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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  행 』

2018 오카야마 - 후키야 후루사토무라 ③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18. 7.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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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몇 번 깨긴 했지만 집에서도 쭈욱~ 자는 것이 가능한 몸뚱이가 아니었던지라... 날씨는 적당히 선선했고 풀벌레 소리도 무척 좋았다. 아침 식사를 여덟 시에 하겠다고 했으니 대략 10분 전 쯤에나 일어나서 세수만 하고 밥 먹으면 되겠다 싶었는데... 일곱 시 반 조금 넘자 누가 방문을 쾅쾅쾅 두드린다.

응? 사장님도 그렇고 미나 상도 그렇고 저렇게 과격할 리 없는데? 그렇다는 것은... 역시나 소라 군이었다. 어제 잘 놀다가 씻느라 헤어졌는데 더 놀겠다고 칭얼거리지 않아 의외로 의젓하네? 라 생각했는데... 아침 댓바람부터 찾아와서 문을 걷어차고 있다. ㅋㅋㅋ

어제 휴대용 선풍기를 들이대면 으아악~ 하면서 날아가는 시늉을 하며 장난을 치니 무척 좋아했었는데 그게 그렇게 재밌었는지 눈도 못 뜬 사람한테 휴대용 선풍기를 들이댄다.



잠깐 놀다가 옷 갈아입고... 짐 정리하고... 세수랑 면도만 간단히 하고... 내려가서 밥 먹었다. 토스트 정도로 나올 줄 알았는데 아침 역시 밥이다. 어제 저녁에 먹었던 밥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훌륭하다. 브로콜리가 나왔는데 소라 군이 무척이나 맛있게 먹기에 대단하다고, 한국에서 브로콜리는 인기가 없다고 했더니 미나 상이 놀란다. 초장 없으면 못 먹는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지만 일본어가 짧아서... -_ㅡ;;;


가지고 간 통조림 김치와 목각 인형 핸드폰 고리를 선물로 줬다. 김치는 일부러 볶음 김치를 사들고 갔었다. 아무래도 덜 매울 것 같아서. 다행히 소라 군이 김치를 좋아한단다. 볶음 요리는 다 야끼(やき) 아닌가 싶어 '야끼 기무치'라 했는데 못 알아서 들어서 야끼니꾸, 야끼소바 이야기하면서 볶는 시늉하고... ㅋ


그렇게 밥 먹고 나서 커피 한 잔 마시고 오전에 뭘 하면서 시간을 보내야 하나 생각하고 있는데 소라 군이 종이접기 책을 들고 왔다. 응? 접어달라는 건가? 애들 종이접기라고 우습게 보면 안 되는 게... 보기만 해도 어렵다. 결국 만만한 수리검(しゅりけん)이랑 비행기 접어주고 같이 비행기 날리면서 놀다가 계산을 하고 잠시 짐을 맡겨두겠다고 한 뒤 소라 군과 함께 산책에 나섰다.



하루 전까지만 해도 잔뜩 흐렸었는데 이 날은 아침부터 푹 푹 찌는, 완전한 여름 날씨다.



후키야 하늘에 가득한 별 보러 꼭 다시 들릴게요.



머리에 까치집 얹은 소라 군은 자전거를 타고 먼저 쌩~ 하고 앞서 나간다.





아침부터 배기량 높은 바이크를 탄 아저씨들이 잇달아 마을로 들어왔다. 바이크 투어러들. 부럽다.



어제는 안 보이던 고양이도 보이고.



한국이나 일본이나 애들 자전거 탈 때 발 저렇게 해서 신발 앞 코 부분 거덜내는 건 똑같은 모양이다. 발 브레이크는 본능인가? ㅋ





어제 다 팔리고 양배추 하나만 남아있던 무인 채소 가게에는 새로운 채소가 다시 채워졌다.



날이 어찌나 더운지, 최대한 천천히 걷는데도 등으로 땀이 흐르기 시작한다. 자전거를 타고 먼저 간 소라 군을 주차장에서 만났다. 음료수 마시겠냐고 물어보니 그러겠다고 해서 자판기로 음료수 하나 뽑아주고... 나도 커피 한 잔 마셨다. 방금 밥 먹고 커피 두 잔이나 마셨는데 또 커피가 들어간다. ㅋ


소라 군과 함께 슬렁~ 슬렁~ 마을을 한 바퀴 돌았다. 30분도 걸리지 않았다. 자전거 앞 바구니에 남은 음료수를 두고 위태위태하게 달리던 소라 군은 음료수를 다 먹은 뒤 쌩~ 하고 사라져버리고... 나는 어제 가지 않은 길 쪽으로 산책을 계속했다.





후키야 마을에서 나비를 참 많이 봤는데... 사진을 찍으려 들면 날아가버려서... -ㅅ-



사진으로 봐도 그 날의 더위가 느껴진다. 아침이었는데도 말도 못하게 더웠다.





이 더위에 자전거 타고... 대단한 분들이다. 먼저 온 사람이 자리 잡고 앉아서 나중에 오는 사람들 사진 찍어주고 그러더라.





어제 가지 않았던 오르막으로 올라가니,



사람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 작은 공장 같은 곳이었다.





친구한테 맞고 온 오빠를 보고 분노에 찬 여동생이 주먹을 불끈 쥐고 복수하러 나서고 있다. -_ㅡ;;;



다시 가봐야... 공사 중이다. 일요일이라 쉬는 모양인지 조용했다.



후레아이노모리. 만남의 숲이란다. 뭘 만나게 될지 어디 한 번 가보자.



