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획한 일정 》
《 실제 일정 》
딱히 인천으로 여행을 가야겠다는 생각 같은 건 없었다. 포항이 인천에서 원정 경기를 하는 날 쉴 수 있게 되어 축구 보러 가야겠다고 생각했고, 겸사겸사 구경도 좀 다니자고 생각했던 거다. 최순호 氏가 감독을 맡은 이후 거의 안 하다시피 한 직관인데...
새벽까지 유튜브 영상 보면서 뒹굴거렸다. 우연히 고양이 영상을 보게 되면서 졸지에 타임 슬립, 정신을 차려보니 대략 세 시간이 지나 있었다. 저렇게 귀여워도 되는 것인가... ⊙ㅅ⊙ 한 마리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지만, 제대로 키울 자신이 없어서 바로 포기. 책임지지 못할 거면 시작하지 않는 게 좋지.
일곱 시에 알람 설정해뒀는데 그 전에 눈이 떠졌다. 역시, 쉬는 날은 아무리 덜 자도 안 피곤하다. 돈 벌러 가는 날은 여덟 시간, 아홉 시간을 꾸역꾸역 자도 피곤하고.
눈은 떴지만 몸은 여전히 바닥에 붙어 있는 상태. 꼼짝도 하기 싫어서 빈둥거리다가 '이러다 늦겠다!' 싶어 잽싸게 씻으러 갔는데... 계획보다 10분 이상 늦어서 서둘러야 했다.
항상 이렇게 뮝기적거리다 늦어서 아둥바둥 하면서 전 날 미리 짐 쌀 생각을 안 한다. 아침에 일어나서 짐 싸도 괜찮을 거라는 지긋지긋한 자신감. -_ㅡ;;; 밖에 나가자마자 불어오는 바람. 그런데 그 바람이 시원한 바람이 아니라 열풍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바람 같다. 뜨겁다. 이 날씨에 늦었다고 달리는 건 자살 행위다. 기차 표를 예약해놔서 늦으면 안 되는데 도저히 뛸 수 있는 날씨가 아니다. 땀나지 않으려고 최대한 천천히 걸었다.
그렇게 정류장에 도착했는데 다행히 버스가 곧바로 도착해서 5분도 안 걸려 터미널에 도착했다. 오히려 여유가 생길 정도. ㅋ
역 안에 있는 롯데리아 갔더니... 응? 키오스크가 없어졌다? 자그마한 매장 한 켠을 차지하고 있던 무인 주문 기계가 사라졌다. 대신 거기 테이블을 놔뒀더라. 하긴... 외국인도 엄청 많이 오는 매장에 한글만 지원하는 기계 가져다놔봐야 아무 도움 안 될 게다. 주말이라 그런지 사람이 제법 많았다.
여유롭게 커피 하나 시켜서 쪽쪽 빨아먹으며 플랫폼으로 향하는데 그 와중에 기차는 7분이나 연착되어 아침에 왜 서둘렀나 싶을 정도로 여유가 생겨버렸다. 요즘 만날 연착이던데 괜찮은 건가? 최근 기차 이용하면서 제 시간에 도착한 적이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도로 환경에 영향 받는 버스도 아니고, 시간 만큼은 정확하게 지켜야 하는 게 기차 아닐까 싶은데.
기차 안에서 스마트 폰 내려다보고 싶지 않은데 달리 할 것도 없어서 결국 남들처럼 스마트 폰 쳐다보고 있었다. 잠시 후 영등포 도착. 진짜 오랜만이다. 그동안 서울 가면서 지나간 적은 있지만 영등포 역에 발을 올려놓은 건 엄청나게 오랜만.
얼추 20년 전, 지방에서 막 서울 올라와서 의지할 데도 없고 개뿔 가진 것도 없을 때 영등포에서 2년 정도 살았었다. 신세계 백화점 뒤 쪽의 사창가 입구에 있던 고시원에서. 비가 새서 바닥이 물바다가 되기도 하고, 아파서 기절한 채 이틀을 보내기도 하고, 돈 없어서 새우깡을 물에 불려 먹기도 하고... 그 때 비하면 지금은 더 바랄 게 없어야 하는 인생인데, 사람 욕심은 끝이 없다.
