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저러하다! 하고 딱 선을 긋는 건 좀 그렇지만 보통의 남자라면 차에 관심이 있기 마련. 다들 마음 속에 슈퍼 카 하나 정도는 찜해놓고 있기 마련이다. 나에게 있어 슈퍼 카는 폭스바겐의 골프였다. 에? 고작? 보통 마음 속 슈퍼 카는 람보르기니, 페라리, 포르쉐, 뭐 이런 거 아니냐? 응, 아냐. 난 예전부터 해치백을 좋아했고 해치백의 교과서라는 얘기를 워낙 들어서인지 골프가 갖고 싶은 꿈의 차였다. 다니는 거 보면 예뻐 보이기도 했고.
인생 첫 차는 해치백에서 파생된 웨건이었고, 두 번째 차는 국산 해치백. 차 바꿀 생각 별로 없었는데 인터넷 보고 충동 구매해버린 게 지금의 308이다. 푸조 308은 폭스바겐 골프와 같은 카테고리에 속해 있는 차. 그래서 푸조 영업 사원이 계속 골프와 비교를 했다. 뭐, 조금 더 무리하면 골프 구입하는 게 꿈에 그치지 않았을테지만 여차저차해서 그냥 샀다.
그리고... 잘 타고 다녔다. 이 녀석이라면 진짜 한 10년 타겠다 싶었다. 그런데... 역시나 충동적으로 결정한 유학 때문에 슈퍼 카와 헤어져야 하는 처지가 됐다. 마음 같아서는 정말 안 팔고 싶은데... 2년 동안 썩힐 수가 없어서 눈물을 머금고 판다.
예전 같으면 SK엔카 정도가 고작이었을텐데 스마트 폰이 대중화 되면서 세상이 달라져서 지금은 딜러끼리 경쟁을 붙인다. 비슷한 종류의 앱도 엄청 많은데 처음 설치한 건 바이카. 그런데 조기 축구회 형님들이 AJ셀카를 그렇게 추천하더라. 그래서 AJ셀카 알아보고 있는 와중에 존경하는 선배가 헤이딜러가 제일 좋다며 그걸 추천한다. 그래서 헤이딜러와 AJ셀카에 올려보기로 했다.
먼저 헤이딜러. 여기는 따로 회원 가입할 필요가 없다. 앱 설치한 후 실행해서 기본 정보와 사진만 등록하면 된다. 그러면 심사를 거쳐서 등록을 해주고 48시간이 주어진다. 그 48시간 동안 딜러들이 경매 형식으로 원하는 가격을 적어내는 거다. 그 중 가장 비싸게 부른 곳을 선택하면 되고.
AJ셀카는 조금 다르다. 앱 실행해서 차량 기본 정보만 등록하고 차 팔겠다고 하면 고객 센터에서 전화가 온다. 차량 감정사가 찾아갈 건데 언제 가면 되겠냐고 시간 조율을 한다. 그리고 감정사로부터 전화가 온다. 서로 시간과 장소를 맞춘 뒤 만나면 감정사가 직접 사진을 찍고 간다. 그리고 나서 다음 날부터 경매 시작. 여기는 시간이 엄청 짧다. 아홉시 반부터 정오까지다. 팔 건지 말 건지 결정도 세 시간 안에 해야 한다.
헤이딜러의 진행 상황을 보자. 밤 늦은 시간에 차 팔겠다고 등록했더니 다음 날 정오 무렵에 승인이 나서 바로 경매에 들어갔다. 한~ 참 있어도 입찰하는 사람이 없더라. 조기 축구회 형님들 얘기 들어보니 처음에는 입질만 살살 오다가 끝날 시간 가까워지면 막~ 올라간단다. 그래서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말았다. 첫 날 여섯 명이 조회를 했고, 다음 날 열한 명이 조회했을 때 첫 입찰이 떴다.
와... 1,170만원. -_ㅡ;;; 3,200만원 짜리 차인데... 3년도 안 탔는데... 반토막도 안 쳐준다. 너무 하네. ㅠ_ㅠ 지금이야 세상이 좋아져서 망정이지, 아무 것도 모르고 저 딜러에게 차 가지고 갔으면 저 가격에 팔았어야 한다는 거 아냐? 물론 첫 입찰이니 '되면 땡 잡는 거고 아니면 말고' 정도의 가격을 적은 것이겠지만... 나름 충격 받았다.
