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철 씨가 포항을 후루룩 말아먹고 있을 때 많은 팬들이 홈페이지를 통해 물러나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달했다. 나가라는 팬들의 목소리가 커지자 언론에서 보도를 했고, 네×버를 비롯한 포털에서는 서포터가 다 말아먹는다느니, 기다릴 줄 모른다느니, 기타 등등 훌리건 취급하는 글들이 넘쳐 났다.
그런데... 어제 대표팀이 월드컵 최종 예선에서 이란에 졌다. 경기가 하도 재미 없어서 실점하는 것까지 보고 잠들었는데... 결과가 궁금해서 댓글을 보니... ㅋㅋㅋ 예전에 포항 팬들이 형편없는 포항 경기 후 댓글 단 거랑 다를 게 전혀 없었다.
그나마 포항 기사보다 나은 건, 기사들이 까는 데 동참했다는 거다. 까는 분위기의 기사에 까는 댓글이 달린 거다. 포항 기사는 최진철 씨가 팀을 망가뜨린 건 건너뛰고 팬들이 질알이다~ 정도로만 썼다.
흔히 킬 패스라 하는 기똥찬 전진 패스 없었지? 포항도 그랬다. 윙이나 윙백의 저돌적인 돌파도 없었지? 포항도 그랬다. 정교한 크로스도 없었지? 포항도 그랬다. 줄 데 없으니 쓰잘데기 없이 공 돌리다가 결국 백 패스 주구장창 해댔지? 포항도 그랬다. 상대 압박에 눌려 제대로 공격 전개 못했지? 포항도 그랬다. 경기 끝나고 감독이 선수 탓 했지? 포항도 그랬다. ㅋㅋㅋㅋㅋㅋ
그런데... 포항 팬들이 경기력 형편 없다고 까대고 감독 나가라고 하니까 K 리그 다 말아먹는 쓰레기 취급하더니, 대표팀이 똑같은 결과 내니까 아주 그냥 난리도 아니네? ㅋㅋㅋ 남의 팀 얘기니까 정의감이 넘쳐서 감독 깐다고, 축알못이 나댄다고, 훌리건이라고 그렇게 까대더니... 대표팀이 그러니까 그 정의감 다 어디로 가고 없네? 응?
대표팀 경기보다 포항 경기에 더 관심을 갖게 된다. 대표팀 선수 대부분이 해외 리그 출신으로 채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 리그보다 K 리그를 더 즐겨보는 내 입장에서는 해외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로 가득 찬 대표팀 경기에 자연스럽게 관심이 덜 간다. 특히나 중국이나 중동에서 뛰는 선수들 오고 그러면... 잘 안 보게 된다. 그래도 아예 안 볼 수는 없어서... 지크 나오는 순간 채널 돌릴 때까지 기아 야구 보다가... 버티고 버텨서 축구 본 건데... 소속 팀에서 엄청난 활약하던 손흥민이랑 기성용, 이청용,... 우르르~ 나가서 졌네. 포항도 올림픽 대표팀에서 날아다니던 문창진 나와도 촥촥 알차게 말아먹었었는데 말이지.
그냥 물러나라 해쌌고 욕해대는 댓글 보니... 그래도 슈틸리케는 한 때 잘한다며 칭찬도 받고 무너지는 한국 축구 되살릴 구세주 취급도 받고 그랬으니 포항보다 나은 거 아니냐는 생각이 들더라고. 포항은 최진철 나가고 최순호 와서 걱정이 이만저만 아닌데 말이지.
이래서~ 사람이 자기 일 아니라고, 그저 남 일이라고 함부로 말하면 안 되는고나~ 하는 생각이 든다. 다는 아니겠지만 포항 팬들 까댄 상당수의 축구 애정인들 역시 슈틸리케 감독 까느라 바빴을 게야. 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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