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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뽀오츠 』/『 축  구 』

J2 리그 제29절, 교토 상가 FC vs 아비스파 후쿠오카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19. 8.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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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동현 선수의 골 소식에 대한 뉴스를 보다가 문득 '교토 원정 경기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사카를 연고로 하는 세레소와 감바는 모두 1부 리그에 속해 있으니 양동현 선수가 소속된 2부 리그의 아비스파 후쿠오카와는 경기를 할 수가 없다. 그나마 가까운 교토가 2부 리그니까 교토와 후쿠오카의 경기를 보러 가면 좋겠다고 생각한 거다.
  • 검색보니 8월 24일에 아비스파 후쿠오카가 교토로 원정을 온다. 저 경기를 보러 가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구글 지도를 통해 니시 쿄 고쿠 경기장에서 가까운 숙소를 찾아 예약하고, 하루 전에 입장권도 미리 구입을 했다. 1부 리그 팀의 서포터 자유석은 2,000円에 조금 못 미치는 가격인데 2부 리그는 1,500円 살짝 넘는 수준. 크게 싸거나 하지는 않다.



  • 집에서 빈둥거리다가 어슬렁~ 어슬렁~ 출발. 일단 숙소에 가서 체크 인을 하고, 경기장으로 향했다. 걸어서 30분 조금 안 걸렸다.
  • 지난 번에 파지아노 오카야마의 원정 경기 때(https://pohangsteelers.tistory.com/1789) 왔었기 때문에 원정석이 어디인지 알고 있지만 혹시나 해서 경기장 안내도를 보고 있으니 진행 요원이 "괜찮습니까?" 하고 말을 걸어 온다. 원정석이 어디냐고 물어보니 예전 그대로.
  • 원정석 입구로 가니 표를 가지고 있냐고 해서 고개를 끄덕인 뒤 바코드 찍고 들어갔다. 일본은 어디를 가도 원정 팬들의 수가 상상 이상인지라 이번에는 놀라지 않았다. 후쿠오카 팬들도 꽤 많더라.
  • 후쿠오카 유니폼 뒤에 메인 스폰서가 떠억~ 하니 박혀 있었는데 신일본(新日本)까지는 알겠는데 뒤에 두 글자를 모르겠더라. 설마 신일본제철? 지금의 한일 관계 악화를 불러온 원흉? 하지만 '철' 자라면 쇠 금(金)이 들어갈텐데? 나무 목(木) 밖에 안 보이는데? 만에 하나라도 신일본제철이 메인 스폰서라면 나는 진짜 지독히도 멍청한 짓을 하고 있는 거잖아? 아무리 양동현 선수만 응원한다 해도... -ㅅ-
    나중에 검색해보니 신일본제약이었다. 응? 저게 약(藥) 자라고? 아는 한자인데? 나무 목 밖에 안 보이던데? 폰트가 이상해서 '약 약' 일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_ㅡ;;;



  • 경기 시작 전에 몸을 풀기 위해 선수들이 필드로 나왔는데 가장 먼저 서포터 쪽으로 인사를 하러 온다. 다른 선수들보다 머리 하나 정도가 껑충하게 큰 양동현 선수는 어렵지 않게 눈에 띈다.
  • 등번호가 마킹되지 않은 유니폼을 입고 갔기 때문에 양동현 선수와 눈 정도는 마주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멀리에서도 잘 보일테니까.
    보라색의 교토, 짙은 파란색의 아비스파, 거기에 비하면 검정-빨강 가로 줄무늬 유니폼은 단연 눈에 띄니까, 경기장 근처에서 도 힐끗힐끗 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선수 이름은 없었지만 스폰서는 마킹이 된 유니폼이었기 때문에 누가 봐도 한국 팀의 유니폼인 것 정도는 알 수 있었을 거고. 맨 정신이라 좀 쪽 팔리긴 했지만 가슴 펴고 응원하러 간건데... 눈 한 번 못 마주쳤다. 아쉽더라.



  • 선수들이 몸을 풀기 시작할 때 J리그 홈페이지에서 스타팅 멤버를 검색해보니 양동현 선수는 후보다. 응? 팀 내 최다 득점자 아닌가? 후보로 둔다고? 전반에 지키고 후반에 승부 볼 생각인가?
  • 아니나 다를까, 양동현 선수는 후보 선수들끼리 공 돌리는 연습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 그 연습이 끝나자 필드 위에 어정쩡하게 서서 아무 것도 안 하고 있더라. 적극적으로 슈팅 연습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멀뚱멀뚱 서 있다가 자기한테 공이 오면 누구한테 줘야 하나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다가 패스 해주고 끝. 그리고 계속 멍 때리고 있다. 얼마 후 동료와 짧은 패스를 몇 차례 주고받긴 했지만 제대로 몸 푼다는 인상은 받지 못했다. 뭔가 왕따 당하는 사람을 보는 것 같았다.
  • 경기 중에도 마찬가지. 다른 선수들은 노란 색 조끼를 입고 있었는데 양동현 선수만 하늘색 티셔츠 차림으로 설렁설렁 몸을 풀고 있었다. 후반전 20분이 지나서야 누가 뭐라고 했는지 동료와 한참 대화를 나눈 끝에 조끼를 입더라.
  • 후쿠오카에서 두 명의 선수를 교체했고, 이제 가능한 교체는 한 명 뿐. 내심 양동현 선수가 나오기를 기대했지만 조끼를 벗고 준비하는 선수의 등번호를 보니 확실히 9번은 아니다. 마지막 교체 선수가 벤치에서 준비하는 것과 동시에 다른 선수들도 다 벤치로 돌아가더라.
  • 경기는 1 : 1 로 끝났고 양동현 선수는 결국 경기에 나오지 못했다. 경기가 끝난 후에도 선수들이 서포터 쪽으로 인사를 하러 왔는데 이 때에도 내심 기대를 했다. 다른 팬들이 앞 쪽으로 우르르~ 몰려 갈 때에는 어중간한 자리에 혼자 서서 양 팔을 위로 들어올린 채 박수치고 있었다. 맨 정신이었지만 양동현 선수가 이 쪽으로 본다면 미친 척 하고 "양동현~ 화이팅!!!" 을 외치려고 똥배에 힘주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도 양동현 선수는 내 쪽을 보지 않았다. 시선이 근처에도 안 오더라. 술이 좀 들어갔다면 보거나 말거나 이름 외치면서 힘내라고 응원했을텐데, 맨 정신이라 그러기가 쪽 팔렸다.



