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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장일기 』

2022년 01월 29일 토요일 맑음 (일주일만에 쉼)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22. 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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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회사, 특히나 우리 부서의 OJT는 예전부터 유~ 명했다. 좋은 쪽으로 유명했음 좋았으련만 굉장히 안 좋은 쪽으로.

 

해당 업무를 처음 접하는 사람이니까 적응할 시간을 충분히 주고 차근차근 알려줘야 하는데, 항상 인원 부족에 시달리다보니 최단 시간에 근무에 투입하고자 마구 쥐어짠 거다. 게다가 굳이 외울 필요도 없는 걸 꾸역꾸역 외우게 했다. 이게 관행으로 굳어져서, 어지간한 시멘트보다 단단하게 굳어져서, 도저히 깰 틈이 없었다. 나도 엄청난 압박과 스트레스 속에 OJT를 마쳤고, 내 뒤로도 저 불합리한 업무 교육은 수년 간 이어졌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 내가 OJT에 관여할 수 있게 되었을 때부터 다 헛 짓이니까 하지 말라고 개입하기 시작했다. 그럴 필요 없다고, 그리고 천천히 하라고.

세상이 바뀌면서 나와 같이 생각하고 말하는 사람이 많아졌고, 시나브로 OJT도 바뀌었다. 덕분에 내가 이번에 혜택을 좀 봤다. 예전 같으면 남들보다 일찍 출근해서 남들보다 늦게 갔는데 지금은 주간 근무 시간에만 교육 받는 걸로 바뀌었더라. 게다가 이번 주는 한 달에 한 번 있는, 한 시간 빨리 퇴근하는 금요일이 있는 주였는데 그것도 적용 받았다. 게다가 명절 연휴까지 다 쉰다. 예전 같으면 어림도 없었을 일이다. 속 터진다, 답답하다, 엉망이다, 이래저래 욕 많이 먹지만 조금씩, 천천히라도 바뀌고 있어 다행이라 생각한다.

 

아무튼, OJT가 끝났다. 근무 경험자라는 이유로 5일만에 끝내게끔 스케쥴을 짜놨더라. 명절 연휴를 쉬고 나서 당장 다음 주부터 근무다. 멍~ 하니 옆에 앉아 있느니, 근무 들어가는 게 낫다. 몰라서 실수하더라도 그렇게 배우면 되는 거니까.

 


 

같이 근무하는 사람이 주氏 성을 가지고 있다. 붉을 주 쓰긴 하는데 흔한 성을 여기서 보게 되니 신기하긴 하더라. 첫 인상이 좀 애매했는데 딱 하루만에 성향 파악 끝났다. 일 못하는 허세충이다. OJT 중에 코를 골면서 처 자지를 않나, 술 많이 먹었다며 쉬고 온다고 사라져서 한~ 참을 안 보이지를 않나. 문제는 쟤랑 같은 근무조로 엮였다는 거다. 뭐라 말도 못하고 스트레스 엄청 받게 생겼다. 하아...

 


 

이사하면서 큰 돈 쓴 게 세 번째인 것 같다. 성남 반지하 방에 살다가 광주로 이사갈 때 냉장고, 세탁기,... 이것저것 사느라 500만 원 정도 까먹었더랬다. 그 때 산 가전 제품은 일본 유학 가면서 죄 다 고모 드렸고.

이번에 이사하면서 책상이랑 의자 사면서 50만 원 정도 까먹고, 건조기를 비롯해서 이것저것 지르느라 또 50만 원 정도 썼다. 보증금이다 뭐다, 대략 500만 원 정도 까먹은 것 같다. 돈 모으는 건 어려운데 쓰는 건 참 쉽다.

 

지금까지는 '잘 살아도 혼자, 못 살아도 혼자' 라는 생각으로 딱히 목돈 모을 생각을 안 했는데 아무래도 짐 보관할 용도로 쓸 시골 집 하나 정도 살 돈은 있어야겠다 싶더라. 게다가 나랑 나이가 비슷하거나 더 어린 사람들이 몇 억 짜리 집을 샀네 어쩌네 하니까 나는 뭐했나 싶기도 하고.

혼자 즐겁게 살다가 죽으면 땡이니까, 자식도 없고 가족도 없는 사람이니까, 적당히 신나게 살자고 생각했는데 조금은 불안해졌다.

 


 

오늘부터 5일 동안 쉰다. 예전 같으면 하다 못해 근처로라도 여행을 갔겠지만 시국이 시국인지라. 연휴 끝나면 엄청나게 퍼질 거 같은데 당분간은 몸 사리고 있어야지. 동네 파악이나 하면서 보내야겠다.

아침부터 밤까지 게임이나 하자고 생각했는데, 영원할 것 같았던 『 디아블로 』에 대한 애정이 식은 것 같다. 아무리 피곤해도 한 시간 정도는 하곤 했는데 지난 주에는 거의 손을 못 댔다. 게다가 어제는 일찍 퇴근해서 쉬는 날인데도 PS5의 전원을 켜지 않았다. 책상 조립하느라 진이 빠진 탓도 있겠지만 확실히 예전만큼 열심히 할 맘은 안 생기는 것 같다. 슬슬 다른 게임으로 넘어가야 하려나?

 


 

지금 사는 집이 확실히 비싼 것 같기는 하다. 하지만 저렴하게 올라오는 다른 집들을 보면 꼭 뭐 하나가 빠진다. 넓이나 구조가 맘에 들면 주차가 안 되고, 주차가 괜찮으면 집이 좁고. 남들이 월세 들으면 놀랄 정도로 비싼 집이긴 한데, 아무래도 이 동네 사는 내내 여기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은 거실에 널부러져 있는 짐들을 정리하고, 근처 공원에 산책 다녀올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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