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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뽀오츠 』/『 축  구 』

2021 ACL 8강 포항 스틸러스 vs 나고야 그램퍼스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21. 10.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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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에서 나고 자란 덕에 뼛 속 깊이 팬이지만 축구 팬들이 팬고이전이라 부르는, 응원하는 팀을 버리거나 바꾸려는 시도를 여러 번 해봤다. 고생 끝에 낙이 왔음에도 불구하고 팀을 옮기지 않고 의리를 지킨 선수들을 걷어차듯 내쫓은 게 어디 한, 두 번이냐고. 가장 심각했던 건 황진성을 등 떠밀듯 쫓아보냈을 때였다. 이 팀은 구제불능의 3류 양아치라는 생각이 들었다. 강원으로, 대구로, 성남으로, 응원하는 팀을 옮기려는 시도를 해봤지만 결국 포항으로 돌아오게 되더라. 빌어먹을.
올 시즌도 마찬가지다. 김기동 감독님은 강상우와 송민규 선수를 잡아주는 조건으로 재계약을 했는데, 감독에게 말도 하지 않고 송민규의 이적 계약을 진행해버렸다.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운영을 하고 있는 거다. 돈 없다고 징징거리면서 말이지.
쇳덩어리 안 팔릴 때에는 철강 경기가 안 좋다고 우는 소리하더니, 정작 잘 팔릴 때에는 투자를 늘리지 않는다. 만날 유스 선수들 싸게 데려와서 포텐 터지기를 기대하고, 팡! 터진 선수 팔아서 팀을 운영한다. 그렇게 투자를 안 하면 전남처럼 강등 당해서 허우적대야 하는데 어찌저찌 성적을 내고 있으니, 꼴통 ㅺ들이 투자할 생각은 안 하고 만날 마른 걸레에서 물 짜내려고 질알 염병이지.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데 프런트가 똥물을 끼얹고 있다. ㅽ

 

 

 

아무튼, 원정 경기의 ⅔를 쫓아다닐 때에 비해 열정이 많이 식은 것도 사실이고, 코로나 때문에 직관이 불가능한 상황이라 축구장에 못 간 지 엄청 오래됐다.

하지만 ACL은 관중 입장이 가능하단다. 게다가 포항이 홈 팀이 되어 경기가 치러진단다. 티켓은 인터넷을 통해 구입해야 한다기에 미리 구입해놓긴 했는데 야근을 마치고 오니 몸이 천근만근이다. 갈까 말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언제 이런 경험을 하겠냐 싶어 무거운 몸을 일으켜 출발했다. 전주까지 두 시간 반.

 

 

 

전주 월드컵 경기장은 자기 차를 이용한다면 무척이나 접근성이 참 좋다. 고속도로에서 나오자마자 바로 코 앞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차가 영 질알이다. 항상 자리가 부족하다. 그래서 전주 월드컵 경기장에 갈 때에는 어지간하면 대중 교통을 이용했다. 대중 교통이 편한 건 아니지만 주차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것보다는 나으니까.

아무튼, 오늘은 전북의 경기가 아니니까, 전북 팬들 입장에서는 남의 경기니까, 주차장에 여유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내비게이션이 안내한대로 갔더니 입구에서 조금 어늘한 말투의 아저씨가 어떻게 왔냐고 묻는다. 축구 보러 왔다니까 VIP 입장권이 없으면 못 들어간단다. 다른 곳으로 가란다. 하아... 야근하고 두 시간 반 운전해서 경기보러 갔으면 그게 VIP 아니냐? 나랏 돈 해처먹으면서 배지 달아야 VIP인가? 쯧.

차로 조금 더 가서 우회전 했더니 사우나 쪽에 차를 세울 수 있는 빈 자리가 몇 군데 있었다. 거기에 차를 세웠다.

경기장에 들어가려면 계단을 올라야 하는데 그 전에 체온을 측정한다. 하지만 날씨가 워낙 쌀쌀하다보니 야외에서 측정하는 체온은 의미가 없다. 죄다 34도, 35도, 막 이렇게 나올 걸? 그러거나 말거나 그냥 통과다. 체온을 측정했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한 것이겠지. 보여주기식. 뭐, 확진자가 작정하고 퍼뜨릴 생각으로 돌아다녀도 어찌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살다 살다 전주 월드컵 경기장 N석에서 축구 보는 날이 온다. 허... 허허...