  • 아무튼. 양동현 선수 응원하겠답시고 포항 유니폼까지 걸치고 갔는데 선수와 눈 한 번 못 마주치고 그냥 돌아와야 했다.
  • 어째 경기 본 얘기는 안 하고 양동현 선수 타령만 하고 있는데, 경기는 꽤 재미있었다. 시작하자마자 굉장한 템포로 공이 왔다갔다 했다. 교토가 밀어붙이는 분위기였고 후쿠오카가 간간히 반격하는 양상. 교토도 그렇고, 후쿠오카도 그렇고, 생각보다 짧은 패스의 정확도가 높았다. 좁은 공간에서 주고 받는 패스의 정확성이나 스피드가 제법.
  • 교토는 수비수 뒤로 길게 들어가는 패스가 여러 차례 있었고 왼쪽 윙의 돌파가 여러 번 나오면서 찬스를 만들어냈다. 왼쪽 윙어는 특히 수시로 자리를 바꿔가며 계속 후쿠오카를 흔들어댔다. 반면 후쿠오카는 하프 라인 밑에서는 곧잘 패스하다가도 하프 라인만 넘어갔다 하면 애먼 데로 패스하거나 삽질을 해서 변변한 기회조차 없었다.
  • 교토가 먼저 득점을 했고 후반전에는 후쿠오카가 기를 쓰고 덤벼 들었다. 결국 패널티 박스 안에서 교토 수비수의 손에 공이 맞는 바람에 패널티 킥이 선언 됐는데 후쿠오카의 패널티 키커가 크로스 바를 때려 버렸다. 좋은 기회가 날아가긴 했지만 얼마 후 왼쪽에서 넘어간 크로스를 머리로 받아 동점 골을 만드는 데 성공.
  • 경기 종료 직전에 교토의 버저 비터가 터졌지만 오프 사이드 선언으로 골은 무효. 그 과정에서 후쿠오카의 골키퍼가 부상을 입었고 필드 플레이어와 달리 밖에서 치료 받지 못하는 골키퍼이기에 팀닥터가 들어가고 어수선한 사이에 휘슬이 울렸다.
  • 그러고보니 이 날 후쿠오카의 골키퍼는 슈퍼 세이브가 최소 세 번. 교토의 골도 거의 막을 뻔 했다. 순식간에 터졌는데도 반응하는 게 놀랍더라. 내 기준에 MOM은 후쿠오카의 골키퍼.




  • 경기는 그럭저럭 재미있었지만 양동현 선수에게 아직도 응원하는 포항 팬이 있... 아, 나 이제 포항 팬 아니지. 아무튼 포항 시절의 활약을 이유로 아직도 응원하고 있는 팬이 있다는 걸 알리고 싶었는데... 양동현 선수가 봤을랑가 모르겠다. 포항에서의 화려한 시절을 뒤로 하고 세레소를 거쳐 후쿠오카까지 갔는데, 다치지 말고 멋지게 활약해서 다시 1부 리그 올라가거나 K 리그로 복귀했음 좋겠다.
  • 교토는 내가 알기로는 지금이 최고의 성적. 한 경기를 덜 치른 오미야 아르디자와 같은 승점으로 3위에 랭크되어 있다. 오미야는 내리 3연승 한 반면 교토는 최근 세 경기에서 2무 1패로 부진한 편. 하지만 조금만 더 분발하면 다이렉트 승격도 가능한 상황이다. 교토가 이런 적이 있었던가?
  • 파지아노 오카야마는 현재 10위. 승격은 무리고. 플레이 오프도 무리일 것 같다. 하지만 22개 팀 중 10위면 최근 성적 중에서는 나쁘지 않은 편인 것 같다. 아비스파 후쿠오카는 18위. 강등권은 아니지만 마음 놓을 정도는 아니다.
  • 이 날 7,774명 들어온 걸로 집계되었더라. 1부 리그 올라가면 평균 관중 만 명은 충분히 가능할 것 같다. K 리그도 1부, 2부 가리지 않고 팬들이 꾸준히 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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