영등포 역에 내리니 지하철 타는 곳이 코 앞이다. 기차에서 내린 게 15분, 급행 전철 출발하는 게 22분. 느긋하게 플랫폼으로 가니 반대 쪽에 일반 열차가 와 있다. 급행 타는 게 나을 것 같아 기다렸다가 전철에 올라탔다. 빈 자리가 많아 자리에 앉은 뒤 꾸벅꾸벅 졸면서 갔다.
동인천도 진짜 오랜만이다. 군 생활할 때 백령도 가면서 수십 번 들락날락했던 곳. 제대하고 다시는 올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다시 왔네. 뭐, 입사하고 나서 다시 백령도 근무하면서 몇 번 오긴 했지만 그 때에는 일 때문에 온 거였고. 아무튼.
첫 목적지는 송현 시장. 동인천 역 근처에 있는 재래 시장인데 이래저래 먹을 것도 많이 팔고 야시장도 열린다기에 일단 가보기로 했다. 여기서 간단히 밥 먹고 돌아다니면 되겠다 싶었지.
역 밖으로 나가니 거대한 스크린이 등장. 월드컵이나 올림픽 응원 여기서 하면 제대로겠다 싶더라. 화질이 엄청 좋았다.
뭔가 수원스러운(?) 구조물도 등장하고. 그러고보니 동인천에 그렇게 왔다갔다 하면서도 이런 건 처음 보는 듯. 생긴 지 얼마 안 됐나?
└ 나중에 알게 됐는데 내가 늘 들락거렸던 출구는 이 쪽이 아니었다. 반대 쪽으로 와서 이 쪽 풍경은 처음 보는 거였다. -ㅅ-
날이 하도 덥다보니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물놀이 장소가 여기저기에 보인다. 역 앞에도 물놀이 할 수 있는 장소가 있었다.
역에서 나와 쭉~ 걸으니 저~ 앞 쪽으로 송현 시장이 보인다. 열한 시가 안 된 시간이라 주말인데도 뭔가 휑~ 한 분위기다.
송현 시장 다음으로 가려고 하는 수도국산 달동네 박물관 가는 길을 알려주는 이정표도 보이고.
일단 시장 안으로 들어갔는데, 땡볕이라 걷기가 힘들다. 그런데 지붕이 있는, 아케이드라 부르는 방식의 현대화 된 골목이 나와서 그 쪽으로 갔다. 이른 시간이었지만 대부분 문을 연 상태였는데 마땅히 먹고 싶은 음식이 눈에 띄지 않아 밥 먹는 건 생략하고 그냥 걸었다. '이 날씨에 밖에 음식 놔둬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송현 시장에서 시간을 좀 보낼 줄 알았는데 밥 생각도 별로 안 나고 갈만한 곳도 보이지 않아서 바로 다음 목적지인 수도국산 달동네 박물관에 가기로 했다.
인구 100만 넘는 광역시의 아파트 단지에서 길바닥에 고추 널어 말리는 광경을 볼 줄이야. ㅋ
시골도 아닌데 바닥에 널어놓은 고추를 본다는 게 신기해서 사진 찍고 있는데 지나가는 사람이 '뭘 저런 걸 찍어?' 하는 표정으로 쳐다본다. 뻘쭘해서 얼른 자리를 떴다. 그런데... 대충 이 쪽으로 가면 되겠다 싶은데 당최 목적지와 가까워지지 않는다. 그렇게 아파트 단지 안을 헤매고 다니다가... 이건 아니다 싶어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손풍기를 최대 풍속으로 돌리지만 등으로 땀이 줄줄 흐른다.
왔던 길을 고스란히 되돌아가서... 지붕 있다고 꺾어들어갔던 곳에서 땡볕의 길로 다시 접어드니 그 길이 맞는 길.
