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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  행 』

2016 간사이 - 둘째 날 : 고지마 역 & 와슈잔 전망대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16. 5.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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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날 가장 기대했던 일정은 히메지 성이었다. 그런데 의외로 히메지 성 구경이 싱겁게 끝나면서 마지막 일정이었던 와슈잔 전망대에서 세토 대교 보는 것에 대한 기대가 엄청 커졌다.






구라시키에서 다시 오카야마까지 갔다(오카야마 역 출석부에 도장 찍다 구멍날 판)가 열차를 갈아타고 고지마까지 이동했다. 오카야마 가는 전철 안에서도 졸고... 고지마 가는 전철 안에서도 졸고... 고작 이틀째인데 체력이 방전됐다. 기노 성 산 탔던 게 컸나? ㅠ_ㅠ

사전에 꼼꼼하게 준비한답시고 몇 시에, 몇 번 플랫폼에서, 몇 번 열차를 타고, 몇 시에 내려서,... 를 다 알아놨는데 히메지 성도 일정보다 빨리 보고... 미관 지구도 일정보다 빨리 봐서... 다 쓰잘데기 없는 일이 되고 말았다. 그래도 다행인 건, 구글 지도에서 검색하면 다 나온다는 거. 구글은 위대하다, 진짜. 대한민국에서나 네이버지, 외국 나가면 구글이다. 얘들은 맘 먹으면 지구 정복할 거 같다, 진짜. 구글에 취직 시켜준다면 영혼도 팔겠어. -ㅁ-



고지마 역에 도착했다. 원래 계획은 와슈잔 전망대에서 지는 해를 보는 거였다. 문제는... 와슈잔 전망대에서 고지마 역으로 돌아오는 마지막 버스가 17시 57분에 있다는 거. 4월이라 해가 제법 길어져서 19시는 넘어야 하는데 마지막 버스가 너무 일찍 끊긴다. 결국 일몰 보는 걸 포기했다. 해는 만날 뜨고 만날 지니까... 인연이 닿으면 다음에 볼 수 있겠지.


개찰구를 통과해 나오니 인포메이션 센터가 보인다. 아무리 준비를 잘해서 갔더라도 갑작스런 사고로 열차나 버스가 지연되거나 하는 일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으니까 인포메이션 센터가 보이면 무조건 들린다.

먼저 안내를 받던 일본인이 있어서 기다리다가 내 차례가 되었다. "와슈잔 덴포다이" 하니까 일본어로 이것저것 설명해주는데... 말이 빨라서 못 알아듣겠다(는 뻥이고... 느리고 말해줘도 못 알아듣는다. -ㅅ-). 버스 시간표를 주면서 동그라미를 쳐주는데 도착지에 JR 도지마 에키가 두 개다. 응? 뭔 차이지?

"왓 디프런트?" 하니까 한 번 쳐다보더니 그제서야 영어로 설명해준다. ㅠ_ㅠ   일본 도착 후 가장 능수능란한 영어를 구사하는 분을 만났다. 둘 다 JR 도지마 역이긴 한데 하나는 이 쪽, 하나는 저 쪽이란다. 먼저 내려서 조금 걷는 쪽이 나을 거라 하신다. "오케이~ 땡큐~" 하고 꾸벅~ 인사한 뒤 역 밖으로 나갔다.





수많은 블로그에서 본 그 광경. 청바지가 주렁주렁 걸려 있다. 바람에 펄럭이는 청바지들. 고지마는 청바지로 유명한 동네다. 그래서 모모타로 스탬프 투어 할 때 도장 네 개 이내에는 진으로 만든 가방을 준다.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 뒤로 청바지 모양으로 도배한 차가 보인다. ㅋ




쓰레기 통도 청바지다. 얘네들, 지독하다. 뭐 하나 내세울만 하다 싶으면 지독하게 민다. 데즈카 오사무의 고향이라는 다카라즈카 갔더니 전철 도착음도 아톰 BGM이더라니... 이런 집요함이 관광 상품을 만들어내는 게 아닐까 싶다. 우리는 저런 지독함이 좀 부족하다. 눈치 보고, 쪽 팔려 하고.





