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 때 한겨레 21을 종종 사서 봤다. 한 번은 편의점에서 산 한겨레 21을 들고 에스컬레이터를 탔는데 뒤에 서 있던 영감이 빨갱이 어쩌고 하기에 괜시리 뭔가 제대로 살고 있구나 싶어 더 열심히 사서 봤다. ××으로 이사 가면서 바로 정기 구독 신청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고... 정기 구독 비용이 살포시 부담스럽게 느껴져서 결국 편의점에서 종종 사는 걸로 만족해야 했다.
그러다가 ×× 이사 온 뒤 정기 구독 권유 전화를 받았다. 그 전까지 카카오톡에서 하는 이벤트를 통해 싼 값으로 사서 보고 있었고, 경제 잡지 무료로 준다는 이벤트 응모해서 한 권인가 공짜로 받아 봤었는데 그 때 남긴 전화 번호 때문에 권유 전화가 온 거였다. 이번 기회에 지르자 싶어 정기 구독을 신청했고... 아직 1년이 채 안 됐다. 당시 안수찬 氏가 한겨레 21 편집장이었는데 '만리재에서'를 읽고 공감한 적도 많고 제호에 세월호 리본 꾸준히 거는 거 보면서 참 좋은 잡지, 정기 구독으로 보기를 잘했다고 생각했다. 어느 분야든 인쇄 매체가 힘을 못 쓰는 시대인지라 한겨레 21도 많이 어려웠던 걸로 아는데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면서 살아남으려고 아둥바둥했던 걸로 기억한다. 안수찬 당시 편집장이 줄어든 발행 부수와 정기 구독자를 다시 늘리기 위해 이런저런 노력을 했다는 글을 썼던 적이 있던 걸로 기억한다. 디지털化에 대한 이야기도 했던 것 같고.
문제는... 야심차게 도입한 안드로이드 앱의 경우, 한겨레 21 정기 구독자임에도 불구하고 로그인이 안 되어 혜택을 전혀 볼 수 없었다. 이것과 관련해서 문의 메일을 두 번 보냈는데 한 달 넘도록 답이 없다가 어제인가 그제인가 답장이 왔다. 이번 주에 문제 해결된 앱 올리겠다고. 그런데... 그 앱과 관련없이 한겨레 21 정기 구독을 끊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일이 일어났다. 조금만 검색해보면 줄줄이 나올테니 따로 끄적거리지는 않겠다. 다만, 나 역시 문빠라는 집단(이 실체한다면)에 대해 거부감이 있는 편이다. 사람이 어찌 잘하는 일만 있을라고. 잘못에 대해 나무라는데 그걸 가지고 게거품 물면 그건 문제 있는 거다. 박정희 광신도들과 다를 바가 없지 않은가? 그러나 한겨레의 문재인 비판은 다소 포커스가 어긋났거나 억지스러울 때가 있지 않았나 하는 게 내 생각이다. 하필 안수찬 氏가 SNS에 관련 언급을 하면서 일이 커졌고.
한겨레 21 편집장 시절 안수찬 기자가 썼던 글로 짐작을 해보면, 이미 두 차례 사과를 했지만 일이 커져서 마지못해 사과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긴 한다. 소신있게, 강단있게 밀어부치는 게 장점이기도 하지만, 편집장까지 했던 사람이 저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면 아무래도 정기 구독할 필요가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정기 구독 중단을 요청했다.
홈페이지에 있는 전화 번호로 전화하니 정기 구독 여부 조회하고 나서 대구 쪽 전화 번호를 알려주더라. 내가 다시 전화하겠다 했는데 그 때 받아적은 전화 번호가 잘못되었는지 전화로 구독 중단하는 데 실패했다. 그래서 메일 보냈더니 이름, 주소, 연락처 보내라고 답장이 왔다. 방금 내용 작성해서 다시 메일 보냈다. 곧 퇴근 시간이니 주말 쉬고 다음 주에나 처리되지 않을까 싶다.
한겨레 21 편집장 하던 시절, 줄어든 발행 부수를 되돌려놓으려고 엄청 노력했다고 스스로 글 쓴 적이 있는 걸로 기억하는데... 본인 말대로라면 술 먹고 끄적거린 SNS 글 몇 줄 때문에 지난 고생이 물거품이 되지 않았나 싶다. 아군끼리 총질하지 말자는 글도 보이던데 아군에게 총질하는 아군이라면 내가 쏴야 하지 않을까?
아무튼... 다시는 안 보겠다! 뭐 그런 건 아니지만... 일단은 구독 끊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메일 보낸 지 꽤 됐는데 반응이 없어서 홈페이지의 문의하는 곳에 구독 중단하겠다는 글을 다시 썼더니 환불 받을 계좌를 알려달라는 문자 메시지가 왔다. 길윤형 편집장의 사과가 담긴 한겨레 21이 배송되어 왔는데 읽고 나서도 구독 안 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드는 건 여전하다. 가르치려든다는 느낌, 그게 딱 맞는 표현인 것 같다.
정기 구독을 권유했던 분이 전화를 주었다. 정기 구독 하시는 게 어떻겠냐는 권유 전화도 일요일에 왔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번에도 일요일이었다. 목소리에서 난감한 분위기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나보다 나이가 많지 않을까 싶은 목소리로 선생님, 선생님, 하면서 다시 한 번 생각해주시면 안 되겠냐 하시는데... 그냥 구독 중단하겠다고 했다. 얼마 안 남았는데(정기 구독 신청한 게 10월) 그러면 씨네 21이나 다른 잡지로 대체하면 어떻겠냐고 하셔서 그냥 한겨레에서 나오는 책은 보고 싶지 않다고 했다. 구독 중단을 요청하는 독자들이 많아 잠도 못 자고 있다 하는데... 그 어려움과 곤란함이 느껴졌다. 본인이 잘못한 것도 아니고, 같은 조직에 몸 담고 있는 다른 사람 때문에 더 이상 구독하지 않겠다는 사람들을 상대로 참아달라고, 다시 생각해달라고 설득하는 일이 보통 일이겠는가.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을 거라 생각한다. 그렇지만 인정에 넘어갈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겨레 21 덕분에 무지함을 조금이나마 채울 수 있었고,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까지 확장이 된 적도 여러 번이라 참 고마운 잡지이긴 하지만... 공짜로 보는 것도 아니고, 돈 주고 보는 거니 아니다 싶으면 가차없이 끊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겨레 절독 사태(?)는 몇 차례 있어 왔다. 이번 일이 있기 전 가장 컸던 건 유시민 氏의 절독 선언에 따른 줄줄이 절독 아니었나 싶다. 그러나... 이전까지의 그 어떤 사태보다 이번이 가장 심각한 타격이 아닐까 싶다. 가까스로 늘려놓은 구독자 수가 이전보다 줄어들었을테고 나도 그 중 하나인데... 안타깝고 안스럽긴 하지만 당분간은 한겨레의 미디어는 보지 않을 생각이다.
요 밑↓에 하♥트 클릭, 콜?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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