수영장 건물 뒤 편. 우리나라 초등학교에는 수영장 있는 곳이 거의 없으니까... 어색한 풍경이긴 하다.



공사 중인 초등학교는 가림막 틈새로 나온 지붕 기와 정도가 볼 수 있는 전부.



테니스 코트도 있고 뭐도 있고 그렇다는데 아무도 없는 산 길을 걷는 게 내키지 않아서 여기까지만 갔다가 돌아간다.





아침 댓바람에 반사판 이용해서 셀카 한 장 찍어주시고.



산 속에 버려진 폐가. 무너질 듯한 집인데 안에 들어갔더니 최신 시스템 갖춰진 집이고 막 이러면. ㅋ



산책을 마치고 다시 마을로 돌아갔다. 최대한 천천히 걸었는데도 언더 셔츠가 땀으로 흠뻑 젖었다. 이제 고작 열 시인데... 할 게 없다. 자그마한 마을은 이미 몇 번을 왕복하면서 다 봤고... 버스가 올 때까지는 딱히 할 일도 없다. 어느 블로거가 소프트 아이스크림이 맛있다고 했던 가게에 들어가 아이스 커피 한 잔 시켜놓고 한 30분 멍 때리고 있다가 숙소로 돌아갔다. 감사 인사를 드리고 밖으로 나왔는데... 갈 데가 없다. 버스를 탈 때까지는 아직도 한참 남았다.


평소 먹지도 않는 아침을 먹은데다 밥 먹고 달리 한 것도 걷는 것 말고는 없어서 배가 고프지는 않았지만 시간을 보내기 위해 근처 카레 가게로 들어갔다.



가게 안에 손님이 아무도 없다. 인사를 하고 들어가서 입구 바로 앞 쪽에 캐리어를 두고 그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메뉴를 보고 음식과 맥주를 주문했는데 매운 음식 괜찮냐고 물어보신다. 후추가 들어간다고 들은 것 같다. 훗! 사장님~ 한국 사람입니다요, 제가~



카운터 앞 쪽에서 사진 찍고 있으니까 신발 벗고 올라가는 자리로 옮겨도 좋다며 권한다. 못 이기는 척 신발 벗고 위로 올라갔다.



물이 뭔가 달달하다 싶더라니 레몬이 들어있었다. 맥주가 먼저 나와서 가볍게 한 모금 마시고. ㅋ



이내 카레가 나왔다. 밥에도 레몬을 뿌려 먹으라고 알려주신다. 카레는 엄청 묽어서 말아 먹는 것보다 떠 먹는 게 좋다.



몇 숟가락 떠 먹고 나자 "스파이시 레베루 오케이?" 하고 물으신다. 다이죠부~ 다이죠부~ 전혀 맵지 않아요. ㅋ



천천히 밥 먹고 있는 동안 다른 손님들이 들어온다. 역시... 손님 한 명 없는 가게라도 내가 가면 이내 손님이 든다. 장사하는 사람들에게 무척이나 반가운 손님이 나인 것이다. 에헴~


밥 먹고 있는데 버스가 부와앙~ 하고 지나가서 헐! 이게 뭐냐! 하고 놀랐는데... 다행히 버스가 일찍 가거나 그런 건 아니었다. 나중에 화장실 가면서 보니 주차장에 버스 두 대 세워져 있는 걸로 봐서는 미리 와 있거나 뭐 그런 건가 보다.



밥을 다 먹고 향토관 앞 벤치에 자리를 잡았다. 빗추 타카하시로 돌아가는 버스를 여기에서 탄다. 아직 한참 남았다.



같이 산책 갔다가 어디론가 사라졌던 소라 군은 마을에서 또래 친구들과 신나게 놀고 있었다.


나를 보자 쪼로로~ 달려오기에 머리를 막 쓰다듬어주고... 다음에 또 올게~ 라고 하니까 언제? 언제? 하고 물어본다. 내년에 다시 오겠다고 했다. 『 요츠바랑 』의 요츠바가 현실에 존재한다면 소라 군 같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일요일에는 빨간 색의 레트로 버스가 후키야 마을로 들어온다. 버스를 타지는 못하지만 마을로 들어오는 사진은 직접 찍을 수 있기를 바라면서 향토관 앞에서 빈둥거렸다. 향토관 안에는 할머니 한 분이 앉아 계셨다. 여기서 타카하시 가는 버스 타는 거 맞냐고 물어보느라 말을 걸었는데... 그 질문을 시작으로 할머니와 꽤나 한참을 대화했다.


...... 사실 대화라 하면 좀 그렇다. 거의 못 알아들었으니까. 일본어를 못한다고 했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할머니는 부지런히 마을 이야기와 자갈이 깔린 도로 이야기를 하신다. 외국 나가서 마을 공원에 앉아 할아버지, 할머니랑 수다 떨었더니 현지 언어가 엄청 늘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정말이겠고나 싶더라.



구름이 조금씩 늘어나긴 했지만 여전히 맑은 날씨. 더워도 보통 더운 게 아니다.



결국 빨간 버스 사진은 찍지 못했다. 숙소에서 빨간 버스가 오는 시간까지 미리 알아보고 기다렸는데... 오지 않았다. 버스 타기 전에 화장실 다녀와야겠다 싶어 캐리어 두고 화장실에 잽싸게 다녀왔는데... 그 짧은 사이에 지나갈까 싶어 후다닥 뛰어다녔는데... 결국 못 봤다. ㅠ_ㅠ



타고 나갈 버스가 도착. 한국인 아닌가 싶은 아줌마(?) 한 분과 같이 탔는데 빗추 타카하시까지 타고 내리는 사람 없이 그대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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