 

현장에서 티켓 판매는 하지 않았다. 티켓링크를 통해 구입해야 했는데 비밀번호를 잊어버려서 다시 설정하느라 찬바람 맞으며 입구에서 시간을 보내야했다. 컴퓨터로 하면 자동 완성이 되니까 자주 쓰는 비밀번호조차 잊어버리게 된다.

QR 코드를 찍고 입장. 매점은 당연히 닫혀있을 줄 알았는데 장사하더라. 단, 술을 제외한 음료만 팔고 있었다. 물이랑 커피 같은 것들. 축구장의 비싸기만 하고 맛탱아리 없는 음식 따위가 그리워지는 날이 올 줄이야.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왔더라. 어린 아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의 팬들이 많은 게 특이하다면 특이한 점. 여성 팬도 꽤 많이 보였는데 수원이나 울산처럼 처자가 많은 게 아니라 아줌마가 많았다. (이 날 입장 관중은 989명으로 집계)

대부분 서포터 석에 앉았지만 본부석과 맞은 편에도 검빨 유니폼을 입고 있는 사람들이 듬성듬성 보였다.

 

 

나고야의 팬도 좀 있는 것 같더라니, 경기장에서는 유니폼 한 장 못 봤다. 아시아의 정상이라니, 꿈 깨라. ㅋ

 

단판 승부라 그런지 양 팀 모두 조심스러워하는 게 보였다. 분위기는 포항이 쥐고 갔지만 나고야의 수비가 워낙 탄탄해서 좀처럼 뚫리지 않았다. 나고야는 라인을 잔뜩 내리고 역습을 노리고 있었다. 포항도 나고야가 공격할 때에는 쫓아나가지 말라면서, 라인 올리는 걸 경계했다.

 

https://sports.news.naver.com/kfootball/vod/index?uCategory=kfootball&category=acl&id=865954&redirect=true

 

한 골을 넣은 것과 다름없는 선방을 보여준 이준

주요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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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 32분에 거의 실점과 다름없는 장면이 나왔다. 스비에르초크가 왼쪽을 뚫고 들어가 슛을 날렸고 이게 골키퍼 옆으로 빠져나가며 골대 안으로 향했다. 뛰어들어가던 강상우가 넘어지며 걷어냈지만 그게 하필이면 이나가키 앞으로 굴러갔다. 달려오던 스피드에 말려 공을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했지만 한 박자 늦게 슈팅에 성공.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달려든 이준 골키퍼가 공을 끌어안으며 막아냈다.

 

https://sports.news.naver.com/kfootball/vod/index?uCategory=kfootball&category=acl&id=865987&redirect=true

 

'골대 앞 혼전 상황'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득점을 하는 임상협

주요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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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후반 7분에 터진 포항의 선제 골. 신진호가 나고야의 왼쪽 진영에서 감아올린 코너 킥이 여러 선수의 발에 맞으며 우당탕 퉁탕 모드가 됐고 랑거락 골키퍼 막고 굴절된 공이 뒤에서 멍하니 서있던 임상협 선수의 발 앞으로 굴러갔다. 노련하게 욕심내지 않고 툭! 차서 골을 만든 임상협!!!

오프사이드 판정한답시고 VAR을 돌렸지만 상대 수비 선수가 두 명이나 골 라인을 발을 걸치고 있었으니 오프사이드일 가능성이 없지. ㅋ

 

https://sports.news.naver.com/kfootball/vod/index?uCategory=kfootball&category=acl&id=866009&redirect=true

 

멋진 돌파와 아름다운 슈팅으로 추가골을 만드는 이승모

주요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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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 24분에는 이승모의 추가 골이 터졌다. 신진호가 툭~ 띄워준 공이 김민태 선수 앞으로 갔는데 이승모가 쇄도, 발을 높게 들어 공을 따냈다. 김민태가 바로 걷어냈어야 했는데 처리가 미숙했다. 이승모의 발에 맞은 공은 적당한 높이로 바운드 됐고, 이승모 선수의 오른발에 제대로 걸리면서 그물을 찢을 듯한 골이 터졌다.

