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한자로는 勞動 ← 이렇게 쓴다. 영어로는 레이버, 일본어로는 로~ 도~ 또는 하타라키, 중국어로는 라오↗똥, 스페인어로는 라보르, 독일어로는 아르바이트!
명사이고, '몸을 움직여 일을 함.' 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사람이 생활에 필요한 물자를 얻기 위하여 육체적 노력이나 정신적 노력을 들이는 행위.' 를 말한다.
저 의미대로라면 대한민국에서 노동자가 아닌 사람은 거의 없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 개 망나니 짓을 해도 먹고 사는 데 지장이 없는 극소수, 또는 숨만 쉬면서 나라에서 주는 돈으로 연명하는 사람들 정도를 제외한다면 대부분이 노동자다. 나도 노동자고, 경찰이나 군인도, 소방관도, 의사도, 모두 노동자다.
그런 노동자가 자신을 고용하여 임금을 주는 사람이 부당한 짓을 할 경우에 대비해 자기들끼리 뭉친다. 그걸 노동 조합이라 부른다. 줄이면 노조가 된다.
내가 사업을 시작했다고 치자. 혼자 아둥바둥하다가 일이 많아져서 아는 동생을 불렀다. 둘이서 일을 하는데 역시나 일손이 부족하다. 두 명 더 뽑아서 일을 시켰다. 얼마 후 또 두 명을 뽑았다. 여섯 명이 일하는 사업체가 된 것이다. 자, 내가 차린 회사에서 노동자는 몇 명인가? 나는 사장이니까 빼고 다섯 명? 아니다. 나도 노동자다. 몸을 움직여서 일하고 그에 따른 댓가로 임금을 받으니까.
그러다가 규모가 더 커졌다. 직원이 시나브로 늘어 300명이 됐다. 이제 나는 사장실에서 골프 연습이나 하면서 빈둥거려도 된다. 실무에서 손을 뗀 거다. 경영자가 된 거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노동자다. 경영하는 것도 엄연히 일을 하는 거니까. 하지만 나는 노동 조합에 들어가지 못한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몇 사람이 모여 노동 조합을 만들었단다. 알았다고 했다. 노동자끼리 모이는 건데, 그게 나쁜 건 아니잖아? 그런데 느닷없이 임금 협상을 하자고 한다. 내년에는 3% 올려주겠다고 했더니 물가 인상률보다 낮다며 안 된단다. 그럼 얼마를 원하냐고 물어보니 7%라 했다. 사업하는 다른 친구에게 물어보니 미쳤냐며 5%도 과하다고 한다. 협상을 했다. 결국 내 의사대로 5% 올려주기로 했다.
순식간에 1년이 지났다. 또 찾아왔다. 이번 만큼은 7% 올려달라고 한다. 회사가 어려워서 임금을 올려줄 여력이 없다는데 막무가내다. 환장하겠다. 잘라버리고 싶은데 그것도 안 된단다. 사장 맘대로 못 자른단다. 법이 그렇단다. 7H AH 77I 들.
나는 널찍한 사장실에서 골프 연습이나 하고, 텔레비전이나 보면서 친구들과 농담 따먹기 하고 매 월 1억씩 가져가지만 그건 내가 사장이니까 그런 거다. 젊었을 때 내가 얼마나 고생을 했는데. 그 보상이라 생각하면 1억도 모자라지. 이 시국에 월급 안 밀리는 데 감사하고 다닐 것이지, 뭐? 파업?
300명 모두에게 7%를 올려주면 내가 가져가는 돈을 줄일 수밖에 없다. 당장 아들내미 스포츠 카 리스 비용부터 빼야 할 판인데 이 ㅺ가 펄펄 뛸 게 분명하다. 게다가 매 월 1,000만원 씩 주면서 만나는 여대생도 정리하고 싶지 않다. 이럴 때에는 친구가 최고다. 강남 룸싸롱에서 딸 뻘 처자의 가슴을 주물러대며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물어봤다. 뭘 그런 걸 고민하냐며, 노조 간부들 불러서 몇 백 만원 찔러 주란다. 응? 그런 방법이?
다음 날 당장 행동으로 옮겼다. 대단한 투쟁이나 할 것처럼 대가리에 뭘 두르고 온 ㅺ에게 슬그머니 500만원이 든 봉투를 내밀었다. 조용히 지나가주면 딱 그만큼 더 주겠다고 했다. 똥 덩어리라도 본 것처럼 경멸하는 표정을 짓던 노조 위원장이라는 ㅺ는 봉투 안에 든 게 만 원 짜리가 아니라 5만원 짜리임을 확인한 뒤 일단 알겠다며 사라졌다. 얼마 후 노조 간부들에게 5,000만원을 지급하면 임금을 동결하는 데 찬성하겠다고 하네? 그러자고 했다. 그렇게 뒤로 건네준 5,000만원 중 2,000만원을 노조 위원장이 먹고 나머지 3,000만원은 간부들 열 명이 나눠 먹었다고 한다.
