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있을 때에도 친구들에게 말했었다. 유학 끝나고 돌아가면, 한 3개월 지나서 살던 동네 그립다며 여행 와서는 어슬렁거리며 걸어보고 그러면서 궁상 떨 거라고, 나는 틀림없이 그럴 거라고.
나 자신을 너무 과대 평가했다. 3개월이 뭐야. 불과 한 달 지났는데 그 시절이 그리워 숨질 것 같더라. 그리고 시나브로 3개월이 지난 지금은... 눈 앞에 아른거린다. 꿈에도 나온다. 염병할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여행에 제한이 없었더라면, 진작에 비행기 표 끊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살던 동네가 그립던 와중에 구글 지도가 머릿 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렇지! 구글 스트리트 뷰가 있었지!
그리하여, 구글로 본 동네 풍경.
코보레구치駅 쪽에서 보면 이렇다. 고만고만한 동네에 느닷없이 등장하는 11층 건물. 월세 75만원 짜리 호화 맨션!
너무 비싸서 오다가면서 보기만 하고 한 번도 이용하지 않았던 미용실은 쉬는 날. 월요일에 사진을 찍은 건가?
11층 맨션의 11층, 1호부터 6호까지 있는데 1104호가 내 집이었다. 저 코딱지만한 방이 그리워... T^T
정문으로 나오면 이 쪽 길을 걸어 학교까지 간다.
집 근처에 한국 식품 가게가 있어서 가끔 김치도 사먹고 그랬는데 여기서 파는 김치도 현지화되어 달더라.
지난 해 9월, 10월에 찍은 사진이던데 이 때에는 아직 유치원이 지어지지 않았었네. 저 멀리 보이는 하루카스.
전철이 다니는 고가 아래로 쭈~ 욱 걸어간다. 아, 그립다, 그리워.
학교에 가면서, 집으로 가면서, 자주 이용했던 편의점. 일본에서 세븐 일레븐에 가장 많이 갔었던 것 같다.
요즘은 보기 힘든 전당포. 학교 갈 때에는 항상 저렇게 문이 닫혀 있었다. 문 연 걸 본 적이 거의 없었다.
저 하늘, 9월인데도 한여름처럼 느껴지는 더운 공기, 전부 생각난다.
이 근처에 등교 자원 봉사를 하는 할아버지가 계셨다. 매일은 아니고, 일주일에 세 번 정도는 나오셨던 듯. 머리도 하얗고, 나이가 꽤 지긋해보이는 분이셨는데 나를 보면 어김없이 먼저 인사를 하셨다. 어느 순간부터 나도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더랬지. 한 번도 대화를 나누거나 한 적은 없지만, 그 할아버지는 나를 기억하고 있을까?
여기가 학교. 다른 곳보다 시설도 낡고, 알고 보니 선생님에 대한 대우도 형편 없었지만, 그래도 1년 반 동안 정 들었던 곳.
여기는 교류 센터 가는 길에 만나는 교차로. 가고 싶어... ㅠ_ㅠ
망한 안과 병원. 처음 볼 때부터 돌아오기 전까지 한 번도 문 연 걸 본 적이 없다.
관리하기도 힘들텐데, 안에 싹~ 비우고 나 살라고 하면 얼마나 좋아? 이런 생각을 했더랬다.
처음 갈 때만 해도 공사 중이었는데 어느 새 다 지어져 분양하고 있던 맨션. 여기도 상당히 비싸 보인다.
맨션 맞은 편도 아직 공사 중일 때였네. 저기에는 튀김 가게가 자리 잡았다. 모퉁이에, 기똥차게.
저 앞에 보이는 높은 건물이 호텔. 그 옆이 교류 센터다. 참고로 오른쪽에 있는 대나무 문 같은 곳은 주차장.
저기에 프리우스 한 대가 정말 기똥차게, 대체 어떻게 세웠는지 너무 궁금할 정도로, 몇 ㎜ 공간 밖에 없는데도 끝내주게 주차되어 있었는데.
20년 전, 훈련소에 들어간 지 3주 만에 사격 훈련장으로 이동하면서 바깥 세상을 보게 됐었다. 스커트를 입은 처자가 손전화로 통화를 하면서 걸어가는데, '아니, 어떻게 내가 없는데도 세상은 여전하지? 아무 변화가 없지? 그래도 돼?'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없는 자리는 뭔가 티가 날 줄 알았는데 그런 건 1도 없었다. 그 때 느낀 허탈함. 그게 일본의 사진을 보면서도 조금 느껴진다. 내가 떠나온 지 3개월이 됐지만 거의 모든 사람들은 그런 걸 느끼지 못하겠지. 그냥 늘 같은 하루가 이어지고 있겠지. 나라는 사람이 떠나온 게 조금도 티나지 않겠지. 그런 생각을 하니 조금 슬퍼졌다.
앞으로 어떤 인생이 내 앞에 펼쳐질지 전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지금까지 살아왔던 시간 중에서는 가장 행복했던 시기를 보낸 곳. 그래서 보기만 해도 짠해지는 곳.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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