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판에 군용기 보냈다고 말들이 많고만. 나는 저게 왜 욕 먹을 일인지 알 수가 없다. 외국에서 어려운 처지에 있게 되어도 국가는 결코 당신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믿음을 주는 것, 그렇게 물고 빠는 미국이 잘 하는 거잖아? 왜 미국이 하면 역시 천조국이고 우리가 하면 세금 낭비가 되는 거지?
태풍 올 줄 몰랐냐고, 태풍 예보되어 있었는데 간 사람이 문제라고 하는데, 몇 월 며칠에 태풍이 사이판에 상륙하는데 규모가 이러저러하니 위험하다고 예보된 상황에서 갔다면 욕 먹어도 싸겠지. 그런데 태풍의 진로가 결정되지 않았거나 확실하지 않았을 때 떠난 사람들이 왜 욕을 먹어야 해?
돈이 많아서 빈둥빈둥하고 있다가 '외국에나 다녀오자!' 하고 휙~ 떠날 수 있어서 저런 말 하는지 모르겠다. 비행기랑 숙소 예약 다 해놓고 있다가 '그냥 취소하지, 뭐~' 하고 취소할 수 있어서 저런 말 하는지 모르겠다. 나 같은 경우 해외 여행 가려면 한 달 전에 회사에 신청해서 승인 받아야 하고,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며칠 동안 항공사와 호텔 예약 사이트 들락날락 난리도 아니다. 그렇게 최소 두 달 전부터 계획하고 준비한 여행인데 진로가 확실하지 않은 태풍 때문에 손해를 감수하고 취소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 물론 목숨은 소중하다. 아무리 돈이 좋다한들 목숨보다 중요하지는 않겠지. 죽을 줄 알면 안 간다. 태풍을 피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니까 저지르는 거지.
누구나 실수는 한다. 자신의 예상과 다른 미래가 눈 앞에 현실로 다가오기도 한다. 그런데 본인은 그런 실수 절대 안 한다고 생각해서 저렇게 비난하는 걸까?
그렇게 따지면 일본 땅은 절대 밟으면 안 되지. 언제 지진날지 어떻게 알아? 일본 여행 갔다가 지진 피해 입으면 죄다 지진 많은 나라인 줄 모르고 갔냐고 욕하고 있을 건데 그게 당연한 건가? 칠레도 마찬가지잖아? 지진으로부터 안전한 나라가 아니잖아? 남미는? 치안이 우리에 비하면 엉망진창인 나라가 많잖아? 미국 여행 갔다가 총기 난사 같은 사건에 휘말리면? 터키 여행 갔다가 테러 현장에서 다치기라도 하면?
내전이 심하거나 전쟁 중인 나라에 간 것도 아니고, 불확실한 걱정거리 때문에 꼼짝도 할 수 없다면 집에 있는 게 가장 안전하지. 아니, 그것도 안전하지 않을 수 있다. 아파트, 백화점, 다리가 무너졌던 나라잖아. 집에 있는데 집이 무너지면? 날림 공사로 건물 엉망진창인 거 알면서 이민 안 갔다고 욕할 건가?
내일 태풍 온다는데 오늘 떠난 사람이야 욕 먹어도 별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예측하기 어려운 자연 재해가 내 여행을 망치지 않을 거라는 기대로 떠난 사람들까지 욕할 필요가 있나 싶다. 본인은 절대 그런 멍청한 선택하지 않는다고 자부하니 저렇게 까기 바쁘겠지만, 자기 앞 날에 대해 '절대'를 운운하는 것들은 멍청해서 잘못된 선택을 수도 없이 하지.
나는 군용기 보내서 노약자와 임산부 등 태우고 온 게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국가가 나를 외면하지 않는다는 믿음을 주는 것. 그것이 애국심을 키우는 일이다. 나라가 곤경에 처했을 때 국민의 의무만 강조한다면 누구도 희생하려 들지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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