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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  행 』

낙안읍성 드론 촬영과 관련해서...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22. 1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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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을 띄우려면 몇 가지 절차가 필요합니다. 우선 드론 원스톱을 통해 언제, 어디에서, 어떤 드론을 띄울 것인지를 포함해서 신청서를 작성해야 합니다. 공항을 비롯한 관제권, 군을 비롯한 보안 시설이 있는 지역이 아니라면 대부분 허가가 날 겁니다.

드론을 날려도 된다고 허가했을 경우 관할 군 부대의 연락처가 있습니다. 드론을 띄우기 며칠 전에 전화를 해서 정확한 촬영 장소와 날짜, 시간을 알려주면 됩니다. 대부분 실제 비행하기 전에 다시 한 번 연락을 달라고 합니다.

이렇게 하면 드론 촬영과 관련된 절차는 모두 거친 겁니다. 단,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문화재가 있는 국가 중요 시설이나 사유지 같은 경우는 드론 원스톱과 군 부대의 허가를 받았다 하더라도 별도의 허가를 받아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글에서 언급하는 낙안읍성이 그런 곳 중 하나입니다. 검색을 해봤더니 아니나 다를까, 드론 촬영에 대한 경고 플래 카드가 걸려 있었습니다.

 


 

낙안읍성 관리 사무소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절차를 거쳐 허가를 받았는데 혹시 낙안읍성 쪽에 추가로 허가를 요청해야 하냐고 묻자 전화기 너머로 자기들끼리 속닥거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그리고는 010으로 시작하는 휴대 전화 번호를 알려주며 그 쪽으로 연락을 하라고 합니다.

 

나중에야 알게 되었는데, 낙안읍성 보존회장의 연락처였습니다. 드론과 관련된 건 보존회장의 허가가 있어야 한다더군요. 여기서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존회장이라는 자리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거든요. 공개적으로 입후보 절차를 거쳐 투표를 통해 선출되는 것인지, 낙안읍성에 주민등록을 한 사람들이 거수로 뽑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낙안읍성 관리 사무소 쪽에서 연락을 해보라고 했으니 일단 연락을 했습니다.

절차를 거쳐 허가를 받았기에 촬영을 진행하고 싶은데 괜찮겠냐고 물었지요. 허가 서류를 보내달라 하시더군요. 그러마 하고 메일을 통해 서류를 보냈습니다. 그러자 합참 항공작전과에서 발급한 허가서도 제출해달라고 답장이 왔습니다. 지금까지 여러 곳을 촬영했지만 합동참모본부에서 발급한 서류를 받아본 적이 없기에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했더니 다시 한 번 확인해달라고 답장이 왔습니다. 제가 보낸 서류에 '낙안읍성 일대는 비행금지구역에 해당되며 합참항공작전과에 촬영기준 4근무일 전에  비행승인을 별도로 받도록 되어있'다는 겁니다. 제가 보낸 서류를 아무리 봐도 저런 내용을 찾아볼 수 없었고 지도에서 다시 한 번 확인해봤지만 낙안읍성은 비행금지구역이 아니기에 드론 원스톱에서 비행 가능 구역으로 표시된 것을 갈무리해서 답장을 보냈습니다.

 

그랬더니 '여기는 문화재도있고 사유지가 많기때문에 소유자에게 일일히 사전에 협의를 해야되는 지역입니다. 그래서  드론쵤영을 못하게 하는것입니다. 참고바랍니다.'라고 답장이 왔습니다.

 

낙안읍성은 무료 시설이 아닙니다. 들어갈 때 입장료를 냅니다. 또한 내부에 음식점이나 숙박 시설 등의 상업 시설이 있고요. 때문에 저는 드론 촬영을 거부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저렇게 나오니까 좀 짜증스러웠습니다. '드론원스톱 및 담당 군부대의 허가를 득했으나 촬영이 불가능하다는 내용에 대해 다른 쪽으로 문의를 해보고 싶은데, 메일 주시는 분의 공식적인 직함은 무엇이라고 하면 될는지요?'라고 다시 메일을 보냈습니다. 이내 답장이 왔는데 방금 전까지 촬영을 못하게 하겠다고 하더니 '허가권자는 아니지만 낙안읍성 주민대표이기때문에 그렇습니다. 귀하께서는 나름데로 성의를 다했다고 보여짐으로 다소부족한 점이 있지만 낙안읍성 홍보용으로 금회에 한하여 양해하겠으니 그리아시고 낙안읍성 보존관리를 위해 많은 협조를 부탁드립니다.'라고 하네요.

본인이 허가권자가 아님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촬영을 허가한다, 불허한다고 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 생각하고요. 촬영을 못하게 한다고 하는 메일을 받은 뒤 제가 한 일이라고는 다른 쪽에 문의하고자 하니 공식적인 직함을 알려달라는 것 뿐이었는데 대체 어디에서 '나름의 성의'를 보셨는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홍보용으로 이번에 한해 양해하겠다고 했는데 저는 분명히 개인 소장용으로 촬영한다고 했거든요. 저 한 사람이 가지고 있을 용도로 촬영하는데 홍보가 될 수 있을까요?