어째 슬슬 오르막이다? 싶더라니,
이 길이 맞다는 안내 표지판이 나오면서,
본격적인 오르막이 시작된다. -_ㅡ;;;
그 오르막 길 끝에 박물관이 살짝 보이기 시작한다.
말 타고 있는 장군 동상이 보여서 뭔가 싶어 보니 조선 말기 무신이었던 신정희의 동상이었다.
블로그에 신정희 장군에 대해 간단하게나마 써보려고 검색해봤더니 동상 건립과 관련한 논란 기사가 뜬다. 뭔 소리인가 싶어 천천히 살펴봤다. 이 동상은 2016년 12월에 세워진 것인데 연초에 무엇을 세울지를 놓고 주민 투표를 했다고 한다. 여섯 개의 후보를 두고 430명이 투표를 했는데 137명이 전통 조형물을 선택했다고. 그런데 시에서 최종적으로 채택해 170,000,000원을 들여 세운 것이 신정희라는 장군의 동상. 인지도 낮은 조선 시대 말기 무신이 말 타고 있는 동상을 전통 조형물이라 생각한 모양이다.
문제는... 이 사람이 거대 동상을 세울 정도의 업적이 없다는 거다. 임금의 명을 받들어 방어 진지를 세운 것이 고작인데, 임금이 시키는 일 한 것이 무슨 공로냐는 것이지. 지금으로 따지자면 대통령이나 국회 의결로 뭔가 만들었는데 그 때 구청장이나 시장이었다고 동상 세워준 셈이라는 건데, 공무원이 자기 일한 게 무슨 업적이냐는 거다. 동상 건립 전에 신정희라는 조선 말기의 무신을 알고 있는 지역 주민이 몇 명이나 되었을지 궁금하다.
기사에 따르면 '이에 대해 동구 관계자는 “신정희 동상은 간부회의에서 결정했다”며 “관광 홍보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http://www.news1.kr/articles/?2865773)'고 하는데... 간부들이 결정할 것이었으면 주민 투표는 왜 했는지, 신정희라는 인물이 관광 홍보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신정희 장군 동상 보겠다고 여기를 찾는 사람이 있을까?
저 멀리 특이하게 생긴 건물이 보여 찍어봤다. 지붕이 계단처럼 층이 져 있는 모습.
지대가 높아 인천 동구 일대가 쫘악~ 보인다. 저 멀리 동인천 길병원도 보이고.
근처에서 드라마 『 도깨비 』 촬영이 있었나보다. 드라마를 안 봤으니 알 턱이 없다. -ㅅ-
수도국산 달동네 박물관 바로 옆이 시끌벅적 했는데 여기에도 물놀이 장소가 있었다. 그늘막과 텐트를 친 가족들이 여럿.
밤에 보면 더 멋지겠지만 낮에도 제법이다 싶을 정도로 잘 꾸며놨다. 예쁘더고만.
이 말도 안 되는 날씨에, 용케 버티는고나 싶어 대견했다. 꽃한테 힘내라고 응원하기는 또 처음일세.
박물관 안에 들어가자마자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앉아 계시던 직원 분께서 "한 분이세요?" 하더니 바로 "1,000원입니다." 하신다. 응? 홈페이지(http://www.icdonggu.go.kr/open_content/museum/index.jsp)에서 국가 유공자는 무료라고 했는데? 유공자증을 꺼내어 보이니 무료라며 표를 끊어주신다. 매표소가 있는 1층에 작은 규모의 전시 시설이 있고 지하에 좀 더 많은 전시 시설이 있다. 1층부터 보고 지하 보면 된다.
난 수도, 국산, 달동네, 박물관인 줄 알았다. 그래서 이름 한 번 특이하다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박물관이 위치한 산에 수도국이 들어서면서 사람들이 산 이름을 수도국산, 수도국산 하고 불러서 그게 산 이름이 됐단다. 그래서 수도국산 달동네 박물관이 된 거다. 난 서울 근처라서 수도가 붙고 國産의 의미가 있겠지 싶었는데 전혀 아니었다.
