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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뽀오츠 』/『 축  구 』

J1 리그 제32절, 세레소 오사카 vs 가와사키 프론탈레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18. 1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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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에 오사카 더비 보러 왔을 때 받은 종이 쪼가리. 거기에는 11월 10일의 경기와 11월 24일의 경기 입장권 가격을 할인해준다고 쓰여 있었다. 표 파는 곳에 종이를 내미니까 진짜로 ¥2,700 하는 홈 서포터 자유석을 ¥1,500에 살 수 있게 해준다. 다만, 나보다 먼저 도착한 친구는 일찌감치 표를 구입해버렸는데 그 친구는 ¥1,200을 돌려받지 못했다. 한 사람이 입장권 다섯 장까지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쓰여 있었는데 이미 구입해버려서 안 되는 모양이다. 당연히 안 될 거라 생각하긴 했지만 정말 안 해주네. 친구한테 '잘못 구입했으니 환불해달라' 하고  내가 할인된 가격으로 두 장 사는 걸 시도해볼 걸 그랬다.




세레소 오사카에는 한국인이 여러 명 있다. 일단 감독이 윤정환. 선수로는 붙박이 골키퍼로 뛰고 있는 김진현이 있고, 양동현안준수도 세레소의 유니폼을 입고 있다. 그러나, 김진현을 제외한다면 모두 그닥 좋지 않은 상황이다. 윤정환 감독의 경우 지난 오사카 더비에서 패배한 뒤 경질 운운하는 기사가 나오기 시작했고, 올 시즌을 끝으로 재계약 안 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한다. 비리비리하던 팀에 우승 컵 두 개를 가져다 줬지만 다음 시즌에 우승하지 못하니까 바로 내친다. 냉혹하고만. 양동현은 몇 경기 나서지도 못한 채 아예 전력외 취급이다. 지금은 후보 명단에도 오르지 못하고 있다. 안준수는 가고시마 FC로 임대 갔다. -_ㅡ;;;



하루 전에 제법 많은 비가 쏟아졌지만 이 날은 마치 여름과도 같았다. 반 팔 입고 있었지만 땀이 날 정도.



누가 봐도 정치할 것 같아 보이는 사람이 뭐라 뭐라 하더만은, 시장이었던 모양. 그나저나 가와사키 서포터들 엄청 왔다.






경기 시작 전에 멋진 군무를 보여주었던 어린이들. 연예인들 부르는 것보다 지역 학생들의 공연 보는 쪽이 훨씬 낫다.



아마도 올 시즌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볼 수 없게 될 플랑 카드. -ㅅ-   너무 쉽게 레전드라 부르더니 너무 쉽게 보내버린다.



예~~~ 전에 포항의 ACL 원정 때에도 걸려 있었던 것 같은데... 그렇게 따지면 최소 5년 정도는 된 플랑 카드다.



필드 내에 물을 뿌릴 수 있는 스프링 쿨러 같은 시설이 없어서 이렇게 긴 호스를 동원해 물을 뿌리더라.



아직은 빈 자리가 많이 보인다. 그러나 대부분 사람들이 맡아놓은 자리다. 뭔가 올려져 있거나 자리 있다고 표시되어 있다.


경기는 14시에 시작. 내가 도착한 시각은 정오. 표랑 옷 산다고 시간을 조금 까먹긴 했지만 그래도 한 시간 반 전에는 들어갔는데 서포터 석 앞 쪽은 이미 꽉 차 있었다. 실제로 사람이 없더라도 뭔가 물건이 올려져 있거나 경기 전에 나눠준 찌라시를 테이프로 고정해둔 곳이 대부분이었다. K 리그에서는 볼 수 없는 장면. 그만큼 사람이 많다. 우리나라에서 저렇게 자리 맡아두는 건 야구장 내야 쪽에서나 볼 수 있다.


