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날은 돌아가는 거 말고는 계획이 없다. 빡빡한 일정 때문에 타임 어택하듯이 대충 보고 휙~ 휙~ 옮겨다니는 걸 엄청 싫어해서 여행 일정은 최대한 널널하게 짜려고 하는데... 그렇게 해도 막상 현지에서는 바쁘게 돌아다녀야 할 때가 적지 않다. 이번 여행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나름 널널하게 짠다고 했지만 은근히 바쁘게 돌아다닌 듯.
여행 바로 전에 오사카에서 꽤나 강한 지진이 있었고 그 때문에 대중 교통이 올 스톱되는 불상사가 있었기에 일찌감치 공항에 가기로 했다. 호텔에서 체크 아웃하고... 전 날 미리 알아본 덕분에 헤매지 않고 난카이 난바 역까지 갈 수 있었다. JR 난바 역에서 난카이 난바 역까지 엄청 멀다. -_ㅡ;;;
중앙 매표소에서 오토나(おとな - 성인), 킷뿌(きっぷ - 표), 히토츠(ひとつ - 한 개), 구다사이(ください - 부탁합니다) 해서 라피트 표를 샀다. 아침 일찍이라 일반 전철 타도 앉아서 갈 수 있을 것 같긴 했지만 캐리어 때문에 라피트 타는 게 나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JR Pass는 5일 동안 사용할 수 있는 거라서 여행 6일째인 이 날은 사용할 수 없었다.
기관차 머리 부분이 '철인 28호' 닮았다는 가이드 북을 보고 어떻게든 보고야 말겠다고 한 게 2014년인데... 시간 참 빠르다.
난바 역은 난카이든, JR이든, 한글 안내가 참 잘 되어 있다. 그래서 일본어 잘 모르는 사람이 처음 여행을 와도 크게 불편하지 않다.
긴 철로를 지나면서 저 멀리로 간사이 공항이 보이기 시작한다.
EVA AIR는 어느 나라 국적기인고? 검색해보니... 중국 항공사네. 한글 홈페이지도 갖춰놓고.
일본 땅에서 만난 땅콩 항공. 대한민국 국적기 오너들이 번갈아가며 사고 치는 중이다. 자알~ 하는 짓이다. 쯧.
내가 타고 갈 비행기. 진에어도 땅콩 항공 자회사라... 이제부터 이용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잘 타고 다녔는데...
일본에서 공부하게 되면 JAL 타는 날도 오지 않을까? 비싸서 못 타려나?
같이 일하는 녀석의 아버님이 JAL에서 일하시는데 직원 표로 항공권 싸게 샀더니 오버 부킹 됐다며 몇 시간 기다리게 했단다. 허...
비행기에서 바깥 풍경 사진 찍으면서 항상 생각하는 건 역시 인간의 눈만한 카메라는 없고나... 그리고 공수 한 번 더 했음 좋겠다... 아, 물론 지상 훈련은 빼고 낙하산 타는 것만. -_ㅡ;;;
비행기에서는 맨 앞 자리에 앉았다. 예전에 제주 갈 때였나? 맨 앞 자리 탄 적이 있는데... 이번이 두 번째. 옆에는 모녀 사이로 추정되는 일본인 관광객이 있었다. 말 걸고 싶어서 근질근질...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이 때다 싶어 말 걸었는데 일본 처자의 경계 + 내 엉터리 발음 덕분에 대화가 길게 이어지지는 못했다. 이상한 한국 남자가 말 걸었다는 불쾌한 기억으로 남지 않기만을 바랄 뿐. -ㅅ-
아무튼... 무사히 도착했다. 인천 공항에 내리니 비가 오고 있는 상황. 불과 한 시간 거리의 일본은 해가 쨍쨍했는데.