나도 모르게 어린 시절이 그리운 것인지 어디를 가나 이런 전시 시설이 있으면 꼭 가게 된다. 제주의 '선녀와 나무꾼' 박물관이나 거제의 '해금강 테마 박물관' 같은 곳. 여기는 전시물은 빈약한 편이었지만 당시 달동네 집들이 잘 재현되어 있어 제법 볼만 했다.
왼쪽 위의 모자는 운동회 때 쓰던 모자인데 난 저런 모자는 쓰지 않았다. 누가 봐도 일본 풍이다. 왼쪽 아래는 콩 주머니. 운동회 때 박 터뜨리기 하기 위해 필요한 준비물이었다. 예~ 전에는 집에서 직접 만들었다. 못 쓰는 양말에 딱딱하게 말린 콩 넣어 만들었던 기억이 난다. 어느 순간부터 학교 앞 문방구에서 파는 걸 사기 시작했다.
오른쪽 위에 있는 건 박수 소리 크게 내기 위한 나무 조각 같은 거. 그 아래에는 머리띠인데 뒤집어서 청군, 백군 구분이 되는 양면이었다. 오른쪽 아래의 곤봉은 운동회 때 매스 게임이라 불렀던 단체 군무에서 썼던 거. 연습할 때 던졌다가 떨어지는 걸 못 받고 맞아서 다치기 일수였다.
그 때에는 운동회 때나 먹을 수 있는 게 김밥, 치킨이었는데... 지금은 예사로 사먹을 수 있는 음식이 되었으니... 시간이 흘러 2040년 정도 되면 동네 분식집에서 랍스터 팔지도 모를 일이다.
지금도 아~ 주 아~ 주 시골 가면 볼 수 있는 형태의 가게. 점방이라고도 불렀고.
먼저 보고 있던 아이가 엄마한테 전구는 진짜 저런 빨간 거 썼냐고 물어보더라. 내 기억에 실제로 저런 전구 썼었던 듯.
신발 벗고 들어갈 수 있는 방이 몇 군데 있었는데 더운 날씨에 땀 흘리며 돌아다닌 탓에 드러눕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뿌~ 연 가운데 중앙 부분만 닦은 듯 보이는 창문을 일부러 연출한 거라면 정말 디테일 대박이다. 의도한 걸까?
기념품 판매에서는 냉장고 마그넷이나 동그란 딱지 정도를 제외하면 그닥 살만한 게 없었다. 진열해놓은 장난감은 판매용이 아니었다.
구경을 마치고 밖으로 나왔다. 입구에 음료 보관함이 있는데도 아무데나 올려두고 간 플라스틱 커피 잔이 보였고, 물놀이 하다 들어올 수 없으니 옷 갈아입고 입장하라는 안내문 붙은 걸 보니 참...
짧은 구경을 마치고 땡볕을 걸어 다음 목적지로 향한다. 다음으로 갈 곳은 배다리 헌 책방 골목.
내려가다보니 배다리 전통 공예 거리를 알리는 이정표가 바닥에 있기에 그 쪽으로 향했다.
엄청 오래되어 보이는 건물들도 있었지만,
얼마 안 되어 보이는 건물도 있는데 죄다 철거 예정인지 시뻘건 스프레이로 동그라미를 쳐놨다.
뭔 학교 주변 어쩌고라 붙어 있던데 근처에 초등학교 있다고 이렇게 넓은 규모를 다 부숴버린다고? 이해가 안 됐다.
요즘 정말 보기 힘든 슬레이트 지붕에 담쟁이 넝쿨. 대구도 좀 오래된 도시 이미지가 있는데 인천은 훨씬 더 하다.
인구 100만 넘는 광역시에서 이런 골목을 볼 수 있는 것도 나름 매력 아닐까? 무조건 낡은 건 없애버리는 게 능사는 아니다.
꽤 걸어왔다(오른쪽에 있는 이정표를 보니 박물관에서 1㎞ 이상 걸어내려온 거다. ㄷㄷㄷ).
여기도 철거, 재개발 구역인지 온통 공사 중이었다.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있던 건물. 거기 자리한 한의원은 (진료 안내에 따르면) 영업 시간인데도 문을 닫은 상태였다.