 

결국 괜한 꼬투리를 잡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울러 본인에게 허가권이 없음을 익히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확실한 기준없이 허가를 하네, 마네 하고 있는 것 같았고요. 게다가 말이라는 게 '아' 다르고 '어' 다른 법인데 높은 자리에서 굽어 살피며 은혜를 베푼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국민 신문고에 민원을 넣었습니다. 보통의 민원 답변보다 훨씬 더 오랜 시간이 걸린 끝에 답변을 받았습니다.

 

가. 안녕하십니까? 순천시장입니다.
나. 평소 시 행정에 대하여 협조하여 주신데 대하여 감사드리며, 드론촬영에 대한 민원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답변 드립니다.
다. 오늘날 많은 분들이 드론을 보유하고 있으며, 초가집이 어우러진 낙안읍성 촬영을 희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낙안읍성은 주민이 직접 거주하여 생활하는 곳으로 드론촬영에 대한 사생활 침해와 추락에 대한 사고우려 등으로 주민들이 많이 불편해 하고 있습니다.
라. 또한 낙안읍성은 초가집으로 된 국가지정문화재가 산재해 있어 드론촬영에 대해서는 드라마 촬영 등 홍보용으로 최소한 허가를 하고 있으며, 허가시에도 낙안읍성 보존회와 협의하여 허가하고 있음을 알려드리니 양지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마. 기타 궁금한 사항에 대해서는 관리팀(061-749-8831)으로 문의하여 주시기 바라며, 낙안읍성은 주민의 삶의 터전이고 생활공간이므로 많은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끝.

 

'낙안읍성 보존회와 협의하여 허가하고 있음'이라고 했지만 사실 상 보존회장에게 일임한 상태였습니다. 협의가 아니라 떠넘기고 있는 겁니다. 더 이상 왈가왈부하는 것이 불필요하다 싶어 그냥 촬영을 포기했습니다. 낙안읍성에서 보는 일몰이 무척이나 멋있었기에 드론으로 담아보고자 했는데, 괜한 욕심이었나 싶었고요.

 


 

한편으로는 오죽 드론에 당했으면 저런 반응일까 싶기도 했습니다. 검색해보면 드론의 저공 비행 때문에 놀랐다, 다칠 뻔 했다는 글이 의외로 많습니다. 사람에게 닿을 수도 있는 높이에서 드론을 날리는 건 당연히 지양해야 할 일인데, 그런 짓을 하는 멍청이들이 많은 모양입니다. 저는 드론을 착륙시키려고 고도를 낮추다가도 주변에 사람이 있으면 다른 곳으로 갈 때까지 계속 띄워놓거나, 착륙시키려 하는데 괜찮겠냐고 물어봅니다. 그게 당연하다 생각하고요.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는 모양입니다.

다른 불만으로는 사생활 노출에 대한 것도 있었습니다. 내가 내 집에서 할 일 하고 있는데 드론이 와서 한참을 배회하며 촬영한다면 정말 기분이 나쁠 겁니다.

그렇게 생각해보니 낙안읍성에 거주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라면 나 같아도 드론 촬영 못하게 막아달라고 항의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저는 낙안읍성이 입장료도 받고 내부에 상업 시설도 다수 존재하는 관광지라 생각했기 때문에 드론 촬영을 불허하는 게 옳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저기서 먹고 자고 생활하는 사람들은 사생활 침해와 드론으로 인한 사고를 걱정해야 한다는 걸 간과했습니다. 이건 누가 뭐래도 제 생각이 짧은 탓이네요.

숙박 시설, 식당, 체험 시설 등과 거주지가 분리되어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을 것 같으니 아쉽네요. 개인적인 바람은 보존회장 개인에게 허가를 한다, 안 한다 하게끔 하지 말고 낙안읍성 관리 사무소에서 이러저러해서 된다, 안 된다라고 알려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드론 원스톱과 관할 군 부대의 허가만 있으면 촬영하는 데 큰 문제가 없겠다고 생각하다가 제대로 배울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아울러 드론 띄울 때 조심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대중화가 진행되어 드론으로 취미 생활하시는 분들이 점점 늘어날텐데, 사생활 침해와 충돌 사고 등에 주의해서 다른 사람에게 피해주지 않도록 해야겠습니다. 뭐, 남한테 이래라 저래라 하기 전에 저나 잘하면 되는 거죠.

아무튼, 낙안읍성에서 드론을 띄우고자 하신다면 드론 원스톱과 관할 군부대 뿐만 아니라 낙안읍성 쪽에도 연락을 해서 허가를 받으셔야 한다는 내용을 질질 늘리고 늘려 끄적거려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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