짐을 찾아 포켓 와이파이를 반납하고 키오스크 통해서 버스 표를 구입한 후 차례를 기다렸다. 앞에는 양키 커플이 있었는데 남자가 메고 있는 가방이 어찌나 큰지... ㄷㄷㄷ 잠시 후 아주머니 한 분이 '발안' 가는 버스 어디에서 타냐고 물어보셔서 찾아보는데... 아무리 봐도 발안은 안 적혀 있다. 그런데 아주머니는 여기로 안내 받았다고. 잠시 찾아보다가 모르겠다고 했는데... 그 아주머니, 한국 사람이 아니라 일본 사람이었다. 한국 말이 워낙 유창해서 한국 사람인 줄 알았다. 서 있는 곳으로는 ○○, △△, □□ 등 여러 곳으로 가는 버스가 서는데 잠시 후 버스가 오고 짐 실어주는 아저씨가 "발안~ 발안 없어요?"라고 하기에 잽싸게 아주머니 찾아가서 이 버스라고 알려드렸다.
앞에 서 있던 양키가 발안 간다는 버스 타려고 하기에 이 버스 아니라고 알려주고... 다시 기다리고 있는데 뽀글 뽀글 파마 머리한 아줌마 떼가 나타났다. 죄다 똑같은 헤어 스타일. -ㅅ- 일행 중 한 아주머니가 줄을 서니까 옆에 있던 다른 아줌마가 줄을 왜 서냐면서, 자리 있는 표라서 줄 안 서도 된단다. 허... 허허... 허허허... 무식이 벼슬이면 진작에 상감했을 아줌마 같으니라고.
캐리어 끌고 지나다니는 사람을 위해서 줄 설 때 비워두는 공간을 바닥에 표시해놔서 거기에 맞춰 서 있었는데... 뒤에서 아줌마가 비 맞으니까 앞으로 좀 붙으라면서 밀었다. 하아~ 짜증이 팍! 났지만 저 염병할 아줌마도 누군가의 엄마겠지... 라 생각해서 아무 말 안 하고 참았다.
곧 버스가 도착했는데... 하아... 진짜... 줄이고 나발이고 없다. 그냥 막 밀고 들어가더니 먼저 캐리어 싣고는 버스에 올라탄다. 기본적인 예의도 안 된 것들. 나이는 어디로 처먹은 건지. 남들 다 줄 서 있는데 줄 안 서도 된다고? 허.
나중에 버스가 ○○에 정차(중간에 몇 번 멈춰서 사람들 내려주고 감)했을 때에는 녹화했던 영상을 켜서 자기들끼리 낄낄거리며 난리도 아니었다. 버스 안에 소리 다 들리고. 도저히 못 참겠다 싶어서 쌍소리 섞어 뭐라고 하려 했는데 일행 중 아주머니 한 분이 끄라고, 시끄럽다고 해서 동영상이 꺼졌다. 공공 질서 안 지키는 걸로 만날 중국인들 까지만... 대한민국 아저씨, 아줌마들 하는 짓 보면 중국 사람 욕할 일이 아니다. 몰라서 실수하거나 그런 게 아니라 "옛날에는 다 그렇게 살았어!"라는 논리로 자기 편할대로 우겨대는 거잖아. 그렇게 옛날이 그리우면 소달구지 타고 봉화 올릴 것이지 왜 차 타고 스마트폰 쓰시나? 하여튼... 진짜 꼴불견이었다. 나는 나이 먹고 저러지 말자고 몇 번을 다짐했다.
비가 좀 잦아들어서 다행이다 싶었는데 잠시 후 엄청나게 쏟아붓는다. 우산도 없는데 큰 일이다 싶었는데 다행히 ○○ 터미널에서 내릴 때에는 비가 약하게 내리고 있었다. 길 건너니 기다리는 택시가 있어서 잽싸게 잡아 타고 집에 도착!
보통은 여행 다음 날까지 쉴 수 있게 일정을 짜지만 근무가 빡빡해서 출근해야만 했다. 땀에 쩔은 옷 벗어서 샤워부터 잽싸게 하고... 캐리어 해체하면서 사진 찍고... 후다닥 정리한 뒤 세탁기 돌리고... 빨래 널고... 그대로 퍼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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