한 사람이 일찍 와서 여러 자리를 맡아두는 건 개매너다. 하지 말아야 할 짓이다. 그러나 다섯 명이 와서 자리 맡아두고 음식을 산다(재입장이 가능하기 때문에 외부의 푸드 트럭으로 음식 사러 가는 사람들이 많다. 푸드 트럭마다 줄이 엄청나게 길어서 한참 기다려야 한다.)거나 다른 뭔가를 하느라 자리를 비웠는지 알 수가 없다는 게 문제다. 경기장 내에 자리 맡아두지 말라는 팻말을 든 사람이 돌아다니긴 했지만 하지 말란다고 안 하거나 하지 않는다. 일본인은 안 그럴 줄 알았다고? 얘네들도 사람이다. -_ㅡ;;;



적당한 곳에 겨우 자리를 잡고 앉았다. 곧장 맥주 사러 출동! 일단 안주 할만한 것부터 사야 하는데, 푸드 트럭은 줄이 말도 못하게 길어서 시도조차 하기 싫다. 가라아게 파는 곳이 있어서 그걸 살까 했는데... 그저 옆에 서 있는 걸로 알고 있었던 사람들이 죄다 줄이었다. 이 쪽도 꽤 길어서 바로 포기. 그 옆에 옆 가게는 그럭저럭 한산한 편이라 거기에서 가라아게와 감자 튀김 세트를 ¥700 주고 샀는데... 일본에서 먹은 음식을 통틀어 가장 쓰레기 같았다. 감자 튀김은 썩은 기름에 튀겼는지 시커맸고 그나마도 기름에 절고 절어 한 입 베어물면 기름이 왈칵! 흘러 나올 정도였다. 그런 감자 튀김도 손으로 집어 담아주더라. 다시는 안 사먹겠다고 다짐했다.



생맥주 한 잔이 ¥550. ¥350도 안 하는 500㎖ 캔 맥주 하나에 벌벌 떨면서 이런 데 돈 쓰는 건 예사로 안단 말이지. -_ㅡ;;;   왔다갔다 하기 번거로울 것 같아 두 잔을 주문했더니 종이로 된 캐리어에 담아주긴 하는데 캐리어에 손잡이가 없다. -ㅅ-   한 손에는 친구가 마실 음료가 든 봉지와 안주, 다른 한 손에는 맥주 두 잔이 꼿꼿이 서 있는 종이 캐리어를 든 채 발발발 떨면서 자리로 돌아갔다.



세레소 오사카의 마스코트 로비 여사. 경기 시작 전에 분홍색 자전거를 타고 경기장 주변을 돌며 팬 서비스를 했다.



어이! 너!


응? 뭐라고?



로비 여사님 남자 친구인지 아들인지, 아무튼 남자 캐릭터도 등장. ㅋㅋㅋ



서포터 석은 응원을 하든, 안 하든, 유니폼 착용은 기본인 듯 하다. 대부분이 입고 있었다.



경기 관람보다 응원이 우선인 사람들. 대단한 열정이다.


갑자기 사람들이 "진횬! 진횬!" 하기에 봤더니 필드 플레이어보다 먼저 몸 풀러 나온 김진현 선수가 인사하러 왔기 때문이었다.


한국의 응원처럼 ○○○! 짝짝짝! 하는 박자였다면 미친 척 하고 엄청 큰 목소리로 응원해보려고 했는데, 우리와 박자 자체가 다른데다 성을 빼고 이름만 부르는 방식의 콜이라 따라하기가 어려웠다. 성 빼고 "진횬!" "진횬!" 진횬!" 하는데 박자를 못 맞추겠더라고. 세레소 오사카의 위기 때마다 김진현의 이름을 외쳐대서 그나마 박자에 좀 익숙해졌다 싶을 무렵 "진" 하기 전에 "김" 외치고 같이 "진현" 외치긴 했는데... 팍팍 악 쓰지 못해 답답했다.



누가 봐도 여름 날씨지, 이게 어디가 11월의 초순 다 지나간 날씨란 말이냐. -ㅅ-



하필 깃발이 내려갔을 때 찍혔는데, 맨 앞에서 깃발 돌리는 여자 분이 두 분인가 세 분인가 계셨다. ㄷㄷㄷ



하이파이브 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 사전에 신청 받아서 추첨으로 뽑는다. 오래 오래 기억에 남겠지.



