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조한 장소에 습기를 더해주는 기계는 가습기. 영어로는 humidifier. 양키들에게 '휴미닛빠이얼' 이라고 하면 된다. 일본인 친구에게는 '카시츠키', 중국인에게는 '짜-슷치' 라고 하자. 독일인 친구라면 '룹으트퍼보이시타' 라고 하면 알아들을테지. 못 알아들으면 발음이 구린 거다. 프랑스 녀석에게는 '샤튜-하떠',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나라에 간다면 '움메따도르' 라고 해보자.
습한 장소의 습기를 제거하는 기계는 제습기. 영어로는 dehumidifier. 가습기 앞에 반대의 의미를 가진 de를 붙여 '디휴미닛빠이얼' 이라고 하면 되시겠다. 일본어로는 '죠시츠키', 중국어로는... 야, 이, C! 대체 왜 이 블로그에서 제습기 얘기만 했다 하면 애먼 곳으로 빠지는 거냐!!! (╯°Д°)╯ ┻━┻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40년 내 인생에서 제습기라는 물건은 노비타 DH-15 뿐이었다. 지금도 네일베에서 '노비타 DH-15' 로 검색하면 내 글이 가장 먼저 뜬다. 돈이나 현물 받아 처먹고 좋다고 똥꼬 빤 블로거 AH 77I 들아, 결국은 나의 승리드아아아!!! ㅽ
제습기 사고 쓴 글은 여기 → https://pohangsteelers.tistory.com/836 되시겠고, 제습기 고장나서 결국 사망 신고한 글은 여기 → https://pohangsteelers.tistory.com/1620 되시겠다.
한 번 제습기를 써보니, 없어서는 안 될 녀석이더라고. 그래서 제습기가 고장난 후 당연히 더 좋은 녀석으로 장만을 할 생각이었다. 다만... 저 때에는 한국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일본으로 2년 동안 유학을 갈 예정이었던지라 구입을 미뤘다. 그리고 1년 6개월이 지나 한국에 돌아왔지.
다시 시작한 한국에서의 내 공간은 세 평 남짓한 자그마한 방. 작지만 책상도 있고, 침대도 있다. 옷장도 있고, 에어컨도 있다. 에어컨이 있으니 제습기 살 생각은 안 들지, 당연히.
하~ 지만!
일주일 내내 비가 오는 장마. 환경을 위해 정량의 다우니를 넣었는데, 빨래에서 썩은 내가 난다. 빨래 썩은 내의 원인은 세탁기 안의 곰팡이라는 광고를 봤던지라 락스 넣고 세탁조 청소를 했음에도 효과가 없나 보다. 실내에서 건조해도 꿉꿉한 냄새가 안 난다고 광고하는 섬유 유연제도 있지만, 나는 더 이상 멍청하지 않다. 속지 않는다. 일주일 짜리 장마에는 장사 없다. 결론은 꼬랑내인 것이다.
다우니의 최첨단 과학에 힘입어, 문지르고 비비면 향긋한 향이 나긴 한다. 문제는, 그 때 뿐이라는 것. 가만히 있으면 꿉꿉한 꼬랑내가 나는 것이다. 그렇잖아도 나이 먹고 장가도 못 간 채 혼자 산다고, 불쌍한 노인 취급 받고 있는 마당에 꼬랑내라니. 당치 않다!
이미 제습기를 써보았던 사람이기에, 제습기의 성능과 효과는 의심하지 않는다. 내 앞을 가로막는 것은 빵꾸 난 통장 뿐!
제습기를 검색해봤더니, 삼성은 장사 접었나봐? 안 나오네? 10만원 미만의 가격으로 팔리는 제품도 있더라. 미니 어쩌고 저쩌고 하는 이름으로. 진지하게 궁서체로 충고하건데, 미니 어쩌고 하는 걸 싸다고 사면 자신의 어리석음을 뼈 저리게 후회하게 될 거다. 10만원 미만의 가격으로 미니 어쩌고 하는 이름에 파는 모든 제품은 제습량이 1ℓ가 안 된다. 저걸 몇 만원 주고 사느니, 유사 '물먹는 하마' 를 수십 개 사서 가시는 걸음, 걸음 놓는 것이 낫다. 전기로 돌아가는 제품 대부분이 그렇지만 제습기는 특히나! 싸면서 좋은 건 없다. 비싸면서 좋은 건 많다.
생활 가전은 LG 아니겠어? (자, LG의 인터넷 홍보 담당자 분은 빨리 댓글로 '뭐라도 줄테니 똥꼬 빠는 글 써달라' 고 해봅니다. 자, 실~ 시~) 손전화 분야에서는 기를 쓰고 자기 목에 동아줄을 걸고 있는 LG지만, 생활 가전은 훌륭하지. 하지만 LG의 제습기는... 2012년이나 지금이나, 오질라게 비싸다. 어지간해야지, 비빌 수준이 아니다. 고로 포기.
보× 전자를 비롯해서 그닥 유명하지 않은 회사의 제품도 있다. 내 인생 최초의 제습기였던 노비타 제품 있지? 후기 검색해보기 바란다. 부품 없어서 못 고친다는 어이없는 답변을 들었다는 후기가 차고 넘친다. 망해도 쫄딱 말고 어지간히 망할 것 같은 회사를 선택해야 한다.