4번 플랫폼에서 기다리면 된다고 해서 멍 때리고 있었다. 15시 30분 버스인데 13분이 되니까 회송이라 적힌 버스가 오더니 앞에 멈췄다. 목적지가 회송이었는데 아래로 착~ 착~ 내려가면서 바뀐다. 정류장에 붙은 버스 시간표 보니 내가 탈 버스는 확실히 아니다. 그래서 계속 멍 때리기 시전.

15시 20분이 되니 버스가 가고, 바로 다음 버스가 들어왔다. 느낌은 이 버스가 맞는데... 버스 앞의 전광판에 와슈잔이라고 안 쓰여 있다. 긴가민가 싶어 자세히 보는데 기사님이 어디 가느냐고 물어본다. "와슈잔 덴포다이~" 했더니 간단다. 확인하려고 "이 버스?" 했더니 타란다. ㅋㅋㅋ


기사님 포함해서 네 명 탄 상태로 출발. 인기 있는 관광지는 아니라서 그런지 휑~ 한 분위기다. 잠깐 가다가 정류장에 도착했는데 자주 타는 할머니인지 버스 기사님과 인사를 나눈다. 몸이 불편해 보였는데 할머니 계신 곳보다 좀 뒤에 버스가 서 있으니 할머니가 버스 타려고 움직였다. 기사가 그대로 계시라고, 거기 계시라고 하더니 앞에 서 있던 버스가 가니까 버스를 찔끔찔끔 움직여 할머니 타기 좋게 딱 세운다. 후아~ 멋지다. 우리도 시골에는 아직 이런 모습이 남아 있다. 멋지다, 진짜.


와슈잔에는 놀이 공원도 있다. 다른 데 처럼 또 대관람차겠지~ 했는데 롤러 코스터도 있고 의외로 알찬 구성이다. 와슈잔 전망대와 가까워 보였는데 버스는 금방 놀이 공원에 도착하더니 한참을 더 간다. 중간에 반대 편에서 차가 오면 둘 중 하나는 양보해야 하는 길도 있었다. 아무튼... 놀이 공원 지나서 제법 가더니 와슈잔 전망대에 도착했다. 기사님이 손을 흔들며 내려야 할 곳임을 알려주었다.

내리는 곳에 있는 버스 시간표를 가리키며 시간표니까 확인하라고 하더라. 진짜 친절하다. 정리권이랑 같이 260엔 냈다. 어느 블로그 보니 280엔이라고 해서 오른 줄 알았는데 260엔이었다.




잊지 말아줘! 라니... 울고 있는 거 보니 잊지 말자 다짐하게 된다. ㅋㅋㅋ




일본에서 버스 타며 처음 뽑아본 정리권. 우리나라야 교통 카드 찍으니까 별 문제가 없는데 일본은 현금 위주니까... 타고 내린 곳에 따라 요금이 달라지기 때문에 그걸 해결하려고 정리권이라는 걸 쓴다. 버스 탈 때 뽑으면 된다. 내릴 때 내가 뽑은 정리권 번호에 표시되는 요금을 내면 끝. 버스 요금 내는 곳에 정리권과 요금을 내면 된다. 동전을 넣으면 그걸 식별해서 얼마 넣었나 표시가 되니까 속이거나 덜 내는 건 불가능.




기사님과 조금은 특이해보이는 아저씨까지 두 명이었다가 출발 전 한 명 더 탔다.











버스가 다리 밑으로 지나가더라. 여기 지나서도 한참을 간다. 어찌 되었든, 고지마 역에서 30분에 출발한 버스는 57분에 전망대 도착이다. 시간으로 도착할 때 됐구나 판단해도 좋다. 기사님이 알려주지만.




버스에서 내리니 저 멀리 솔개가 보인다. 와!!! 백령도에서 매 보고 나서 몇 년만에 매를 보는 건지... 망원 렌즈가 아쉬웠다. ㅠ_ㅠ




그닥 볼 일이 급하지 않았지만 혹시 모르니까 화장실 갔다. 일본은 진짜 사람 안 갈 것 같은 곳의 화장실도 말도 못하게 깨끗하다. 장수의 논개 생가 갔을 때 화장실과 비교해보면... 휴우~ -ㅁ-




여기 말고도 주차장이 더 있는데... 일단 여기는 달랑 두 대. 다른 곳에도 세 대인가 밖에 없었다. 대충 봐도 200여 대 세울 수 있어 보이는 주차장인데 10대에도 못 미치는 차만 서 있었다.