헤이딜러는 48시간동안 경매가 진행되기 때문에 10일 정오에 시작했다면 12일 정오에 끝나게 된다. 그런데... AJ셀카는 고작 세 시간만에 경매가 끝나버린다. 9일에 신청을 하면 10일 아홉 시부터 정오까지 경매가 진행되어 끝나버리는 거다. 헤이딜러는 경매 종료까지 시간이 많이 남은 상황이니 헤이딜러의 가격과 AJ셀카 가격을 비교해볼 수 없게 된다.
AJ셀카 경매 시간이 아홉 시부터라고 들었는데 연락이 오지 않는다. 문자 메시지 보내준다고 했는데. 그래서 걱정이 살짝 됐다. 왜냐 하면... 차 팔겠다고 할 때 전화번호를 017로 써냈다. 착신 전환 해놔서 스마트 폰으로 문자가 들어오니까. 그런데... [Web발신] ← 이렇게 찍히는 문자들을 017로 받을 경우 안 오는 게 엄청 많다. 스마트 폰으로 문자 보내면 잘 들어오는데 희한하게 PC 환경에서 보내거나 하면 잘 안 들어오더라고.
그렇게 된 건가? 싶어 010 번호로 문자 다시 보내달라고 해야 하나 어째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아홉 시 20분이 되어 문자가 들어왔다. 거기 있는 링크 누르니까 AJ셀카 홈페이지로 들어가지긴 하는데 로그인을 해야 한다. 회원 가입하기 귀찮으니 휴대 전화 인증으로 로그인.
그런데 010 번호로 들어갔더니 판매 중인 차가 없다고 뜬다. 로그아웃 한 뒤 017 번호로 다시 인증 시도. 다행히 문자 메시지가 들어온다. 로그인하니 아홉 시 반부터 경매 시작이란다. 어제 감정사가 말할 때에는 아홉 시부터랬는데.
아무튼... 잠시 후 입찰이 떴는데...
그렇지! 이거지! 못 받아도 1,500만원은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첫 입찰에서 저 가격이 떠버렸다. 응? 실수로 쓴 건가? 하는 생각도 들고. 뭐... 아무튼... 나야 많이 받으면 받을수록 좋은 거니까. 글 쓰고 있는 지금 확인해보니 다섯 건의 입찰이 더 들어와서 총 여섯 건. 그런데 최고가는 위 사진 속 가격 그대로다. 늦게 입찰한 사람들이 더 낮은 가격들을 써낸 거다. 심지어 1,022만원 쓴 냥반도 있네. 세상에나. '당연히 안 될 거 알면서 왜?' 라고 생각했는데, 입찰한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얼마 써냈는지 모르니까 저게 가능하지 않나 싶다.
경매 종료 30분 정도 남긴 시점부터 야금야금 입찰이 늘더니 끝날 때 되면 막~ 올라간다고 들었는데... 남은 시간 30분 전에 여섯 건이었고 25분 남았을 때 확인해보니 아홉 건. 뭐, 차가 그닥 인지도 높은 기종이 아니다 보니 입찰이 적은 건가 싶기도 하고... 첫 입찰이 최고가 되는 건가 싶기도 하고.
경매 종료 20분 정도 남았을 때 갑자기 10건이 확~ 몰려서 20건 입찰. 최고가는 여전히 첫 입찰이다. 다른 입찰들과 가격이 너무 차이나서 저래놓고 잘못 써냈다고 하면 어찌 되는건가 걱정했는데 추가로 입찰 들어오는 거 보니 다들 1,500만원 안팎 생각하고 들어오는 것 같다. 처음 차 팔 생각할 때 2,000만원은 받을 수 있지 않을까? 라 생각했는데, 역시 무리였고나. -ㅅ-
아무튼... AJ셀카는 낙찰가 그대로 입금이 되는 반면, 헤이딜러는 낙찰 후 딜러가 와서 차 훑어보면서 흠집이 있어서 얼마를 깎네 마네 하고 흥정 들어간단다. 저게 전형적인 중고차팔이 스킬임을 알기에 그냥 AJ셀카에서 낙찰되는 가격에 파는 게 낫지 않나 싶다. 지금의 최고가 이상은 못 받을 거 같긴 한데... 할부 남은 거 털고 수수료 내면 1,000만원도 안 되네.
오래 오래 탈 생각이었는데... 아쉽다. 그동안 고마웠다, 슈퍼 카. 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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