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도 수면의 질이 형편 없지만 휴일에는 더욱 더 엉망이 된다. 평소에는 새벽에 눈이 떠지면 기를 쓰고 더 자려 하는데 휴일에는 낮에 자도 된다는 생각으로 그냥 일어나버리는 거다. 오늘도 마찬가지. 얼마 못 자고 일어났다. PS5의 전원을 켜고 볼리비아의 전장을 뛰어다닌 지 어언 세 시간. 딱히 한 것도 없는 것 같은데 정오가 되어버렸다.
게임을 하면서도 노트북 화면에는 유튜브나 웨이브로 이런저런 영상을 띄워놓고 있는데 오늘 낮에는 『 1박 2일 』 '6대 폭포' 편이 방송 중이었다. 김종민이 수옥 폭포에 갔는데 주소가 충북 괴산으로 나오더라고. 응? 가깝지 않나? 서울에서 두 시간이라 하면 여기에서는 더 가까울텐데? 잽싸게 티맵을 실행해서 검색해봤더니 지방 국도로 가도 한 시간 반이 안 걸린다. 이대로라면 하루종일 방에서 뒹굴거릴텐데, 그러지 말고 가자!
아무 준비도 하지 않고 쌕에 카메라 배터리만 챙겨 넣은 뒤 카메라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출발. 티맵 점수 때문에 최대한 과속을 하지 않으려고 발버둥쳤다. 크루즈 기능이 있으니 운전하면서 딱히 할 게 없다.
내비게이션의 안내대로 가다보면 주차장이 나온다. 하지만 내비게이션은 아직 갈 길이 남았다고 한다. 어떻게 해야 하지? 내비 말은 잘 들어야 한댔는데. 이번 만큼은 내비를 무시하자. 그냥 주차장에 차를 세우면 된다.
내 기준에 스텔스 차박은 아무 것도 없이 차에서 먹고 자고 하는 건데, 요즘 날씨라면 쪄죽기 딱 좋다. 세단이나 SUV에 무시동 에어컨이 있을 리 만무하니 시동을 켜야 하는데 그러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진다. 그냥 맘 편히 숙소 잡고 쉬는 게 낫다.
카페의 야외 테이블에는 아저씨, 아줌마 손님들이 잔뜩 있었다. 5인 이상 집합 금지 따위는 개나 줘버린지 오래. 게다가 줌마저씨 패시브 스킬인 '남들 눈치 안 보고 고성방가' 를 시전하고 있었다. 혼자일 때에는 얌전하던 사람도 무리를 이루면 그렇게 쌘 척 하고 난장판 만들기를 서슴치 않으니, 내가 저 꼴 날까 두려워서 혼자 다니는 거다.
└ 다시 보니 손잡이가 달려 있는 것 같다. 위로 열면 도장이 나올지도 모르겠네.
딱 저기까지 사진 찍고 나니 빗방울이 툭툭 떨어지기 시작했다. 응? 비가 온다고? 비 예보 같은 건 전혀 없었는데? 잽싸게 일기 예보 어플을 이것저것 실행해서 확인해봤지만 비 온다는 얘기는 전혀 없었다. 강수 확률도 0%인데, 그런데 비가 온다. 어지간하면 그냥 맞고 다니겠는데 그냥 맞기에는 꽤 굵은 비. 지나가는 소나기 같긴 하지만 그냥 맞을 수 없다. 차로 돌아가서 우산을 가져와야 할지 망설였다. 다행히 정자가 보여 거기에서 비를 피하기로 했다. 우르릉~ 쿵~ 천둥까지 치고. 아오...
근처에 다른 볼거리도 좀 있는 것 같지만 오늘은 폭포만 보고 돌아가기로 했다. 다음에 좀 더 알아보고 다시 가던가 해야지. 일단 사람이 많지 않아서 좋았다. 한적하게 폭포 소리 듣고 쉬고 싶은 사람들이 가면 좋지 않을까 싶더라. 근처가 문경이라고 해서 조금 놀랐다. 문경세제가 한국인이 가장 가고 싶은 관광지 1위였던 적이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나는 아직 한 번도 안 가봤다. 다음 달에 주사 한 번 더 맞고 나서 8월이 되면 문경에 한 번 다녀와볼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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