이 계단을 오르니 저 멀리 세토 대교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냥 딱 보는 순간 잘 왔다, 진짜 잘 왔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바람이 제법 불었지만 그 바람마저 시원하고 좋았다. 히메지 성과 미관 지구에서 조금의 외로움을 느꼈는데 그런 게 싹 사라졌다. 혼자 와서 가슴이 뻥 뚫리는 이 기분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는 게 정말 행복했다(보통 저런 곳에 가서 혼자 벅차할 때 일행이 있으면 빨리 가자거나 뭐하냐고 재촉하기 마련).







이 곳 매점에서 먹을 거 사들고 나가려 하면 주의를 준다. 매한테 공격 당할 수도 있다고. 실제로 먹을 걸 노리고 달려든 매한테 당했다는 글도 제법 있더라. 아니나 다를까, 아까 버스 내리며 잠깐 봤던 매가 하늘을 크게 돌고 있었다. 이리저래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면서 먹이를 노리는 모습. 아... 멋있었다. 망원 렌즈... 망원 렌즈... ㅠ_ㅠ






















역시 나는 이런 쪽이 좋다. 그저 신나서 카메라 셔터를 쉬지 않고 눌러댔다. 멋있었다. 정말 멋있었다. 부족한 사진 실력이라 그런 게 느껴지지 않겠지만 말도 못하게 멋있었다. 일몰 욕심이 났다.


매점에 들렀더니 이것저것 많이도 팔고 있었다. 해산물을 가공한 상품도 많았고 과일 맛 젤리도 많았다. 모두 오카야마의 특산품으로 만든 것들이다. 대충 둘러보다가 게로 만든 과자와 포도 젤리를 샀다. 포도 젤리는... 더 샀어야 했다. 지금 마음 같아서는 짝으로 사들고 왔어야 했다는 생각이 든다. 진짜 맛있다.





길 따라 올라가다보니 세토 대교 전시관이 나왔다. 관람료는 공짜~













정말 예쁜 모빌이 바람에 빙글빙글 돌고 있었는데... 나오면서 자세히 보니 음료 캔이었다! 흔한 음료 캔으로 만든 거였다. 옷걸이로 만든 생선 모양의 테두리는 덤. 오, 놀라웠다.





판매도 하는 듯 했다. 일반 캔으로 만든 게 100엔이었고 이 중으로 모양을 낸 캔은 150엔. 나중에 사무실을 보니 그 때에도 캔을 자르고 있는 할아버지가 보였다. 찾아오는 사람이 많지 않으니 심심풀이로 시작한 일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아무튼... 찌그러지지만 않는다면 하나 사들고 오고 싶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맥주 깡통 잘라서 직접 만들어볼까 싶다. 날 잡아서 어디 한 번... ㅋ









길 따라 올라가니 산 대가리, 정상에 오르는 길이 나왔다.




꼭대기에 도착하니 나도 모르게 와~ 소리가 나왔다. 아무도 없는 줄 알았는데 이미 한 커플이 와 있더라. 내가 와~ 하고 감탄하는 걸 보니 우리도 저랬다는 듯 웃더라. 가볍게 목례를 나누었는데 가방의 태극기를 봤는지 외국인이고나~ 하는 표정이었다.

물고 빠는 커플이 아니라, 손을 꼭 부여잡고 조용한 풍경을 즐기는 멋진 중년 커플이었다. 방해하고 싶지 않아 일부러 좀 멀찌감치 떨어져 사진을 찍다가... 그들이 내려간 뒤 여기저기 보며 혼자 감탄하고, 또 감탄하고.














사진으로는 잘 안 보이는데... 일몰 사진 찍으면 멋있을 것 같아서... 순토 시계로 일몰 시간을 보니... 너무 많이 남았다. 더구나 고지마 역에서 택시 예약을 하지도 않았기에 전화로 택시를 불러야 했는데 형편없는 일본어로 택시 부르는 게 가능할 것 같지도 않았다. 고민하다 포기했다. T^T




돌아오는 길에 보니 바깥의 나무에도 캔으로 만든 모빌이 주렁주렁. ㅋㅋㅋ




우리도 주차선 이렇게 그어야 한다 생각한다. 우리나라 주차 공간, 너무 좁다.






아까 내렸던 정류장에 시간 맞춰 도착했다.