몇 번을 쓰고 또 쓰지만 인구 100만 넘는 광역시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ㅋ
한미 서점은 휴가를 갔는지 문을 닫았다.
그 옆에 있는 삼성 서점인가? 거기에서 야마오카 소하치의 소설을 발견! 1권이 있었다면 샀을지도 모를 일.
야마오카 소하치가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등장시켜 쓴 대하 소설은 굉장히 유명한 작품이다. 일본의 정치인, 기업가들에게 필독서로 불렸고 한국에서도 상당히 인기였단다. 국민 정서 상 원제인 『 도쿠가와 이에야스 』 대신 『 대망 』이라는 제목을 달고 출간되었는데 사실은 해적판이라는 얘기도 있더라. 위에 있는 『 울지않는 새는 죽여라』 역시 해적판이 아닐까 싶다. 내가 『 은하영웅전설 』을 처음 접한 게 을지서적 판이었는데 그것도 정식으로 라이센스를 구입하여 출간한 게 아닌 해적판이라고 하니.
위에서 본 『 울지않는 새는 죽여라 』와 같은 책이다. 출판사도, 번역한 사람도, 제목도, 들쭉날쭉이다.
처음 들어갔던 헌 책방에서 어떤 아저씨가 『 태백산맥 』과 『 아리랑 』 찾던데... 여기 전 권 있는 거 봤음 샀을까?
헌 책방 골목이라는데 내 예상과는 달랐다. 실제 책방은 얼마 되지 않았다. 좁은 골목 좌우로 책방이 쫘~ 악 늘어선 거리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하긴... 그냥 서점도 장사 안 되서 문 닫는 마당에, 오래 된 책을 다루는 서점이 온전히 장사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겠지.
처음 갔던 서점에서 우연히 일본어 한자 교재를 발견했는데 1996년에 출간되었기에 기념 삼아 사들고 왔다. 책 값은 6,000원으로 적혀 있었는데 3,000원 받으시더라. 살 때는 500원 정도 주셨을까? 아무튼... 덕분에 짐이 늘었다.
가방이 무거워서 숙소에 짐을 맡기려고 동인천 역까지 걸었다. 이미 온 몸이 땀에 절은 상태여서 더운 날 걷는 건 아무렇지도 않았다.
2000년부터 2004년까지 뻔질나게 들락거릴 때의 동인천 역 간판. 벌써 10년 넘게 흘렀다니 믿기지가 않는다.
숙소는 동인천 역 바로 코 앞에 있었다. 이런 곳에 게스트하우스가? 라고 놀랄만한 위치. 생각해보니 예전에는 여인숙 같은 게 있었지 않을까 싶다. 버스 정류장 앞 맥도널드가 그대로 있어서 뭔가 반갑더라.
숙소 들어가니 사장님과 아들이 식사 중. 예약한 사람이 나 밖에 없는지 바로 이름을 말하며 맞냐고 확인하신다. 그렇다 하니 체크인 시간을 알려주셔서 짐만 맡기겠다고 했다. 시원한 물 주셔서 냉큼 들이키고. 카메라와 배터리 정도만 작은 가방에 챙긴 뒤 가방을 맡겼다. 사장님이 어디 가면 좋다고 친절하게 설명해주셔서 도움이 많이 됐다. 지도 한 장 받아들고 밖으로 나와 동인천 역 쪽에서 버스를 탔다.
백령도 들어가는 배 타러 가는 버스 안에서 봤던 제8부두 출입문을 오랜만에 보니 뭔가 짠~ 하다.
버스 종점에 내리니 저 앞에 온갖 놀이 기구가 보인다. 잇달아 사고 났는데도 사람이 제법 있다. 대부분의 놀이 기구가 운행 중이었고. 간만에 번데기라도 사먹어볼까? 하다가 그냥 지나쳤다. 일단 바다 쪽으로 걸어갔다.
월미도 도착해서 일단 바다 쪽을 배경으로 한 장 찍어주시고.
