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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절주절 』

안방에 아이스 링크 만들 뻔... 아오, ㅆㅂ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18. 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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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15일, ○○ 엄마 집에 다녀와서 문 열고 들어와 다용도실 문을 딱 열었는데... 열었는데... 물이 ... ㅆㅂ   이게 뭔 일인가 싶어 천천히 둘러보니 다용도 실 뿐만이 아니라 안방까지 물이 넘어왔다. 이미 바닥에 깔아둔 매트리스와 이불 따위는 다 젖은 상태. 그 때 빡쳐서 쓴 글(http://pohangsteelers.tistory.com/1547)도 있다.


5년 동안 정든(?) 매트리스도 낑낑거리며 갖다 버리고 아주 쌩 쇼를 했더랬지. 정신이 없어서 집주인한테 연락을 하네 마네 하는 생각조차 못했다. 그런데... 어제, 그러니까 2018년의 스물여덟 번째 날. 열 시간 넘는 근무를 마치고 퇴근해서 집에 오니 또 그 난리가 났다.


차근차근 끄적거려 보겠다.



퇴근해서 옷 갈아 입으면서 옷 방에 들어가니 방이 너무 차다. 거기에다 외부와의 온도 차이 때문에 벽에 결로가 잔뜩. 안 되겠다 싶더라. 그래서 옷 방에도 난방을 해야겠다 싶어 잠궈놓은 보일러 스위치를 조작하려고 다용도실로 향하는데... 안방에 들어간 순간 철~벅~ 응? 철벅? 그리고 젖어드는 양말. 화들짝 놀라 뭔 일인가 싶어 바닥을 보니... 물이 흥건하다. 그냥 살짝 젖어있는 수준이 아니라 몇 ㎜ 수준의 높이로 서서히 안 방 문을 향해 전진하고 있었다. 바로 다용도실에 물이 넘어왔다는 걸 알았다.


아니나 다를까... 다용도실은 뻥 살짝 섞으면 미취학 아동들 물놀이 해도 될 정도였다. 난리도, 난리도, 아오, ㅆㅂ


다용도 실 자전거 아래로 수면(!)에 비친 바퀴 봐라. 안 방에 깔아놓은 러그 색깔은 이미 짙게 변했다.



다용도 실에서 시작된 침수는 이미 안 방 입구까지 진행된 상태. 아오, ㅆㅂ



집에 두고 간 소니 엑스페리아 손전화와 태블릿은 다행히 방수가 되지만... 구입한 지 하루 된 보조 배터리도 물 위에 놓인 꼴이 됐다.



컴퓨터가 수면에 비치는 광경을 볼 줄은 상상도 못했다. ㅆㅂ ㅆㅂ ㅆㅂ



집주인 아저씨한테 전화하니 관리하는 업체에 연락 취하겠단다. 그리고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와서 설명을 했다. 어이가 없는 와중에 하루종일 굶어 배는 고프고... 짬뽕 배달 시켜놓고 카메라 들고 사진이랑 동영상 찍었다. 가관이다. 그 와중에 바닥에 주렁주렁 놓인 멀티 탭 때문에 불안해서 차단기 내렸더니 집 안 모든 전기가 나간다. 방 별로 차단하고 그런 건 안 되나보다. 결국 코드만 뽑아놨다.


최근 며칠 동안 세탁기 돌린 적도 없고 보일러도 잘 돌아가는 걸 보면 내 탓은 아닌 게 확실하다 싶고... 윗 집이 가장 의심되는 상황이라서 일단 윗 집에 올라갔다. 띵동~ 했는데 아무도 안 나온다. 콩콩콩 문을 두드렸지만 반응이 없다. 밖에 나가서 보니 불은 켜져 있지 않았지만 번쩍번쩍 하는 걸 보니 텔레비전은 틀어놨다. 다시 올라가서 쿵쿵쿵 하니까 그제서야 안 쪽에서 누구세요? 한다. "아랫 집 사람인데 여쭤볼 게 있으니 문 좀 열어 달라"(고 엄청 공손하게 얘기했다)니까 문은 안 열고 "왜요?" 그런다. 아무리 각박한 세상이라지만 출입문 비밀 번호도 있는 건물인데 아랫 집 사람이라는 걸 못 믿고 문을  안 여는 건가? 어디서 배워처먹은 버르장머리인가? 하는 생각이 확 들었다. 확 빈정이 상해서 "집에 물이 들어찼는데 혹시 세탁기 돌렸냐"니까 짜증 섞인 목소리로 안 돌렸단다. 야 이 ㅆㅂㄴ아, 짜증낼 사람이 누군데 지가 짜증을 내고 자빠졌어. 못 배워처먹은 ㄴ이 문도 안 열고 문 건너에서 대답하고. 아니, 그건 그렇고 애초에 왜 없던 척 한 거냐고, ㅆㅂㄴㅇ


상대해봐야 나만 손해다 싶어 그냥 내려왔다. 자정 넘어서까지 뒤꿈치로 쿵쿵거리며 걸어다니고 토요일 아침에 청소기 밀고 일요일 아침에 피아노 쳐대고, 개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것들인데 항의하러 올라갔으면 살인 났을 뻔 했다. 그동안 참고 산 게 다행이다 싶더라. 저 ㅆㅂ 것들한테 어떻게 복수해야 하나 고민 중이다. 아무튼.