 

이 날 심판이 참~ 모자란 경기 운영을 선보였더랬다. 선수 하나 누웠다 하면 경기 중단 시키고 드롭 볼로 이어가서 맥이 자주 끊어졌다. 심판 몸에 공이 맞는 장면도 두 번인가 나왔는데 그 때마다 호루라기 불어서 공 받아들더니 드롭 볼. 심판은 경기장의 유령 같은 존재라서 맞으면 맞는대로 진행한다고 알고 있었는데, 룰이 바뀌었다더라. 심판 맞으면 드롭 볼로 이어가는 게 맞는 모양. 하지만 몰랐으니 심판 놈이 어수룩하다가 까댔더랬지. -ㅅ-

 

https://sports.news.naver.com/kfootball/vod/index?uCategory=kfootball&category=acl&id=866038&redirect=true

 

'경기 종료?' 추가시간을 착각한 심판

주요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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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이 날 주심은 뭔가 어설펐다. 후반에 왜 종료 휘슬 안 부냐고 불만이 가득할 때 드디어 호루라기 불기에 끝났다고 좋아했는데 쓰러진 선수들이 힘겹게 다시 일어나는 거다. 무슨 일인가 싶더라니, 심판이 종료 시간을 착각해서 잘못 불었단다. 하... 하... 하...

 

https://sports.news.naver.com/kfootball/vod/index?uCategory=kfootball&category=acl&id=866042&redirect=true

 

임상협의 멀티골을 축포로 4강에 진출하는 포항 스틸러스

주요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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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2 : 0 으로 끝낼 것이지, 심판이 바보 짓을 한 덕분에 결국 추가 시간에 임상협이 쐐기 골을 박아 넣었다. 나고야의 패널티 박스 왼쪽에서 띄워준 공을 신진호가 받았는데 뒤에 임상협이 서 있었더랬다. 포항 팬들이 왜 같은 편끼리 몰려 있냐고, 뒤 좀 보고 그냥 흘려줬어야 했다고 질알하는데 신진호가 가볍게 백 힐로 공을 내줬고, 임상협이 기똥차게 말아찼다. 그렇게 세 골을 넣고 실점하지 않으면서 조별 예선의 0 : 3 패배를 제대로 복수했다.

 

 

오범석이나 신광훈도 잘해주고 있지만 신진호임상협은 진짜... 올 시즌에 저 선수들 없었으면 강등권에서 허덕이고 있었을 게 분명하다. 특히나 신진호는 거의 모든 경기에서 풀 타임을 뛰고 있으니 대단하다고 하지 않을 수가 없다. 포항을 떠날 때 영 모양새가 좋지 않았고, 울산에서 골 넣고 셀러브레이션까지 해서 무척이나 꼴 보기 싫은 선수였는데, 하는 거 보면 미워할 수가 없게 된다.

 

 

 

그나저나, 경고 누적으로 자판기와의 4강전에 고영준과 신진호가 못 나온다는데... 신진호의 결장은 정말 크다. 자판기의 이동준도 부상으로 못 나온다는데 내가 볼 때에는 신진호의 결장이 더 크다. 허리에서 누가 공을 뿌려주고 싸워줄 것인지. 신광훈 선수의 부담이 클 것 같다.

 

오늘 경기의 MOM은 임상협 선수가 차지했지만 개인적으로는 박승욱 선수가 아니었나 싶다. 진짜, 인생 경기했다. 정말 잘 막아줬다. 위험하다 싶으면 나타나서 죄다 끊어버렸다. 정말 잘했다.

고영준은 도자기 트래핑 한 번만 성공했어도 그럴싸한 그림 하나 만들었을텐데, 오늘따라 죄다 탱탱볼이더라. 어째 이광혁의 향기가 난다. -ㅅ-

권완규는 뭐, 말할 것도 없다. 진짜 언성 히어로다. 강상우를 공격수로 포지션 변화 시키는 건 이미 여러 번 써먹은 작전인데, 권완규를 공격형 미드필더나 원 톱으로 올려보는 것도 분명 나쁘지 않을 거다. 티가 안 나서 그렇지, 진짜 제대로 된 테크니션이다.

