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한테 깨지는 꼴을 라이브로 봤다. 경기 시작 전에 방송사에서 보여준 뉴질랜드의 피파 랭킹은 122위. 우리는 39위. 80 계단 이상 아래에 쳐져 있는 팀에게 덜미를 잡혔다. 점유율이 높았다고? 우리가 지배했던 경기라고? 그럼 뭐하나? 골이 없는데? 졌는데. 무승부를 거둬 승점 1점을 따내도 실패한 경기라 평가 받았을 게다. 그런데 져버렸다. 욕 먹어 싸다.
적응 핑계는 댈 수 없는 곳에서 경기가 치러졌기 때문에 더욱 더 짜증스럽다. 시차도 없고 환경도 우리와 거의 비슷한 곳에서 경기를 했는데 발렸다.
선수들이 발 앞에 공을 세워두지 못하는 게 일단 짜증스러웠다. 정태욱 선수야 리그에서도 워낙 팅 팅 튕겨대는 수준이니 그러려니 하지만, 다른 선수들도 하나같이 공을 발 앞에 세우지 못하고 튕겨내버리더라. 그렇게 트래핑이 좋지 않으니 이어지는 패스의 질이 좋을 리 만무. 결국 동료를 쓸데없이 뛰게 만드는 저질 패스가 수도 없이 이어졌다. 전반전의 전방 압박은 훌륭했지만 그 뿐이었다. 성과가 없었으니까.
게다가 심판 성향을 파악하는 것도 부족했다. 더럽게 안 불더라. 그런데도 주야장천 넘어졌다. 어지간하면 안 분다는 것 정도는 전반전이 끝났으면 파악했을텐데 그걸 활용하지 못했다. 좀 더 거칠게 몰아치는 것도 가능했을텐데 너무 아쉽다.
전반에는 중거리 슛도 종종 때리더니 후반에는 오히려 사리는 모습이었다. 게다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정태욱을 앞으로 올려보내는 것도... 참... 내가 장신 선수를 타겟으로 냅다 공 띄우는 플레이를 워낙 싫어하긴 하지만, 그런 개인 성향을 지우더라도 이건 아니다(실제로 수십 년 간 K 리그 보아왔지만 지고 있을 때 공 띄우는 게 먹힌 건 92년인가 93년에 차상해 선수를 타겟으로 했을 때 뿐이었다.). 정태욱이 헤더로 공을 떨어뜨리면 뭐하냐고. 뉴질랜드의 텐 백이 이미 촘촘하게 자리 잡고 있어 리바운드를 따내지 못하는데. 차라리 장지현 해설위원의 말대로 좀 더 파고 들어 사이드에서 올리는 게 훨씬 나을 뻔 했다.
당연히 이길 거라 생각했던 상대에게 깨지고 나니 기레기들이 또 날뛴다. 죽은 자식 ×알 만지는 것도 아니고, 오세훈이랑 조규성 타령하고 자빠졌더라. 저 두 선수가 있었으면 이겼을까? 오늘 경기, 황의조가 찬스를 날려먹어서 진 건가? 아니지 않나? 이렇다 할 찬스조차 없었잖아? 이강인의 탈 압박과 패스에 몇 차례 탄성을 내뱉었을 뿐, 이렇다 할 장면이 없었다.
게다가 이번 대표팀의 가장 큰 구멍이라 확실하는 골키퍼 자리에서는 어김없이 또 위험한 장면이 나왔다. 문전으로 갑자기 꺾이는 크로스가 넘어오니까 손바닥으로 급히 쳐내더라. 리바운드를 잡은 뉴질랜드 선수가 제대로 슛을 못한 게 천만다행이었다. 김민재 선수가 합류하지 못한 수비진도 걱정이지만, 나는 골키퍼 자리가 제일 불안하다. 언제 짐 싸서 돌아올랑가 모르겠지만 경기하는 내내 몇 차례 욕 먹을 장면 만들어낼 게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뭐, 이길 때도 있고 질 때도 있고, 우리보다 약한 팀한테 깨지는가 하면 강한 팀을 잡을 때도 있으니까, 다음 경기부터 잘해서 좋은 성적 거두기를 응원할 수밖에 없지만, 딱히 한국다운 경기를 볼 수 없어서 아쉬웠다. 킬러 패스가 없는 이동준은 그저 쪼차바리 뿐이라는 걸 볼 수 있는 경기였고. 아직도 소속 팀이 포항 스틸러스로 나온(SBS 기준) 송민규 역시 존재감이 거의 없었다.
습하고 더운 날씨에 고생한 선수들이 가장 안타깝고 아쉽겠지만, 당연히 이길 거라 생각한 팬들의 실망감도 엄청 크다. 뭐, 진 건 진 거고, 잘 추스려서 다음 경기에서는 이겼으면 좋겠다. 에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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