피 같은 내 돈 5,000 만원이 빠져 나갔다. 올 해는 어찌 넘어갔지만 내년에는 더 줘야 할지도 모른다. 월급 주는 것도 아까운데, 이건 미친 짓이다. 안 되겠다.
회사의 주력 상품 가격을 올리라고 했다. 전무 자리에 앉혀 놓은 아는 동생이 질알을 한다. 이 ㅺ가 건방지게. 내가 책임질테니 다음 달부터 올리라고 했다. 그 날 저녁, 친구를 통해 알게 된 기자를 전에 갔던 룸싸롱으로 불렀다. 명문대 신문방송학과를 나왔다는 이유로 홍보 팀장 자리에 앉힌 젊은 놈이 써준 보도 자료를 건네줬다. 노사와 임금 협상에 타결했고 주력 상품의 가격을 올린다는 내용이다. 물론 가격 인상은 노조, 임금과 관계가 있는 것처럼 두루뭉술하게 썼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났다. 여전히 시장 점유율 1위를 자랑하고 있는 주력 상품의 가격을 올리려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기사가 먼저 나갔다. 망했다 싶었는데 이게 웬 일? 노조 ㅺ들이 문제라는 여론이 만들어지고 있단다. 잽싸게 홍보 팀장을 불러 후배 대학생들한테 술 좀 사 먹이고 노조 까는 글 좀 써달라고 했다. 3일이 지나 ○○○ 게시판을 보니 이게 다 노조 ㅺ들 때문이라며 난리도 아니다. 손 안 대고 코 푼 기분이다.
뭐, 대략 이런 거 아닐까 싶다. 실제 있는 일은 아니고, 그저 내 상상으로 끄적거린 글이다. 우리 모두 노동자인데, 희한하게 경영자 편을 든다. ○○ 자동차가 원가 절감 운운하며 내장재를 플라스틱으로 도배하고, 차에서 똥내가 나도 나는 모르는 일이라는데 그것도 노조 때문이란다. 한 달에 수 천, 수 억을 가져가는 경영자들에게는 문제가 없고, 마누라가 마신 커피 한 잔 값 때문에 언성 높이는 노동자가 문제란다.
흔히 강성 노조에 대해 언급할 때 ○○ 자동차 이야기를 가장 많이 한다. 잘은 모르겠지만, 노동 조합의 임원이라는 냥반들이 과연 노동자들을 위해 일하고 있을지 의문이다. 아울러, 회사가 어려워 임금 인상이 여의치 않다는 회사의 경영진은 과연 자기가 한 일의 댓가를 제대로 받아가고 있는 건지도 궁금하다. 노동자 수십, 수백 명의 월급을 가져가는 게 당연한 걸까?
세월호 기사가 나오면 아직도 세월호 타령이냐며, 언제까지 울궈 먹을 거냐고 난리다.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능력은 사람마다 다르기 마련이다. 같은 재료를 사용해서 같은 공장에서 찍어낸 북도, 같은 사람이 치더라도 울리는 게 다를 수밖에 없다.
세월호 사고 희생자와 그 가족들을 조롱하고 비아냥대는 것들은 평생 국가를 상대로 억울한 일을 겪지 않는다는 보장이라도 있는 걸까? 고속도로 주행 중에 느닷없이 날아온 판 스프링 때문에 크게 다쳤는데 아무도 책임 질 수 없다고 했을 때,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갈 수 있을까? 가족 중 누군가가 분노 범죄의 피해자가 되었는데 죄를 저지른 놈이 술 먹고 심신 미약 상태에서 저지른 일이라는 변명을 일삼은 끝에 집행 유예를 받게 된다면, 그 때에도 그러려니 할까?
내가 아닌, 아예 남의 일임에도 함께 기뻐하고 같이 슬퍼할 줄 아는 게 사람 아닐까? 하물며 같은 노동자인데, 노동자를 쥐어 짜려는 이들의 편을 들면서 노동자를 비하하는 사람들을 보면 무슨 말을 해줘야 할까?
세상에 검은 색과 흰 색만 있는 건 아니고, 회사 측의 입장과 노조의 입장도 제법 복잡할테지. 의외로 양심적으로 경영하는 회사에 양아치 같은 노조 임원들이 있을 수도 있는 거고. 그러니 경영자는 나쁜 놈, 노동자는 착한 놈, 이 따위의 구분은 어림도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본인 역시 노동자임을 잊고 개소리 싸지르는 것들을 보면, 고등 교육을 받고 전지전능한 신을 믿는 사람이 수 억이라는 사실이 그닥 놀라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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