그리하여 남은 것이 위닉스와 위니아. 물론 에어컨을 개발한, 인류를 위한 최고의 공헌자 캐리어 님의 회사, 캐리어에서 나온 제품도 제법 싸던데 좀 더 자세히 보니 고장난 거 부품용으로 파는 거더만? 저런 건 왜 검색되는 건데?
아, 샤오미는 왜 빼놓는 거냐고? 음... 가격 대비 성능을 보면 샤오미를 이길 수가 없다. 하지만 개인 통관 번호 넣고 사야 하는데다, '중국 제품은 좀...' 이라는 지독한 편견에 사로잡혀있는 사람인지라 못 본 척.
위닉스 홈페이지에 갔더니 뭔가 폼 나게 보이고픈 욕구는 알겠는데, 정작 필요한 정보를 보기는 어렵다. 단종된 것도 떠~ 억~ 하니 올려놓고. 그거 하나로 퇴짜! 다음은 위니아... 라고 하지만, 사실은 디자인 보고 이미 위니아로 마음을 굳혔다. 나는 성능이나 가격보다 디자인 따지는 사람. 그리고 그 디자인이라는 건 사람마다 호불호가 갈리는 거지. ㅋ
위니아의 제습기는 18ℓ / 16ℓ / 14ℓ / 11ℓ / 8ℓ 로 나뉘어 있다. 제습 용량이다. 당연히 제습 용량이 클수록 비싸지. 이 몸이, 어! 지금은 혼자 사는 독거 노인이지만, 어! 가까운 미래에 초절정 꽃미녀와 결혼한 뒤 미친 듯 위국헌신하여 애를 막, 응?! 아주 그냥 막, 어?! 해가지고, (뭘?) 아무튼, 그래가지고 대가족이 되고, 대저택에서 살게 될지도 모르잖아? 어! 그러니까, 제습 용량은 무조건 큰 걸로 가즈아!!! 는 질알. 그 때가 올지도 모르고, 온다 해도 그 때 되면 더 좋은 거 나올 거다. 그러니 그냥 적당한 걸로 사자.
기능을 본 뒤 11ℓ 짜리 사려고 했는데 30만원이 넘어간다. 아! 아아... 안 돼. 무리. 무리다요. 비싸. 메챠 타카이. 네단가 타카이데쓰요. 8ℓ 짜리로 타협하자. 그런데 8ℓ 짜리 제품이 셋. 다행히 위니아 홈페이지는 세 개까지, 비교가 가능하다. 그래서 8ℓ 모델을 비교했더니... 모든 스펙과 기능이 동일하다. 그런데 가격이 달라. 뭐냐, 이거?
예전 같으면 엑셀 열어놓고, 기를 쓰고 세부 스펙을 찾아보겠지만... 그렇지만... 귀찮다.
그래서 그냥 적당히 하나 선택. 가격 비교 사이트에서는 ○9가 가장 싸다고 나오지만 네일베에 검색하면 위×프가 더 싸다. 지금으로부터 8년 전에 산 제품도 20만원 가까이 했는데, 그보다 싸잖아. 그러니 망설일 이유가 없는데... 20만원 가까운 돈을 쓰자니 부들부들. 도시 빈민에게는 무척이나 큰 돈인 것이다. 하지만... 망설임은 배송을 늦출 뿐. 지르자!!!
아니! 눈 감으면 코 베어 가는 세상이라지만, 161,680원이라던 가격이 갑자기 188,000원으로 바뀌어버렸다!
당황하지 말고, 다시 아까의 네일베 사이트로 가자. 그리고 다시 링크를 눌러 보자. 그러면...
로그인이 된 상태에서 할인 가격이 뜬다. 그런데... 더 싸게 뜬다. 뭔가 좀 더 할인되는 게 있는 모양이다.
카드 결제를 선호하지만, 자꾸 카드 긁어대다가 패가망신할 것 같아서 카카오 페이로 냈다. 8년 전보다 더 좋은 제품을, 더 싸게 살 수 있었다. 다행이고만. ㅋ
방에서 나가니 거실에서 습기가 훅~ 밀려 온다. 일주일 이내에 출고라고 하니 장마 끝나고 올지도 모르겠지만, 더 이상 빨래에서 꿉꿉한 냄새가 나지 않는 것이 가능하다는 게 어디냐. 출근하기 전에 베란다 문 다 닫아놓고 제습기 돌리고 가면, 퇴근해서 뽀송뽀송한 옷과 수건을 만날 수 있다. 므흐흐흐~
제품이 오면 부지런히 사진 찍고, 간단한 후기 올려보도록 하겠다.
최근에는 주말이고 뭐고 없이 질렀다 하면 바로 배송 준비 들어가고, 토요일에 도착하는 일도 다반사인데 말이지. 제습기 시장이 핫하다더니 제법 배가 부른 모양인지 그냥 '주문 완료' 상태네. 판매자가 주문을 확인하기 전 상태란다. 그렇지. 저걸 파는 사람의 주말도 소중하니까. ㅋ
다음 주 수요일까지 비 온다는 예보를 보긴 했는데 '그대로 장마가 끝나 버리면 바보 짓 하는 건데...' 싶어서 다시 확인해보니 다음 주 내내 비가 예보되어 있다. 하루라도 빨리 와야 빨래의 꿉꿉한 냄새 걱정 안 하고 세탁기를 돌릴 수 있을텐데. 뭐, 일단 있으면 삶의 질이 확 올라가는 건 확실한 게 제습기니까. 빨리 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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