게 없어 그냥 지나쳤다. 편의점에 들러 맥주 하나 사서 길빵하는데 일본에서도 길빵은 특이한 건지 사람들이 오며가며 힐끔힐끔 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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