경기 시작 전 몸 풀러 나온 선수들. 삼삼오오 모여서 가볍게 몸을 풀기 시작.



21번 깃발. 21번은... 김진현 선수다. 팀이 2부 리그로 강등 당했을 때에도 팀을 떠나지 않은 의리에 대한 보답인 모양이다.



올 시즌을 마지막으로 팀을 떠날 것이 확실한 윤정환 감독. 파지아노 가서 승격 시켜주었으면 좋겠다. -ㅅ-



세레소 쪽 골대 앞에서 가와사키 선수가 쓰러지자 김진현 선수가 달려가 심각한 부상이 아닌지 체크하는 모습. 보기 좋았다.

└ 22번 선수는 인천 유나이티드에서 뛰었던 요니치 선수. 여기에서는 "요, 요, 요니치~" 하는 식으로 응원하더라.



잊고 있었는데, 가와사키 프론탈레의 주전 골키퍼는 정성룡이었다. 포항에서 데뷔하여 성남, 수원을 거친 뒤 가와사키로 이적.







전반전을 무실점으로 마치고 라커룸으로 향하는 정성룡 선수.



왜 가와사키가 리그 1위를 질주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경기였다. 필드를 넓게 사용하고 패스 플레이도 훌륭했다. 특히나 삼각 패스 주고 받으면서 슬금슬금 전진하다가 빈 틈 생기니까 돌파하는 장면이 자주 나왔다. 얼마 전에 본 파지아노 vs 마치다 경기에 비하면 하늘과 땅 차이의 경기력이다. 우승할만 하다.


경기 시작 후 가와사키가 분위기를 잡았지만 이내 세레소 쪽으로 넘어왔다. 그러나 마무리가 깔끔하지 못해서 결정적인 장면은 만들지 못했다. 좌우에 빈 공간이 많은데 좀 더 적극적으로 파고 들지 않고 중앙을 고집했기 때문이다. 수비가 중앙에 밀집되어 있으니 좌우로 퍼지지 않을 거라면 중거리 슛이라도 날려야 하는데 그런 것도 거의 없었다. 그래도 제법 위협적인 찬스가 몇 개 있긴 했지만 대부분 아슬아슬하게 머리를 비켜 가거나 골대 위로 떠버렸다.


그리고 후반. 10분도 되지 않아 세레소가 선제 골을 터뜨렸다. 김진현으로부터 시작된 빠른 역습으로 순식간에 하프 라인을 넘었고 왼쪽 사이드에서 중앙으로 볼 투입. 중앙에서 곧바로 리턴. 사이드에서 조금 더 치고 가다가 침투하는 중앙으로 패스를 찔러넣었고 가와사키 수비가 침투하는 선수를 놓치면서 결국 골. 정성룡이 손을 뻗어봤지만 막지 못했다. 이거 막았다면 이번 주 내내 리플레이 됐을텐데.


골 넣고 나서 일찌감치 내려앉은 세레소. 저러다 한 골 먹지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경기 시간 다 끝날 무렵 패널티 킥을 내주고 말았다. 수비가 상대 공격수를 놓치는 바람에 김진현이 몸을 날려 막았는데 이게 반칙으로 선언되었다. 김진현이 반대 방향으로 몸을 날려 결국 실점.


이렇게 끝나는가 싶었는데... 후반 추가 시간에 세레소의 극장 골이 터졌다. 가와사키가 왼쪽에서 공 가지고 멈칫멈칫 하다가 뒤로 패스를 돌리려고 살짝 띄워 찼는데 이게 세레소 선수 몸 맞고 떨어졌다. 가와사키 선수는 핸드볼을 주장했지만 그대로 플레이. 이 공을 잽싸게 가운데 거쳐 반대쪽으로 연결했고, 패널티 박스 안에서 가운데로 패스된 공을 야마무라가 슛. 원래는 골키퍼에게 안겨야 할 공인데 슛을 막겠다고 몸을 날린 가와사키 선수 맞고 굴절되어 들어갔다.