한참 있다가 일하는 분들이 왔는데 언 건 아닌 것 같고 막힌 것 같단다. 일요일이니 내일 와서 수리하겠단다. 어떻게 배상 받아야 하냐니까 집주인하고 이야기해야 할 거란다. 듀얼 모니터만 보고도 다른 사람한테 게임 같은 거 좋아하는 사람이라 그러고 엄청 화려하게 산다 그러고. -ㅅ- 조금 후에는 나이가 꽤 있어 보이는 점잖은 분이 오셔서 연거푸 죄송하다 사과하시며 보고 가셨다. 삼촌 뻘은 되어 보이는 분이 계속 아이고, 어떻게 하냐며 죄송하다 하는 통에 화가 좀 누그러졌다.



싼 맛에 수건으로 샀다가 너무 얇아 걸레로 용도 변경한 녀석들을 동원해 물을 닦아내기 시작했다.



안 방에서 쓰레기 통으로 쓰던 플라스틱 통. 20ℓ 짜리인데 이걸 가득 채워 여섯 번 비워내고도 바닥에 물기가 남아 있다.



ㅆㅂ ㅆㅂ 거리면서 물 닦아 짜고 또 닦아 짜고 그 짓을 계속 반복했다. 다용도 실 포함해서 20ℓ 쓰레기 통 여섯 번 비웠으니 100ℓ가 넘는 물이 고인 거다. 보일러 켜놓고 거실에서 잤다.



아침 일찍 전화 준다는 사람이 정오가 지나서까지 전화가 없어서 내가 먼저 연락했더니 일하는 사람이 곧 갈 거란다. 배상은 어떻게 되냐고 하니까 안 될 거 같단다. 그럼 내가 집주인과 전화하겠다니까 그러면 큰 일이나 나는 것처럼 자기가 전화해보고 다시 연락 주겠단다. 그리고 조금 후에 젊어 보이는 남자 한 명이 왔다. 배관이 언 거라고 한다. 어제는 막힌 거라 하더니. 집에 전기 연결해서 뭔 작업을 하더니 금방 다 녹이고 보온 작업 마쳤단다.


연락이 없어서 메시지 보내 배상 어떻게 됐냐고 하니까 집주인이 피해 규모를 알아 보라고 했단다.


일단 물에 젖은 멀티 탭은 불안해서 못 쓰겠으니 그거 사야겠는데 네이버에서 대충 알아보니 네 개 정도 사는데 6만원 정도 든다. 거기에다 구입한 지 얼마 안 된 싸구려 매트리스 다시 사야 하는데 그것도 6만원이 채 안 된다. 양모 전기 장판 커버 드라이 클리닝 맡겨야 하니 그것도 청구해야 하고. 마음 같아서는 한 20만원 불렀음 싶은데 뭔가 사기 치는 것 같고 그래서 10만원으로 얘기했더니 집주인한테 얘기해보겠단다.


그리고 잠시 후 큰 인심이나 쓴다는 듯이 집주인이 허락해줬다고 한단다. 가지고 있는 건물만 여러 채인 걸로 아는데, 전세 보증금만 해도 수십 억에 다달이 받는 월세가 엄청날 건데 10만원 가지고 진짜. 아오...   생일이라고 케이크 사다주고 건강 식품 사다준다는 집주인은 모니터 안에서만 존재하는 게 분명하다.


아무튼... 그렇게 다음 달 관리비 안 내는 걸로 퉁 치고 말았는데... 멀티 탭 다시 살까 하다가 생각해보니 그냥 써도 되지 않나? 싶은 거다. 전기 코드 꽂는 부분에 물이 들어간 건 아니고, 멀티 탭 절반으로 갈라진 부분까지는 물이 올라오지 않았으니까. 그래서 연결한 뒤 컴퓨터 켜보니... 된다. 매트리스는 새로 사야 하지 않을까 했는데 물은 바닥에 깔아놓은 러그가 다 빨아먹은 상태라 매트리스는 그닥 젖지 않은 상태다. 그래도 찝찝한데 다시 살까? 하다가 일단 매트리스 커버부터 빨아보자는 생각으로 세탁기 돌리고 있다. 지금 쓰는 매트리스도 폐기물 신고해야 할텐데 그러면 또 몇 천원 들어갈 거고... 그렇게 새 거 깔아놨는데 또 물이 닥치면 골치 아프다 싶어 일단 커버는 빨고 안에 있는 싸구려 스펀지에는 페브리즈 뿌려놨다. -ㅅ-


세탁기 돌려서 물에 젖은 거 빠는 중이다. 세탁소 들려 양모 커버 맡겼더니 35,000원 나온단다. 거기에다 물 자국은 안 지워질 수 있다 그러고. 하아~ 일단 10만원 굳은 건 전기 요금, 보일러 기름 값, 세탁비 하고 나면 남는 것도 없을 것 같다. 이렇게 될 줄 알았더라면 싫은 소리해서라도 20만원 퉁쳐야 했는데... 괜히 집주인하고 문제 생겨봐야 내가 乙이니 어쩔 수 없다.


마음 같아서는 USB 포트 있는 멀티 탭으로 싹 다 바꾸고 바닥에 전선 고정하는 것도 사서 깨끗하게 꾸며놓고 싶은데... 1월 다 지나갔고 길어야 6개월 정도 살면 나갈 집이니까 그냥 대충 살면서 집이나 줄이자 싶다.


한겨울에... 일은 일대로 하고... 냄새는 냄새대로 나고... 짜증은 짜증대로 치솟고... 아오, ㅆ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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