일단 월미도에 오긴 했는데 놀이 기구 쪽은 1도 생각이 없고, 달리 할 게 없어서 '뭘 할까?' 하다가 유람선을 타보기로 했다. 13시 30분에 출항한다는데 시간이 좀 남은 편이라 밥부터 먹기로. 근처에 식당이 워낙 많아서 어디로 갈까 망설이고 있다가 ㅍ 횟집 앞에서 삐끼 아줌마한테 잡혔(?)다. 망설이고 있으니까 얼른 들어오란다. "한 명인데요?" 했더니 무슨 상관이냐며 얼른 들어오라고. 관광지의 식당에서 1인분은 거부 당하기 일수라 알아서 쫄았다. -_ㅡ;;;
10,000원 짜리 해물 칼국수 시켰다. 조개 구이 먹고 싶었지만 혼자서 시간 잡아먹으며 소주 까서 조개 먹는 게 망설여져서.
└ 커다란 그릇에 나왔는데 맛이 없다. 게와 새우는 괜찮았지만 그 뿐이었다. 국물에 물을 얼마나 탔는지 맹탕이다. -ㅅ-
잠시 후 배 표 끊으러 갔다. 유공자는 1,000원 할인해서 16,000원. 한 시간 반 코스다.
배 탈 때 표에 이름, 생년월일, 전화번호 적으라고 한다. 혹시라도 사고 나면 사람이 얼마나 타고 있었는지 확인도 해야 하고 누가 살았고 죽었는지 알 수 있게 해야 하니까. 그런데 그 당연한 절차를 귀찮아 한다. 배 사고로 수백 명이 죽은 사고가 여러 차례 난 나라인데도 그렇다. 저 당연한 절차를 무시하는 건 대부분 아줌마, 아저씨. 대체 어떤 인생을 살았기에 법이나 규칙을 무시해도 괜찮다는 마인드를 장착하게 된 건지.
배 출항을 앞두고 갈매기들도 대기 중이다. 배와 함께 날아올라 새우깡 사냥에 나설 녀석들 되시겠다.
저 멀리 대관람차와 드롭 놀이 기구가 보인다. 난 오~ 래 전에 월미도에서 바이킹 한 번 타 본 후 절대로 저기서 뭔가를 타지 않는다.
천연 가스 관련 시설이랬나 뭐랬나 그랬던 거 같은데 긴가민가 싶다.
1층 실내에서는 아저씨, 아줌마들 좋아할 뽕짝 나오고... 3층은 이렇다. 저 벤치 같은 곳에 앉으면 참 좋을텐데 땡볕이라... -_ㅡ;;;
저 멀리 인천 공항으로 향하는 비행기가 보인다. 오카야마의 세토 대교도 대단했지만 인천 대교(맞나?)도 엄청나고만.
새우깡을 먹기 위한 갈매기들의 아크로바틱 비행이 이어진다. 먹고 사는 게 쉽지 않다.
급기야 배에 내려서 새우깡 내놓으라며 갈구는 녀석까지 등장했다. 막상 먹으라고 새우깡 내밀어도 쳐다만 보고 있던 도도한 녀석.
이 배는 KODEN 레이더 쓰고 있고만. 우리나라 회사인 줄 알았는데 검색해보니 니혼코덴이라는 거 봐서 일본 회사인 모양이다.
└ 검색 결과에 KODEN 옥션, G마켓 KODEN, KODEN 쿠팡, 11번가 KODEN,... 저 따위니 검색 결과를 믿을 수가 없는거지.
아라뱃길 관련 시설이라고 들었던 것 같다. 아라뱃길 통해 서울까지 가는 배 있음 타보려고 했는데 없는 것 같더라.
배 운항 시간 내내 관광객들이 계속 과자를 던져주는 통에 갈매기 없는 사진 찍는 게 너무 힘들었다.
꼬마 녀석이 갈매기한테 과자 주고 나를 쳐다보기에 잘했다고 웃어줬더니 그 뒤로 한~ 참을 과자 주고, 나 보고, 과자 주고, 나 보고,...