그리고 바로 경기 끝.



가와사키는 이 날 경기에서 졌지만 2위인 히로시마 역시 져버려서 우승을 확정 짓게 되었다. 리그 2연패.



미모의 보안 요원. ㅋ



우승해서 신난 가와사키 프론탈레 서포터들. 부럽다. 좋겠다, 임마. -_ㅡ;;;



지난 번 오사카 더비는 반대쪽의 서포터 자리에서 봤다. 말이 서포터 자리지, 골대 뒤의 메인 서포터 자리을 잡지 못한 사람들이 모여 앉는 정도의 위치였다. 원정 팀 서포터 바로 옆이라서 감바 오사카 서포터들의 노래가 더 잘 들렸던 곳. 세레소 오사카의 서포터 쪽에 앉은 건 처음이었고 응원하는 걸 보고 들은 것도 처음이었다. 대부분 유명한 곡의 멜로디를 따서 가사를 만들어 부르는데 세레소 오사카는 그게 없었다. 90분 동안 아는 노래 딱 두 개 나왔는데 하나가 올레~ 올레 올레 올레~ 하는 멜로디의 노래, 다른 하나가 고 웨스트. 그 외에는 전부 모르는 멜로디였다. 거기에다 가사도 다양하지 않아서 대부분이 세레소 오사카를 반복해서 외치는 수준. 빠르게 흘러가는 멜로디 속에 세. 레. 소. 오. 사. 카. 여섯 음절을 불러야 하니 쎄레쏘-삿카로 들리더라.


뒤쪽에 카랑카랑한 목소리의 여자 분이 90분 내내 응원을 했는데 엄청난 목소리로 막 악 쓰며 부르는 건 아니지만 주위에 들릴 정도로 계속 따라 불렀다. 어떤 분인가 한 번 보고 싶었지만 실례일 것 같아 참았다. 대신 경기 끝나면 나갈 때 멋있었다고 엄지척! 한 방 투척하려 했는데 극장 골 때문에 흥분하는 바람에 깜빡했다. -ㅅ-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대단하다 싶었던 게, 실점 이후 응원이 더 거세졌다는 거다. 실점도 후반 45분에 해서 사실 상 무승부로 끝난다고 봐야 할 경기였는데 지금까지 조용히 있던 사람들까지도 노래 따라부르면서 응원하기 시작하더라. 어려울 때 힘이 되는 응원, 말이 쉽지 진짜 어려운 건데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저렇게 못한다. 리드 잡으면 그 뒤부터 미쳐 날뛰는 건 할 수 있지만 실점해서 동점 되면 풀썩! 주저 앉는 게 나인지라. 내가 못하는 걸 하니까 더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선수들 인사하러 오는 것까지 보고 밖으로 나왔다. 좀 더 지켜보고 싶었는데 같이 간 친구가 나가자고 재촉하더라. 집으로 오다가 인생 술집 들러 한 잔 할까? 했지만 그냥 왔다.



할인된 가격인 ¥1,500은 K 리그 입장료와 비슷한 수준. 나름 재미있게 잘 봤다. 24일 경기 때에는 조금 더 일찍 가서 앞 쪽에 앉아볼까? 하는 생각도 든다. 마지막 경기니까 양동현 선수라도 나와줬음 좋겠는데.


아! 그러고보니. 오늘 경기장에서 포항 서포터 만났다. 흰 옷 입고 왔던데. 오사카 여행 왔다가 축구 보러 온 게 아닌가 싶더라. 포항 경기 때 가끔 탐도 치면서 열정적으로 응원하는 젊은 친구인데, 딱히 친분이 있거나 하지는 않고 얼굴 정도만 아는 정도라 불러서 아는 척은 못했다. 사실 처음에 봤을 때에는 응? 하고 의심했다. 긴가민가 싶더라고. 하지만 빈 자리가 없어서 헤매면서 내 앞 쪽을 왔다갔다 하기에 그 때 확신했다. 포항 유니폼 입고 있었으니 내 쪽 봤다면 어! 했을텐데.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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