이호재는 교체로 들어와 활약할 시간이 부족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중 볼은 다 따내는, 엄청난 제공권 장악력을 선보였다. 권기표와 이호재는 출전 시간이 늘어나면 뭘 해도 할 선수들이다. 믿음직스럽다.

 

나고야의 왼쪽 풀백인 요시다는 오버 래핑이 무척이나 활발한 선수인데 팔라시오스를 막기 위해서인지 좀처럼 올라오지 못하더라. 쟤가 못 설치게 막았다는 것만으로도 팔라시오스는 제 몫을 충분히 했다. 세레소에 있을 때 많은 팬들에게 크게 사랑 받았던 요이치로는... 있었나 싶을 정도로 그냥 지워졌다. 존재감이 아예 없었다.

 


 

옆 자리에 있던 젊은이가 대형 깃발을 열심히 흔들었는데 커다란 깃발에 머리를 수 차례 맞았다. 응원한다고 무거운 거 휘두르는 건데 인상 쓰기도 뭐해서 게걸음으로 자리를 조금 옮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머리로 깃발이 날아들었다. 나이 먹고 맞고 있으려니까 힘들더라. -ㅅ-

 

육성 응원 하지 말랬는데, 나중에는 전광판으로 안내하고 방송까지 나왔는데, 계속 주둥이를 놀렸다.

 

분명히 티켓 살 때 육성 응원하면 안 된다는 내용을 본 것 같은데, 소리 지르는 것들이 있었다. 처음에는 서너 명 정도였는데 가만히 두니까 점점 늘어나서 나중에는 거의 평소와 다름없는 수준이 되어버렸다.
하지 말라는 짓을 하는 것들이 발견되면 바로 퇴장 조치해버렸어야 했다. 괜한 분쟁 만들기 싫다고 그저 지켜만 보고 있으니 악 쓰는 ㅺ들이 점점 늘어나지. 노란 옷 입고 페이스 쉴드까지 한 진행 요원들이 계속 돌아다녔지만 육성 응원을 전혀 막지 않았다.

 

https://www.sportalkorea.com/news/view.php?gisa_uniq=2021100408265612&section_code=10&cp=se&sp=A 

 

[현장 포커스] 포항팬들의 막무가내 원정 육성 응원, 선수단도 규정 위반

[스포탈코리아=광주] 포항 스틸러스가 광주FC 원정에서 극적인 승리로 4연패 부진에서 벗어났지만, 매너와 규정을 지키지 못했다. 포항은 지난 3일 광주FC와 하나원큐 K리그1...

www.sportalkorea.com

전염병 때문에 하지 말라는 건데 대체 뭔 깡다구로 싹 다 무시하고 계속 떠들어대는 건지. 그렇잖아도 며칠 전에 육성 응원했다고 기사도 나고 그랬는데, 진짜 창피하다. 저게 무슨 팀을 응원하는 행동이냔 말이다. 욕 먹이는 짓이지. 한심하기 짝이 없다. 관용없이, 룰을 어기면 쫓아내버렸음 좋겠다. 쯧. 안내 방송으로 육성 응원하지 말랬더니 보란듯이 바로 소리 지르더라. 세상 혼자 사는 것들. ㅽ

 


 

골을 넣고 나서 포항 앰블럼을 잡고 활짝 웃어준 임상협 선수

 

 

전북이 이동경에게 그림 같은 중거리 슛 얻어 맞으며 지는 바람에 4강전 상대는 자판기가 되었다. 자판기가 돈 쓰기 시작하면서부터 우리가 자꾸 밀리긴 하지만 결정적일 때 한 방이 있었거든. 2019년에 우승 막은 것도, 2020년에 우승 막은 것도, 우리 힘이 컸다. ㅋㅋㅋ

올 시즌도 열세지만, 결정적일 때 고춧가루 팍팍 뿌리는 게 우리니까, 신진호 선수가 없더라도 잘해주리라 믿는다. 마음 같아서는 경기 보러 다시 전주에 가고 싶지만 휴가를 못 써서... T^T   중계 보면서 응원할 수밖에 없다. 다치지 말고, 좋은 경기 펼쳐서 정말 오랜만에, 너무나도 오랜만에 ACL 우승컵 들 수 있었으면 좋겠다.

 

고생한 코칭 스태프, 선수들, 팬들, 모두에게 박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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