저 멀리 보이는 섬에 알 수 없는 건물이. 무슨 건물이지? 싶어 줌으로 잔뜩 당겨 봤더니...
응? 식당? 저기까지 가서 꽃게탕이나 조개구이 먹는다고? 배 타고 가서?
내릴 때가 되어 일찌감치 아래로 내려갔더니, 도크를 내리고 간다. 도착해서 도크를 내리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게스트하우스 사장님이 전망대를 추천해주셔서 다음 목적지는 거기. 배에서 내려 인포메이션 센터에 가니 친절하게 가는 길을 알려주신다. 지도에 형광펜으로 표시까지 해주시면서. 덕분에 헤매지 않고 편하게 갈 수 있었다.
전망대까지는 그냥 산길인가 싶었는데... 기대를 져버렸다. 계단 등장! ㅠ_ㅠ
계단에는 20개마다 표시가 되어 있었다. 몇 칼로리 소모했고 수명이 얼마 늘었다고 쓰여 있던데... 오래 안 살아도 되니까 계단이나 빨리 끝나라~ 하는 마음이었다. 숨만 쉬어도 땀 날 것 같은 날씨인데 계단을 오르니 땀이 안 날 수가 있나. 이미 땀으로 잔뜩 젖은 상태인데 거기에 또 땀을 보탠다.
꼭대기 도착하니 매점이 바로 보이는데... 뭔가 사먹을까 하다가 일단 전망대에 까페가 있다 하니 거기에서 커피든, 음료든 사먹는 게 낫겠다 싶어 그냥 갔다. 전망대 도착해서 위로 올라가니 4층이 까페. 애플 에이드 하나 시켜서 에어컨 바람으로 땀 식히며 음료 한 잔 하고... 한 층 위로 올라가 전망대에서 부지런히 사진을 찍었다. 지독하게 더워서 그렇지, 하늘도 파랗고 적당히 구름도 있고, 사진 찍기에는 무척 좋은 날씨였다.
여기가 연안 부두. 백령도, 대청도, 소청도 왔다갔다 하는 배가 정박해 있다. 4년 동안 지겹도록 들락거렸던 곳.
여기 서 있는 차들은 중국으로 수출되는 걸까?
월미도에 인조 잔디 구장 있는 건 처음 알았네. 두 시간에 40,000원이었던가? 빌리는 돈도 그닥 비싸지 않았던 것 같다.
저 숲이 자유 공원. 오~ 래 전에 가봤었다.
저런 큰 배는 연안에서 작은 배가 밀어주고 끌어준다는데 그건가 싶더라. 작은 배 두 척이 밀고 가는 중. ㅋ
폐선인가 싶을 정도로 녹이 심한 배였는데 현역인 모양이다.
고층 건물이 즐비한 걸 보니 저 쪽이 송도 신도시인가 싶고.
적당히 구경을 마치고 내려와 매점에서 음료수 사 먹으며 쉬고 있었다.
예정된 시간보다 빨리 전기 버스가 도착. 표가 없으면 아래에 내려가서 1,000원 내면 된단다. 걸어가도 됐겠지만 이 날 많이 걸었으니 그냥 버스 탔다. 내려가는 길은 포장 도로이긴 하지만 숲 길이라서 걸어가도 괜찮았으려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뭐. 아래에 도착해서 안내소 들어가 1,000원 내고 나왔다. 화장실 들러 손만 좀 씼은 뒤 차이나 타운으로.
부부로 추정되는 할아버지, 할머니. 땀 안 내려고 천천히 걷기도 했지만 그렇다 해도 굉장한 속도로 멀어져갔다.
세금 낭비 사례를 얘기할 때마다 나오는 모노레일. 그 모노레일이 다니는 길 아래를 걸어 인천 역 쪽으로 걷는다.
쭉~ 뻗은 길에 사람이 전혀 없다. 야외 활동 자제를 권고하는 문자 메시지가 올 정도였으니까.
여행 가는 게 아니라 전쟁통에 피난 가는 듯한 절박한 표정의 다람쥐.