57분이 지났는데 버스가 오지 않는다. 좀처럼 시간을 어기지 않는 일본인데 무슨 일 있나? 하고 걱정이 됐다. 막차는 아니니까 그나마 다행이긴 한데... 하며 기다리자니 몇 분 지나 버스가 왔다.

정리권 뽑아야 하나 잠시 망설였지만 낼름 혀 내밀고 있어 그냥 뽑았다.


이내 JR 고지마 에키라는 안내가 떴고... 아까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이 때 내리는 게 낫다고 한 게 떠올라 벨 누르고 내렸다. 버스에서 내려 구글 지도로 검색해보니 역까지 조금 걸어야 한다. 구글 지도가 안내하는대로 걸으니 역이 딱! 보인다.


고지마에서 오카야마 가는 열차를 알아보니 17시 20분에 있다. 간당간당하다.





서둘러 걸었다. 횡단 보도 나와서 멈췄는데... 신호가 제법 기네? 맞은 편에서 자전거 타고 온 젊은이가 뭔가를 꾹 누른다. 아... 아아... -ㅅ-   급하다면서 파란 불 들어오는 버튼도 안 누르고 그냥 기다리고 있었던 거다.


냅다 뛰어 열차 타는 곳에 도착하니 18분이다.








20분 땡! 하자마자 열차가 들어온다.






자유석으로 알고 탔는데 타고 나서 보니 지정석이다. 자유석 쪽으로 갈까 하다가 21분이면 도착이니까~ 하고 그냥 통로에 섰다. 창문 앞에 기대어 서서 노래 듣고 있는데 검표하러 왔다. 통로에서 비비고 있는 사람들은 검표 대상 1순위. ㅋㅋㅋ


오카야마 역에 도착했다. 저녁 먹으러 다시 나올 생각이었지만 일단 숙소에서 먹을 건 미리 사가자 싶어 편의점에서 맥주랑 안주를 좀 샀다. 숙소 들러 잠시 널부러져 있다가... 밥 먹으러 나갔다.


호텔 때문에 만날 서쪽 출구로만 다녔는데 동쪽 출구로 나가니... 아, 이 쪽이 번화가구나. -ㅅ-   돈키호테 보이기에 젓가락 부탁한 누님 생각이 나서 그리 갔다. 아무리 찾아봐도... 없다. 2층 올라가니 일회용 나무 젓가락은 있는데 그냥 젓가락은 안 보인다. 그래서 직원한테 와리바시 어디 있냐고 물어봤다. 방금 본 나무 젓가락 있는 곳으로 데려다 준다. 일회용 아니라고 하는데 못 알아듣는 눈치다. 다시 1층 내려가 물어보니 2층이란다. 에라이~ 포기하고 그냥 나왔다.


나중에 한국 와서 알아보니... 와리바시는 소독저란 뜻이다. 보통 한 번 쓰고 마는 젓가락을 말하는 거다. 그냥 젓가락은 하시라고 해야 한단다. 하아~ -ㅁ-   무식이 죄다.



아무튼... 돈키호테에서 아무 것도 안 사고 그냥 나왔다. 부슬부슬 내리는 비 맞으며 AEON몰 갔다. 와리바시 찾으니까 또 나무 젓가락 있는 곳으로 데려다 준다. 이것 뿐이냐니까 이것 뿐이란다. 고맙다며 나가려는데... 옆에 보니 젓가락 천국!!! 결국 거기서 부탁 받은 젓가락을 찾아 살 수 있었다.



젓가락 산 뒤 밥 먹으러 갔다. 당연하다는 듯 생맥주 시키고. 교자 시키고. 야키소바 시키고. 손전화 보면서 느긋하게 밥 먹은 뒤 계산하고 나왔다.







숙소 와서... 게 과자가 궁금해서... 결국 깠다. 우리는 흔히 반찬으로 먹는, 작은 게를... 과자로 만든 거다. 그냥 우리나라에서 반찬으로 먹는 그 게를... 우리는 좀 짜게 먹는데 완전 달게 먹는다는 정도의 차이? 그냥 그랬다. 맥주 마시다가... 피곤해서 잠깐 눕는다는 게 잠 들었다. 정신 차려보니 침대 옆 테이블에 먹다 남은 맥주가 있고 안주도 고스란히 펼쳐져 있기에 대충 치우고... 또 『 1박 2일 』 시즌 1 틀어놓고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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