차이나 타운 도착! 예전에도 와 본 적이 있지만 워낙 오래 전이니 좀 바뀌지 않았을까 싶어 다시 와 봤다.
└ 인천 역 바로 앞에 위치하고 있는데 인천 역 앞에 영감들이 떼로 앉아 소주, 막걸리 까고 있더라.
날씨 때문에 누구도 이 계단을 오르지 않고 있었다. 나는 용자! 과감히 올랐다! ㅋㅋㅋ
올라가니 12지신 석상이 있다. 사람들이 많이 만진 부분은 반질반질.
항우와 유방이 등장하는 『 초한지 』 이야기가 벽화로 그려져 있다. 날씨만 좋다면 천천히 볼 법도 했지만 워낙 더웠던지라.
바로 내려갔다. 공화춘 보이기에 냅다 입장! 왕새우 짬뽕 시키고, 카프리 달랬더니 없단다. 메뉴에만 존재하는 카프리. 결국 칭따오 시켜서 밥이랑 같이 먹고. 식사 마친 뒤 밖으로 나왔다. 뭔가 좀 더 구경을 할까 하다가 덥고 지쳐서... 그냥 숙소로 가기로.
동인천까지는 지하철로 한 정거장이라 걷기로 했다.
가다보니 한중 문화관인가? 그런 시설이 보이기에 들어가려 했지만... 입장 시간이 끝났다기에 시계를 보니 17시 40분. ㅠ_ㅠ
근처 사진만 찍고 다시 숙소로 향한다.
내일 근대건축전시관(구 일본 제18은행) 가봐야지~ 하고 사진을 찍었다. (그러나 가지 않았다. -ㅅ-)
숙소 도착! 안내해주신 303호로 가니... 2인실이다. 2층 침대가 하나 있는데... 역시나 예전에 여인숙이나 모텔로 운영되던 공간이 맞는 것 같다. 아무튼... 리모델링을 했는지 깨~ 끗하다. 사물함도 있고 드라이기와 빗도 있다. 텔레비전도 있고, 방에 무선 공유기도 있어서 암호 없이 와이파이 접속 가능. 화장실에는 샴푸, 린스, 바디 워시가 있었고 수건도 세 개 놓여 있었다. 아, 선풍기도 있었고.
나갈 때 에어컨 꼭 좀 꺼달라고 하시기에 샤워만 하고 바로 나갈 꺼라 안 켜도 된다고 했더니 반가워하신다. 하긴, 주말인데 하루 20,000원 받는 숙소에서 에어컨 계속 켜놓는 건 미안할 짓이지.
주말인데도 예약한 사람이 나 뿐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ㅋ 샤워를 마치고 선풍기 바람에 열 좀 식힌 뒤 옷 갈아입고 축구장으로 향했다.
이 날 20,000 걸음 이상 걸었다. -ㅅ-
축구 보고 숙소 돌아오면서 근처 편의점 찾았더니 약~ 간 먼 곳에 CU가 하나 있다. 알바 처자가 CU 포인트 적립이랑 삼성 페이로 결제하는 걸 버벅거려서 시간이 조금 걸렸지만 맥주 네 캔 사들고 오는 데 성공. 원래는 리셉션에서 먹어야 하는데 사장님이 오늘 숙박하는 사람이 나 밖에 없다고 하시면서 방에서 드시라 해서 방에서 먹었다. 텔레비전 보면서 맥주 마시다가 자정 무렵 잠이 들었는데... 새벽에 여러 번 깼다. 집에서 자는 것처럼 유튜브로 『 1박 2일 』 시즌 1 켜놓고 잤는데 다른 사람들이 들어오는 꿈을 계속 꿔서. 다른 사람 자는데 스피커로 영상 소리 나오는 건 민폐 of 민폐니까 다른 사람이 들어온 게 꿈인지 실제인지 헷갈렸다. -ㅅ-
아침에 일어나서 뮝기적거리다가... 대충 옷 갈아입고 짐 챙겨서 밖으로 나왔다. 동인천에서 급행 타고 영등포 가서 기차 타고 집으로 복귀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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